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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손민규가 코웃음 쳤다. 그는 이젠 비웃음과 경멸의 감정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나대는 것도 이젠 끝이야. 너는 곧 내 앞에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구하게 될 테니까."

잔뜩 거들먹거린 그가 얼른 아버지를 맞이했다.

"아버지,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이거 봐봐. 저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얻어터졌어!"

뻔뻔하다고 해야 할지, 모자란다고 해야 할지, 손민규는 다 큰 성인임에도 엉엉 울며 아버지에게 고자질했다.

주변 사람들도 수군거렸다.

"헉, 손호중이 진짜 나타났어. 저 사람들 오늘 무사히 병원을 나서긴 글렀군."

"그러게. 손씨 가문은 받은 건 반드시 되갚아 주는 거로 유명하잖아. 사실 손민규가 행패를 부린 게 하루 이틀이야? 간호사들도 엄청 많이 건드리고 다녔잖아."

"하긴, 세상에 착한 부자가 어디 있다고."

잔뜩 얻어터진 제 아들을 바라보는 손호중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누가 겁도 없이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들었어. 당장 나와. 죽여버리겠어!"

소중한 아들이, 그것도 자기 병원에서 누군가에게 얻어맞다니! 손호중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만약 소문이 퍼진다면 그야말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을 것이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했다.

"내가 그랬다."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망설임 없이 나선 정도현이 싸늘한 얼굴로 손호중을 노려봤다.

분노로 눈에 뵈는 게 없었던 손호중이 대뜸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서며 버럭 호통쳤다.

"네놈이 내 아들에게 손댔겠다! 당장 저놈을..."

드디어 눈앞의 사람을 제대로 마주한 그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왠지 정도현 나리로 보이는데... 눈이 잘못된 건가?

"그래, 날 죽여버리겠다고."

정도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가 내뿜는 오싹한 살기에 손호중은 편히 숨 쉴 수조차 없었다.

'정말 정도현 나리잖아!'

"나리... 나리께서 여긴 어떻게... 아이고, 제가 실언했습니다!"

손호중은 바로 굽신거리며 정도현에게 아부했다.

정도현이 짧게 코웃음 치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자식 교육이 말이 아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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