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깨달은 네놈도 참 대단해."정도현이 코웃음 쳤다.그 말에 손민규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 원망과 두려움이 복잡하게 뒤섞이며 마음이 심란해졌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게 우선이었다."죄송합니다, 나리. 제가 나리를 몰라뵙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손호중도 얼른 사과했다."나리, 정말 면목 없습니다. 제 아들 녀석이 이런 면에서는 좀 둔합니다. 제가 언제 한번 찾아뵙고 제대로 사죄드리겠습니다."부자를 철저히 무시한 정도현이 한지훈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공손한 목소리로 물었다."한 선생님, 어찌할까요?"손호중과 손민규는 물론이고, 현장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S시의 거물이 별 볼 일 없는 젊은이에게 허리를 숙이다니.이 장면은 의아함을 넘어 괴기스럽기까지 했다.한지훈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넋 놓고 자신을 쳐다보는 손민규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날 모든 병원의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리겠다고? 그럼 이건 어때, 지금부터 모든 병원과 기업에 연락해서 손우그룹과의 거래를 전부 끊어버리는 거야."그 말을 듣고 울컥한 손민규가 벌떡 일어서며 한지훈에게 삿대질했다."한지훈! 너 뭐 하는 새끼야. 거래를 끊어버리겠다고? 망상이 지나친 거 아니야?"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모멸감으로 손민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머리로는 도저히 정도현과 한지훈 사이의 연결점을 찾을 수 없었다.5년이나 종적을 감추었던 망한 가문의 도련님이 뭘 할 수 있다고. 이 사건은 그저 단순한 우연일 게 분명했다.정도현이 차갑게 비웃었다."한 선생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미간을 찌푸리고 한지훈의 정체를 고민하던 손호중이 얼른 비굴하게 웃으며 정도현에게 아부했다."나리, 저분은 누구십니까? 대체 누구시길래 나리께서 이러시는 건가요?""흥, 자네가 알아서 뭐 하려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정도현이 쌀쌀맞게 대답했다.손호중의 표정이 한없이 구겨졌다. 쓴웃음을 지은 그
손민규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여전히 한지훈을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한지훈, 너 원래 이렇게 뻔뻔한 놈이었냐? 허세 부리는 것도 정도껏 해. 우리 손우그룹이 얼마나 대단한 의료기업인지 알기나 해? 무려 S시 5개 대학병원과 의료협회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네놈 말 한마디에 무너질 손우그룹이 아니란 말이야. 웃기지도 않네."손호중도 껄껄 웃었다. 정도현이 이따위 덜떨어진 사람을 데려다 쇼하는 게 몹시도 같잖아 보였다.그러나 한지훈 곁에 우뚝 서 있는 정도현은 왠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두 부자를 쳐다보고 있었다.담담하게 웃어 보인 한지훈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때가 되면 알겠지.""좋아. 10분 동안 잘 증명해 봐. 다음엔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몹시 기대되는군."손민규가 이죽거렸다.한지훈이 바로 망해버린 한정그룹 자제라는 사실을 아들로부터 전해 들은 손호중도 전혀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약속한 시각이 거의 다가오자 손민규가 참지 못하고 또 도발했다."한지훈, 곧 10분이 다 돼가는데 왜 아무 소식도 없냐?"한지훈은 여전히 덤덤했다.바로 이때, 양복 차림의 남성이 허옇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오며 손호중에게 보고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17개 의료기관에서 동시에 우리 손우그룹과의 계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또한 5개 대학병원 이사직도 박탈당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누군가 거대한 자금을 들여 손우그룹을... 인수했습니다."로비에 있던 사람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손호중이 경악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뭐, 다시 말해봐! 다시 말해보라고! 정말 모조리 거래를 중단했다고? 그룹이 인수됐다고? 지금... 우리 그룹이 망했다는 거야?""그렇습니다... 손우그룹은 파산했습니다..."수행비서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심장은 쿵쿵 소리를 내며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손호중은 눈앞이 깜깜해졌다.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멀쩡한 기업이 망한다고? 말도 안 돼!손호중이 몇몇 협력
손우그룹이 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7분이었다.한지훈이 어딜 봐서 별 볼 일 없는 망한 가문의 자제란 말인가. 그는 분명 거물이 틀림없었다.S시의 갑부도 이 정도의 권력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제 아버지가 망연하게 주저앉은 모습을 본 손민규도 덩달아 절망했다. 아버지 곁에 털썩 주저앉은 그가 울부짖었다."아버지... 이제 우리 어떡해? 우리 진짜 망한 거야? 그럼 스포츠카랑, 별장이랑... 다 빼앗기는 거야?"철썩, 또 손민규의 얼굴로 손바닥이 날아왔다."이게 다 네 놈 때문이다!"당황한 손민규가 엉엉 울며 손호중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아버지!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린 의료협회 이사라고! 전 회장님께 연락드리자. 아는 인맥을 전부 동원하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야.""맞아, 전 회장님이 계셨지!"손호중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을 쳐다보았다."우리 집안이 이렇게 쉽게 망할 리 없어. 의료협회에 연줄이 있거든."손호중이 S시 의료협회 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우는 소리를 냈다."전 회장님. 접니다, 손호중이요. 회장님, 부디 저 좀 도와주십시오. 손우그룹에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글쎄 어떤 애송이가 무슨 수를 썼는지 저희 그룹이 하루아침에 파산했지 뭡니까... 저희 가문을 구해줄 수 있는 건 회장님밖에 없습니다."뚱뚱한 중년 남성이 의료협회 회장 사무실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전화를 받았다.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얼굴이 분노로 씰룩거렸다."뭐라고? 손우그룹을 파산하게 했다고? 어떤 미친놈이 그런 짓을. 의료협회와 척지겠다는 심보로군. 내가 당장 해결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전화를 끊은 전동해가 얼른 병원으로 출발하라고 수행원들에게 명령했다.굽신거리며 한참 하소연하던 손호중은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가 이내 한지훈에게 이를 드러냈다."넌 끝났어. 손우그룹과 척지는 건 의료협회와 척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젠 널 도
전동해가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며 다가왔다. 권력가 특유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그를 보며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환자들도 서둘러 뒤로 물러서긴 마찬가지였다.그의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전동해를 발견한 손호중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얼른 그를 맞이했다."전 회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제발 우리 손우그룹 좀 살려주십시오!"손호중을 쳐다본 전동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말어. 의료협회의 사람이 외부인에게 당하는 걸 내가 두고 볼 리 없잖나. 설령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그건 우리 협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어디서 외부인이 주제넘게 나서!"전동해는 말을 하면서 정도현과 한지훈 쪽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그의 주의력은 전부 정도현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한지훈은 너무 보잘것없어 보였으니까.눈썹을 치켜올리며 정도현을 뚫어져라 쳐다본 그가 싸늘하게 말했다."정도현 자네가 손우그룹에 손댔나? 아무리 이 도시의 막강한 권력가라곤 하나 우리 의료협회를 함부로 건드릴 자격은 없을 텐데. 손우그룹은 우리 의료협회에 속해 있어. 건드리기 전에 적어도 내 허락은 맡아야 하는 거 아닌가?"전동해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음산하게 지껄였다.S시의 사람들은 정도현을 두려워했으나 그는 아니었다.일단 전동해와 정도현 사이엔 직접적인 이해 충돌이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전동해는 의료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기에 정도현도 쉽게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흙빛이 된 정도현은 끝내 입을 열지 않는 한지훈을 흘끔거렸다. 순간 한지훈이 그를 시험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결심을 내린 정도현이 한발 다가가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충고 하나 하자면 전 회장도 이 일에서 손을 떼는 게 좋을 겁니다. 회장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말이지요."정도현이 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전동해가 싸늘하게 얼굴을 굳히며 비웃음을 흘렸다."기어코 의료협회와 척지겠다는 거군. 본인이 주먹질로 그 자리까
모든 이의 시선이 그 남성에게 쏠렸다. 그를 발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검은 양복 차림의 소지성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살벌한 그의 분위기는 전동해를 훨씬 압도했는데 최상위 포식자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경외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시... 시장님? 여긴 어떻게?"전동해가 얼른 그에게 다가가 살갑게 인사했다.그러나 소지성은 전동해를 무시로 일관하는 동시에 손호중 부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윽고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 곁으로 다가간 그가 슬쩍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한 선생님, 좀 늦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S시의 시장마저도 저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이다니!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전동해의 낯빛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슬슬 엄습해 오는 불안함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손호중과 손민규도 창백하게 질린 채로 식은땀을 뻘뻘 흘려댔다. 그들은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지성과 한지훈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들은 이젠 한지훈이 두렵기까지 했다.한지훈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시장조차도 그에게 고개를 조아리다니. 이건 그야말로 빅뉴스였다.소문 속 망한 가문의 빈털터리 그 '한지훈'과는 너무나도 다른 행보였다.한지훈도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소 시장님, 전 회장은 여러 차례 권리로 사욕을 도모하고 자신의 직권을 남용했습니다. 이런 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소지성이 엄숙한 목소리로 전동해에게 말했다."현 시간부로 당신은 의료협회 회장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또한 감찰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소지성은 전동해에게 사형을 선고한 거나 다름없었다.그동안 몰래 해온 짓들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몇십 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해야 했다.소지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열 몇 명의 감찰부 인사
전동해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압박을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도 씨 가문은 신분이 높고 권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용국에서의 인맥 또한 최소 시장급 인물들이었다.그런데 한낱 S 시 시장이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그럼 상대방이 감당해야 할 결과는 풍비박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더군다나 도 씨 가문은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이 선택한 사람을 옹호하기로 유명했다. 전동해는 도 씨 가문이 특별히 선택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전임 시장이 콕 집어서 S 시 의료 협회에 꽂은 사람이기에 소지성이 지금 이렇게 함부로 그의 직위를 파면하는 건 도 씨 가문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전임 시장과 원한을 맺은 거나 다름없었다.S 시의 전임 시장 기이준은 현재 H 시에 서기관으로 파견 갔기에 그곳에서는 거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신분이었다!그런데 보잘것없는 S 시의 시장 따위가 감히 기 서기관의 뜻을 거역하다니! 그러다가 시장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도 씨 가문의 배후에는 용국의 명의 손강수가 있으며 손 명의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용국에서 내로라하는 레전드급 인물들도 전부 손강수의 환자였으며 용각 4대 원로들도 주기적으로 손강수와 만남을 가졌다.손강수는 용국에서 그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으로 모든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전에 용국에서 발생했던 두 차례 역병에서도 손강수가 앞장서서 해결했던 것이며 덕분에 용국 수십만 명 국민의 생명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그 뒤로부터 용국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전동해의 말을 듣고 있던 소지성은 순식간에 눈살을 확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전동해 씨! 경기도 인천이 아니라 S 시입니다! 전동해 당신의 의료 협회는 더더욱 아니고요! 저 소지성이 당신의 직위를 파면하는 결정에는 그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파급력이 아무리
말을 하던 소지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큰 포부를 안고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들이 너무 많았다.고개를 끄덕이던 한지훈은 전동해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상대방과 전화 연결에 성공한 전동해는 허리를 깊숙이 굽힌 채, 깍듯하고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도 가주님! 전동해입니다. 부탁을 드릴 일이 생겨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발 저를 좀 구해주세요! 소지성 저 사람이 어린놈 하나를 위해서 제 의료 협회 회장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따라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도 가주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전화기 너머 멀리 용국 중부 인천의 제1 명문 가문 저택에 있던 도승관은 인천 시장의 회진이 끝나자마자 전동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안색이 살짝 어두워진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소지성이 네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잠깐 기다려. 내가 지금 당장 기이준 서기관에게 전화를 해서 이 일을 직접 처리하라고 하지!”도승관은 전화를 끊자마자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내 기이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기 너머 H 시 서기관 사무실에 있던 기이준은 갑자기 걸려 온 도승관의 전화에 환하게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하하, 도 명의께서 어쩐 일로 저에게 전화를 하셨나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높은 위치에 오랫동안 자리한 기이준은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상대방이 입을 열지 않아도 전화한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도승관은 경기도에서 소문난 명의로 용국 손강수 명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이었다. 기이준도 예전에 도승관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픈 곳이 말도 안 되게 깔끔하게 완치됐다.“기이준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소지성 그 사람이 전동해의 S 시 의료 협회 회장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설치고 있어요! 혹시 이 일, 알고 있나요?”도승관의 말에 화들짝 놀란 기이준이 재빨리 대답했다.
갑자기 젊은 목소리가 들리자 기이준은 눈살을 확 찌푸리더니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그쪽은 누구예요? 소지성 씨는 어디 있어요? 당장 전화 바꾸세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랑 얘기하시죠. 제 요구는 딱 한 가지입니다. 전동해 저 사람의 직위를 파면하는 거죠. 이게 제 뜻입니다. 기 서기관님이 동의하지 않으시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직위까지 같이 파면해야 할 것 같습니다!”한지훈의 싸늘한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한지훈 저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미친 건가? 감히 기이준 서기관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다니!H 시 최고 권력자 곁에 있는 서기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기이준은 차기 최고 권력자의 유력한 후보였다. 때문에 그의 직위를 파면하려면 반드시 H 시 대회와 주요 요원들의 투표가 있어야 했다.전동해와 손호중 그리고 손민규는 한없이 건방진 한지훈의 헛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이내 비꼬는 듯이 쳐다보았다.“네놈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감히 기이준 서기관님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하하!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전동해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를 비꼬았고 손호중과 손민규도 말을 보탰다.“한지훈! 너 진짜 미쳤구나! 네가 정도현과 소지성을 알고 있다고 해서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저분은 기이준 서기관님이야! H 시에서 엄청 유명한 분이라고! 저분 한마디에 S 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 S 시 시장도 저분 의견을 존중하고 고려해야 하는데 네가 감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기이준 서기관님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정말 웃기지도 않는 소리!”사람들의 비아냥거림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한지훈은 핸드폰에 대고 다시 입을 열었다.“기이준 서기관님, 결정은 하셨나요?”“감히 건방지게! 당신 누구예요? 감히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소지성 씨 바꾸라고요!”전화기 너머 기이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