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희의 말에 한지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이게 무슨 일인가?강우연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시켜준다니?강우연은 자신의 아내다!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 게 아닌가!“뭐 하자는 거죠?”한지훈은 애써 화를 눌렀다. 그의 두 주먹은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뭐냐고?”서경희는 보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탓하려면 능력 없는 자신을 탓해야지! 넌 곧 연 씨 가문으로 끌려갈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 가문은 금전으로 관계를 조금 보수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지만 내 딸은 남편도 없이 혼자 남게 돼. 홀로 외롭게 지내는 걸 엄마인 네가 가만히 지켜보기만해서야 되겠어? 그러니 좋은 남편을 빨리 찾아야되지 않겠니? 우연이가 표씨가문에 시집가게 된다면 표 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는 건데 그러면 연 씨가문도 우리 강 씨가문을 쉽게 어쩌지 못할 거야. 그리고 표 씨 가문도 S시에서는 알아주는 집안이니 우리 강 씨가문에 뒤쳐지지도 않잖아?”서경희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렸다.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단지 자신과 강 씨 가문이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놓는 셈이다.“안 돼요.”차갑게 쏘아붙이고 강우연의 팔을 잡은 그의 눈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하지만, 그때 강학주가 어두운 얼굴로 그를 막아섰다.“내키지 않아도 별 수 없어! 넌 우리 강 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 우리 집안 문제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 강우연은 내 딸이고, 난 더 좋은 남편감을 선택해주고 더 좋은 미래를 선물할 자격이 있어. 넌 가난한데다 능력도 없고 그럴듯한 가문이 있는 것도 아니니 면이 안 서잖아! 넌 연 씨가문의 일을 해결하는 데에만 신경 써!”맞는 말이다. 자신의 딸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는 응당 강우연이 좋은 남편을 찾길 바래야 한다. 그래야지 그녀의 미래도 밝을 수 있을 테니까!그러나 한지훈은 쓰레기다!그저 사고만 칠 줄 알고 거기에 강 씨 가문에까지 폐를 끼쳤다!강신도 끼어들며 한지훈에게 삿대질을 했다.“한지
상황을 지켜보던 서경희가 뛰어들어 한지훈을 밀쳤다. 그리고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뭐 하는 거야! 미쳤어? 누군 줄 알고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거야!”강학주와 강신도 그를 나무라며 표준우에게 연신 굽신거리며 사죄했다.“미안해요. 아직 여기 상황을 잘 몰라서 그런 거니 속에 담아두지 말아요.”강학주의 연신 허리를 굽혔다.옷을 고쳐 입는 표준우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한지훈을 향해 한마디 했다.“한지훈, 내가 널 똑똑히 기억하겠어. 두고 봐!”한지훈이 주먹을 휘드르려는데 강우연이 뒤에서 그를 말렸다.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안심시켰다.“표 씨 집안의 사람이니 이러지 마요. 간단히 식사만 하고 올 거에요. 그들의 요구는 절대 들어주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한지훈이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입을 열었다.“그럼. 나도 같이 가.”이 말을 들은 서경희가 다급하게 물었다.“가서 뭘 하려고 너도 간다는 거야?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니 빠져!”그때 표준우가 개의치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같이 가는 게 좋겠어요. 두 눈으로 나와의 어마어마한 격차를 확인하게 할 거예요. 확인하고 나면 알아서 빠지겠죠.”표준우는 이미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쳤다. 배경이 없기에 자신이 돈으로, 권력으로 놀래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내뺄 거라 생각했다.그러면 강우연과 같은 미인이 자신의 침대 위의 장난감이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서경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맞아요! 그렇게 해요.”그러고는 한지훈을 흘기고 말했다.“같이 가도 된다고 했으니 너도 따라오든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보여줄게.”그렇게 그들은 제각기 차에 탔다. 표준우는 계속해서 강우연을 옆자리에 앉히려고 했다. 그러나 한지훈이 재빠르게 그녀를 그의 BMW 5 시리즈에 태웠다.그 장면을 본 표준우가 이를 갈며 서경희에게 물었다.“어떻게 BMW 5시리즈가 있는 거지?”강신이 아부를 떨며 다가와 어머니 대신 대답했다.“화
한지훈의 한마디로 주위가 조용해졌다. 모두의 표정이 어두웠다.표준우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는 매섭게 한지훈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5천만 원이 뭐라고?! 하하! 정말 입만 살았네? 잘 들어! 이건 고작 테이블 값이라고! 테이블 값! 젠장, 빌어먹을!”잔뜩 약이 오른 표준우는 괘씸한 한지훈을 화가 풀릴 때까지 패고 싶었다.그러나 강우연과 그녀 부모 앞에서 자신의 신사스러운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애써 화를 억눌렀다.서경희는 한지훈을 매섭게 흘기며 꾸짖었다.“한지훈, 적당히 해. 여기는 고급 레스토랑이야. 테이블 값이 5천만 원이라고! 너한테 5천만 원이 있기나 해?”“질투할게 따로 있지. 이쪽은 잘나가는 집안의 귀공자라고. 그냥 얌전히 우리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며 밥 한 끼 얻어 먹고 떨어져! 그러다가 정 있기 힘들다면 스스로 떠나도 좋아. 정말 쪽팔리게…”멸시 어린 눈빛으로 강신이 핀잔을 주었다. 강학주도 헛기침을 하며 뒷집을 졌다. 그의 마음속에도 한지훈을 향한 불만과 멸시가 가득했다.허우대만 멀쩡했지 충동적이고 무례한 이런 녀석이 어떻게 내 사위가 될 수 있단 말인가?저런 남자가 과연 강우연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줄 수 있는가?이렇게 생각할수록 서경희의 말이 맞는 듯했다. 하루빨리 강우연에게 더 좋은 상대를 골라줘야 한다.표정우같은 도련님 정도여야지 꼭 맞다.품에 한고은을 안은 강우연이 한지훈을 말렸다.“조금만 참아요. 당신이 불쾌한 걸 알아요. 저도 내키지 않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뜻이잖아요. 밥만 후딱 먹고 우리는 돌아가자고요.”한지훈이 난감해하는 강우연을 내려다보다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한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표준우가 피식 웃으며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그들도 그 뒤를 따라들어갔다. 로비에 들어선 순간,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압도당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깔끔한 배경에 고급스러운 장식과 벽에 걸려있는 그림까지 너무 눈부셔서 눈이 멀 지경이었다.“우와! 이런 고급 진 호텔은 난생처음이에요. 준우 씨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다!거기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식사하는 곳도 있었고 쉬는 공간도 있었으며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밖에는 야외 정원이 있었다. 그 옆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수영장까지 있었다. 물위에는 수많은 화려한 불빛들이 수놓여 있었다.거기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면 높은 건물들도 한눈에 보여서 모든 것을 발밑에 밞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아줌마, 아저씨, 우연 씨,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표준우는 예의 있게 자리를 권하고 그들이 먼저 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서경희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예의도 어쩜 이렇게 바르죠? 어른이 먼저 앉기를 기다릴 줄도 알고.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네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경희, 강학주 그리고 강신이 자리에 앉았다. 의자를 만지작 거리던 서경희가 격동되어 말했다.“의자도 천연 소가죽이네요? 어쩜......이렇게까지......”연이은 칭찬에 표준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당연하죠. 그렇지 않으면 5천만 원이 아니겠죠. 의자도 매일 새로 바꾼다고 하더군요. 아마 의자 하나에 백만 원은 할 거에요. 누구의 한 달 월급보다 더 비쌀 걸요?”표준우는 말을 하며 품에 한고운을 안은 채 자리에 앉는 한지훈을 힐끔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한지훈은 한고운을 챙기고 있었고 표준우와 강우연의 사이에 앉았다. 표준우의 비웃음 소리를 듣고 있던 한지훈은 그저 담담하게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기회를 잡은 서경희가 입을 열었다.“너무 과대평가했어요. 직업도 없는데요. 뭘. 매일 놀고먹으면서 일자리 찾을 생각도 하지 않아요. 우리로서는 아주 속이 터지죠.”표준우는 의기양양해서 반문했다.“네? 그럴 리가요? 직업도 없다고요?”그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직업조차 없다는 말에 그는 더욱 강우연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식과 강우연이 어떻게 한 평생을 함께 한단 말인가?자신감이 붙은 표준우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불만이 가득한 강우연이었지만 서경희 때문에 억지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어색한 공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분위기도 바꿀 겸 표준우가 종업원에 손짓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정하게 차려입은 종업원들이 음식을 올렸다.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서경희와 강신의 침샘이 폭발했다.“아이고! 한평생 이런 대접은 받아보지 못했는데 음식이 아니라 예술품이 따로 없네!”서경희의 입에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정갈하고 고운 것이 모양을 흩트리기 아까울 지경이었다!강신도 얼른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었다. 그러자 입안에서 향긋한 냄새와 함께 육즙이 팡 터졌다.“우와! 진짜 맛있어! 엄마! 이거 먹어봐.”서경희가 듣더니 예의를 차리는 것도 잊고 냉큼 하나를 집었다. 그녀의 얼굴에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 한편 칭찬도 잊지 않았다.“정말 맛있네요! 여기를 잘 예약했어요. 이런 음식들은 미슐랭에 이름을 걸 정도 아닌가요?”표준우가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아줌마가 마음에 들어 하시니 다행이네요.”한편 의자에 앉아 있는 한고운은 토실토실한 작은 손으로 테이블의 변두리를 잡고 있었다. 머리를 반쯤 빼꼼 보이고는 똘망 똘망 한 눈으로 앞접시에 놓인 토끼 모양의 케이크를 보고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보더니 물었다.“아빠, 고운이 케익 먹어도 돼요?”한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지. 아빠가 집어줄게.”한지훈은 젓가락을 쥔 손을 뻗어 케익을 집으려 했다. 그때 다른 젓가락이 나타나 그의 것을 밀쳤다. 한지훈이 고개를 돌려 보니 서경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쏘아붙였다.“먹긴 뭘 먹어! 이렇게 비싼 걸 먹을 자격이 돼? 한지훈 네가 잘 지낸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이런 5 천만 원짜리를 하찮게 봤잖아? 그럼 먹지 말고 가만히 보기만 해!”서경희는 해도 해도 너무 했다.한지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지켜보던 한고운도 울먹이기 시작했다. 맑은 그녀의 눈이 촉촉해졌다.할머니는 왜 자신을 예뻐해 주지 않는 것인지 그 작
강학주의 표정도 일그러졌다.“우연아, 아버지 말 좀 들어봐. 지훈이는 연씨 가문으로 곧 끌려갈 거야. 그러니 넌 하루빨리 좋은 짝을 만나야 해. 내가 보기엔 준우가 괜찮은 거 같아.”강학주는 그녀를 너무 몰아붙이지 못했다. 너무 강압적이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았다.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까지 자신들의 원하는 삶을 위해 그녀를 협박하는 모습에 그녀는 너무 씁쓸했다. 강우연은 눈물을 슥 닦으며 입을 열었다.“절대 동의 못해요! 이까짓 거 먹지 않을 게요! 지훈 씨, 가요!”강우연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한지훈이 한고운을 품에 안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러자 다급해진 서경희가 달려가 그녀의 팔을 잡고 부드럽게 타일렀다.“그래그래그래! 그러라고 하지 않을게. 어머니가 잘못했어. 이렇게 비싼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온 걸 봐서라도 그냥 가면 안 되잖아? 적어도 식사는 해야지. 얼른 다시 가서 앉아.”서경희도 자신이 너무 급했다는 걸 알고 천천히 해야 한다고 속으로 되뇌었다.강우연은 그렇게 다시 자리로 돌아왔고 내키지 않았지만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저편에 앉아 있는 표준우도 기분이 잡쳤다. 그래도 그는 애써 미소를 쥐어짜며 입을 열었다.“우연 씨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으니 우리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고요. 저의 능력과 우수함이 언젠가는 우연 씨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고 전 믿어요. 그러니 오늘은 식사만 하기로 하고 그 외 일은 꺼내지 않기로 해요.”그리고 그가 다시 손짓했다. 종업원이 두병의 와인을 들고 다가왔다.표준우가 와인을 들고 또 으스대기 시작했다.“이건 한 병에 5백만 원 가까이하는 로마네 꽁디에요. 한번 맛보세요.”말을 마친 표준우가 그들에게 한잔씩 따랐다.강학주와 서경희는 감격스러워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특히 눈앞의 5백만 원짜리 로마네 꽁디를 본 순간 완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이게 한 병에 5백만 원이라고요?”강학주가 재차 물었다.그는 비록 회사에서 사장직을 맡고 있지만 그저 껍
한지훈의 말이 끝나자 방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헛소리하고 앉았네!이 450상자의 로마네 꽁디 특급 레드와인은 절반이 한지훈에 보내졌다. 그는 그것들을 부하들에게 선물했다.그리고 억 단위의 1787년 산 라피트 샤또는 포브스 수집관 주인이 드래곤 헌터를 통해 한지훈에게 선물하려던 것을 한지훈이 단칼에 거절했다.한지훈은 그가 꼭 다른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화가 난 표준우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와인병을 잡은 그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탁!그는 그대로 와인병을 테이블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지훈을 향해 소리쳤다.“뭐라고? 날 얕보는 거야? 어디 능력 있으면 이렇게 비싼 와인이라도 구해 오든지!”표준우의 뚜껑이 완전히 열리고 말았다. 그것은 한지훈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이 와인이 제일 비싼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 병에 5백만 원인 와인은 보통 서민들이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배경도 없는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얕보려 한단 말인가!난 표 씨가문의 귀공자에 연봉이 20억을 넘는 몸이라고!한지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 테이블 아래로 이한승에게 간단한 문자를 보냈다.한편 표준우가 화가 난 것을 보고 서경희가 그의 편을 들며 한지훈을 꾸짖었다.“헛소리 집어치워! 네 주제에 어떻게 와인을 알아? 이건 한 병에 5백만 원이라 잖아. 모르면 가만히 있어.”“그러게! 억지로 허세 부리다니! 부끄럽지도 않아?”강신이 한마디 거들었다.사실 그는 한지훈이 말할 때 휴대폰으로 몰래 검색해 봤다.한지훈의 말이 맞았다.제일 비싼 와인은 2억짜리 1787년 산 라피트 샤또였다.한지훈이 이렇게 똑똑했다고?하지만 놀라움도 잠시, 강신은 개의치 않았다. 한지훈도 전에는 한 씨 가문의 도련님이 었으니까 와인에 대해 잘 알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면전에서 표준우를 까발리는 행동은 조금 지나치다 생각했다.상대도 면이 서야지 않겠는가?몇 명의 질타에 한지훈도 고개를 떨궜다. 강우연이 테이블 아래로 그의 손을 잡으
서경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쪽을 가리키더니 소리쳤다.“못 알아들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당장 꺼지라고!”그들을 한번 슥 둘러보았다. 한지훈도 여기에 계속 앉아 있기 싫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는 그때 강우연도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이 다시 그녀를 앉히며 말했다.“식사마저 하고 나와. 밖에서 기다릴게.”한지훈이 떠나고 안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강학주 일가는 표준우에 굽신거리며 술을 부으며 또 강우연을 부추기며 술을 따르게 했다.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회색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손에 두병의 와인을 들고 미소를 띄고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7-8명의 종업원이 각양각색의 음식을 들고 있었다.“이분이 우연 씨죠?”중년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강우연은 어리둥절했다. 눈앞의 이 사람은 그녀가 모르는 사람이다.그녀가 일어서며 물었다.“누구시죠?”“안녕하세요. 저는 리아플의 사장 마소문입니다. 여기에 왕림하셨다고 하여 해외에서 특별히 초빙한 셰프의 특별 요리와 두병의 로마네 꽁디를 선물하려고 직접 오게 되었습니다.”마소문은 시종일관 미소를 장착하고 있었다.그들은 접시에 담긴 음식과 와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건 한지훈이 말한 그 로마네 꽁디가 아닌가!2년 전 한병에 무려 4천만 원에 팔리던 것이다!이건...... 표준우가 주문한 것보다 훨씬 비싼 거였다!표준우도 당황했다. 리아플 사장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그 역시 마소문을 처음 보았다.마소문은 S시의 호텔 업계에서 거물급이다. 개인 몸값은 이미 조 단위를 넘어 표 씨 가문을 훨씬 능가했다.표준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공손한 자세로 마소문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마 사장님, 이거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전 그저 친구 몇 명 데리고 온 것 뿐인데 이렇게 직접 비싼 와인도 올려주시고. 감사해요.”표준우의 머리 회전속도는 빨랐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 자신 말고는 리아플 사장을 직접 올 수 있게 할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다.강학주의 집안?아니면 그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에 한지훈은 급히 일어섰다. 후! 이때, 제단 주위에서는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더니 곤륜산 전체를 포함한 주위의 모든 것이 한지훈의 감지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바로 이 대지의 주재자라도 된 것처럼, 그는 손 하나 발 하나로도 얼마든지 이 대지와 긴밀하게 융합할 수 있었다. 천신! 순간 한지훈의 마음속에서는 이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이내 그가 주먹을 쥐자, 비할 데 없이 강력한 힘이 체내에서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마치 이 세상에 더 이상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 같았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려났다. 백룡심을 융합시키고 나니, 또 다른 높은 경지에 다다르게 된 건가?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해도, 오로지 육안만으로도 수십 미터 높이의 돌로 쌓은 대전을 관통할 수 있었고 하늘의 노을빛까지 보아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천신의 경지에 다다른 징조이다. 게다가 천생서문에 따르면, 일단 천신계로 돌파하기만 하면 하늘에 노을빛이 나타난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마침 지금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 바로 그 화려한 노을빛이었다. “엄마, 저거 봐, 불광이야!”한편 그 시각, 천부성에 있던 한 소녀가 하늘의 노을빛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어린 소녀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많은 사람들은 그 눈부신 빛을 바라보았다. “어머, 진짜 불광이네. 영험한 보살이 나타났나 보구나!”“다들 얼른 무릎 꿇고 절하세요!”대낮에 어떻게 불광이 나타날 수 있는 거지? 어떤 사람은 단추까지 채운 채 공손하게 무릎 꿇었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뭐가 됐든 이 노을빛은 수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저 멀리 유럽에서는, 대전에 있는 한 백발의 노인은, 세계 각지에서 전송된 동영상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는 하늘에 비춘 노을빛을 보고는, 눈빛이 약간 흔들렸다. 용국에 또 천신 강자가 탄생한 거야? 마찬가지로 오르크스산에서는, 백발이
마치 금속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처럼 무섭게 들렸다. “칵!”바로 그때,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은제 상자는 떨어지게 됐다. 뒤이어 칠흑같이 어두웠던 제단은 갑자기 대낮처럼 밝게 비쳤다. 한지훈이 눈을 들어 바라보니 방금 은제 상자가 놓여있던 곳에서는 눈부신 백광이 나타났다. 한지훈은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주시한다 하더라도 그 백광 뒤에 가려진 사물을 전혀 볼 수는 없었다. “설마 이게 바로 백룡심인 건가?”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천생서문에 있는 백룡심에 대한 기록을 다시 회상했다. 백룡심을 융합시키는 건 다른 용심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이유는 백룡심은 사실 생사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년불멸의 용심은 영원히 살아있기에, 백룡심을 융합하려는 자가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생사가 맞아떨어져야 백룡심이 비로소 하나가 된다. 다만 문제는 그 조건이 매우 가혹하다는 것이다. 백광이 제단 전체를 밝게 비추는 가운데, 음양어 문양도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지훈은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쿵쿵쿵!” 심지어 한지훈은 자신의 심장 박동 소리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땅 위의 제단을 다시 한번 올려다본 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른바 생사가 반복된다는 것은 결코 이대로 허무하게 자결한다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땅에 그을린 몇 갈래 금은 모두 음양어로 몰리게 됐는데, 어느새 음양어의 한쪽은 이미 흰색으로 변해있었다. 그럼 남은 반대쪽은 빨간색으로 물들여야 한다. 그 빨간색은 바로 피였다. 이내 한지훈은 오릉군 가시를 뽑아 들어 직접 자신의 손목을 찔렀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한지훈은 순간 멍해졌다. “땡!” 오릉군을 내려치면서 뜻밖에도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 것이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힘껏 오릉군을 내리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목에 는 흰 점 하나만 보였다. 피는커녕 피부에 닿지도 못했다. 한지훈은
그렇게 한지훈은 예충기 부부의 시체를 향해 여러 차례 무릎 꿇고 참배까지 마친 후에야, 계속하여 곤륜허의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뇌해 구역을 지나 5리도 안되어, 한지훈은 갑자기 알 수 없이 넘쳐흐르는 생기를 느꼈다. 이내 주위에 깔려있던 회백색의 모래와 자갈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고, 전방에는 넓은 숲이 나타나더니 자연의 짐승들이 나무 사이를 누비는 걸 보게 됐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공기가 탁 트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예충기가 말한 바와 같이, 제준의 능묘로 들어설수록 생기가 오히려 짙어지고 있었다. 백룡심을 얻기 위해서는 생사를 건너야 한다더니. 방금 뇌해를 건너면서 한지훈은 이미 한 번의 죽음을 겪었기에, 지금 그의 눈앞의 펼쳐진 것은 바로 또 다른 삶이었다. 계속하여 이러한 생사의 왕복이 펼쳐질 예정이다. 동시에 한지훈은 내심 걸어온 길을 되새기며 생기와 사기를 번갈아 생각해 보았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한지훈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지훈은 생사의 오의를 깨닫지는 못하여 단지 모호한 개념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상한 사실 하나는, 곤륜허에는 낮과 밤의 구분도 없는 것 같았다. 시간으로 계산하게 되면, 지금 시점은 노을이 지는 시점일 텐데 곤륜허는 여전히 대낮과도 같았다. 햇빛은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주위에는 바람 한 점 없었다. 이런 극한의 환경은 곤륜허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또 몇 시간 계속하여 걸으면서 산등성이를 넘은 한지훈은, 갑자기 비할 데 없이 웅장한 궁전을 마주하게 됐다. 그 궁전은 길이가 수 미터에 달하는 돌로 쌓여 있었다. 비록 세월의 풍파를 거치긴 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대전과 벽에 보이는 금에서 당시 이 궁전이 얼마나 휘황찬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한지훈은 곧장 대전으로 걸어갔다. 대전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없는 한기가 한지훈에게로 밀려왔다. 이는 진정한 죽음의 기운이었다. 바로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극한의 한기였다. 대
국왕의 발언에, 종묘 장로들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젊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매우 단단했다. 이는 이번 기회를 빌어 아주 자연스럽게 4대 가문과 조정에 숨겨진 배후를 함께 물리칠 계획이었다. 재빨리 이 사실을 눈치챈 종묘 대장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어귀에 있는 금위군을 향해 말했다. “여봐라, 당장 모두 밀어내!”“네!” 이내 한 무리의 금위군이 우르르 몰려들어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 노신들을 밀어내려 하자 국왕이 차갑게 말했다. “그래도 엄연히 다들 우리 용국의 영웅들인데, 어떻게 밀어낼 수가 있겠어?” “네?”그 말에 한 무리의 금위군들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모두 끌어내! 3일 안에 용경을 떠나지 않는 자들은 가산까진 전부 몰수할 거야!”국왕의 노여움에 금위군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들어 멱살을 잡거나 팔을 잡아당긴 채 20여 명을 모두 용각 밖으로 끌어냈다. 그제야 조정은 비로소 평온을 되찾았다. 신한국은 끌려가는 노신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폐하, 이러면 이젠 4대 가문과 얼굴을 붉히게 될 것입니다!”강만용 역시 근심이 가득했다. “용국이 영원히 4대 가문의 용국은 아니야. 더욱이는 어느 명문 가문의 용국도 아니야. 자고로 용국은 백성들에게 속하고 만민에게 속하는 거야!”“나라를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은 마땅히 봉상을 받아야 하고, 그 유상 역시 마땅히 조상의 영예를 받아야 돼. 이것은 절대 당연한 천리야! 이 천리를 어기려 하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될 거야!”국왕이 이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그동안 4대 가문이 손을 뻗은 범위가 너무나도 넓었고 관리 범위도 광범위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국왕은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닌 용국 전체의 의지를 대표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그 시각, 멀리 곤륜허에서는 사람 모양을 한 검은 숯덩이가 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족히 10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람 모양의 검은 숯덩이는 겨우 몸을 버티고 땅에서 일어선 뒤 옆에 있는 유리석에 앉아
“폐하! 이... 이건... 부당합니다!” 방금까지 책봉에 반대하던 노신들은 물론, 만조의 문무들 역시 잇달아 무릎을 꿇고는 울며 하소연했다. 그들이 한평생 전투에 참가하여 거액의 부를 축적한 이유는 바로 집안의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국왕의 이 조령이 일단 확정되게 되면, 그동안 몇 세대들이 노력해온 건 전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렇게 되면 후손들의 풍족한 생활은 더 이상 어떠한 보장도 받지 못하게 된다. “부당해?” 국왕은 차갑게 웃었다. “북양 왕은 일편단심 나라만을 생각하고 있어. 자신이 죽을걸 알면서도 저 멀리 곤륜까지 갔는데, 당신들은 여전히 그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규칙대로 따르는 게 원칙이긴 하지만, 한지훈의 이번 희생은 오로지 나라만을 위한 거야!”“생명이 끝나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나라만을 생각했어.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당신네들은 나라에 대한 마음이 그렇게 깊기나 한 사람이 있어?”“어쩜 이렇게 한 무리의 가증스러운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굴면서 공신 한 명을 헐뜯으려 하는 거야! 자기 집안만 사리사욕을 다 채우게 하면 그만이긴 하지만...”“어떻게 공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고아와 과모가 될 유가족까지 궁지로 몰아넣으려 하는 거야. 정말 가증스럽네!”“너희들 모두 마땅히 처벌받아야 돼!”“여봐라!” “네!”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문 밖에 있던 수백 명의 금위가 순식간에 천자각으로 뛰어들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불길한 마음에 몇 명의 장로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말렸다. 그러나 국왕은 장로들을 향해 살짝 손을 흔들어 안심하라 하였고, 이내 옆에 있는 궁인에게 말했다. “방금 이 노신들이 뱉은 말들을 그대로 모든 매체에 공개해!”“용국의 모든 백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그러고 나서 각 지역의 있는 백성들이 앞으로 이들의 생사를 결정하게 만들 거야. 만약 백성들이 모두 이 노신들이 한 말이 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 나 또한 더 이상 추궁하지 않겠어
국왕은 기가 찬 이 광경에, 연신 고개를 저었다. 4대 가문을 대표하든, 한지훈과 적대하고 있는 세력이든 아무쪼록 용국은 통일된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했다. 게다가 한지훈 유상에 관한 처리는 매우 중대한 일이기에 절대 허투루 할 수도 없다. 바로 이때 천자각 대전의 궁문이 열리더니 두 노인이 잇달아 대전으로 들어섰다. 바로 강만용과 신한국이었다. 두 사람이 나타나자 대전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폐하를 뵈옵소서!”“폐하를 뵈옵소서!” 두 각로는 연이어 국왕을 향해 경배하였다. “각로님들? 여기는 어쩐 일로...”강만용이 고개를 들어 말했다. “폐하, 예 씨 어르신네 부부 두 분께서는 이미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날, 북양 왕이 떠나기 전에 유언을 남기고 갔다고 합니다!”“뭐라고요? 한지훈이 어떤 말을 했는데요?”국왕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떠나기 전에 북양 왕이 폐하께 전하고픈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만약 이번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면 폐하께 미리 사죄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용국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 때문에 죄송하다고요. 그리고 폐하께서는 앞으로 몸 조심하시라고 당부까지 했습니다!”강만용은 말을 이어가던 도중, 결국 눈물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 말을 들은 국왕 역시 눈물을 흘렸다. 이내 그는 대전 안의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다들 말끝마다 한지훈 유상은 봉인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들 하는데!”“노서용 어르신, 제가 묻고 싶습니다. 그럼 어르신은 대체 어떻게 민부 주관으로 승진하게 된 겁니까?”국왕이 지목한 사람은 바로, 방금 소란을 일으킨 한 노신이었다. “저야 당연히 가부의 관작을 이어받아 평생 나라를 위해 힘쓴 거죠!”노인은 여전히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노 씨 집안은 줄곧 산에서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힘들게 민부를 경영해 오면서, 여러 세대의 노력을 거쳐 민부의 주요 관직을 확고히 장악하게 된 것이다. “그래요! 제 생각에는 다른 분들도 다들 이렇
슬픔에 잠긴 강우연과는 달리, 4대 가문은 한지훈의 조난 소식을 듣고서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특히나 동방 소는 킥킥하는 소리를 내며 뉴스를 보면서 비웃기도 했다. “한지훈 이 놈, 결국 곤륜 뇌해에서 죽게 됐네. 하하!”“할아버님, 이 말은 즉 저희도 이젠 한 씨 집안을 향해...”그러자 동방 소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절대 한 씨 집안을 건드려서는 안 돼.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은 금방 죽었지만 그의 명망은 아직 남아 있어. 이 시점에 누가 먼저 나서려 한다면, 기어코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국왕에게 미움을 살뿐만 아니라 수억 명의 용국 백성들로부터도 미움을 살 수 있어. 비록 우리 동방 가문이 세력이 방대하긴 하지만, 물은 그저 배를 띄울 수만 있을 뿐 절대 전복시킬 수는 없는 게 불변의 법칙이야!”“하지만 천자각에서 의사를 진행하게 될 때, 강우연과 한지훈의 유상을 봉관 하여 왕작에 넣으려 하는 건 절대 반대하라고 우리 가문 사람들한테 당부해!” 동쪽 소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의 유상이 일단 왕작으로 봉인되게 되면, 적어도 신임 국왕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한 씨 집안의 기둥을 흔들 수 없게 된다. 하물며 신임 국왕은 정직하고 나이도 어려,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살기에도 끄떡없어 보였다. 수십 년 후 한 씨 집안의 어린 세대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 있겠는데, 그때가 되어 한지훈의 자녀가 과연 4대 가문의 우환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동쪽 소뿐만 아니라 다른 3대 가문도 동시에 자신의 부하들에게 같은 명령을 내렸다. 한편 그 시각 천자각에서는, “또 이의 있으신 분 계십니까?”궁인이 성지를 낭독하고 나서야, 국왕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문무백관들은 소곤소곤 속삭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알다시피, 이건 분명히 국왕이 한 씨 집안 유상을 보호하려는 계획이었다. 왕작의 책봉이 있으면 누구도 감히 한지훈의 자녀들을 건드릴 수
몇몇 종묘 장로들은 깜짝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지훈이 없다고 해서 용국이 망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절대 이 시점에 한지훈이 죽어서는 안 됐다. 열국은 이제 막 작전을 거두었고, 용국은 한창 좋은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 한지훈이 세상을 떠난 게 되면, 용국이 더 이상 전력이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는 셈이 된다. 즉 한지훈의 죽음은 북양이 다시 용국을 공격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열국의 부대들이 다시 한번 무장하고 대기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시란치 가문도 재차 수많은 고수들을 파견하여 용국으로 돌격해 용국무종을 와해시키려 할 것이다. 동시에 용국 내부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그야말로 국본에 치명적인 위협을 입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제 생각에는 먼저 한지훈을 위해 장례를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장으로 제릉에 묘를 안장하고, 용경 백성들을 제외한 용국의 각지 백성들은 모두 조문하게끔 허용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파룡군은 현재 신임 장군으로 유청을 북부 전구 총지휘자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는 이젠 파룡군뿐만 아니라 서효양도 통제하게 되면서 북방 방어 전구를 형성하게 됐습니다!”“다들 저의 의견에 동의하시는지요?”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국왕은 천천히 어슬렁거리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자리에 있던 장로들은 똑같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됐다. 그렇게 족히 30분이 지나고 나서야 무종 대장로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말했다. “저는 이의가 없긴 하지만, 이번 일은 조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무종 대장로의 뜻은 매우 명확했다. 한지훈이 전사한 후, 4대 가문은 필연적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게다가 무종 중에는 한지훈과 원한을 맺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이젠 한 마음으로 4대 가문과 손을 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4대 가문의 세력은 오히려 전보다 더욱 강해지게 된다. 그러므로 조회 결의를 통해, 4대 가문의 태도
“폐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일단 국상을 치르게 되면 다른 열국이 모두 알게 됩니다.”진우는 급히 앞으로 나아가 막아 나섰다. 그러나 국왕은 고개를 젓고는 휴대폰을 가리키며 진우를 향해 말했다. “일이 지금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우리가 과연 놈들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땅이 이렇게나 크게 흔들렸는데, 진작에 다른 열국들은 위성을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곤륜산을 확인했을 거야. 그리고 그 뇌해 속에 있는 사람이 바로 한지훈이라는 것도 알았겠지.” “만약 우리가 비밀리에 진행하여 숨기려 했다가 나중에 용국 백성들이 해외 매체를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백성들은 우리의 행위에 대해 한심하게 생각할 거야!”“한지훈은 단지 북양 왕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 마음속의 신 같은 존재야. 더우기는 용국의 군혼과도 같은 존재지. 이런 사람이 지금 곤륜 뇌해에 묻히게 됐는데 우리가 비밀리로 진행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이건 내가 나라의 수령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야.” “그리고 일단 무종 장로, 종묘 장로 그리고 용각의 두 각로더러 날 찾으러 오라고 해!”국왕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의 조난 소식이 국왕에게 안겨준 타격은, 강우연에게 안겨준 타격 못지않았다. 그동안 국왕과 한지훈 사이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갈등이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서로 잘 통한 사이였다. 열국을 상대하든 용국의 각 세력을 상대하든,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 한지훈이 갑자기 운명하게 됐다는 것은, 곧 국왕이 자신의 팔다리를 잃어버린 셈과 다름없었다. 이미 계획한 많은 전략들은 다 무너지게 됐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할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지훈이 죽게 된 후, 열국이 용국에 가하게 될 압박까지 직면해야 했다. 이제 곧 국경에서 전보가 전해질 거라 예상도 들었다. 이러한 국면에, 국왕은 반드시 먼저 백성들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모든 사람들에게 한지훈처럼 그동안 용국을 위해 공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