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해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압박을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도 씨 가문은 신분이 높고 권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용국에서의 인맥 또한 최소 시장급 인물들이었다.그런데 한낱 S 시 시장이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그럼 상대방이 감당해야 할 결과는 풍비박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더군다나 도 씨 가문은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이 선택한 사람을 옹호하기로 유명했다. 전동해는 도 씨 가문이 특별히 선택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전임 시장이 콕 집어서 S 시 의료 협회에 꽂은 사람이기에 소지성이 지금 이렇게 함부로 그의 직위를 파면하는 건 도 씨 가문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전임 시장과 원한을 맺은 거나 다름없었다.S 시의 전임 시장 기이준은 현재 H 시에 서기관으로 파견 갔기에 그곳에서는 거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신분이었다!그런데 보잘것없는 S 시의 시장 따위가 감히 기 서기관의 뜻을 거역하다니! 그러다가 시장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도 씨 가문의 배후에는 용국의 명의 손강수가 있으며 손 명의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용국에서 내로라하는 레전드급 인물들도 전부 손강수의 환자였으며 용각 4대 원로들도 주기적으로 손강수와 만남을 가졌다.손강수는 용국에서 그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으로 모든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전에 용국에서 발생했던 두 차례 역병에서도 손강수가 앞장서서 해결했던 것이며 덕분에 용국 수십만 명 국민의 생명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그 뒤로부터 용국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전동해의 말을 듣고 있던 소지성은 순식간에 눈살을 확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전동해 씨! 경기도 인천이 아니라 S 시입니다! 전동해 당신의 의료 협회는 더더욱 아니고요! 저 소지성이 당신의 직위를 파면하는 결정에는 그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파급력이 아무리
말을 하던 소지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큰 포부를 안고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들이 너무 많았다.고개를 끄덕이던 한지훈은 전동해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상대방과 전화 연결에 성공한 전동해는 허리를 깊숙이 굽힌 채, 깍듯하고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도 가주님! 전동해입니다. 부탁을 드릴 일이 생겨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발 저를 좀 구해주세요! 소지성 저 사람이 어린놈 하나를 위해서 제 의료 협회 회장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따라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도 가주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전화기 너머 멀리 용국 중부 인천의 제1 명문 가문 저택에 있던 도승관은 인천 시장의 회진이 끝나자마자 전동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안색이 살짝 어두워진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소지성이 네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잠깐 기다려. 내가 지금 당장 기이준 서기관에게 전화를 해서 이 일을 직접 처리하라고 하지!”도승관은 전화를 끊자마자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내 기이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기 너머 H 시 서기관 사무실에 있던 기이준은 갑자기 걸려 온 도승관의 전화에 환하게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하하, 도 명의께서 어쩐 일로 저에게 전화를 하셨나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높은 위치에 오랫동안 자리한 기이준은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상대방이 입을 열지 않아도 전화한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도승관은 경기도에서 소문난 명의로 용국 손강수 명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이었다. 기이준도 예전에 도승관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픈 곳이 말도 안 되게 깔끔하게 완치됐다.“기이준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소지성 그 사람이 전동해의 S 시 의료 협회 회장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설치고 있어요! 혹시 이 일, 알고 있나요?”도승관의 말에 화들짝 놀란 기이준이 재빨리 대답했다.
갑자기 젊은 목소리가 들리자 기이준은 눈살을 확 찌푸리더니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그쪽은 누구예요? 소지성 씨는 어디 있어요? 당장 전화 바꾸세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랑 얘기하시죠. 제 요구는 딱 한 가지입니다. 전동해 저 사람의 직위를 파면하는 거죠. 이게 제 뜻입니다. 기 서기관님이 동의하지 않으시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직위까지 같이 파면해야 할 것 같습니다!”한지훈의 싸늘한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한지훈 저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미친 건가? 감히 기이준 서기관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다니!H 시 최고 권력자 곁에 있는 서기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기이준은 차기 최고 권력자의 유력한 후보였다. 때문에 그의 직위를 파면하려면 반드시 H 시 대회와 주요 요원들의 투표가 있어야 했다.전동해와 손호중 그리고 손민규는 한없이 건방진 한지훈의 헛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이내 비꼬는 듯이 쳐다보았다.“네놈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감히 기이준 서기관님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하하!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전동해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를 비꼬았고 손호중과 손민규도 말을 보탰다.“한지훈! 너 진짜 미쳤구나! 네가 정도현과 소지성을 알고 있다고 해서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저분은 기이준 서기관님이야! H 시에서 엄청 유명한 분이라고! 저분 한마디에 S 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 S 시 시장도 저분 의견을 존중하고 고려해야 하는데 네가 감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기이준 서기관님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정말 웃기지도 않는 소리!”사람들의 비아냥거림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한지훈은 핸드폰에 대고 다시 입을 열었다.“기이준 서기관님, 결정은 하셨나요?”“감히 건방지게! 당신 누구예요? 감히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소지성 씨 바꾸라고요!”전화기 너머 기이준은
H 시 최고 권력자 동문혁은 기밀문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울린 사무실 전화기에 경보 등까지 반짝거리자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은 뒤, 깍듯하고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동문혁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전화기 너머로 싸늘하고 차가운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상부 지시를 받고 통보 드립니다. H 시 동문혁 씨의 부하인 기이준 서기관은 권력을 남용하고 국가 재산으로 개인 사욕을 챙긴 죄로 지금 당장 서기관 직위를 파면하고 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조만간 감찰 부서에서 직접 이 일을 처리하러 갈 겁니다!”“네… 네! 분부대로 처리하겠습니다.”순간, 동문혁은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고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상대방이 전화를 끊자 그는 그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내려놓았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쳤다.“지금 당장 기이준의 서기관 직위를 파면하도록 해! 그리고 감찰 부서 사람들이 조사할 수 있도록 당장 내 앞에 데리고 와!”전화를 끊은 동문혁은 온몸에 힘이 풀려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기이준은 동문혁이 직접 키운 부하이기에 기이준이 조사를 받게 되면 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기이준 저놈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고 어떤 대단한 사람을 건드렸기에 갑자기 이런 통보를 받게 된 걸까?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수상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동문혁은 직접 알아보기로 마음먹고 다급하게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기이준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사무실에 앉아있었다.상대방이 감히 겁도 없이 5분 안에 그의 서기관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다니. 정신 나간 헛소리가 틀림없었다!기이준은 사무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자신만만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심장이 계속 쿵쾅거렸다!설마 상대방에게 정말 그 정도 실력이 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목소리만으로
동문혁의 말은 기이준에게 사형을 내린 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시장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전 시장님의 가장 든든한 부하잖아요! 시장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세요!”하지만 동문혁은 기이준의 발악에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손을 쓱 휘둘렀다. 그러자 총을 든 군졸들이 기이준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이내 감찰 부서의 차가 시청 앞에 멈췄고 빠르게 기이준을 차에 태웠다. 근처에 숨어있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기자들은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고 이 뉴스는 순식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이와 동시에, S 시 병원에서.전동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사악하게 말했다.“소지성 씨, 지금이라도 얼른 서기관님에게 사과를 하세요. 안 그러면 당신 시장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요!”“전동해 씨! 그런 말로 저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저 소지성은 평생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았고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한 번도 저지른 적이 없어요!”소지성은 코웃음을 치며 허리를 쫙 편 채,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말에 전동해가 비꼬기 시작했다.“그래요! 소지성 씨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네요! 그런데 지금 고작 저런 어린놈을 위해 감히 날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하다니! 당신은 지금 기 서기관님과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민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제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전동해의 압박에 소지성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지금 기이준과 도 씨 가문을 동시에 건드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날이 순탄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그렇게 되면 자신의 열정을 보여줄 기회도 없을 것이고 오랜 목표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소지성은 절대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저 소지성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돈에 영혼을 팔지 않습니다! 한지훈 씨가 이 자리에 없었더라도 저는 전동해 당신을 언젠가는 잡으러 갔을 겁니다!”소지성은
전동해는 고개를 들어 경악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쳐다보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야?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 말도 안 되잖아! 한 씨 가문의 잔당 따위가 어떻게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어!”그의 말에 한지훈이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전동해, 더 할 말 있어? 도 씨 가문에도 전화해 보지 그래?”눈을 번쩍거리던 전동해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도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애원하듯이 소리를 질렀다.“도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기이준 서기관님이 감찰 부서 사람들에게 끌려갔어요! 이제 전 어떡해야 하나요? 전 어떡하죠?”지금 이 순간, 전동해는 드디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상황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그는 몇십 년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전화기 너머 도승관도 깜짝 놀란 듯 되물었다.“뭐라고? 기이준이 감찰 부서 사람들에게 끌려갔다고? 확실한 거야?”“확실합니다! 뉴스에도 보도됐어요! 도 가주님! 전 이제 어떡해야 하죠?”울먹이며 말하는 전동해의 말에 도승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기이준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끌려가다니! 분명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린 후과다!“전동해! 너 누구를 건드린 거야? 당장 얘기해! 상대방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H 시 시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거야! 하나도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얘기해!”도승관이 뭔가 눈치채고 묻자 전동해가 얼른 대답했다.“도 가주님! 그저 별 볼일 없는 버러지 같은 놈입니다. 5년 전에 S 시에서 멸망 당한 한 씨 가문의 잔당입니다. 저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위에 있는 분들의 싸움에 기이준 서기관님이 새우 등 터진 꼴이 된 거 아닐까요?”잠시 생각하던 도승관은 전동해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멸망 당한 가문의 잔당에게 이렇게까지 대단한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상부 관리자들의 싸움에 기이준이 희생양이
싸늘하고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도승관은 당장이라도 S 시에 달려가 상대방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감히 겁도 없이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가주에 용국 손강수 명의의 제자에게 건방을 떨다니!“이봐요, 친구. 그쪽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정도현과 소지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럼 굳이 원한을 맺을 필요 없이 말로 잘 푸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서로 손해를 보면서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한지훈 씨가 전동해와 손 씨 가문만 봐준다면 저희 도 씨 가문에서 이 은혜를 기억하겠습니다. 나중에 한지훈 씨에게 난감한 상황이 생기거나 병이라도 걸리면 저 도승관을 찾아오세요. 어때요?”도승관은 포기하지 않고 구구절절 얘기하며 한지훈을 설득하려고 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당신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네요.”한지훈의 말에 도승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대꾸했다.“그럼요. 제 의술이 웬만한 의사보다 훨씬 나아요.”“근데, 차라리 제가 손강수 명의를 찾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도승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그의 말을 끊으며 덤덤하게 묻자 순식간에 도승관은 온몸에 핏줄이 터지는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잠시 흠칫하던 도승관은 숨을 크게 들이켠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이봐, 젊은이! 적당히 해요! 손강수 명의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 제 사부님은 국내외에서 가장 유명한 레전드급 사람들만 진찰한다고요! 당신 같은 S 시의 잔당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사부님을 만나요!”도승관은 겁도 없이 건방을 떠는 상대방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손강수 명의께서 자신의 제자가 이렇게 권력을 남용하고 허세를 부리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그의 말에 도승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손강수는 자신의 의술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제일 싫어했지만 사업가 출신의 도승관은
곁에 있던 정도현도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는 한지훈의 신분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용국의 전설인 손 명의에게 연락을 한다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너무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하지만 이와 반대로 흠칫하던 소지성은 한지훈의 진짜 신분을 생각해 보더니 일말의 걱정도 하지 않았다. 용국의 파이터 킹은 당연히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한지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손강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혹시 제자들 중에 도승관이라는 사람이 있나요?”멀리 용경에 있던 손강수는 한지훈의 전화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경 갑부와 용경 시장의 진찰을 중단시켰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총사령관님, 갑자기 그런 왜 물으세요? 저에게 도승관이라는 제자가 있긴 합니다. 아마도 경기도 인천의 도 씨 가문 사람일 겁니다.”손강수가 깍듯하고 존경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70세가 넘은 손강수는 몸도 건강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고 온몸에서 정의감이 뿜어 나왔다.“도승관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듭니다. 저 대신 경고 좀 전해주세요. 제가 하는 일에 계속 태클을 걸면 도 씨 가문에 책임을 물을 겁니다.”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 만약 그가 손강수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분명 지금쯤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을 것이다.한지훈의 말뜻을 알아차린 손강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총사령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그 건방진 제자를 잘 처리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손강수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도 씨 가문 저택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도승관은 한지훈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사부님이 나에게 직접 연락하게 만들겠다고? 허허, 허세가 아주 하늘을 찌르네!’바로 이때, 다급한 핸드폰 진동 소리에 깜짝 놀란 도승관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손강수였다!어안이 벙벙한 도승관은 상황 파악을 할 겨를도 없이 전화를 받아 공손하고 깍듯한 태도로 인사
만약 이 없었더라면 한용은 지난 20년간, 무적천과 어깨를 겨누며 4성 천급 천신의 경지까지 쉽게 오를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스스로 모색하고 깨달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무적천과는 달리, 한 씨 집안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까지 손에 넣게 됐으니, 그 무엇보다도 탄탄한 백전백승의 체계를 보유하게 됐다. 능력이 진화하는 속도든, 각종 역량에 대한 장악 정도든 그들은 그 어느 하나 무적천에 뒤쳐지는 게 없었다. “너...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어!”눈치 빠른 허연생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차갑게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난 오늘 반드시 널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곧이어 한지훈은 쏜살같이 앞으로 한걸음 뛰어나와 한 주먹으로 허연생의 급소를 쳤다. 허연생은 비록 한지훈에 비해 얻은 깨달음도 적고 게다가 실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어찌 됐든 한 세대를 장악했던 강자였기에 역시나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한지훈의 주먹을 보아낸 그는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도리여 한지훈의 아랫배를 강하게 내리쳤다. “후!” 순간 한 줄기의 강한 바람과 기운이 한지훈의 급소를 공격하게 됐다. 분명 같은 주먹임에도 불구하고, 허연생이 뻗은 이 주먹은 비록 보기에는 그렇게 큰 기세는 아니었지만 힘이 매우 강했다. 그는 모든 힘을 한 주먹에 집중하여 최대한 기운을 폭발시킬 수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역공격에 당황한 한지훈은 더욱 정신을 다잡고는 급히 주먹을 휘두르며 방어하였다. “팍!”그렇게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게 되었고, 모두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을 통제하고 있긴 했지만 그 충돌 소리는 매우 컸다. 두 강자가 뿜어낸 엄청난 기운에, 마당에 있던 바위마저도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죽어!”허연생은 손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 그러자 푸하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의 독기가 그의
‘허연생? 이 사람은 이미 30년 전에 무종에서 물러난 사람 아니야?’ 사실 허연생에게는 휘황찬란한 과거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무종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수십 개 종문의 장교 문주들을 무너뜨리고는 무신종과도 대결을 겨룬 강자였다. 당시 무적천은 매우 의기양양하게 바로 허연생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2성 현급 천왕계 밖에 다다르지 못한 무적천과는 달리, 허연생은 당시 이미 4성 천급 천왕에 다다르게 됐다. 그러나 허연생은 무적천에 의해 패배하게 되었고, 심지어 중상까지 입어 하마터면 무신종에서 참사할 뻔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무적천이 조금이라도 힘을 주체하지 못했더라면, 허연생은 진작에 그곳에 무덤으로 남게 됐을 것이다. 그렇게 무적천에게 패한 후로부터 허연생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줄곧 무종에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동안 그에 대한 소문도 무성했다. 어떤 사람은 그가 자살하여 죽었다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가 수치심을 느끼고 자취를 감췄다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오늘 예상치 못한 허연생의 출현은 한지훈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실 그는 허연생을 꺼리는 것보다도, 낙 선생의 배후에 있는 세력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 답답했다. 그동안 30여 년 동안 자취를 감춰온 사람을 이렇게 손쉽게 드러내는 낙 선생의 절대적인 힘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말없이 조용히 있는 한지훈의 모습에 허연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봐, 청년. 내 명성을 듣게 된 이상 굳이 내가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 당장 무릎 꿇어!”“한지훈, 어서 비켜. 이 일은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강만용은 급히 앞으로 나가 한지훈을 타일렀다. 그 또한 허연생의 명성에 대해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허연생은 그야말로 모든 경계를 막론하고도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었다. “강로 님은 그동안 용국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각로라는 칭호에 절대 부
순간 어안이 벙벙 해난 집행 대원은 떨어진 손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손목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됐다. “아악! 내 손!”이내 집행 대원이 손을 뻗어 상처를 부여잡자, 피가 미친 듯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장문로도 깜짝 놀랐다. “나야!”바로 그때, 한지훈이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손으로 그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아이를 풀어주면 네 목숨만은 부지하게 해 줄게. 그렇지 않으면 넌 오늘 이곳에서 죽게 될 거야.”한지훈의 얼굴을 똑똑히 보아낸 장문로는 순간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한지훈이 더 이상 북양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장문로는 얼굴에 흉악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아, 역시나 너희 사이에 뭔가 결탁이 있긴 하나 보네! 차라리 잘 됐어. 굳이 강중까지 찾아가서 사람 잡을 일은 덜게 됐네!”“여봐라, 당장 한지훈을 치워내!” 곧이어 10여 명의 집법 대원들이 동시에 권총을 꺼내 들어 총구를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겨누었다. 필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양 왕의 신분을 지니고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한지훈을 얕잡아 볼 수는 없었다. 십여 자루의 권총을 마주하고도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을 뿐, 그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크흠!”바로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검복을 입은 한 노인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지훈, 낙 선생은 진작에 네가 이렇게 반드시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어!” 노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한지훈 또한 그 노인을 훑어보았는데, 노인은 뜻밖에도 삼성 천왕계의 고수였다. 보아하니 낙 선생이 이번에 제대로 벼른 듯했다. “난 바로 낙 선생의 명령을 받들고 너를 잡으러 온 거야!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너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 좀 거칠어질 수도 있거든.” 삼성 지급 천왕계는 역시나
험상궂은 얼굴의 중년 남자는 큰 손으로 어린 남자아이의 머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고는 절대 울지를 않았다. “장문로! 당시 넌 용국의 여자 아이를 추행했잖아. 그때 그 아이, 겨우 16살이었어. 하지만 넌 아이가 죽기 직전까지 능욕했었지!”“용국의 전관으로서 그런 짓을 벌이면 천벌을 받을 거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그런데 만약 그 당시 내가 너를 해고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들 불공평할 거라고 생각할게 뻔하잖아?”강만용은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그러자 장문로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내 남자아이를 다른 한 집법 대원에게로 밀치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이 걸친 중산복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만용, 너 지금 혹시 나를 질투하는 거야?”“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어쨌든 현명하신 낙 선생이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고, 난 지금 이렇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잖아. 반면 너는 비참한 미래를 앞두고 있고!”“너희들 정말 한통속이었구나! 언젠가는 고통스럽게 벌 받게 될 거야!”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씩씩대며 눈을 부릅 떴지만, 장문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흥!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해. 당장 네 죄나 인정하라고!”이내 장문로는 이미 완벽하게 작성된 진술서 한 장을 강만용에게 던졌다. 위에 적힌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그들 용각 삼로가 한지훈과 함께 군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 진술서를 확인한 강만용은 크게 웃었다. “왕년에 천 평이 넘는 땅을 국가에 순순히 바친 나인데, 내가 굳이 이 몇 조원의 군비를 횡령할 이유가 있을까?” “아휴... 하느님도 참 무심하시네. 이렇게나 간사한 놈이 용권의 정권을 잡게 놔두시다니. 정말 보는 눈도 없으시네!” 강만용이 진술서를 찢으려 하자 장문로는 바로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들어 단칼에 남자아이의 옷을 찢어버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만용, 너 잘 생각해. 내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중년 남자는 더 이상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얼핏 봐도 방금 전, 지독한 형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지훈! 내...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야!”강만용은 한지훈과 용운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물을 금치 못하고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용경에서 온 한 무리의 문관들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무고하게 산채로 맞아 죽게 되는 상황에서도 강만용은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신한국의 아들인 신국호 또한 몽둥이로 수차례 얻어맞아 두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고, 심지어 피까지 많이 흘리게 되어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다. 그야말로 두 집안이 하룻밤 사이에 풍비박산이 나게 되었다. “누구예요! 대체 누굽니까? 어느 개자식이 감히 이렇게 잔인한 수를...”잔인하게 놈들의 수단에, 용운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당장이라도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에휴, 됐어. 아마도 이 늙은이가 그동안 사는 동안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느님이 날 벌하려나보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힘들었겠는데 일단 방에 가서 앉아있어!”신한국은 겨우 눈물을 닦아내며 한지훈과 용운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강로님, 국왕께서는 대체 왜 이러시는 거랍니까? 낙 선생은 대체 또 어떤 구실로 강로 님의 가족을 건들게 된 건가요?”한지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강만용은 결국 탄식하면서 말했다. “내가 30년 전에 물려받은 천 평 넘는 가택이 있는데, 낙 선생은 내가 군비를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국왕이 직접 장문로까지 파견하여 조사하게 한 거고.”“조사요?”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찬 용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조사라는 거지? 사람이 죽게 됐잖아!’ “용운아!”한지훈이 낮은 소리로 호통을 치자 용운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놈들은 어젯밤, 강로 님을 끌고 가기라도 했나요?”한지훈
“뭐라고?”그 소식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대경실색하였다. 강만용과 신한국 두 사람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낙 선생이 굳이 그 둘을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는 급급히 말했다.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인데?”“바로 어제저녁, 낙 선생이 파견한 사람들은 이미 두 각로의 거처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저의 부하들이 찾아와서 보고한 데에 따르면 두 각로의 아들들 역시 모두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두 각로님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저희 쪽에서 사람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한참을 깊이 생각하던 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거듭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직접 갈게!”사실 신룡전은 충분히 강만용과 신한국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낙선생에게 약점을 잡혀 다시 국왕 앞에 불려갈 가봐 신경이 쓰였다. “용왕 님, 차라리 제가 사람들을 먼저 보낼까요?”용운은 내심 걱정이 됐다. “괜찮아. 나 곧 출발할 거니까 바로 헬리콥터를 안배시켜!”한지훈은 말을 마치자 전화를 끊었다. “여보, 이렇게나 많이 다쳤는데 당분간은 외출하지 마요. 아무리 그래도 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야죠...”약재 한 그릇을 든 채 마침 마당으로 나온 강우연은 한지훈을 걱정하며 말했다. 그녀는 한지훈과 용운이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잘 듣지는 못했지만 헬리콥터를 보낸다는 얘기는 듣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상처가 낫지 않은 한지훈을,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니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니. 듣자 하니 두 각로가 큰 일을 당한 것 같아. 오양 각로께서 이미 나를 구하려다 희생하게 됐어. 더 이상 강로와 신로도 그 뒤를 따르게 놔둘 수는 없다고!”한지훈은 말을 마치고는 약재를 꿀꺽 마셨다. 이내 국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강우연을 달래주었다. “나 괜찮아. 내가 강중에 없는 사이, 만
심지어 도청 전인의 나이는 강우연의 할아버지보다도 열몇 살이나 더 많았다. “이렇게 위급할 때일수록 강경한 태도로 나섰다가는 주상만 또 다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저희 천검종은 얼마든지 주상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감히 반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릴 겁니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나한비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셋째 삼촌의 의견을 순순히 따라서 다행이지, 아니면 나 씨 집안 역시 풍비박산 날 뻔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피비린내 나지 않을까요?”강우연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무리 복수를 한다 하더라도 아예 온 집안을 몰살시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사모님, 절대로 한 치의 자비도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오늘 반대로 주상께서 원효천에게 패하게 됐다면...” 감정이 북받친 도청 전인은 순간 멈칫했다. “어르신의 말씀이 맞아요. 만약 오늘 한 선생님이 패하기라도 했다면 저희 나 씨 집안 또한 다른 가문에게 몰살당했을 것입니다!”나계홍은 극히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두 사람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한지후는 담담하게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이번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강우연에게 맡겼다. 누구나 한 번씩 겪어보게 될 과정이었기에, 그는 강우연의 선택을 지켜보기로 했다. 비록 내심 그 또한 도청 전인의 의견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만일 강우연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그 또한 지지할 생각이었다. “그...”강우연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창백한 얼굴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야 한지훈에게 말했다. “여보, 저랑 얘기 좀...”“네가 어떻게 결정하든 뭐든지 지지해!”한지훈은 강우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계홍의 시선은 곧바로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로 앞으로 강중의 세력 구분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전투에서 나 씨 집안의 역할 또한 강우연의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사모님! 절대로 자비를 베풀어서는
낙 선생의 말을 들은 국왕은 뜻밖의 소식에 다소 놀라긴 했다. 신한국과 강만용의 저택이 천 평이 넘을 줄이야. 이 모든 건 진작에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무려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게다가 이 저택들은 모두 두 집안의 조상이 직접 물려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30년 전, 신한국과 강만용 두 사람은 용각에 들어간 날 바로 천 평의 가옥을 모두 국가에 상납하여 자신들의 청렴을 증명하였다. “폐하, 왜... 왜 그러십니까?”국왕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아낸 낙 선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내 국왕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제 보니 너무 가증스러워서! 당장 사람들을 보내서 더욱 자세히 조사하고, 결과를 나한테 보고해!”“네!”발걸음을 옮기던 낙 선생은 뭔가 떠오른 듯이 다시 몸을 돌려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 그 한지훈은...”“그것도 조사해. 하지만 한지훈한테는 들키지 않게 암암리에서 조사하고 있어!” 말을 마치자마자 국왕은 손을 살짝 흔들며 낙 선생더러 물러나라고 하였다. 그렇게 낙 선생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국왕의 곁을 지키고 있던 한 궁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폐하, 저 자는 짐승 같은 야망을 갖고 있는데 정말 그냥 방심하실 생각이신겁니까?”“방심?”그러자 국왕의 눈빛에서는 갑자기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낚시를 하려면 미끼도 잘 골라야 해. 던지는 미끼가 클수록 물고기도 더 큰 걸 낚을 수가 있는 거야!”뒤이어 국왕은 천자각 9층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그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 있었다. 그 또한 낙 선생의 꿍꿍이를 모를 리는 없었다. 용국을 향한 오양 각로의 충성도 대단했기에, 그는 애초에 조사를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낙 선생은 애초에 의도를 품은 채 국왕의 곁에 와서 그를 모시며 상위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었다. 이런 사람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큰 세력이 숨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결코 드러난 무신종의 존재
지금 그들에게 있어 가장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바로 자신들의 운명이었다. 오늘 원 씨 집안이 허무하게 패배하게 된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앞날이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와중에도 매우 분통한 것은, 원효천 이 늙은 영감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 이겨내지 못하고 한지훈의 졸개 손에 죽게 되다니. 줄곧 원 씨 집안을 믿고 자신들의 모든 가산과 목숨마저 걸었던 그들은 이제 막막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패가망신하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원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 “우린... 일단 용경으로 돌아간다!”원상용은 겨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내 그는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강중의 세력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원 씨 집안, 어찌 한지훈 어린놈한테 휘둘릴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용경으로 돌아간 후, 바로 남은 세 명의 노조한테 도움을 청할 겁니다. 반드시 한지훈을 죽일 수 있게!”말을 마치자마자 원상용은 성큼성큼 링 아래로 내려갔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비할 데 없는 후회감이 들었다. 애초에 원 씨 집안을 굳게 믿은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원 씨 집안이 자신들을 위협하려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원상용이 방금 한 말은,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원 씨 집안에는 아직 세 명의 노조가 있으니, 그들은 어떻게든 마음만 먹으면 복수를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뒤이어 원 씨 집안사람들은 원상용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한편 그 시각, 멀리 용경에 있는 국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지훈이 멋지게 전투를 치를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원 씨 집안에서 두 노조가 돌아가시게 된 것도, 이는 다른 가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게 뻔했다. “폐하, 낙 선생께서 찾아오셨습니다!”바로 그때 한 궁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