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한고운도 벌떡 일어나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엄마! 아빠야, 아빠! 아빠가 우릴 구하러 왔어!”한지훈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군졸들을 바라보았다. “당장, 내 아내와 딸을 풀어줘.”“지금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너희들을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팀장은 곧장 차에서 내려 소리쳤다. “감히 내 앞길을 막다니, 죽고 싶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군졸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당장 저놈을 죽여!”쿵!갑자기 한지훈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가 폭발하였다. 그는 곧바로 군졸들을 향해 공격을 가하였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빠른 속도로 팀장의 머리를 잡아 지프차를 향해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프차의 범퍼가 일그러지고 말았다!이 장면을 본 군졸들은 잇달아 총을 들어 총구를 한지훈에게 겨누었다. “당장 우리 팀장님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사살할 줄 알아!”“끝났어… 결국 한지훈이 또 이렇게 사고를 치는구나… 감히 팀장의 몸에 손을 대다니! 강 씨 가문이 우릴 죽이려 들 게 분명해…” 강문복이 말했다.강준상은 머릿속이 그만 새하얘지고 말았다. “한지훈, 정녕 네가 우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는구나!”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군복 벗고 싶어? 지금 대체 뭐 하는 짓이야?”팀장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람 대체 정체가 뭐야?’‘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지?’‘이전에 동원구 본부에서 만났던 서효양보다 더 강력해…’팀장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하… 다들 갑옷 벗고, 총 내려…” 팀장은 군졸들을 향해 소리쳤다.팀장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군졸들은 하나둘씩 갑옷을 벗고, 총을 땅에 내렸다.한지훈의 등장에 십여 명의 군졸들은 모두 바보가 되고 말았다.이어서 한지훈은 곧바로 차 문을 열고, 차에서 울고 있던 강우연과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한지훈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
딸칵!팀장은 서둘러 총을 장전하였다.한지훈은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팀장을 주시하였다.그의 살벌한 눈빛은 순식간에 팀장의 기를 눌렀다.‘무…무서워…’‘도대체 정체가 뭐지…?’팀장은 잔뜩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어디 한 번 쏴봐! 쏴보라니까?” 한지훈은 팀장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하였다.“지금 나한테 겁주는 거야?”“그런다고 내가 겁먹을 줄 알았어?”팀장은 화가 난 나머지 방아쇠를 잡아당기려고 했다.“오만하다! 감히 누가 소란을 피우는 거지?”바로 이때, 천둥과 같은 고함 소리가 울려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무장을 한 반소명의 수많은 군졸들이 팀장과 그의 부하들을 에워쌌다!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게 되었다!반소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허리춤에서 총을 뽑아 들었다. “어서 총 내려놓지 못해?”팀장은 반소명의 어깨에 있는 훈장을 보고, 그 즉시 총을 내려놓았다.“아…”퍽!반소명은 그 즉시 팀장의 복부를 세게 걷어찼다.이어서 두 명의 군졸들이 순식간에 팀장을 붙잡았다!팀장은 그 두 명의 군졸들을 보며 버럭 화를 내기 시작하였다.“당장 이거 풀어! 나는 길 씨 가문의 사람이야! 심지어 큰 도련님은 곧 머지않아 군단장이 될 몸이야! 그분이 이 사실을 알고도 너희를 가만 놔둘 것 같아?”반소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길정우를 말하는 건가?”“그놈은 아직 군단장이 되지 않았어! 여봐라, 빨리 저놈의 부하들을 모조리 잡거라!”반소명의 명령하에 군졸들은 순식간에 팀장의 부하들을 모조리 붙잡았다.이후, 반소명은 한지훈을 보고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다.“선생님, 늦게 온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 군단장님께서 사모님과 자제분의 안위를 저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이후로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반소명도 즉시 체포한 군졸들을 데리고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강우연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많은 일들 때문에, 제
한지훈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엉엉 울고 있는 강우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조용히 있던 한고운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강우연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 울지 마… 엄마가 울면 나도 슬퍼…”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한고운을 꼭 껴안았다.“고운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강우연은 조심스럽게 한고운의 옷을 걷어 올렸다. 그녀의 등이 빨갛게 부어오른 것을 보자, 강우연은 심장이 미어질 듯이 아팠다.“지훈 씨, 어서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한지훈은 재빨리 한고운을 꺼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그 장면은 본 강 씨 가문 가족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어떡하지? 이제 우린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야…”“한 군단장까지 이 일에 끼어들다니… 우리 가문은 이제 오군 주군 본부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거야…”“어르신, 어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놈들 때문에 길 씨 가문에게 미움을 샀으니… 사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준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어서 길 씨 가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해야겠다.”“어서 빨리 준비해!”길 씨 가문 저택.한 군졸이 헐레벌떡 길정우에게 다가왔다.“중장님, 사고가 났습니다! 왕 팀장의 부하 군졸들이 모조리 오군 주군에게 잡혀갔다고 합니다.”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던 길정우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라고?! 오군 주군이 내 부하들을 데려가?”“어떤 놈이 감히 내 부하들을 데려간 거지?”“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군!”군졸이 대답하였다. “한 군단장님이 잡아가셨다고 합니다.”“한민학?! 감히 네까짓 게 내 부하들을 데려가? 지금 내가 임직하기 전이라고 텃세 부리는 건가?”길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뭐라고 했지?”“그… 그게 중장님께서 진급하시기 전까지는, 분란을 일으키기 말라고 하셨습니다… 한지훈이 한민학의 친구라고 합니다… 자신의 친구를 건드려서 화가 많이 난 듯합니다…”쾅!길정우는 탁자 위에 있는 꽃병을 던졌다
한편, 한지훈과 강우연은 아이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종합적인 검진을 받았으나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근육 손상 때문에 며칠 휴식해야 한다고 했다.처음엔 씩씩하게 아프지 않다고 하던 아이는 지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며 함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강우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한지훈의 얼굴에도 싸늘한 분노가 넘실거렸다. '길정우, 네가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검진을 마친 뒤 한지훈은 두 사람을 데리고 병원을 떠나려 했다.그러나 이때, 약간의 의문과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어? 한지훈? 정말 한지훈이잖아? 여기서 보네?"고개를 돌린 한지훈이 상대를 응시했다. 온몸에 명품을 걸친 훤칠한 남성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그의 곁에 찰싹 붙어 따라오던 여자는 거만하게 세 가족을 쳐다보고 있었다.화려하게 꾸민 여자는 몹시 관능적이었다. 그러나 얼굴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는데 여기저기 손을 댄 듯 싶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미간을 찌푸린 한지훈은 상대방을 떠올리려고 애썼으나 낯이 익을 뿐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다."잘난 한씨 집안 도련님이라 그런가, 옛친구는 까맣게 잊어버렸군. 간신히 죽다 살아나더니 이젠 나도 기억 안 나? 나야, 손민규. 예전에 네 따까리였잖아."손민규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던지듯이 씩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가식적이기 그지없었다. 특히 그의 눈빛에는 경멸이 서려 있었다."어머, 도련님이 저런 거지 같은 사람의 따까리였다고요? 설마요. 저 사람이 누군데요? "여자가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과 그의 곁에 있는 강우연을 쳐다보았다. 싸구려 옷을 걸친 강우연을 훑어보는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강우연은 남자를 홀릴만한 외모임은 틀림없었으나 그녀가 걸친 옷은 다 합쳐도 1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 '참나, 부끄럽지도 않나.'손민규가 비웃으며 대답했다."넌 잘 모르겠지만, 한지훈이라고, 한정그룹의 잘나가던 도련님이야. 근데 5년 전에 집안이 망했어. 다들 그때 한지훈도 죽은 줄 알
"하하, 맞아, 난 원래 이런 놈이야. 그래서 지금부터 널 짓밟아 보려고. 한때 잘나가던 한지훈 도련님이 내 발밑에서 꿈틀거리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짜릿하잖아. 기억 안 나? 네가 얼마나 잘난척하며 날 깔봤는지. 넌 그걸 되돌려받는 거라고."손민규는 여전히 오만한 목소리로 비열하게 웃으며 한지훈을 질책했다.그러나 한지훈은 그저 덤덤하게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널 깔본 게 아니야. 넌 정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니까. 용건 없으면 먼저 간다. 날 불러세운 게 단지 비웃기 위해서였다면 축하해, 소원 이뤘네."말을 마친 한지훈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강우연을 데리고 떠났다.손민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바로 저 태도가 문제였다. 하찮은 걸 바라보는 듯한 눈빛, 성인군자처럼 태연하고 담담한 저 태도가 손민규의 기분을 잡치게 했다."한지훈, 거기 서!"버럭 소리를 지를 손민규가 성큼성큼 다가가 한지훈의 멱살을 잡았다."아직도 네가 한정그룹 도련님인 줄 알아? 꿈 깨, 지금의 넌 빈털터리 거지새끼일 뿐이라고. 난 이제 네놈이 두렵지 않아." "저 잡종을 치료하려나 본데, 어떡하냐. 우리 집안 사람이 이 병원 이사야. 내 말 한마디면 네 딸은 진찰은커녕 약도 못 사 먹을걸?"손민규는 악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지금 당장 로비로 와!"몇 분 뒤, 우르르 몰려온 병원 보안요원들이 손민규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분부하십시오, 도련님."손민규가 거들먹거리며 강우연을 가리켰다."저 여자 손에 들린 약, 전부 회수해. 지금부터 저 새끼들을 진료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해고야. 참, 모든 병원에 연락 돌려서 저 새끼들을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려. 손우그룹 손민규 도련님의 지시라고 전해!"손민규가 사악하게 웃어 보였다."한지훈, 기분이 어때, 거지 같지? 한 대 치고 싶지? 그럼 한 대 쳐 보시든가. 하하하."퍽.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민규의 징그러운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다."네 뜻대로. 이런 이상한 부탁은
"네놈이 뭔데 감히 한 선생님께 이런 무례를 저질러!"손민규에게 삿대질하는 정도현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건강 검진을 받으러 막 병원에 들어서던 정도현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모욕을 당하고 있는 한지훈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는 즉시 분노했다. 한지훈이 어떤 사람인가. S시의 갑부, 이한승을 뒤에서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도 우러러봐야 하는 대단하신 분이란 말이다. 또는, 감히 함부로 쳐다볼 수조차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한지훈은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 도시의 거물들을 무릎 꿇릴 수 있는 존재였다.그런 대단하신 분이 별 볼 일 없는 벌레들에게 둘러싸여 모욕당하고 있으니 실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손민규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정도현과 그의 뒤를 따르는 살벌한 경호원들을 보며 그는 몸을 흠칫 떨어야 했다.손민규는 정도현의 정체를 몰랐다. 정도현은 비록 이 도시에서 유명한 사람이었으나 그를 직접 볼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이다.더구나 해외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손민규로서는 이 중년 남성이 바로 S시 뒤 세계의 거물, 정 나리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당신은 누구야."손민규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되물었다. 이 남성과 직접 맞붙는 건 그도 사양이었다."나도 몰라보는 애송이로군."정도현이 코웃음 치며 형형한 눈빛으로 손민규를 노려보았다. 자신의 명성이 겨우 이 정도였다니.손민규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누군지 알 게 뭐야. 왜, 저 자식을 대신해 빌기라도 하려고? 나 손우그룹 손민규야. 우리 아버지는 이 병원 이사고. 이래 봬도 우리 집안이 의료협회에 영향력깨나 행사하고 있어서 내 말 한마디면 당신과 저놈들은 어느 병원에서도 치료받을 수 없을걸. 그러니 나서기 전에 잘 생각해."손민규의 말은 사실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문의 위세는 확실히 올라갔다. 그의 누나가 다른 지방의 유명한 의사 집안에 시집가면서 손우그룹의 의료계 입지도 덩달아 높아졌던 것이다.그 뒤로 손민규는 그야말로 안하무인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의아하게 여기던 손민규는 불현듯 떠오른 기억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신이 그... 정 나리라고?""그래."정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이마에는 핏줄이 선명했다."웃기시네. 우리 아버지는 그분과 식사를 같이 한 적 있어. 나도 거기에 있었고. 그런데 감히 네놈이 그분 흉내를 내? 뭐해, 어서 저 자식도 잡아!"손민규가 큰소리로 명령했다.정도현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상태였다.손호중과 식사를 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몇 년 사이 꾸준히 몸을 만들었으니 어느 정도 용모가 변한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좋아. 당장 저 겁대가리를 상실한 애송이를 끌고 와."정도현이 살기등등한 목소리로 외쳤다.열 몇 명의 경호원들이 손민규에게 달려들었다. 병원 보안요원들은 나름 손민규를 보호하려 애썼으나 단숨에 제압당하고 말았다.혼비백산한 손민규가 버럭 고함질렀다."당... 당신들 가까이 오지 마! 나 손우그룹 도련님이야. 우리 아버지는 손호중이라고. 날 건드리면 우리 아버지가 가만있지 않을걸?"퍽, 묵직한 타격음이 들려왔다.앞으로 나선 정도현의 주먹질 한 번에 손민규가 털썩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정도현이 싸늘하게 일갈했다."당장 네놈 아비에게 이르거라. 네놈 아비가 어떻게 나올지 나도 궁금하구나."터진 입술을 만지작거린 손민규가 울음을 터뜨렸다. 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 그가 서럽게 울부짖었다."아버지, 얼른 우리 병원으로 와줘! 누가 날 때렸어! 이 사람들 감히 정 나리 행세를 하고 있어."한참 회의 중이던 손호중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화를 냈다."뭐라고? 정 나리 행세를 하는 잡놈에게 맞았다고? 빌어먹을. 어떤 새끼야! 아들아, 조금만 기다리거라. 내가 곧 가마! 그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전화를 끊은 손민규가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두고 봐. 우리 아버지가 오시면 네놈들도 끝이야."정도현은 발악하는 손민규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자기 양복을 정리했다. 이내 한지훈을
손민규가 코웃음 쳤다. 그는 이젠 비웃음과 경멸의 감정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나대는 것도 이젠 끝이야. 너는 곧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구하게 될 테니까."잔뜩 거들먹거린 그가 얼른 아버지를 맞이했다."아버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이거 봐봐.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얻어터졌어!"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모자란다고 해야 할지, 손민규는 다 큰 성인임에도 엉엉 울며 아버지에게 고자질했다.주변 사람들도 수군거렸다."헉, 손호중이 진짜 나타났어. 저 사람들 오늘 무사히 병원을 나서긴 글렀군.""그러게. 손씨 가문은 받은 건 반드시 되갚아 주는 거로 유명하잖아. 사실 손민규가 행패를 부린 게 하루 이틀이야? 간호사들도 엄청 많이 건드리고 다녔잖아.""하긴, 세상에 착한 부자가 어디 있다고."잔뜩 얻어터진 제 아들을 바라보는 손호중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누가 겁도 없이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어. 당장 나와. 죽여버리겠어!"소중한 아들이, 그것도 자기 병원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다니! 손호중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만약 소문이 퍼진다면 그야말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했다."내가 그랬다."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망설임 없이 나선 정도현이 싸늘한 얼굴로 손호중을 노려봤다.분노로 눈에 뵈는 게 없었던 손호중이 대뜸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서며 버럭 호통쳤다."네놈이 내 아들에게 손댔겠다! 당장 저놈을..."드디어 눈앞의 사람을 제대로 마주한 그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왠지 정도현 나리로 보이는데... 눈이 잘못된 건가?"그래, 날 죽여버리겠다고."정도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가 내뿜는 오싹한 살기에 손호중은 편히 숨 쉴 수조차 없었다.'정말 정도현 나리잖아!'"나리... 나리께서 여긴 어떻게... 아이고, 제가 실언했습니다!"손호중은 바로 굽신거리며 정도현에게 아부했다.정도현이 짧게 코웃음 치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자식 교육이 말이 아니군."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