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고 대수롭지 않은 대답에 도승관은 당장이라도 S 시에 달려가 상대방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감히 겁도 없이 경기도 인천 도 씨 가문의 가주에 용국 손강수 명의의 제자에게 건방을 떨다니!“이봐요, 친구. 그쪽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정도현과 소지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럼 굳이 원한을 맺을 필요 없이 말로 잘 푸는 게 낫지 않을까요? 서로 손해를 보면서 싸울 필요는 없잖아요. 한지훈 씨가 전동해와 손 씨 가문만 봐준다면 저희 도 씨 가문에서 이 은혜를 기억하겠습니다. 나중에 한지훈 씨에게 난감한 상황이 생기거나 병이라도 걸리면 저 도승관을 찾아오세요. 어때요?”도승관은 포기하지 않고 구구절절 얘기하며 한지훈을 설득하려고 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당신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네요.”한지훈의 말에 도승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대꾸했다.“그럼요. 제 의술이 웬만한 의사보다 훨씬 나아요.”“근데, 차라리 제가 손강수 명의를 찾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도승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이 그의 말을 끊으며 덤덤하게 묻자 순식간에 도승관은 온몸에 핏줄이 터지는 듯 화가 치밀어 올랐다.잠시 흠칫하던 도승관은 숨을 크게 들이켠 뒤, 낮게 깔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이봐, 젊은이! 적당히 해요! 손강수 명의가 아무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 제 사부님은 국내외에서 가장 유명한 레전드급 사람들만 진찰한다고요! 당신 같은 S 시의 잔당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사부님을 만나요!”도승관은 겁도 없이 건방을 떠는 상대방 때문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손강수 명의께서 자신의 제자가 이렇게 권력을 남용하고 허세를 부리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그의 말에 도승관이 눈살을 찌푸렸다! 손강수는 자신의 의술로 개인의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제일 싫어했지만 사업가 출신의 도승관은
곁에 있던 정도현도 깜짝 놀란 얼굴이었다. 그는 한지훈의 신분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용국의 전설인 손 명의에게 연락을 한다는 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너무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하지만 이와 반대로 흠칫하던 소지성은 한지훈의 진짜 신분을 생각해 보더니 일말의 걱정도 하지 않았다. 용국의 파이터 킹은 당연히 말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다!한지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손강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혹시 제자들 중에 도승관이라는 사람이 있나요?”멀리 용경에 있던 손강수는 한지훈의 전화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경 갑부와 용경 시장의 진찰을 중단시켰다. 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총사령관님, 갑자기 그런 왜 물으세요? 저에게 도승관이라는 제자가 있긴 합니다. 아마도 경기도 인천의 도 씨 가문 사람일 겁니다.”손강수가 깍듯하고 존경심에 가득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70세가 넘은 손강수는 몸도 건강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고 온몸에서 정의감이 뿜어 나왔다.“도승관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듭니다. 저 대신 경고 좀 전해주세요. 제가 하는 일에 계속 태클을 걸면 도 씨 가문에 책임을 물을 겁니다.”한지훈이 싸늘하게 말했다. 만약 그가 손강수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분명 지금쯤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을 것이다.한지훈의 말뜻을 알아차린 손강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총사령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그 건방진 제자를 잘 처리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손강수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도 씨 가문 저택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도승관은 한지훈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사부님이 나에게 직접 연락하게 만들겠다고? 허허, 허세가 아주 하늘을 찌르네!’바로 이때, 다급한 핸드폰 진동 소리에 깜짝 놀란 도승관이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손강수였다!어안이 벙벙한 도승관은 상황 파악을 할 겨를도 없이 전화를 받아 공손하고 깍듯한 태도로 인사
손강수가 전화를 끊자 도승관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한지훈이 용구의 북양 총사령관이자 사부님 생명의 은인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조금 전에 겁도 없이 북양 총사령관에 30만 북양 사병을 거느리고 있는 파이터 킹에게 건방을 떨었다니! 이건 죽으려고 환장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도 씨 가문 전체를 바친다 해도 상대방은 가소롭게 여길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승관은 다급하게 다시 전동해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전동해 일행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한지훈과 소지성 등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네놈이 허세를 지나치게 부린 거야! 도 가주님은 손 명의의 아끼는 제자로 경기도 인천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의사야! 수많은 시장급 유명 인사들과 인연이 깊고 용경에도 인맥이 넓어! 너 같은 버러지가 손 명의와 연락이 닿는다고? 진짜 어이없는 헛소리만 지껄이네!”전동해가 비꼬는 듯한 말투로 그를 도발했다. 방금 전까지는 인생을 망친 것 같아서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 다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곁에 있던 손호중과 손민규도 말을 보탰다.“하하! 맞습니다! 전 회장님의 말이 맞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하고, 허세도 적당히 부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질 겁니다!”손호중이 전동해의 말에 동의하며 그와 같이 한지훈을 비웃었다. 하지만 한지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조용하게 시간을 확인했다.한지훈의 행동에 조금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전동해의 마음이 갑자기 움찔했다.‘저놈이 왜 저렇게 여유를 부리지? 설마 진짜 용국의 손강수 명의와 인연이 있단 말인가?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바로 이때, 전동해의 핸드폰이 울렸다. 도승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순간 잔뜩 신이 난 전동해가 핸드폰을 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목청을 높였다.“하하하! 도 가주님께서 전화가 왔어! 일이 잘 해결됐다는 소리지! 당신들은 이제 도 씨 가문의 심판이나 받을 준비나 하라고! 특히
경기도 인천 제1 명문 가문의 가주에 용국 손강수 명의의 제자 도승관이 한지훈에게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빌고 있다니!화들짝 놀란 전동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바지에서는 노란 액체가 줄줄 흘렀다!손호중과 손민규 부자도 창백한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지훈 저놈이 정말 손강수에게 연락을 했을 뿐만 아니라 도승관까지 무릎 꿇고 사과를 빌게 만들다니. 이건 어마어마한 공포였다!이때, 무릎을 꿇고 있던 도승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한지훈 씨, 전동해 저 사람은 백번 죽어 마땅한 사람입니다! 한지훈 씨가 알아서 처리하세요. 다만 제 사부님과 제 체면을 봐서 저희 도 씨 가문에 시집을 온 손호중 씨의 따님만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손 씨 가문만은 부디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한지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손호중과 손민규가 바닥을 기어서 한지훈에게 다가가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올렸다.“한지훈 씨,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저희가 귀한 분도 몰라보고 건방을 떨었습니다! 제발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저희 손 씨 가문은 한지훈 님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겠습니다!”“한지훈,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냥 지나가던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고 화 풀어줘! 내가 개소리를 지껄인 거였어! 너무 미안해! 제발 잡혀가지 않게 살려줘!”손민규가 오열을 하면서 바닥에 머리를 박았지만 한지훈은 그저 싸늘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손 씨 부자는 책임을 묻지 않고 풀어줄 수 있어. 하지만 오늘부터 손 씨 가문의 모든 산업은 정도현 명의로 변경될 거야. 두 사람은 오늘부로 S 시를 떠나도록 해. 앞으로 내 눈에 띄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한지훈의 단호한 명령에 손호중과 손민규는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결국 전동해는 비명소리와 함께 끌려갔고 손 씨 가문의 부자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S 시를 떠나 인천으로 향했다.그리고 손 씨 가문의 모든
흥분한 오관우는 급히 강희연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 한지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비켜, 쓸모없는 놈아.”그리고 공손한 자세로 소지성에게 연신 굽신거렸다.“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찬 그룹의 오관우라고 합니다. 아버지 존함은 오자 기자 용입니다. 함께 식사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소지성은 곧바로 소지성에게 악수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오관우를 힐끔 보며 고개만 끄덕일 뿐 청해 오는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감히 한지훈을 밀쳐?!죽고 싶어 환장했나?조금 전 심기가 불편했던 한지훈은 전동해와 기이준을 파면시켰다.그는 도승관마저 무릎 꿇고 사죄하게 만드는 인물이다.오관우는 난감했지만 이내 방향을 틀어 정도현에게 향했다. 똑같은 공손한 태도였지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정 회장님, 전 오관우라고 합니다. 오찬 그룹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짝!오관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도현이 팔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눈을 무섭게 부릅 뜨고 소리쳤다.“네까짓 게 감히 한...”한지훈이 표정을 일그러 뜨렸다. 그의 뜻을 읽은 정도현이 말을 바꿨다.“오찬 그룹이 뭔데! 꺼져!”따귀를 맞은 뺨을 움켜쥐고 그자리에 얼어붙은 오관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한참 생각해봤지만 정도현이 맞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혹시 얼마전 정해성과의 일 때문인가?망했다!그 일때문에 정도현의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이면 난 이젠 끝난 게 아닌가?오찬 그룹도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오관우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했다.“정 회장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성파 두목과 있었던 일은 저와는 무관한 일 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정도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과하느라 여념이 없는 오관우를 보다가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한심한 듯 고개를 젓자 정도현이 입을 열었다.“보고 싶지 않으니까 알짱거리지 말고 당장 꺼져!”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오관우는 강희연을 데리고 급히 줄행랑을 쳤다.오관우는 100미터가량 멀어진 후에야 멈춰 섰다.
거실.강우연과 한고운은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강 씨 집안 식구들의 모욕과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었다.화가 잔뜩 난 강문복은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강우연을 꾸짖었다.“한지훈 때문에 우리 강 씨 가문이 연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어.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야!”설해연도 옆에서 강우연에게 삿대질을 하며 난리 쳤다.“한지훈이 아니면 우리 강씨 가문이 연 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일이 있어? 다음달에 군단장이 되는 길정우에게 밉보이면 우리 강 씨 가문은 이제 어떡하라고?”처량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겁에 질린 한고운을 토닥이는 강우연은 기다란 의자에 앉아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른 강준상을 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 탓이에요. 하지만 그이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그는 단지, 단지...”“흥!”강준상은 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연신 두드리며 으름장을 놓았다.“강우연, 너도 그 자식을 대신해 사죄하지 말아라. 널 진심으로 위한다면 너 홀로 돌아오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 자식은 분명 너희 모녀를 내버려 두고 도망친 게 분명해! 이렇게 된 이상 난 너랑 고운이를 연씨 가문에 보낼 수밖에 없어! 이건 우리 강 씨 가문을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선택이니 내가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여봐라. 이 둘을 연 씨가문에 보내라! 둘이 바다에 던져지든, 생매장을 당하든, 우리 가문과 상관없는 일이다.”강우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그녀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할아버지, 안 돼요. 우리를 거기에 보내지 말아요! 전 할아버지 손녀잖아요. 고운이도 할아버지 핏줄이에요...”강준상은 눈을 부릅뜨고 차갑게 말했다.“그만해! 나한테 빌지 말아. 넌 나의 손녀가 아니야! 특히 저 애는 더더욱 우리 강 씨 가문과 상관없는 아이야! 오늘부로 너, 강우연도 우리 강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너희 모녀의 생사는 연 씨 가문이 결정할 거야.”어르신의 말에 강 씨 집안 사람
강 씨 집안사람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화가 잔뜩 난 한지훈이 서 있었다. 그는 경호원들을 가볍게 무너뜨리고 씩씩거리며 걸어들어왔다.“우연아, 고운아, 괜찮아?”한지훈은 얼른 그들을 부축해 자신의 뒤에 숨겼다. 강우연은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얼굴이 팅팅 부어있었다. 그녀는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러움과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두 눈에 공포로 가득한 한고운은 한지훈에게 매달려 울먹거렸다.“고운이와 엄마를 연 씨가문에 보낸대요. 흐엉. 고운이는 무서워요. 거기에 가기 싫어요. 고운이는 그저 아빠랑 엄마랑 함께 있고 싶어요...”한지훈은 한고운의 작은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은 후 몸을 일으켜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강준상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연 씨 가문과의 일은 내가 해결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러는 거예요?”한지훈은 뻔뻔한 가족들의 모습에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거기에 있던 모두가 그의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보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섬뜩했다.그런 곳에서 살아돌아왔으니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다!강준상이 멈칫했다. 그도 한지훈의 살기에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책상을 내리쳤다. 그 충격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컵들이 흔들렸다.“버릇없는 것 좀 봐!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아무리 강 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지만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난 네 웃어른이야!”강준상도 뚜껑이 열렸다.옆에 있던 강문복이 기다렸다는 듯이 덧붙였다.“맞아! 강 씨 가문에 들어왔으면 강 씨 가문의 규율을 따라야지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그래! 예의가 하나도 없어!”“소리만 높고 눈에 뵈는 게 없으니 우리 가문이 힘들어지잖아!”“이들 셋과 말도 더 섞지 말고 당장 내쫓자고요!”그들의 책망과 모욕을 듣고 있자니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지는 한지훈이다.“웃어른이니 존중할게요. 하지만 오늘 명확하게
“미안해. 나 때문에 여보까지 힘들게 만들고.”한지훈은 강우연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둘을 비춘다. 아름다운 얼굴을 금빛으로 물들여 잡티 하나 없는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강우연의 매력적인 두눈은 아직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전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아요. 두려웠다면 5년 전에 이미 죽었겠죠. 지훈 씨, 이것만은 진지하게 물어볼게요. 진짜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요?”한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해결할 수 있어. 날 믿어! 다시는 너랑 고운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온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내가 온 힘으로 막을 거야! 이건 내가 너에게 꼭 약속할게. 맹세할게!”한지훈이 손을 들어 맹세자세를 취하려는데 강우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눈물을 글썽이며 그녀가 아련하게 한지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당신을 믿어요.”한지훈은 그녀가 마음껏 쏟아낼 수 있게 꼭 끌어안았다.그는 강우연에게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녀와 고운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그녀들을 사랑해 주는 것 뿐이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자신의 유일한 공주로 아껴줄 것이다.어둠이 드리우고 한지훈이 집을 나섰다. 그는 그대로 낭월 산장에 갔다.용일이 공송하게 한지훈 앞에 서있었다.“부르셨습니까?”한지훈이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용일에게 건넸다. “S시에서 제일 좋은 별장을 구매해. 가족들을 위해서 집을 하나 마련해 줘야겠어. 기억해. 고운이가 놀이 기구를 좋아하니깐, 꼭 놀이터는 있어야 해. 특히 회전목가 있는 것으로! 공간이 부족하면 옆집까지 사서 직접 만들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카드를 건네받은 용일이 재빨리 움직였다.한지훈은 낭월 산장을 벗어나 가까운 케이크점을 찾았다.한고운이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니 오늘같이 기분이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
이 틈을 타, 나국화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비꼬았다. “만약 그때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체면을 세워주었더라면, 지금 난 이렇게까지 방관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 됐네,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당시 데클라 호텔에서 한지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로부터, 나국화는 줄곧 원한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한지훈과 양령아는 그 후 멤비스로 향하면서도 나국화에게 알리지 않았고, 더욱이는 그를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국화는, 지금 궁지에 몰린 한지훈의 모습에 기뻐났다. “사실 난 정말 네가 천왕계의 강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하지만, 천왕계 강자면 뭐 어때? 비록 네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쉽게 억누르고 고개를 못 들게 할 수 있지만, 유 선생은?”“그리고 이 어르신은?” “네가 과연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까?”“실력은 중요한 요소일 뿐, 때로는 숲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해!”나국화는 어깨를 높이 쳐들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그래도 넌 여전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그러자 한지훈이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그 말에 화가 난 나국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손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좋아, 좋아! 오늘 내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 네가 어떻게 처참하게 이곳에서 피를 뿌리게 되는지!”“한지훈, 한용의 체면을 봐서라도 만약 네가 정말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면, 내가 오늘 네 시체를 아주 깔끔하게 남겨둘게!”우천존은 한지훈을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허허, 내 시체를 남겨 두겠다고? 천신계의 강자를 확실히 감당할 수 없긴 하지만, 너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뭐가 됐든 난 네 제자가 아니니, 네가 한 모든 말은 나에게 있어서 아무런 소용도 없어!”한지훈은 차갑게 맞받아쳤다. “한지훈, 너 정말 겁도 없구나! 네가 감히 천신계의 강자한테 도발을 하다니!”
곧이어 한줄기의 노을빛이 유회원의 몸을 뒤덮었다. 이내 방금 그가 입은 부상은 눈에 띄는 속도로 호전되었고, 심지어 뼈가 부러진 팔까지도 다시 멀쩡히 회복되었다. 그제야 유회원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우린 천신계 강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 영원히 거역할 수가 없거든!”유회원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강력한 용병을 손에 넣게 됐다.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뭐 어떠한가? 방금 한지훈으로부터 주먹 세 방이나 맞아도 뭐 어떠한가? 오늘의 일이 만약 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그의 명성은 오히려 한 단계 더 올라갈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천신계의 강자가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질 수밖에 없고, 이길 수도 없다고?”하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론 그의 온몸은 우천존의 위압을 받아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너랑 상의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너한테 이미 정해진 결말을 알려주려는 거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 마치.. 신이 땅강아지에게 명령을 내리듯이. “한지훈, 나도 너의 실력을 보고 매우 놀라긴 했어. 그러나, 운명이라는 건 종종 네가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광명파의 실력은 네가 감히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명파에 맞서는 모든 자들의 운명은 단 하나뿐이다. 그건 바로 죽음이다!”“네가 죽기 전에 너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당장 천생 서문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죽기 직전까지 널 고통스럽게 괴롭힐 거야!”유회원의 두 눈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 나왔고, 이따금 다시 위용을 회복한 듯했다. “흥! 내가 진작에 너한테 말했었잖아. 여기는 용국이 아니니 모든 일을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됐지? 너는 너의 신룡전이 하늘을 찌를 듯이 위용이 넘친다고 생각해? 내가 이곳에서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거든!
그가 바로 진정한 천신계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한지훈은 한껏 경계하며 그를 흘겨보았다. 방금 한지훈이 유회원을 처단할 수 있었던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는 그저 천생서문의 해독법에 따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한지훈은 반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개미와 코끼리의 승부처럼 느껴졌다. 개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떼를 지어 몰려들더라도, 자신의 체중의 10배나 넘는 코끼리가 발을 살짝 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짓밟힐 수 있으니까. “우천존님! 제가... 창피하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유회원은 두 눈에 원한을 가득 품은 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역시! 한지훈의 예상대로, 호천 6 존 중 한 명인 우천존이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광명존과 우천존 사이에, 정말 숨겨진 관계가 있기라도 한 건가? 방금 우천존이 나타났을 때의 온 하늘에 가득했던 노을빛, 그리고 다시 광명존의 존호를 다시 되새겨보던 한지훈은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광명존이 용심을 찾으려는 건 어쩌면 우천존을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역시 호천 육존은 명불허전이시네요. 저 한지훈, 인사드립니다!”한지훈은 우천존을 향해 공손히 손을 내밀었지만 절대 몸은 숙이지 않았다. 우천존은 그런 한지훈을 살기 어린 눈동자로 흘겨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 빌어먹을 놈!”“신분이 천신계 강자시니 세상의 불문율의 규칙을 절대 잊지는 마십시오! 천신계는 결코 멋대로 세속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한지훈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 네가 감히 우천존님께...”유회원이 나서려 하자, 우천존은 손을 살짝 흔들며 광명존의 말을 직접 끊었다. “좋아. 네가 처음이야. 감히 이런 말투로 나를 상대하는 사람은!”“한용은 정말 좋은 손자를 뒀네. 하지만, 오늘 이 싸움에서 너는 반드시 져야 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넘쳤고,
유회원은 입으로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한편, 방금 맞은 그 주먹으로 인해 온몸이 마치 부서진 것처럼 계속하여 아파났다. 이럴 수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이긴 하지만 결국 기껏해야 유회원과 동급일 뿐이었다. 반면 유회원은 일부러 자신의 실력을 조절하며 줄곧 4성 천 급 천왕계에 머물러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천신계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 힘이나 경험이나, 그는 어느 하나 한지훈한테 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의 그 주먹이 뜻밖에도 쉽게 자신을 깔아뭉갤 줄이야? 마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준인 것처럼. 악에 받친 유회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그의 손에는 아직 네 병의 용혈이 있긴 했지만, 두 병을 마신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여기서 더 마시면 그는 정말 연소하여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유회원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시 주먹 한 방을 날렸다. 유회원이 만약 다시 한번 주먹을 맞게 된다면, 그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엄습해 오는 강력한 기운이 한지훈의 주먹을 직접 막았다. “쿵!”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급히 발을 구르며 뒤로 몸을 굴렀다. 곧이어 저 멀리서 위엄 넘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 네가 여태 저지른 죄행이 얼마나 많은데, 음양존을 죽인 것도 모자랄 판에 이젠 광명존까지 죽이려 해?” 한 줄기 그림자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사람의 두 발은 허공에 머무른 채, 인간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하늘은 순식간에 만 갈래의 노을빛이 물들게 되었다. 심지어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그 모습을 보아낼 수 있었고, 태양 광장 사방 10리 안의 하늘은 그렇게 모두 색이 변하게 되었다. 이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정체 모를 그림자를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