강 씨 가문 저택.군복을 입은 10여 명의 군졸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지프차에서 뛰어내렸다.그들은 각각 무장한 상태로 강 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강 씨 가문 가정부는 서둘러 강 씨 어르신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어르신! 큰일 났어요… 지금 밖에 무장한 군졸들이 가득해요… 어쩌면 좋죠?”강준상은 방금 전까지 마당 벤치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가정부의 말에 강준상은 잔뜩 공포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군졸들? 그 말이 사실인가? 모두 무장을 했다고?”가정부가 소리쳤다. “정말이에요. 하나같이 총과 칼을 들고 있었어요… 보아하니 좋은 일로 온 것 같지는 않았어요…”강준상도 처음 맞이하는 일에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 무장한 군졸들이 집에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대체…무슨 일로 무장한 군졸들이 찾아온 거지?’‘대체 왜?’옆에 있던 강문복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죠? 왜 갑자기 무장한 군졸들이 저희 집에…”강준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잘 모르겠구나… 잠시 기다리거라. 내가 먼저 나가보마.”강준상은 허겁지겁 대문 밖으로 향했다.그는 밖에 나가자마자 10여 명의 무장한 군졸들을 볼 수 있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위풍당당한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강 씨 가문의 가주 강준상입니다. 다들 저희 집엔 무슨 일로 오신 거죠?”강준상은 공손하게 그들을 맞이하였다.군졸들 사이로 중팀장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강준상 씨 되십니까? 강우연 모녀를 데리고 오라는 길 팀장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강우연?길 팀장?그 말을 들은 강준상은 이들을 보낸 사람이 길정우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젠장…’‘길정우가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강준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이때, 뒤에 서 있던 강문복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우연이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 거죠? 우선 안으로 들어오시죠.”강 씨 가문과 길 씨 가문 사이에는 지금까지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그렇기에 강문복은 그들을
강준상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강학주! 어디서 큰 소리야? 네 딸 때문에 우리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니까?”강학주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강준상은 서둘러 군졸들을 집으로 들였다. “저를 따라오세요!”팀장과 부하들은 강준상과 함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강학주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계속해서 소리쳤다. “안 돼! 절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내 딸을 데려가려고 하지 마!”퍽!계속되는 강학주의 방해에 팀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강학주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잡아! 정말 끈질기게 방해하는군.”말이 떨어지는 즉시 군졸들은 강학주를 포위하였다.“안 돼… 내 딸을 건들지 마…” 강학주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하지만, 군졸들과 가족들은 그의 절규를 모른 척했다. 들은 채도 하지 않았다.군졸들은 강준상의 안내를 받아 강우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강 씨 저택 마당.그 시각, 강우연은 한고운과 함께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퍽!퍽 소리와 함께 마당 문이 활짝 열렸다.이어서 십여 명의 군졸들은 신속하게 강우연을 포위하였다!그들은 군화로 마당에 심겨있는 꽃들을 모조리 밟아버렸다.“네 엄마는 어디에 있지?”팀장이 물었다.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강우연과 한고운은 잔뜩 겁에 질리고 말았다.“…”강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팀장에게 물었다. “누…누구시죠?”팀장은 차가운 표정으로 강우연을 바라보았다.“네가 강우연인가?”“저…저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강우연은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였다.“잡아라! 여기 강우연이 있다!”팀장은 부하들에게 즉시 명령을 내렸다.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들은 강우연과 한고운의 두 팔을 잡았다.이어서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세게 묶었다.강우연의 두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맺혀 있었다.옆에 있던 한고운은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도대체…당신들 정체가 뭐야?”강우연도 울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서 나와 내 딸을 놓아줘!”한고운은 군졸의 품
팀장은 땅에 엎드려 울부짖고 있는 한고운을 보며 소리쳤다. “어서 이놈을 끌어내!”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강우연을 끌어냈다.“엄마, 살려줘요… 당장 우리 엄마를 놓아줘!”한고운의 두 볼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고운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있잖아. 이 아저씨들은 지금 고운이랑 놀아주고 있는 거야. 그러니깐, 무서워하지 마!” 강우연은 서둘러 한고운을 안심시켰다.‘한지훈, 대체 어디 있는 거야?’‘나와 고운이를 지켜준다고 했잖아…’“한지훈! 빨리 나와서 우릴 지켜줘…”강우연은 눈물을 애써 삼켰다.한편, 가족들은 문밖에서 이 모든 것을 눈 감고 있었다!“할아버지! 할아버지! 제발 저와 고운이를 살려주세요… 아니, 고운이라도 살려주세요…”강우연은 문밖에 있는 강 씨 가문 가족들을 보고 울부짖었다.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준상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힘껏 강우연을 뿌리쳤다. “오늘부터 넌 내 손녀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은 다 한지훈 그놈 때문에 일어난 거야. 원망할 거면 그놈을 원망하거라!”“맞아! 강우연, 우린 이제 너와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 어서 네 딸과 함께 여길 떠나!” 강희연은 울부짖는 강우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서경희와 강신은 그저 멀리서 애원하는 강우연을 바라볼 뿐이었다.‘이제 강우연이 맡고 있던 프로젝트는 다 내가 맡게 되겠지?’강 씨 가문 가족들의 냉담한 태도에 강우연은 크게 실망했다.그녀의 눈에 한없이 상냥하고 친절했던 할아버지가 처음으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 아닌가요?” 강우연은 군졸에게 끌려가면서까지 간절한 눈빛으로 강준상을 바라보았다.강 씨 가문 저택 전체가 강우연과 한소운의 통곡 소리로 가득하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군졸들은 강압적으로 모녀를 차에 태웠다. 강우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창밖 너머에 서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옆에 있던 한고운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야, 아빠! 아빠가 우릴 구하러 왔어!”한지훈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군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와 딸을 풀어줘.”“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팀장은 곧장 차에서 내려 소리쳤다.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죽고 싶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군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죽여!”쿵!갑자기 한지훈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폭발하였다. 그는 곧바로 군졸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팀장의 머리를 잡아 지프차를 향해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프차의 범퍼가 일그러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군졸들은 잇달아 총을 들어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 “당장 우리 팀장님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사살할 줄 알아!”“끝났어… 결국 한지훈이 또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감히 팀장의 몸에 손을 대다니! 강 씨 가문이 우릴 죽이려 들 게 분명해…” 강문복이 말했다.강준상은 머릿속이 그만 새하얘지고 말았다. “한지훈, 정녕 네가 우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구나!”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군복 벗고 싶어?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팀장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지?’‘이전에 동원구 본부에서 만났던 서효양보다 더 강력해…’팀장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하… 다들 갑옷 벗고, 총 내려…” 팀장은 군졸들을 향해 소리쳤다.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하나둘씩 갑옷을 벗고, 총을 땅에 내렸다.한지훈의 등장에 십여 명의 군졸들은 모두 바보가 되고 말았다.이어서 한지훈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울고 있던 강우연과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한지훈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
딸칵!팀장은 서둘러 총을 장전하였다.한지훈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주시하였다.그의 살벌한 눈빛은 순식간에 팀장의 기를 눌렀다.‘무…무서워…’‘도대체 정체가 뭐지…?’팀장은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니까?” 한지훈은 팀장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았어?”팀장은 화가 난 나머지 방아쇠를 잡아당기려고 했다.“오만하다! 감히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지?”바로 이때, 천둥과 같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무장을 한 반소명의 수많은 군졸들이 팀장과 그의 부하들을 에워쌌다!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반소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들었다. “어서 총 내려놓지 못해?”팀장은 반소명의 어깨에 있는 훈장을 보고, 그 즉시 총을 내려놓았다.“아…”퍽!반소명은 그 즉시 팀장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이어서 두 명의 군졸들이 순식간에 팀장을 붙잡았다!팀장은 그 두 명의 군졸들을 보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당장 이거 풀어! 나는 길 씨 가문의 사람이야! 심지어 큰 도련님은 곧 머지않아 군단장이 될 몸이야! 그분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너희를 가만 놔둘 것 같아?”반소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길정우를 말하는 건가?”“그놈은 아직 군단장이 되지 않았어! 여봐라, 빨리 저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잡거라!”반소명의 명령하에 군졸들은 순식간에 팀장의 부하들을 모조리 붙잡았다.이후, 반소명은 한지훈을 보고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선생님, 늦게 온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 군단장님께서 사모님과 자제분의 안위를 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반소명도 즉시 체포한 군졸들을 데리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강우연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많은 일들 때문에, 제
한지훈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엉엉 울고 있는 강우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용히 있던 한고운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강우연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슬퍼…”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조심스럽게 한고운의 옷을 걷어 올렸다. 그녀의 등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자, 강우연은 심장이 미어질 듯이 아팠다.“지훈 씨, 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한지훈은 재빨리 한고운을 꺼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그 장면은 본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떡하지? 이제 우린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한 군단장까지 이 일에 끼어들다니… 우리 가문은 이제 오군 주군 본부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거야…”“어르신, 어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놈들 때문에 길 씨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준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어서 길 씨 가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어서 빨리 준비해!”길 씨 가문 저택.한 군졸이 헐레벌떡 길정우에게 다가왔다.“중장님, 사고가 났습니다! 왕 팀장의 부하 군졸들이 모조리 오군 주군에게 잡혀갔다고 합니다.”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길정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라고?! 오군 주군이 내 부하들을 데려가?”“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데려간 거지?”“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군!”군졸이 대답하였다. “한 군단장님이 잡아가셨다고 합니다.”“한민학?! 감히 네까짓 게 내 부하들을 데려가? 지금 내가 임직하기 전이라고 텃세 부리는 건가?”길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뭐라고 했지?”“그… 그게 중장님께서 진급하시기 전까지는, 분란을 일으키기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지훈이 한민학의 친구라고 합니다… 자신의 친구를 건드려서 화가 많이 난 듯합니다…”쾅!길정우는 탁자 위에 있는 꽃병을 던졌다
한편, 한지훈과 강우연은 아이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종합적인 검진을 받았으나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근육 손상 때문에 며칠 휴식해야 한다고 했다.처음엔 씩씩하게 아프지 않다고 하던 아이는 지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강우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한지훈의 얼굴에도 싸늘한 분노가 넘실거렸다. '길정우,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검진을 마친 뒤 한지훈은 두 사람을 데리고 병원을 떠나려 했다.그러나 이때, 약간의 의문과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어? 한지훈? 정말 한지훈이잖아? 여기서 보네?"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상대를 응시했다. 온몸에 명품을 걸친 훤칠한 남성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곁에 찰싹 붙어 따라오던 여자는 거만하게 세 가족을 쳐다보고 있었다.화려하게 꾸민 여자는 몹시 관능적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는데 여기저기 손을 댄 듯 싶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미간을 찌푸린 한지훈은 상대방을 떠올리려고 애썼으나 낯이 익을 뿐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잘난 한씨 집안 도련님이라 그런가, 옛친구는 까맣게 잊어버렸군. 간신히 죽다 살아나더니 이젠 나도 기억 안 나? 나야, 손민규. 예전에 네 따까리였잖아."손민규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던지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가식적이기 그지없었다. 특히 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어머, 도련님이 저런 거지 같은 사람의 따까리였다고요? 설마요. 저 사람이 누군데요? "여자가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과 그의 곁에 있는 강우연을 쳐다보았다. 싸구려 옷을 걸친 강우연을 훑어보는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강우연은 남자를 홀릴만한 외모임은 틀림없었으나 그녀가 걸친 옷은 다 합쳐도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참나, 부끄럽지도 않나.'손민규가 비웃으며 대답했다."넌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이라고, 한정그룹의 잘나가던 도련님이야. 근데 5년 전에 집안이 망했어. 다들 그때 한지훈도 죽은 줄 알
"하하, 맞아, 난 원래 이런 놈이야. 그래서 지금부터 널 짓밟아 보려고. 한때 잘나가던 한지훈 도련님이 내 발밑에서 꿈틀거리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짜릿하잖아. 기억 안 나? 네가 얼마나 잘난척하며 날 깔봤는지. 넌 그걸 되돌려받는 거라고."손민규는 여전히 오만한 목소리로 비열하게 웃으며 한지훈을 질책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저 덤덤하게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널 깔본 게 아니야. 넌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니까. 용건 없으면 먼저 간다. 날 불러세운 게 단지 비웃기 위해서였다면 축하해, 소원 이뤘네."말을 마친 한지훈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우연을 데리고 떠났다.손민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바로 저 태도가 문제였다. 하찮은 걸 바라보는 듯한 눈빛, 성인군자처럼 태연하고 담담한 저 태도가 손민규의 기분을 잡치게 했다."한지훈, 거기 서!"버럭 소리를 지를 손민규가 성큼성큼 다가가 한지훈의 멱살을 잡았다."아직도 네가 한정그룹 도련님인 줄 알아? 꿈 깨, 지금의 넌 빈털터리 거지새끼일 뿐이라고. 난 이제 네놈이 두렵지 않아." "저 잡종을 치료하려나 본데, 어떡하냐. 우리 집안 사람이 이 병원 이사야. 내 말 한마디면 네 딸은 진찰은커녕 약도 못 사 먹을걸?"손민규는 악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로비로 와!"몇 분 뒤, 우르르 몰려온 병원 보안요원들이 손민규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분부하십시오, 도련님."손민규가 거들먹거리며 강우연을 가리켰다."저 여자 손에 들린 약, 전부 회수해. 지금부터 저 새끼들을 진료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해고야. 참, 모든 병원에 연락 돌려서 저 새끼들을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려. 손우그룹 손민규 도련님의 지시라고 전해!"손민규가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한지훈, 기분이 어때, 거지 같지? 한 대 치고 싶지? 그럼 한 대 쳐 보시든가. 하하하."퍽.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민규의 징그러운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다."네 뜻대로. 이런 이상한 부탁은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