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문쪽을 가리키더니 소리쳤다.“못 알아들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당장 꺼지라고!”그들을 한번 슥 둘러보았다. 한지훈도 여기에 계속 앉아 있기 싫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는 그때 강우연도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이 다시 그녀를 앉히며 말했다.“식사마저 하고 나와. 밖에서 기다릴게.”한지훈이 떠나고 안의 분위기는 바뀌었다. 강학주 일가는 표준우에 굽신거리며 술을 부으며 또 강우연을 부추기며 술을 따르게 했다.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회색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 손에 두병의 와인을 들고 미소를 띄고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7-8명의 종업원이 각양각색의 음식을 들고 있었다.“이분이 우연 씨죠?”중년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강우연은 어리둥절했다. 눈앞의 이 사람은 그녀가 모르는 사람이다.그녀가 일어서며 물었다.“누구시죠?”“안녕하세요. 저는 리아플의 사장 마소문입니다. 여기에 왕림하셨다고 하여 해외에서 특별히 초빙한 셰프의 특별 요리와 두병의 로마네 꽁디를 선물하려고 직접 오게 되었습니다.”마소문은 시종일관 미소를 장착하고 있었다.그들은 접시에 담긴 음식과 와인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건 한지훈이 말한 그 로마네 꽁디가 아닌가!2년 전 한병에 무려 4천만 원에 팔리던 것이다!이건...... 표준우가 주문한 것보다 훨씬 비싼 거였다!표준우도 당황했다. 리아플 사장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그 역시 마소문을 처음 보았다.마소문은 S시의 호텔 업계에서 거물급이다. 개인 몸값은 이미 조 단위를 넘어 표 씨 가문을 훨씬 능가했다.표준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공손한 자세로 마소문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마 사장님, 이거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전 그저 친구 몇 명 데리고 온 것 뿐인데 이렇게 직접 비싼 와인도 올려주시고. 감사해요.”표준우의 머리 회전속도는 빨랐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 자신 말고는 리아플 사장을 직접 올 수 있게 할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다.강학주의 집안?아니면 그
강학주 일가도, 표준우도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들은 동상처럼 굳어있었다.한 선생?“마 사장님, 잘못 아신 게 아닌가요? 한 선생이라뇨? 혹시 한지훈을 말하는 거예요? 그 자식 때문에 이런 진수성찬을 올리는 거라고요?”표준우가 다급히 물었다.그의 체면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마소문이 자신의 체면을 봐서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직접 한지훈 그 녀석 때문이라고 한다.이건 어느 나라 농담인가?서경희은 매우 의아했다.“농담하시는 거 아니죠?”마소문의 기분이 일시에 다운되었다. 그가 차갑게 반문했다.“농담이라고 생각해요?”마소문은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고 짜증스러운 말투로 덧붙였다.“한 선생이 없으니 이것들만 아깝게 되었네요!”말을 마치고 마소문은 직원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분위기가 적막했다. 그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유일하게 강우연만 얼굴이 환했다. 그녀는 보란 듯이 서경희와 표준우에게 말했다.“어머니, 준우 씨, 미안해요. 전 이만 가볼게요. 이것들은 저의 남편의 체면을 봐서 가져가지 않았으니 천천히 드시고 오세요.”강우연은 한고은을 품에 안고 천천히 그곳을 벗어났다.그녀는 오랜만에 속이 다 후련했다. 이렇게 기쁜 것이 얼마 만인가!한지훈은 멋진 사람이다!그녀가 선택한 남자는 괜찮은 사람이다.강우연이 떠나자 표준우도 멎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천천히 드세요. 저는 회사에 일이 좀 생겨서 먼저 일어날게요. 계산은 마쳤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너무 창피했다.그런 자식에게 밀렸다.한지훈, 그 자식은 쓰레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리아플의 마소문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그럴 수 있단 말인가?서경희와 강학주의 얼굴도 상기되었다. 갑자기 입맛도 사라졌다. 강신만 여전히 먹고 마시면서 구시렁거렸다.“왜 안 먹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진짜 처음이야. 와인도 너무 훌륭해! 몇천만 원이라 그럴만해! 가만, 그 한지훈이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마소문이 이렇게 떠받드는 거지?”“무슨 이유가 있겠어! 또 한민학때문에 그런
한지훈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그쪽이 이한승이 말한 마소문이에요?”“네, 그렇습니다.”이 남자는 지극히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마소문은 감히 홀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한지훈의 여유로운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드러나는 그 기품, 그리고 아우라까지. 이것들은 일반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이다.이한승이 왜 이 사람을 잘 모시라고 신신당부했는지 알 것 같다.“네. 알겠어요.”한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한고운을 품에 안고 걸어 나오던 강우연이 한지훈 앞에 몸을 한껏 움츠리고 서 있는 마소문을 보고 어리둥절했다.“지훈 씨, 무슨 상황?!”한지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한고운을 자신의 품속에 안았다. 그리고 다정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우린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일 뿐이야. 그렇죠? 마 사장?”눈치 빠른 마소문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네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죠. 그럼 천천히 얘기 나누세요. 전 할 일이 남아서 이만 가볼게요.”그렇게 마소문이 떠나고 강우연의 의심 어린 눈초리가 한지훈을 향했다. 팔짱을 끼고 그녀가 탐문했다.“솔직하게 말해 봐요. 지훈 씨랑 마 사장이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요?”한지훈은 급하게 둘러댔다.“5년 전부터 안면이 있었지. 그때 아버지와 마 사장은 친구였어.”그는 한고운의 두 손을 잡고 이리저리 휴게실을 뛰어다녔다.“고운아, 신 나?”“네, 신나요. 우아......”한고운은 꺄르르 웃으며 행복해했다.강우연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녀는 한고운이 혹시라도 넘어질 가봐 그들의 뒤를 바짝 따랐다.저녁, 강우연과 한고운이 잠들어서야 한지훈은 밖으로 나와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됐어?”용일이 깍듯하게 대답했다.“사령관님, 3만 명 태풍군이 S 시에 진입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훈련을 목적으로 여러 조로 나누어 진입할 것입니다.”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리고 별장은 어떻게 됐어?”“사령관님, 조금 골치 아픈 일인데 S
다음날, 한지훈이 집을 나서서 S시의 제일 비싼 별장들이 집결되어 있는 보헤미로 갔다.여기가 S 시의 제일가는 부자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매매가가 80억 원 부터 시작하는 별장이라 진정한 재벌이어야 구매할 수 있다.보헤미는 아무한테나 별장을 팔지 않는다. 업주의 신분과 지위, 재산 여부까지 엄격한 절차를 통과해야 했다.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 곧 명함과도 같다. 그들은 S 시에서도 명망이 높은 사람들이다.심지어 외부의 고위급 관원들도 여기에 살고 있다.아무튼, 보헤미는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구역이 아니다.분양사무실에 들어선 한지훈은 그를 향한 시답잖은 시선을 느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여기의 내부도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게 장식해서 사람으로 하여금 궁전에 들어온 착각을 갖게 했다.더불어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영업원들도 하나같이 콧대가 높았다. 단순한 집을 파는 일이어도 분위기 때문에 특별하게 느껴질 만도 했다.그들은 고객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보헤미는 고객이 끊길 걱정이 없다. 별장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모두 큰 인물들이어서 그들도 진짜를 가려내는 데에 이골이 났다. 시선 한 번이면 그 사람의 신분을 스캔할 수 있었다.한지훈과 같이 캐주얼한 옷차림의 고객도 매일 몇 명 정도 보헤미를 찾았다.필경 여기는 대외개방이고 일반인들도 환영하고 있었다.그리고 보헤미 기업이 말하기를 누구나 보헤미에서의 생활을 꿈꿀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을 똑같게 대해야 한다고도 했다.하지만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한지훈은 천천히 둘러보았다. 많지 않은 손님들은 모두 재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옆에 젊은 아가씨가 팔짱을 끼고 있거나 비서와 동행하고 있었다.그들을 안내하고 있는 직원들도 고퀄리티였다.적절하게 튀어나온 훌륭한 몸매에 괜찮은 얼굴, 하이힐을 신고 블랙 정장 차림 혹은 스커트를 입었다. 다리는 검은 스타킹을 신어서 더욱 섹시함을 풍겼다.“안녕하세요. 여기서 제일 비싼 별장을 보여주세요.”한 바퀴 둘러본 한지훈이 휴대폰만 하고
손에 쥔 건 없으면서 헛풍만 세다니까!1700억 원이 무슨 애 이름인 줄 아나?주위에 손님과 사무실 직원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허허, 1700억 원인 이 별장을 사는 사람도 있다니 재미있군.”“옷차림만 봐도 지극히 평범한데 어떻게 1700억 원을 어떻게 낸단 말이에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희 별장들은 가장 싼 매물이 90억 원은 하는걸요.”“주제 파악이 안 되나 보군. 허세를 부리다 못해 보헤미까지 넘보고 있으니 웃기지도 않네.”하지만 한지훈은 담담하게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오영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자산을 확인 해 봐도 돼요.”자산 확인?오영이 멈칫했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그녀는 한지훈이 말하는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확인하라면 못 할 줄 알아요? 이 카드에 얼마나 들었길래 이러는지 한번 봐야겠어요!”오영이 한지훈에게서 은행 카드를 낚아채고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한편, 제일 비싼 별장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리에 구경이 헐레벌떡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어느 분이 산다는 거야?! 그 귀빈은 지금 어딨어?”구경의 입꼬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어떤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가 진짜 1700억 원짜리 별장을 사게 된다면 구경은 구 씨가문에 적어도 1400억 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자그마치 1400억 원이다!“사장님, 이분이 그 별장을 사시겠다는 분입니다.”비서가 황급히 그를 한지훈 앞에 모시고 갔다.웃음꽃이 활짝 핀 구경은 다급히 다가가 가벼운 목례를 하고 악수를 청했다.“처음 뵙겠습니다. 우리 VIP 룸으로 가서 자세한 얘기를 나눌까요?”“그동안 잘 지냈어?”한지훈이 차갑게 인사를 건넸다.구경이 순간 멈칫하다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사람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바뀌었다.“너구나? 한지훈!”한 씨 가문의 유일하게 남은 핏줄이다.“그
오영이 가뿐 숨을 몰아쉬며 급히 구경을 불렀다.“사장님, 카드에 진짜 1700억 원이 있어요......”잔액을 확인했을 때 오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수수한 옷차림의 사내가 무심하게 내놓은 카드에 1700억 원이 있을 줄이야!소름이 돋았다.모든 걸 알고 난 후의 오영이 한지훈을 바라보는 표정에 말할 수 없는 복잡함이 섞여 있었다.이런 재벌이 자신을 불친절한 태도를 물고 늘어지면 어떡하지?로비는 쥐은 듯이 고요했다. 그 안에 모든 사람들이 침을 꿀꺽 삼키기 바빴다. 이 상황을 겪어도 믿기지 않았다.“대박! 진짜 1700억 원이 있었어?”“세상에! 그 별장이 진짜 이렇게 팔린다고? 1700억 원인데?”“이 남자는 도대체 누군에요? 아까 사장이 하는 말대로라면 5년 전 큰 사고를 당한 그 한 씨 가문의 핏줄이란 말인가? 악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강 씨 가문에 들어간 그 사람...... 분명 무능력한 쓰레기라고 했는데…? 그런데 어떻게 수중에 1700 억 원이 있을 수 있지?”그렇게 한지훈의 신분이 까발려지고 모든이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눈동자엔 신기함과 의문들로 가득했다.구경은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옆에 서있는 오영에게 은행카드를 건네받으며 되물었다.“뭐라고? 이 카드에 1700억 원이 있다고?”오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장님......”구경도 당황했다.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카드를 만지작거리다가 한지훈을 바라봤다. 그리고...그는 태세 전환도 빨랐다. 이내 활짝 웃으며 공손하게 안내하는 자세를 취하고는 아버지를 모시듯 하며 아부를 떨기 시작했다.“아이고.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도련님의 품위는 여전하시네요. 어떻게 우리 보헤미의 별자을 사기로 결정한 거죠? 어서 들어오세요. 저쪽 VIP 룸으로 모실게요. 오영! 얼른 가서 맛있는 커피라도 타오지 않고! 뭐하고 서있어!”오영이 다급히 대답하며 몸을 돌렸다.그때 한지훈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그럴 필요없이 여기서 말하자고. 구 사장.”구경이 머
순식간에 1400억 원을 벌게 됐다.무려 1400억 원!이건 보통 재벌들이 평생을 몸부림쳐도 손에 넣지 못하는 액수였다.그래서 구경은 더더욱 감격스러웠다. 그는 직접 한지훈에게 계약서까지 건넸다. 하지만 한지훈은 시선도 주지 않고 큰 손을 움직여 순식간에 서명을 마쳤다.“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 이 별장은 고객님의 소유입니다. 키는 여기에 있으니 잘 보관하시길 바랍니다.”구경이 다이아가 박힌 키를 한지훈의 손에 살포시 올려놓았다.키를 받은 한지훈이 입을 열었다.“구 사장. 그럼 이제부터는 당신의 회사가 악의적으로 별장의 매맷값을 시장가격의 10배로 올려 혼란을 가져오고 서민들의 주머니를 함부로 턴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기쁨에 찼던 구경의 얼굴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지훈을 바라보며 애써 웃음 지었다.“농담하시는 거죠? 에이... 속을 뻔했잖아요. 하하하......”구경은 어색하게 웃으며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혹은 한지훈이 그 어마어마한 별장을 소유했다는 것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지금에 와서야 그들은 가까스로 깨닫기 시작했다.“대박! 진짜 샀다고?!”“1700억 원인데도? 세상에! 이건 무조건 S시의 뉴스 1면이나 마찬가지야.”“잠깐만, 방금 뭐라 한 거지? 구 씨가문이 별장시장을 독점한 것에 대하여 의문을 던진 거야?”그렇게 그들의 시선이 한지훈과 구경에게 집중되었다.구 씨가문이 시장가격의 10배로 그 별장을 내놓은 일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다.왜 3년 동안 아무도 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이건 구 씨가문의 장사 수단의 일종이었다. 고의로 가격을 인상해 과대포장하는 것이다. 그들 기업이 생산하는 생활 필수품들도 시장값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나 본지방의 기업이란 이유로 배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불만이 많았지만 고소할 수 있는 부문이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지금 이 자리에서 한지훈이 그 문제를 면전에 대고 묻고 있다.
구경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거들먹거리고 있었다.구 씨 가문이 보헤미의 별장을 시장가격의 10배로 올려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데에는 단단한 뒷심이 있다.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독점해왔지만 생활용품들을 한지훈 따위가 가격을 낮춘다고?한지훈이 누구라도 돼?왕이야?한지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냉소를 지었다.“그럼 동의하지 않겠다는 거네?”구경이 움찔했다. 그는 한지훈의 차가운 눈을 보고 말았다. 마치 웅크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맹수 같았다.구경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동의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여기는 보헤미고 구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 행배를 부리면 별장을 구매했어도 내쫓을 거야.”구경은 두렵지 않았다. 그에게 부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한지훈이 돌아오면 어떤가?그가 10명을 당할 있을까?구경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층에서 10명 남짓한 사내들이 내려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건장한 체격이었다. 맨 앞에 선 사내는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목에 전갈 문신을 하고 있어 더 섭뜩하게 다가왔다.“사장님, 무슨 일 생겼습니까? 누가 행패를 부리느 겁니까?”그 사내가 물었다.그리고 각기 출입구를 봉쇄하게 하고 돌아와 구경과 한지훈을 에워쌌다.구경이 한지훈을 쏘아보며 으름장을 놓았다.“마지막을 기회를 줄게. 조용히 꺼져! 아니면 이 전갈형이 너의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그 전갈 사내는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쓸고 음흉하게 웃으며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었다.“소란 피운 게 너야? 빨리 꺼지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전갈 사내는 말하며 한지훈의 멱살을 잡았다.하지만!우두둑!한지훈이 전갈 사내의 손가락을 분질러버렸다.“아아악! 아파!”로비는 그의 고함소리로 울려퍼졌다. “젠장! 네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 얘들아, 덮쳐! 저 놈의 손가락도 분질러버려!”그들은 허리춤에서 칼자루를 뽑아들고 한지훈을 덮쳤다.퍽!한지훈이 다리를 들어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이 공중에 높이 뜨더니 그대로 저만치 날아가 옆의 장식품에 부딪혔다. 장식품은
"어디 감히 건방지게!" 이내 한용의 노호와 함께, 한지훈을 향하던 그 기운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용, 너... 방금 뭐 한 거야!”우천존은 창시자가 그동안 한용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것도, 게다가 그의 실력이 확실히 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뜻밖에도 이렇게 쉽게 자신의 기운을 깨뜨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편 무리 속에 서 있던 진강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놀란 가슴을 달래느라 바빴다. 한지훈이 드디어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되자, 양령아 또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한지훈이 한용을 할아버지라고 부른 이상, 그들 사이에는 필연적인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우천존은 더 이상 한지훈을 건드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은 갑자기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한지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방금 그 환상 속에서 마주한 노인의 말이, 한지훈은 내심 계속 신경 쓰였다. ‘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 한지훈은 이 말을 되새기면서 다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를 들어 우천존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진정한 어둠을 본 적이 있긴 해?” 이 말을 듣고 우천존은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 그는 한지훈의 말속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내 한지훈은 손을 살짝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천지는 본래 진안이라, 진법을 따라 얼마든지 뒤흔들릴 수가 있어!”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머리 위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차가운 빛이 용솟음쳤다. 뒤이어 그는 손을 높이 흔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바로 이때, 믿기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 위 태양이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는 육안으로도 보아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빨랐다. 충격적인 장면에 온 이집트 사람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
“자고로 이 천지는 본래 진법 안에 있고, 이 해와 달 그리고 우주는 진안이라고 볼 수가 있어. 그리고 이런 진안으로는 얼마든지 도검을 만들 수가 있지!”“난 손만 뒤집기만 해도 얼마든지 진을 칠 수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천지를 내 마음대로 좌우할 수도 있어!”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금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의 붉은 태양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 하늘의 별들이 찬란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이내 노인이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무진!”바로 그때, 온 하늘의 별들도 모두 사라지고, 주위는 끝없는 어둠에 빠지게 됐다. 깜짝 놀라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한지훈은, 눈앞의 장면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진법이었다. 이것이야말로 금룡심에 숨겨진 무상의 진법이었다. “알겠어?”이내 노인은 한지훈을 흘겨보았다. “그...”한지훈은 뭔가 깨달은 것 같긴 했지만 딱히 정수를 얻지는 못했다. 이런 강력한 수단은 단 한 번만으로는 바로 마음에 새기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법을 다시 되새기고 받아들일 과정이 필요했다. “에휴! 마땅히 이렇게 해야만 용족이 앞으로 고난을 이겨나갈 수가 있는 거야! 그래야만 나도 우리 용족이 부끄럽지 않을 테고!”말을 마친 노인은 살짝 눈을 감더니 이내 점점 실루엣이 옅어졌다. 노인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한지훈은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환상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지훈과는 달리, 바깥은 이미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우렁찬 천둥소리와 함께 필적할 수 없는 기세가 한지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내 갑자기 천지의 풍운이 변색되기 시작하더니 뿌연 황사가 만 미터 고공을 휩쓸고 있었다. 눈부신 고공에, 한 줄기 성화가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떨어지는데 그 장면은 비할 데 없이 기괴했다. 그 광경에, 우천존과 한용도 이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천신계의 강자인 그들은, 방금 뿜어져 나온 그 강력한 위세에 내심 위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자신들의
우천존은 당황한 티를 최대한 숨기려 했지만, 그 기분은 얼굴에 똑똑히 드러났다. 상대의 실력은 어찌나 강한지, 단번에 그의 위압을 모두 날려버렸다. “지훈아, 몇 달 동안 보지 못한 사이에 네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우리 한 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는 않았어!”하늘 속 그 실루엣은 바로 한용이었다. “할아버지... 저...”한지훈은 예상치 못한 한용의 등장에 감개무량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필살의 국면이었던 상황이, 한용의 등장으로 쉽게 해결될 것 같았다. “지훈아, 너도 알다시피 내가 저놈들한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수는 없어. 이건 바로 규칙이니까! 결국 이 난관에서 벗어나는 건 너 자신한테 달린 거야!”한용은 담담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대로, 천신계의 강자는 천신 이하의 일반인에게 살수를 통렬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여태 천 년 동안 성문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규칙에 단호했던 한용은, 당연히 금기를 무시하는 우천존처럼 무례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광명존을 무너뜨리고 한바탕 휩쓸어버린 한용의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것이 바로 인왕의 경지인 건가? 자고로 인왕은 백 년에 한 사람도 나오기 힘든 강자 중 강자이다. 그만큼 인왕의 존재는 매우 나도 무서웠다. 나일 강변은 인왕이 한 명 있는 덕에, 주변 열강들은 감히 엿볼 수도 없게 되었다. 나폴레옹과도 같은 절세의 강자조차도 결국 순순히 비육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감히 손댈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 그들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런 위세를 띠고 있었다. 충격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백발이 성성한 한 사제가 심지어 저도 모르게 한용의 방향을 향해 절까지 하였다. 그는 과거 인왕이 어떻게 나폴레옹을 핍박하여 퇴각시켰는지 똑똑히 본 적이 있었다. 인왕은 다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음에도 불구하고, 천지를 뒤흔들고 대지를 진동시켜 거칠고 사나운 파도까지 불러일으켰었다. 그 위압은 방금
진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천존은 옷소매를 뿌리치면서 진강의 얼굴을 후려쳤다. “시끄러워!”비록 진강의 목숨이 위협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내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필경 천신계 강자의 차원은 남달랐기에, 아무리 가벼운 타격이라 하더라도 진강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괴롭힌다고? 하하.”광명 좌사는 이를 수치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영광으로 여기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태양 광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천왕계 강자들의 앞에서, 수적으로 유리한 점을 노려 한지훈 한 명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우천존이 있으니, 당연히 수치로 여기 지를 않았다. 누구도 감히 나서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우리가 괴롭히겠다는데 네가 뭐 어쩔 건데?”광명 우사는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한지훈, 안타깝게 됐네. 너의 잠재력이라면 충분히 앞으로 쭉쭉 성장하여 창창한 앞날을 맞이하게 될 텐데. 어쩌면 언젠가 내가 너한테 고개를 숙일 수도 있을지 몰랐는데, 그 성장을 보기도 전에 넌 죽음을 맞이하게 됐네!”광명존 유회원은 뒷짐을 지고는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한지훈,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똑똑히 인식하는 거야. 내 뒤에는 천신강자가 있지만 네 뒤에는 뭐가 있는데? 네가 그렇게 충성하는 국왕? 혹은 너의 용국의 기운?”“너한테 솔직히 얘기해 주자면, 기운이 형성되고 그 기운이 위세를 드러내기까지는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형성되는 날이면, 넌 여태 수많은 사람들이 넘지 못한 격차를 순식간에 뛰어넘어 천신 강자로 등극할 수 있어!”“하지만 넌 이제 영영 그날을 기다릴 수 없게 됐네! 오직 한 사람뿐인 너와는 달리 나의 뒤에는 광명파가 있거든!”광명존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뛰여 올랐고, 동시에 광명 좌우사도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한지훈을 에워싸고 있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우천존은 살기 어린 눈빛
과거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처참한 패배를 경험한 유회원은 당시 체념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그는 한지훈과의 대결에서, 본인이 가장 아끼던 천도 무영권조차 잃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의 뒤에는 같은 4성 천왕계인 광명 좌우사 두 명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꺼번에 몰려들어 한지훈을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천신계의 강자인 우천존 또한 이 자리에서 대기를 하며, 얼마든지 한지훈을 처단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기에도 한지훈에게 있어 필사의 판국이었다. 한편, 금방 막 태양 광장에 도착한 진강은 죽어라 주먹을 불끈 쥔 채 두 눈에서는 거의 불이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그는 실력이 약한 자신이, 사령관을 도울 자격조차 전혀 안된다는 사실에 매우 한스러워하며, 한지훈이 점점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양령아도 잔뜩 화가 난 채 눈에 눈물을 머금고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비록 그녀는 삼성 지급 사령관의 실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상대 중 가장 약한 실력이 무려 4성 천급 천왕계였기에 그녀 또한 무력감을 느끼게 됐다. 설마 그동안 백전백승하며 용국을 수년간 호위했던 전신 한지훈이 정말 이곳에서 운명하기라도 하겠어? “흥, 이 모든 게 한지훈이 건방지게 군 탓이야. 감히 천신계의 고수에게 이렇게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당장 죽어도 싸!”“그가 제 아무리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더라도, 오늘은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정 억울하면 한지훈이 여태 멍청하게 군걸 탓해. 광명존은 이미 그한테 살 길을 줬었고, 그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따금 수군대기 시작했고, 다들 예외 없이 모두 광명존의 편에 서 있었다. 이게 바로 세상의 현실이었다. 어느 한쪽의 실력이 더욱 강하면 군중들은 흔히 그쪽으로 쏠리게 된다. 결국 강자를 도와 말을 하게 되면,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있을 테니까. 약자는 이 세상으로부터 잊히는 것 외에 굴욕밖
이 틈을 타, 나국화는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한지훈을 가리키며 큰소리로 비꼬았다. “만약 그때 네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체면을 세워주었더라면, 지금 난 이렇게까지 방관하지는 않았을 거야. 하지만 안타깝게 됐네, 이 모든 건 네가 자초한 거야!”당시 데클라 호텔에서 한지훈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후로부터, 나국화는 줄곧 원한을 품고 있었다. 심지어 한지훈과 양령아는 그 후 멤비스로 향하면서도 나국화에게 알리지 않았고, 더욱이는 그를 죽는 것보다 더 괴롭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나국화는, 지금 궁지에 몰린 한지훈의 모습에 기뻐났다. “사실 난 정말 네가 천왕계의 강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하지만, 천왕계 강자면 뭐 어때? 비록 네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쉽게 억누르고 고개를 못 들게 할 수 있지만, 유 선생은?”“그리고 이 어르신은?” “네가 과연 이들 중 한 사람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까?”“실력은 중요한 요소일 뿐, 때로는 숲 전체를 바라볼 줄 아는 시야가 필요해!”나국화는 어깨를 높이 쳐들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꼬았다. “그래도 넌 여전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그러자 한지훈이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그 말에 화가 난 나국화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손으로 한지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좋아, 좋아! 오늘 내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 네가 어떻게 처참하게 이곳에서 피를 뿌리게 되는지!”“한지훈, 한용의 체면을 봐서라도 만약 네가 정말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면, 내가 오늘 네 시체를 아주 깔끔하게 남겨둘게!”우천존은 한지훈을 흘겨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허허, 내 시체를 남겨 두겠다고? 천신계의 강자를 확실히 감당할 수 없긴 하지만, 너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뭐가 됐든 난 네 제자가 아니니, 네가 한 모든 말은 나에게 있어서 아무런 소용도 없어!”한지훈은 차갑게 맞받아쳤다. “한지훈, 너 정말 겁도 없구나! 네가 감히 천신계의 강자한테 도발을 하다니!”
곧이어 한줄기의 노을빛이 유회원의 몸을 뒤덮었다. 이내 방금 그가 입은 부상은 눈에 띄는 속도로 호전되었고, 심지어 뼈가 부러진 팔까지도 다시 멀쩡히 회복되었다. 그제야 유회원은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는 천천히 몸을 돌려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우린 천신계 강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 영원히 거역할 수가 없거든!”유회원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강력한 용병을 손에 넣게 됐다. 한지훈이 아무리 강해도 뭐 어떠한가? 방금 한지훈으로부터 주먹 세 방이나 맞아도 뭐 어떠한가? 오늘의 일이 만약 세상에 퍼지게 된다면, 그의 명성은 오히려 한 단계 더 올라갈 거라 믿었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천신계의 강자가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질 수밖에 없고, 이길 수도 없다고?”하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우천존을 바라보았다. 한편으론 그의 온몸은 우천존의 위압을 받아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난 너랑 상의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너한테 이미 정해진 결말을 알려주려는 거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 마치.. 신이 땅강아지에게 명령을 내리듯이. “한지훈, 나도 너의 실력을 보고 매우 놀라긴 했어. 그러나, 운명이라는 건 종종 네가 장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광명파의 실력은 네가 감히 가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명파에 맞서는 모든 자들의 운명은 단 하나뿐이다. 그건 바로 죽음이다!”“네가 죽기 전에 너한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 당장 천생 서문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죽기 직전까지 널 고통스럽게 괴롭힐 거야!”유회원의 두 눈에서는 두 줄기의 정광이 뿜어 나왔고, 이따금 다시 위용을 회복한 듯했다. “흥! 내가 진작에 너한테 말했었잖아. 여기는 용국이 아니니 모든 일을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고! 그런데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됐지? 너는 너의 신룡전이 하늘을 찌를 듯이 위용이 넘친다고 생각해? 내가 이곳에서 20년이란 오랜 시간을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거든!
그가 바로 진정한 천신계의 강자라고 할 수 있다. 한지훈은 한껏 경계하며 그를 흘겨보았다. 방금 한지훈이 유회원을 처단할 수 있었던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는 그저 천생서문의 해독법에 따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천신계의 강자를 상대로, 한지훈은 반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개미와 코끼리의 승부처럼 느껴졌다. 개미가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떼를 지어 몰려들더라도, 자신의 체중의 10배나 넘는 코끼리가 발을 살짝 들기만 하면 얼마든지 짓밟힐 수 있으니까. “우천존님! 제가... 창피하게 만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유회원은 두 눈에 원한을 가득 품은 채 고개를 돌려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역시! 한지훈의 예상대로, 호천 6 존 중 한 명인 우천존이 직접 나타난 것이었다. 설마 광명존과 우천존 사이에, 정말 숨겨진 관계가 있기라도 한 건가? 방금 우천존이 나타났을 때의 온 하늘에 가득했던 노을빛, 그리고 다시 광명존의 존호를 다시 되새겨보던 한지훈은 문득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사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광명존이 용심을 찾으려는 건 어쩌면 우천존을 위해서일 수도 있었다. “역시 호천 육존은 명불허전이시네요. 저 한지훈, 인사드립니다!”한지훈은 우천존을 향해 공손히 손을 내밀었지만 절대 몸은 숙이지 않았다. 우천존은 그런 한지훈을 살기 어린 눈동자로 흘겨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 빌어먹을 놈!”“신분이 천신계 강자시니 세상의 불문율의 규칙을 절대 잊지는 마십시오! 천신계는 결코 멋대로 세속의 일에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한지훈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지훈! 네가 감히 우천존님께...”유회원이 나서려 하자, 우천존은 손을 살짝 흔들며 광명존의 말을 직접 끊었다. “좋아. 네가 처음이야. 감히 이런 말투로 나를 상대하는 사람은!”“한용은 정말 좋은 손자를 뒀네. 하지만, 오늘 이 싸움에서 너는 반드시 져야 돼!”우천존의 목소리에는 위엄이 넘쳤고,
유회원은 입으로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는 한편, 방금 맞은 그 주먹으로 인해 온몸이 마치 부서진 것처럼 계속하여 아파났다. 이럴 수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한지훈은 4성 천급 천왕의 실력이긴 하지만 결국 기껏해야 유회원과 동급일 뿐이었다. 반면 유회원은 일부러 자신의 실력을 조절하며 줄곧 4성 천 급 천왕계에 머물러 있던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진작에 천신계을 돌파할 수도 있었다. 힘이나 경험이나, 그는 어느 하나 한지훈한테 지는 게 없었다. 그런데... 한지훈의 그 주먹이 뜻밖에도 쉽게 자신을 깔아뭉갤 줄이야? 마치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차원의 수준인 것처럼. 악에 받친 유회원은 주먹을 꽉 쥐었다. 비록 그의 손에는 아직 네 병의 용혈이 있긴 했지만, 두 병을 마신 것만으로도 이미 한계였다. 여기서 더 마시면 그는 정말 연소하여 죽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유회원에게 천천히 다가가, 다시 주먹 한 방을 날렸다. 유회원이 만약 다시 한번 주먹을 맞게 된다면, 그는 아마도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엄습해 오는 강력한 기운이 한지훈의 주먹을 직접 막았다. “쿵!”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지훈은 급히 발을 구르며 뒤로 몸을 굴렀다. 곧이어 저 멀리서 위엄 넘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지훈, 네가 여태 저지른 죄행이 얼마나 많은데, 음양존을 죽인 것도 모자랄 판에 이젠 광명존까지 죽이려 해?” 한 줄기 그림자가 유유히 나타났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사람의 두 발은 허공에 머무른 채, 인간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등장과 함께 하늘은 순식간에 만 갈래의 노을빛이 물들게 되었다. 심지어 멀리 천리 밖에서도 똑똑히 그 모습을 보아낼 수 있었고, 태양 광장 사방 10리 안의 하늘은 그렇게 모두 색이 변하게 되었다. 이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은 정체 모를 그림자를 쳐다보며 무릎을 꿇고는 절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