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의 시선이 그 남성에게 쏠렸다. 그를 발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검은 양복 차림의 소지성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살벌한 그의 분위기는 전동해를 훨씬 압도했는데 최상위 포식자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경외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시... 시장님? 여긴 어떻게?"전동해가 얼른 그에게 다가가 살갑게 인사했다.그러나 소지성은 전동해를 무시로 일관하는 동시에 손호중 부자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윽고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 곁으로 다가간 그가 슬쩍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한 선생님, 좀 늦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S시의 시장마저도 저 한지훈에게 고개를 숙이다니!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전동해의 낯빛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슬슬 엄습해 오는 불안함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손호중과 손민규도 창백하게 질린 채로 식은땀을 뻘뻘 흘려댔다. 그들은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지성과 한지훈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들은 이젠 한지훈이 두렵기까지 했다.한지훈의 정체는 대체 뭐란 말인가! 시장조차도 그에게 고개를 조아리다니. 이건 그야말로 빅뉴스였다.소문 속 망한 가문의 빈털터리 그 '한지훈'과는 너무나도 다른 행보였다.한지훈도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소 시장님, 전 회장은 여러 차례 권리로 사욕을 도모하고 자신의 직권을 남용했습니다. 이런 자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소지성이 엄숙한 목소리로 전동해에게 말했다."현 시간부로 당신은 의료협회 회장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또한 감찰부 조사에도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소지성은 전동해에게 사형을 선고한 거나 다름없었다.그동안 몰래 해온 짓들은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조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몇십 년은 감옥에서 썩어야 해야 했다.소지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열 몇 명의 감찰부 인사
전동해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압박을 계속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사람이었다. 도 씨 가문은 신분이 높고 권력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용국에서의 인맥 또한 최소 시장급 인물들이었다.그런데 한낱 S 시 시장이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그럼 상대방이 감당해야 할 결과는 풍비박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더군다나 도 씨 가문은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이 선택한 사람을 옹호하기로 유명했다. 전동해는 도 씨 가문이 특별히 선택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전임 시장이 콕 집어서 S 시 의료 협회에 꽂은 사람이기에 소지성이 지금 이렇게 함부로 그의 직위를 파면하는 건 도 씨 가문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전임 시장과 원한을 맺은 거나 다름없었다.S 시의 전임 시장 기이준은 현재 H 시에 서기관으로 파견 갔기에 그곳에서는 거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신분이었다!그런데 보잘것없는 S 시의 시장 따위가 감히 기 서기관의 뜻을 거역하다니! 그러다가 시장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도 씨 가문의 배후에는 용국의 명의 손강수가 있으며 손 명의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용국에서 내로라하는 레전드급 인물들도 전부 손강수의 환자였으며 용각 4대 원로들도 주기적으로 손강수와 만남을 가졌다.손강수는 용국에서 그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으로 모든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전에 용국에서 발생했던 두 차례 역병에서도 손강수가 앞장서서 해결했던 것이며 덕분에 용국 수십만 명 국민의 생명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그 뒤로부터 용국의 전설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전동해의 말을 듣고 있던 소지성은 순식간에 눈살을 확 찌푸린 채 언성을 높였다.“전동해 씨! 경기도 인천이 아니라 S 시입니다! 전동해 당신의 의료 협회는 더더욱 아니고요! 저 소지성이 당신의 직위를 파면하는 결정에는 그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파급력이 아무리
말을 하던 소지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큰 포부를 안고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의 앞길을 막는 걸림돌들이 너무 많았다.고개를 끄덕이던 한지훈은 전동해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상대방과 전화 연결에 성공한 전동해는 허리를 깊숙이 굽힌 채, 깍듯하고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도 가주님! 전동해입니다. 부탁을 드릴 일이 생겨서 이렇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발 저를 좀 구해주세요! 소지성 저 사람이 어린놈 하나를 위해서 제 의료 협회 회장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법에 따라 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도 가주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전화기 너머 멀리 용국 중부 인천의 제1 명문 가문 저택에 있던 도승관은 인천 시장의 회진이 끝나자마자 전동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안색이 살짝 어두워진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소지성이 네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했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잠깐 기다려. 내가 지금 당장 기이준 서기관에게 전화를 해서 이 일을 직접 처리하라고 하지!”도승관은 전화를 끊자마자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내 기이준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기 너머 H 시 서기관 사무실에 있던 기이준은 갑자기 걸려 온 도승관의 전화에 환하게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하하, 도 명의께서 어쩐 일로 저에게 전화를 하셨나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높은 위치에 오랫동안 자리한 기이준은 눈치가 빨랐다. 그래서 상대방이 입을 열지 않아도 전화한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었다.도승관은 경기도에서 소문난 명의로 용국 손강수 명의의 수많은 제자들 중 한 명이었다. 기이준도 예전에 도승관에게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아픈 곳이 말도 안 되게 깔끔하게 완치됐다.“기이준 씨,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소지성 그 사람이 전동해의 S 시 의료 협회 회장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설치고 있어요! 혹시 이 일, 알고 있나요?”도승관의 말에 화들짝 놀란 기이준이 재빨리 대답했다.
갑자기 젊은 목소리가 들리자 기이준은 눈살을 확 찌푸리더니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그쪽은 누구예요? 소지성 씨는 어디 있어요? 당장 전화 바꾸세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제부터 저랑 얘기하시죠. 제 요구는 딱 한 가지입니다. 전동해 저 사람의 직위를 파면하는 거죠. 이게 제 뜻입니다. 기 서기관님이 동의하지 않으시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의 직위까지 같이 파면해야 할 것 같습니다!”한지훈의 싸늘한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한지훈 저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미친 건가? 감히 기이준 서기관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다니!H 시 최고 권력자 곁에 있는 서기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기이준은 차기 최고 권력자의 유력한 후보였다. 때문에 그의 직위를 파면하려면 반드시 H 시 대회와 주요 요원들의 투표가 있어야 했다.전동해와 손호중 그리고 손민규는 한없이 건방진 한지훈의 헛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이내 비꼬는 듯이 쳐다보았다.“네놈이 지금 뭐라고 한 거야? 감히 기이준 서기관님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하하! 정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네!”전동해는 호탕하게 웃으며 그를 비꼬았고 손호중과 손민규도 말을 보탰다.“한지훈! 너 진짜 미쳤구나! 네가 정도현과 소지성을 알고 있다고 해서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알아? 저분은 기이준 서기관님이야! H 시에서 엄청 유명한 분이라고! 저분 한마디에 S 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 S 시 시장도 저분 의견을 존중하고 고려해야 하는데 네가 감히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다니! 기이준 서기관님의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정말 웃기지도 않는 소리!”사람들의 비아냥거림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한지훈은 핸드폰에 대고 다시 입을 열었다.“기이준 서기관님, 결정은 하셨나요?”“감히 건방지게! 당신 누구예요? 감히 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소지성 씨 바꾸라고요!”전화기 너머 기이준은
H 시 최고 권력자 동문혁은 기밀문서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울린 사무실 전화기에 경보 등까지 반짝거리자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는 다급하게 전화를 받은 뒤, 깍듯하고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동문혁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전화기 너머로 싸늘하고 차가운 남자의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상부 지시를 받고 통보 드립니다. H 시 동문혁 씨의 부하인 기이준 서기관은 권력을 남용하고 국가 재산으로 개인 사욕을 챙긴 죄로 지금 당장 서기관 직위를 파면하고 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조만간 감찰 부서에서 직접 이 일을 처리하러 갈 겁니다!”“네… 네! 분부대로 처리하겠습니다.”순간, 동문혁은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고 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상대방이 전화를 끊자 그는 그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전화기를 내려놓았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이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쳤다.“지금 당장 기이준의 서기관 직위를 파면하도록 해! 그리고 감찰 부서 사람들이 조사할 수 있도록 당장 내 앞에 데리고 와!”전화를 끊은 동문혁은 온몸에 힘이 풀려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기이준은 동문혁이 직접 키운 부하이기에 기이준이 조사를 받게 되면 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기이준 저놈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고 어떤 대단한 사람을 건드렸기에 갑자기 이런 통보를 받게 된 걸까?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수상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동문혁은 직접 알아보기로 마음먹고 다급하게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기이준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사무실에 앉아있었다.상대방이 감히 겁도 없이 5분 안에 그의 서기관 직위를 파면하겠다고 하다니. 정신 나간 헛소리가 틀림없었다!기이준은 사무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자신만만하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심장이 계속 쿵쾅거렸다!설마 상대방에게 정말 그 정도 실력이 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목소리만으로
동문혁의 말은 기이준에게 사형을 내린 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시장님! 시장님! 제발 저 좀 구해주세요! 전 시장님의 가장 든든한 부하잖아요! 시장님! 저한테 이러시면 안 되세요!”하지만 동문혁은 기이준의 발악에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손을 쓱 휘둘렀다. 그러자 총을 든 군졸들이 기이준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이내 감찰 부서의 차가 시청 앞에 멈췄고 빠르게 기이준을 차에 태웠다. 근처에 숨어있다가 이 광경을 목격한 기자들은 재빨리 카메라에 담았고 이 뉴스는 순식간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이와 동시에, S 시 병원에서.전동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사악하게 말했다.“소지성 씨, 지금이라도 얼른 서기관님에게 사과를 하세요. 안 그러면 당신 시장 자리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요!”“전동해 씨! 그런 말로 저를 협박할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저 소지성은 평생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살았고 양심에 어긋나는 짓은 한 번도 저지른 적이 없어요!”소지성은 코웃음을 치며 허리를 쫙 편 채,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말에 전동해가 비꼬기 시작했다.“그래요! 소지성 씨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네요! 그런데 지금 고작 저런 어린놈을 위해 감히 날 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겠다고 하다니! 당신은 지금 기 서기관님과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민 거나 마찬가지예요! 이제 당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전동해의 압박에 소지성의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지금 기이준과 도 씨 가문을 동시에 건드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날이 순탄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그렇게 되면 자신의 열정을 보여줄 기회도 없을 것이고 오랜 목표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소지성은 절대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저 소지성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돈에 영혼을 팔지 않습니다! 한지훈 씨가 이 자리에 없었더라도 저는 전동해 당신을 언젠가는 잡으러 갔을 겁니다!”소지성은
전동해는 고개를 들어 경악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을 쳐다보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너야? 이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이건 말도 안 되잖아! 한 씨 가문의 잔당 따위가 어떻게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어!”그의 말에 한지훈이 코웃음을 치면서 대꾸했다.“전동해, 더 할 말 있어? 도 씨 가문에도 전화해 보지 그래?”눈을 번쩍거리던 전동해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도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애원하듯이 소리를 질렀다.“도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기이준 서기관님이 감찰 부서 사람들에게 끌려갔어요! 이제 전 어떡해야 하나요? 전 어떡하죠?”지금 이 순간, 전동해는 드디어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상황이 이대로 흘러간다면 그는 몇십 년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었다!전화기 너머 도승관도 깜짝 놀란 듯 되물었다.“뭐라고? 기이준이 감찰 부서 사람들에게 끌려갔다고? 확실한 거야?”“확실합니다! 뉴스에도 보도됐어요! 도 가주님! 전 이제 어떡해야 하죠?”울먹이며 말하는 전동해의 말에 도승관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기이준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끌려가다니! 분명히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린 후과다!“전동해! 너 누구를 건드린 거야? 당장 얘기해! 상대방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H 시 시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건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거야! 하나도 숨기지 말고 사실대로 얘기해!”도승관이 뭔가 눈치채고 묻자 전동해가 얼른 대답했다.“도 가주님! 그저 별 볼일 없는 버러지 같은 놈입니다. 5년 전에 S 시에서 멸망 당한 한 씨 가문의 잔당입니다. 저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위에 있는 분들의 싸움에 기이준 서기관님이 새우 등 터진 꼴이 된 거 아닐까요?”잠시 생각하던 도승관은 전동해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멸망 당한 가문의 잔당에게 이렇게까지 대단한 능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분명 상부 관리자들의 싸움에 기이준이 희생양이
싸늘하고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도승관은 당장이라도 S 시에 달려가 상대방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감히 겁도 없이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가주에 용국 손강수 명의의 제자에게 건방을 떨다니!“이봐요, 친구. 그쪽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정도현과 소지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럼 굳이 원한을 맺을 필요 없이 말로 잘 푸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서로 손해를 보면서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한지훈 씨가 전동해와 손 씨 가문만 봐준다면 저희 도 씨 가문에서 이 은혜를 기억하겠습니다. 나중에 한지훈 씨에게 난감한 상황이 생기거나 병이라도 걸리면 저 도승관을 찾아오세요. 어때요?”도승관은 포기하지 않고 구구절절 얘기하며 한지훈을 설득하려고 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당신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네요.”한지훈의 말에 도승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대꾸했다.“그럼요. 제 의술이 웬만한 의사보다 훨씬 나아요.”“근데, 차라리 제가 손강수 명의를 찾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도승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그의 말을 끊으며 덤덤하게 묻자 순식간에 도승관은 온몸에 핏줄이 터지는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잠시 흠칫하던 도승관은 숨을 크게 들이켠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이봐, 젊은이! 적당히 해요! 손강수 명의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 제 사부님은 국내외에서 가장 유명한 레전드급 사람들만 진찰한다고요! 당신 같은 S 시의 잔당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사부님을 만나요!”도승관은 겁도 없이 건방을 떠는 상대방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손강수 명의께서 자신의 제자가 이렇게 권력을 남용하고 허세를 부리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그의 말에 도승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손강수는 자신의 의술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제일 싫어했지만 사업가 출신의 도승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