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한 오관우는 급히 강희연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 한지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비켜, 쓸모없는 놈아.”그리고 공손한 자세로 소지성에게 연신 굽신거렸다.“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오찬 그룹의 오관우라고 합니다. 아버지 존함은 오자 기자 용입니다. 함께 식사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소지성은 곧바로 소지성에게 악수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오관우를 힐끔 보며 고개만 끄덕일 뿐 청해 오는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감히 한지훈을 밀쳐?!죽고 싶어 환장했나?조금 전 심기가 불편했던 한지훈은 전동해와 기이준을 파면시켰다.그는 도승관마저 무릎 꿇고 사죄하게 만드는 인물이다.오관우는 난감했지만 이내 방향을 틀어 정도현에게 향했다. 똑같은 공손한 태도였지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정 회장님, 전 오관우라고 합니다. 오찬 그룹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짝!오관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정도현이 팔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눈을 무섭게 부릅 뜨고 소리쳤다.“네까짓 게 감히 한...”한지훈이 표정을 일그러 뜨렸다. 그의 뜻을 읽은 정도현이 말을 바꿨다.“오찬 그룹이 뭔데! 꺼져!”따귀를 맞은 뺨을 움켜쥐고 그자리에 얼어붙은 오관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한참 생각해봤지만 정도현이 맞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혹시 얼마전 정해성과의 일 때문인가?망했다!그 일때문에 정도현의 화가 풀리지 않은 것이면 난 이젠 끝난 게 아닌가?오찬 그룹도 망하게 될지도 모른다!오관우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죄했다.“정 회장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성파 두목과 있었던 일은 저와는 무관한 일 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푸세요.”정도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과하느라 여념이 없는 오관우를 보다가 한지훈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한심한 듯 고개를 젓자 정도현이 입을 열었다.“보고 싶지 않으니까 알짱거리지 말고 당장 꺼져!”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오관우는 강희연을 데리고 급히 줄행랑을 쳤다.오관우는 100미터가량 멀어진 후에야 멈춰 섰다.
거실.강우연과 한고운은 차디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강 씨 집안 식구들의 모욕과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었다.화가 잔뜩 난 강문복은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그는 벌떡 일어서서 강우연을 꾸짖었다.“한지훈 때문에 우리 강 씨 가문이 연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렸어. 이걸 어떻게 해결할 거야!”설해연도 옆에서 강우연에게 삿대질을 하며 난리 쳤다.“한지훈이 아니면 우리 강씨 가문이 연 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릴 일이 있어? 다음달에 군단장이 되는 길정우에게 밉보이면 우리 강 씨 가문은 이제 어떡하라고?”처량하게 무릎을 꿇고 앉아 겁에 질린 한고운을 토닥이는 강우연은 기다란 의자에 앉아 머리에 흰 두건을 두른 강준상을 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제 탓이에요. 하지만 그이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니 우리를 용서해 주세요. 그는 단지, 단지...”“흥!”강준상은 손에 쥔 지팡이로 바닥을 연신 두드리며 으름장을 놓았다.“강우연, 너도 그 자식을 대신해 사죄하지 말아라. 널 진심으로 위한다면 너 홀로 돌아오게 하지 않았을 거야! 그 자식은 분명 너희 모녀를 내버려 두고 도망친 게 분명해! 이렇게 된 이상 난 너랑 고운이를 연씨 가문에 보낼 수밖에 없어! 이건 우리 강 씨 가문을 위해 어쩔수 없이 하는 선택이니 내가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여봐라. 이 둘을 연 씨가문에 보내라! 둘이 바다에 던져지든, 생매장을 당하든, 우리 가문과 상관없는 일이다.”강우연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그녀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할아버지, 안 돼요. 우리를 거기에 보내지 말아요! 전 할아버지 손녀잖아요. 고운이도 할아버지 핏줄이에요...”강준상은 눈을 부릅뜨고 차갑게 말했다.“그만해! 나한테 빌지 말아. 넌 나의 손녀가 아니야! 특히 저 애는 더더욱 우리 강 씨 가문과 상관없는 아이야! 오늘부로 너, 강우연도 우리 강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너희 모녀의 생사는 연 씨 가문이 결정할 거야.”어르신의 말에 강 씨 집안 사람
강 씨 집안사람들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화가 잔뜩 난 한지훈이 서 있었다. 그는 경호원들을 가볍게 무너뜨리고 씩씩거리며 걸어들어왔다.“우연아, 고운아, 괜찮아?”한지훈은 얼른 그들을 부축해 자신의 뒤에 숨겼다. 강우연은 눈물을 너무 많이 흘린 탓에 얼굴이 팅팅 부어있었다. 그녀는 하소연을 하고 싶었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서러움과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두 눈에 공포로 가득한 한고운은 한지훈에게 매달려 울먹거렸다.“고운이와 엄마를 연 씨가문에 보낸대요. 흐엉. 고운이는 무서워요. 거기에 가기 싫어요. 고운이는 그저 아빠랑 엄마랑 함께 있고 싶어요...”한지훈은 한고운의 작은 머리를 따스하게 쓰다듬은 후 몸을 일으켜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는 강준상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연 씨 가문과의 일은 내가 해결한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러는 거예요?”한지훈은 뻔뻔한 가족들의 모습에 그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거기에 있던 모두가 그의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을 보았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섬뜩했다.그런 곳에서 살아돌아왔으니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다!강준상이 멈칫했다. 그도 한지훈의 살기에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책상을 내리쳤다. 그 충격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컵들이 흔들렸다.“버릇없는 것 좀 봐!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아무리 강 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지만 이 집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난 네 웃어른이야!”강준상도 뚜껑이 열렸다.옆에 있던 강문복이 기다렸다는 듯이 덧붙였다.“맞아! 강 씨 가문에 들어왔으면 강 씨 가문의 규율을 따라야지 할아버지를 대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그래! 예의가 하나도 없어!”“소리만 높고 눈에 뵈는 게 없으니 우리 가문이 힘들어지잖아!”“이들 셋과 말도 더 섞지 말고 당장 내쫓자고요!”그들의 책망과 모욕을 듣고 있자니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지는 한지훈이다.“웃어른이니 존중할게요. 하지만 오늘 명확하게
“미안해. 나 때문에 여보까지 힘들게 만들고.”한지훈은 강우연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따사로운 햇볕이 둘을 비춘다. 아름다운 얼굴을 금빛으로 물들여 잡티 하나 없는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강우연의 매력적인 두눈은 아직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전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아요. 두려웠다면 5년 전에 이미 죽었겠죠. 지훈 씨, 이것만은 진지하게 물어볼게요. 진짜 혼자 감당할 수 있겠어요?”한지훈이 그녀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해결할 수 있어. 날 믿어! 다시는 너랑 고운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 거야. 온 세상이 등 돌린다 해도 내가 온 힘으로 막을 거야! 이건 내가 너에게 꼭 약속할게. 맹세할게!”한지훈이 손을 들어 맹세자세를 취하려는데 강우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눈물을 글썽이며 그녀가 아련하게 한지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충분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당신을 믿어요.”한지훈은 그녀가 마음껏 쏟아낼 수 있게 꼭 끌어안았다.그는 강우연에게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그녀와 고운이만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그녀들을 사랑해 주는 것 뿐이다,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 자신의 유일한 공주로 아껴줄 것이다.어둠이 드리우고 한지훈이 집을 나섰다. 그는 그대로 낭월 산장에 갔다.용일이 공송하게 한지훈 앞에 서있었다.“부르셨습니까?”한지훈이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용일에게 건넸다. “S시에서 제일 좋은 별장을 구매해. 가족들을 위해서 집을 하나 마련해 줘야겠어. 기억해. 고운이가 놀이 기구를 좋아하니깐, 꼭 놀이터는 있어야 해. 특히 회전목가 있는 것으로! 공간이 부족하면 옆집까지 사서 직접 만들도록 해!”“네. 알겠습니다.”카드를 건네받은 용일이 재빨리 움직였다.한지훈은 낭월 산장을 벗어나 가까운 케이크점을 찾았다.한고운이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니 오늘같이 기분이
서경희의 말에 한지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게 무슨 일인가?강우연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시켜준다니?강우연은 자신의 아내다!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 게 아닌가!“뭐 하자는 거죠?”한지훈은 애써 화를 눌렀다. 그의 두 주먹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뭐냐고?”서경희는 보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탓하려면 능력 없는 자신을 탓해야지! 넌 곧 연 씨 가문으로 끌려갈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 가문은 금전으로 관계를 조금 보수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지만 내 딸은 남편도 없이 혼자 남게 돼. 홀로 외롭게 지내는 걸 엄마인 네가 가만히 지켜보기만해서야 되겠어? 그러니 좋은 남편을 빨리 찾아야되지 않겠니? 우연이가 표씨가문에 시집가게 된다면 표 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건데 그러면 연 씨가문도 우리 강 씨가문을 쉽게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표 씨 가문도 S시에서는 알아주는 집안이니 우리 강 씨가문에 뒤쳐지지도 않잖아?”서경희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렸다.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단지 자신과 강 씨 가문이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놓는 셈이다.“안 돼요.”차갑게 쏘아붙이고 강우연의 팔을 잡은 그의 눈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하지만, 그때 강학주가 어두운 얼굴로 그를 막아섰다.“내키지 않아도 별 수 없어! 넌 우리 강 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우리 집안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 강우연은 내 딸이고, 난 더 좋은 남편감을 선택해주고 더 좋은 미래를 선물할 자격이 있어. 넌 가난한데다 능력도 없고 그럴듯한 가문이 있는 것도 아니니 면이 안 서잖아! 넌 연 씨가문의 일을 해결하는 데에만 신경 써!”맞는 말이다. 자신의 딸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는 응당 강우연이 좋은 남편을 찾길 바래야 한다. 그래야지 그녀의 미래도 밝을 수 있을 테니까!그러나 한지훈은 쓰레기다!그저 사고만 칠 줄 알고 거기에 강 씨 가문에까지 폐를 끼쳤다!강신도 끼어들며 한지훈에게 삿대질을 했다.“한지
상황을 지켜보던 서경희가 뛰어들어 한지훈을 밀쳤다. 그리고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뭐 하는 거야! 미쳤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거야!”강학주와 강신도 그를 나무라며 표준우에게 연신 굽신거리며 사죄했다.“미안해요. 아직 여기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 거니 속에 담아두지 말아요.”강학주의 연신 허리를 굽혔다.옷을 고쳐 입는 표준우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한지훈을 향해 한마디 했다.“한지훈, 내가 널 똑똑히 기억하겠어. 두고 봐!”한지훈이 주먹을 휘드르려는데 강우연이 뒤에서 그를 말렸다.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안심시켰다.“표 씨 집안의 사람이니 이러지 마요. 간단히 식사만 하고 올 거에요. 그들의 요구는 절대 들어주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한지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나도 같이 가.”이 말을 들은 서경희가 다급하게 물었다.“가서 뭘 하려고 너도 간다는 거야?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빠져!”그때 표준우가 개의치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 두 눈으로 나와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확인하게 할 거예요. 확인하고 나면 알아서 빠지겠죠.”표준우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쳤다. 배경이 없기에 자신이 돈으로, 권력으로 놀래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뺄 거라 생각했다.그러면 강우연과 같은 미인이 자신의 침대 위의 장난감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서경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맞아요! 그렇게 해요.”그러고는 한지훈을 흘기고 말했다.“같이 가도 된다고 했으니 너도 따라오든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보여줄게.”그렇게 그들은 제각기 차에 탔다. 표준우는 계속해서 강우연을 옆자리에 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한지훈이 재빠르게 그녀를 그의 BMW 5 시리즈에 태웠다.그 장면을 본 표준우가 이를 갈며 서경희에게 물었다.“어떻게 BMW 5시리즈가 있는 거지?”강신이 아부를 떨며 다가와 어머니 대신 대답했다.“화
한지훈의 한마디로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의 표정이 어두웠다.표준우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는 매섭게 한지훈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5천만 원이 뭐라고?! 하하! 정말 입만 살았네? 잘 들어! 이건 고작 테이블 값이라고! 테이블 값! 젠장, 빌어먹을!”잔뜩 약이 오른 표준우는 괘씸한 한지훈을 화가 풀릴 때까지 패고 싶었다.그러나 강우연과 그녀 부모 앞에서 자신의 신사스러운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애써 화를 억눌렀다.서경희는 한지훈을 매섭게 흘기며 꾸짖었다.“한지훈, 적당히 해.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이야. 테이블 값이 5천만 원이라고! 너한테 5천만 원이 있기나 해?”“질투할게 따로 있지. 이쪽은 잘나가는 집안의 귀공자라고. 그냥 얌전히 우리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밥 한 끼 얻어 먹고 떨어져! 그러다가 정 있기 힘들다면 스스로 떠나도 좋아. 정말 쪽팔리게…”멸시 어린 눈빛으로 강신이 핀잔을 주었다. 강학주도 헛기침을 하며 뒷집을 졌다. 그의 마음속에도 한지훈을 향한 불만과 멸시가 가득했다.허우대만 멀쩡했지 충동적이고 무례한 이런 녀석이 어떻게 내 사위가 될 수 있단 말인가?저런 남자가 과연 강우연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는가?이렇게 생각할수록 서경희의 말이 맞는 듯했다. 하루빨리 강우연에게 더 좋은 상대를 골라줘야 한다.표정우같은 도련님 정도여야지 꼭 맞다.품에 한고은을 안은 강우연이 한지훈을 말렸다.“조금만 참아요. 당신이 불쾌한 걸 알아요. 저도 내키지 않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뜻이잖아요. 밥만 후딱 먹고 우리는 돌아가자고요.”한지훈이 난감해하는 강우연을 내려다보다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표준우가 피식 웃으며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그들도 그 뒤를 따라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압도당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깔끔한 배경에 고급스러운 장식과 벽에 걸려있는 그림까지 너무 눈부셔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우와! 이런 고급 진 호텔은 난생처음이에요. 준우 씨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다!거기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식사하는 곳도 있었고 쉬는 공간도 있었으며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밖에는 야외 정원이 있었다. 그 옆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영장까지 있었다. 물위에는 수많은 화려한 불빛들이 수놓여 있었다.거기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면 높은 건물들도 한눈에 보여서 모든 것을 발밑에 밞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아줌마, 아저씨, 우연 씨,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표준우는 예의 있게 자리를 권하고 그들이 먼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서경희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예의도 어쩜 이렇게 바르죠? 어른이 먼저 앉기를 기다릴 줄도 알고.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네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경희, 강학주 그리고 강신이 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만지작 거리던 서경희가 격동되어 말했다.“의자도 천연 소가죽이네요? 어쩜......이렇게까지......”연이은 칭찬에 표준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하죠. 그렇지 않으면 5천만 원이 아니겠죠. 의자도 매일 새로 바꾼다고 하더군요. 아마 의자 하나에 백만 원은 할 거에요. 누구의 한 달 월급보다 더 비쌀 걸요?”표준우는 말을 하며 품에 한고운을 안은 채 자리에 앉는 한지훈을 힐끔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한지훈은 한고운을 챙기고 있었고 표준우와 강우연의 사이에 앉았다. 표준우의 비웃음 소리를 듣고 있던 한지훈은 그저 담담하게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기회를 잡은 서경희가 입을 열었다.“너무 과대평가했어요. 직업도 없는데요. 뭘. 매일 놀고먹으면서 일자리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아요. 우리로서는 아주 속이 터지죠.”표준우는 의기양양해서 반문했다.“네? 그럴 리가요? 직업도 없다고요?”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직업조차 없다는 말에 그는 더욱 강우연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과 강우연이 어떻게 한 평생을 함께 한단 말인가?자신감이 붙은 표준우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그의 말이 떨어지자, 주위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드디어 용국이 멸망하게 됐네! 하하하.”소창지개는 하늘을 높이 우러러보며 크게 웃어댔다. 그에 반면, 허천은 멍하니 서천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존경해 오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용국의 안위는 전혀 돌보지 않고, 수억 명의 생사는 내다 버리는 사람일 줄이야. 자기 가족만 안전하길 바랄 줄이야. 허천뿐만 아니라 모든 무종 사람들은 멍해졌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항상 자랑스럽게 바라보던 용국의 전설일 줄이야. 정말 파렴치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진작에 이랬으면 굳이 한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어도 됐잖아? 아이고, 하늘 높은 줄 모르다니, 정말 무지하네!”소창지개는 손으로 서천술의 얼굴을 건방지게 툭툭 두드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설욕하고 싶어? 이젠 네 아들을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네 후손들만 생각해!”“에이, 사실 용인들은 모두 너 같은 겁쟁이들뿐이야. 그러니까 지난 백 년간 너희들은 항상 업신여김을 당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용국에 더 이상 살아남을 사람이 있을까? 하하하!”소창지개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모두 용국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용국은 더 이상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 대전이 끝나게 되면 용국은 철저히 지워질 거야!”“자, 여러분. 그럼 이젠 저희의 계획대로 용국을 피로 씻어내는 겁니다. 노약자나 부녀자를 막론하고 모두 죽여도 좋습니다!”소창지개의 눈빛에서는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고,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 가득한 고성으로 외쳤다. “서천술! 너… 기어코 우리 용국 백성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거야? 넌 더 이상 우리 무종의 선배가 될 자격이 없어! 넌...”결국 무종 대장로들까지 화가 나 치를 떨며 말했다. “흥! 백성들? 그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감히 내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어. 어찌 나의 서 씨 가문 목숨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영륜 강자의 기운이 폭발함과 동시에, 기타 세력의 강자들도 거의 동시에 서천술의 몸을 봉인시켰다. 심지어 미육의 몇몇 고수들은 잇달아 사악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십여 갈래의 공포의 기운이 한 곳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자, 하늘은 먹구름에 의해 완전히 가려져버렸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보이지 않았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의 협동 공격을 마주한 상황에, 서천술은 몸이 열 개라도 당해 내기 어려웠다. 누구나 알다시피, 각 세력들은 용국 역외 세력에 대해 모두 꺼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감히 누구도 용국 역외 세력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으려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반대로, 세속은 어떻게든 파괴하려 했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이 창조한 거짓된 문명이, 대중에게 공개되게 놔둘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종족 우월감을 밑바닥까지 추락시킬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세속을 통제하여, 역외에서 끝없는 자원을 얻어내고 더 큰 이익을 얻어내려는 것이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던 용인들은 모두 깊은 절망에 빠졌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매우 불리했다. 모든 대 세력이 용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용국을 멸살하려는 작정까지 하고 있다. 십여 명의 역외 강자들을 상대로 용국이 어떻게 버틸 수가 있겠는가? 또 뭘 가지고 버틸 수 있겠는가? 용국 무종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필경 천신계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왕계 강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기에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너희... 너희들 정말 파렴치하구나!”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종묘 장로들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축대 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하하하! 우리가 파렴치하다고? 우린 그저 우리의 문명을 보호하려는 거야. 그리고 우린 국제 질서를 보호하고 있기도 해. 그러니 설령 용국 백성들이 전부 죽는다 하더라도 우리한테는 아무런 손실도 없어!”“도리여 너희 용국의 땅은, 우리 백성들에게 있어
서천술은 어느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유럽 강자를 바라보았다. “르네상스!”그 순간, 유럽 강자는 담담하게 몇 글자를 내뱉었다. “르네상스? 그럼 대체 왜 우리 용국을 겨냥한...”서천술은 유럽 강자의 말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링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허천은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고는 물었다. “한 선생님, 저게 무슨 말이죠?”“자고로 피라미드가 없으면 르네상스도 없는 법이야! 서양에서 전해져 온 르네상스는 바로 용국 수천 년 동안의 문화유산을 표절한 것에 불과하니까!”“네가 직접 대조해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소위 톨러 왕조는 말세 왕조까지 줄곧 우리 용국의 왕조와 동일한 편 연도를 사용하고 있었어!”“그리고 성모상 역시, 당인이 그린 선녀 송자도와 완전히 똑같아! 단지 머리에 십자가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이지! 이게 바로 숨겨진 가장 큰 비밀이야!”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허천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멍하니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일에 대해 한지훈의 발언권은 가장 컸다. 왜냐하면 그는 일찍이 아서왕과 알렉산더와 크게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럽 역사상 두 사람의 나이는 적어도 수천 세가 되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도리여 그 연륜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하나의 가능성만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어쩌면 그들의 실제 나이는 2, 300세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전에 한지훈은 무도 학원의 도서관에서, 유럽의 한 천문학자가 용국 사천에서 벼슬을 맡고 있는 유럽 학자에게 보낸 서신을 발견하였다. 그 안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유럽인들은 7년이 지날 때마다 왜 북극성들은 다시 순위를 매겨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이는 그들이 천문학적 상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천문학적 상식도 없는 민족이, 어떻게 올바른 역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역법은 새로운 하나의 문명이 흥성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 말은 즉, 유럽의 모든 것은 용국에서 기원되었다는 것이
서천술은 자신의 삼성 지급 천신계 실력으로, 소창지개를 충분히 깔아뭉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의 주먹에는 비할 데 없이 심오한 진법이 있었고, 얼마든지 소창지개의 자기장에서 벗어나 그를 제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소창지개는 반격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게다가 그의 칼날은 직접 주먹을 관통해 버렸다. 그 말은 즉, 서천술 주위의 자기장이 오히려 소창지개에 의해 관통됐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제야 그는, 방금 장세풍과 조승이 왜 그렇게 비참하게 패하게 됐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단순히 실력의 차이였다. 이런 막강한 고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전혀 상대할 실력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전투력이 가장 높은 서천술도 반격할 힘이 전혀 없었다. 쾅! 이내 굉음과 함께 서천술은 기괴한 칼빛에 맞게 되어, 아랫배에서는 순식간에 검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졌다. 반면 소창지개는 조금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에 선 채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서천술을 바라보았다. “역시 용국은 다 너 같은 멍청한 놈들만 있구나! 하하.”소창지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너... 너...”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 몰라 했다. “흥! 왜? 설마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실력의 차이는 엄청나다고!”소창지개는 차갑게 말했다. 서천술은 겨우 고개를 들어 소창지개를 바라보았고, 순간 눈빛이 흐리멍덩해지더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두 번째 레벨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다시 말하여, 그들이 소환하는 자기장은 전혀 같은 수평선에 있지 않았고 상대는 완전히 차원을 낮추어 타격하고 있던 것이었다. “너희들... 천도맹약의 앞잡이였어!”서천술은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오직 천도맹약만이 부상의 고수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소환한 자기장을 두 번째 레벨로까지 끌어올리게 할 수 있었다. 즉 자신의 자기장으로 우주의 자기장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서천술이 아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