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있던 30만 북양 병사들은 격앙된 심정으로 그들의 장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런 사람이 자신의 상관이라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사령관님, 그럼 위쪽에는 뭐라고 하실 겁니까?”용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한지훈의 직속 부하 중 한 명으로써 그의 안위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책임진다. 그리고 난 무사할 거고 용국도 헛된 희생을 하지 않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마.”한지훈이 말했다.“예, 알겠습니다.”용일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도 희생한 병사들을 위한 복수가 절실했다.“사령관님, 공국 놈들이 또 국제 뉴스에 대고 헛소리를 지껄이네요. 한번 보실래요?”백성호가 물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받았다.“공국의 일선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용국의 북양대군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국경선 100km 떨어진 지점까지 군사를 물렸다고 합니다. 이는 용국 측이 자신들의 부당행위를 어느 정도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자는 전했습니다.”“이로써 알 수 있는 바, 용국의 군대는 실력이 공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공국은 군사 영역에서 또 하나의 업적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국이 현재 공국의 실력을 따라오려면 적어도 30년은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군사 기밀을 훔치려다가 폭탄에 맞아 사망한 용국 병사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생에는 그들이 비겁한 용국의 군대로 태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그것을 제외하고도 공국은 대놓고 용국을 비하하고 자신들을 치켜세우고 있었다.“작전에 지장이 있을까 봐 일단 철수하라고 한 건데 놈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날 밤, 북양의 영토에는 차가운 모래바람이 불었다.평소라면 초소를 지키는 보초병 외에 다들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오늘 저녁 북양의 군영에는 잠든 병사가 한 명도 없었다.5만 명의 북양 정예군이 공터에 집결했다.공국 쪽에서
“그런 것 같아.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은데. 저놈들 미쳤나?”마크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괜찮아. 비록 숫자가 좀 많기는 하지만 우리 대군이 전투에 참여하면 바로 쓸어버릴 수 있어.”잭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거야 그렇지.”마크는 침착하게 경보기를 울렸다.아찔한 경보음이 군영에 울려퍼졌다. 만약 용국 군영이었다면 경보음이 울리고 1분 안에 집합을 마무리해야 했다.하지만 3분이 지난 뒤에야 공국 병사들은 느릿느릿 군영에서 나오고 있었다.다들 잠이 덜 깬 모습이었는데 일부는 군복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북양군의 탱크 부대는 그러거나 말거나 바로 공격을 개시했다.순식간에 불길이 치솟고 대지가 진동했다.공국의 군영은 모두 한곳에 몰려 있었기에 북양군의 장갑차는 힘들이지 않고 한 방향으로 폭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폭탄이 옆에서 터지고 동료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갈 때에야 공국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시작했다.그들은 소총을 챙겨 사방에서 조여오는 적군을 향해 겨누었다.“와봐, 용국의 쓰레기들. 너희들은 곧 위대한 공국 군대들에 의해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거다!”“멍청한 용국 군대, 오늘 세계 최강 군대의 실력을 보여주지!”“빨리 놈들을 쓸어버리고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고!”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믿었던 무기는 북양군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한지훈은 장갑차를 맨 앞에 세웠다. 탄약은 장갑차 외부에 약한 기스만 냈을 뿐이었다.“어떻게 된 거야?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장갑차를 가지고 있어? 총탄이 아예 안 박히잖아!”“우리 공국에도 십여 대밖에 없는 장갑차인데… 게다가 다 다른 곳에 있잖아. 놈들은 어떻게 수백 대의 장갑차를 소유한 거지?”“세상에! 이건 분명 꿈일 거야. 설마 다른 나라에서 용국에 장비를 지원한 걸까?”공국의 군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화력이 너무도 거셌고 그들의 공격은 거의 먹히지 않았다.“공격을 중지한다!”장갑차 위에 선 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격을 멈춘 장갑차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방어 공사는 북양의 장갑차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병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들은 북양군의 거센 기세에 완전히 짓눌려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다.강대한 실력 앞에 그들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한지훈은 여기 오기 전까지 수많은 공격 방식을 고민했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힘으로 짓누르는 방식이야 말로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공국의 병사들은 어둠 속에서 무너져내리는 자신들의 방어선을 바라보며 용기마저 잃어버렸다.적지 않은 병사들이 도망치듯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휘부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곳에 마지막 방어선이 있기 때문이었다.상대가 반격을 포기하면서 북양의 진군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공국의 지휘부에 앉아 있는 장관들은 여전히 북양에서 쳐들어오면 그들을 박살낼 자신이 있다고 의기양양해하고 있었다.그런데 cctv로 북양의 장갑차가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그런 자신감은 처참히 부서졌다.공국의 장관이라는 자들은 방으로 숨어들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젠장! 전에는 용국 군대가 나약하기 짝이 없다며? 아무리 도발해도 가만히 있더니 오늘은 대체 뭘 잘못 먹은 거야?”“망할!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도발하지 않는 건데!”공국의 지휘관들이 재산을 챙겨 도망을 준비할 때, 병사 한 명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사령관님, 북양군이 코앞까지 왔습니다. 저희는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병사의 눈은 온통 공포로 질려 있었다.“뭘 어떡해? 싸워서 막아야지! 절대 놈들을 이쪽으로 들여보내서는 안 돼! 당장 총 들고 나가!”사령관이라는 자가 포효하며 말했다.“안 돼요, 사령관님. 상대의 장비가 너무 좋아요. 저희의 화력으로는 제압이 불가능합니다. 많은 병사들이 뒤로 후퇴하고 있어요.”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 여기로 오면 어떡해? 당장 나가서 적과 맞서 싸우지 않고! 후퇴하는 자는 내 손에 죽는다!”돌아온 건 사령관의 분노한 포효뿐이었다.만약 장관이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 못 봤다면 그
“저희는 일부러 국경선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했어요. 북양군을 도발하기 위해서요. 폭탄도 저희가 일부러 투척한 거예요.”“그리고 우리는 북양에서 사절을 파견하여 사과하러 온 것처럼 위장했죠. 하지만 이미 그들을 죽인 뒤였어요.”공국의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마지막 질문. 이 모든 것을 사주한 자가 누구냐? 사절을 총살하라고 시킨 자 말이야.”“사령관이요. 모든 건 그 사람이 지시했고 총도 그 사람이 쏜 거예요.”병사가 말했다.“너희의 사령관은 어디 있지?”한지훈이 물었다.병사는 고개를 돌렸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병사들도 서로 눈치만 보며 우물쭈물했다.“제가 사령관께 보고를 올리러 갔을 때 그 사람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조금 전에 지휘실에 보고하러 갔던 병사가 말했다.한지훈은 차갑게 코웃음치고는 몸을 날려 지휘부의 가장 높은 곳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공국의 군영과 2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는 SUV 한 대가 보였다.한지훈은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2분 뒤, 그는 검은 그림자를 질질 끌고 돌아왔다.“일반 병사는 목숨을 살려줄 수 있지만 총살의 주모자는 살려둘 수 없다.”한지훈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공국 병사들은 지휘관의 시체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일부는 모든 게 이 지휘관 때문이라고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우리의 형제를 총살한 놈이 여기 있다. 시체를 변방의 성벽에 걸어 모두에게 전시할 것이다.”“형제들의 복수는 했으니 이미 반항을 포기한 병사들은 건드리지 말도록.”지시를 내린 뒤, 한지훈은 대군과 함께 북양 지휘부로 돌아갔다.“백성호, 네가 기록한 영상을 국제 언론에 보내서 보도하게 해. 이제 외부에 진실을 알릴 때야.”다음 날, 국제 신문에는 영상 하나가 게시되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숙연해졌다.아무도 북양군의 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국이 그렇게 당한 데는 모두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적지
황학용과의 약속 날까지는 일주일 정도 남았다.왜 시간을 질질 끄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지훈은 그가 뭔가를 준비한다고 직감했다.그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약왕파에게 선택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만약 황학용이 여전히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기꺼이 그 목숨을 거둬줄 생각이었다.별장으로 돌아온 한지훈은 고운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그는 아이가 어릴 때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강우연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 안색이 별로 안 좋네.”한지훈은 강우연에게로 다가가서 어깨를 마사지하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강우연은 눈을 감고 탄식하듯 말했다.“회사에 일이 너무 많아요. 신제품 출시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충분한 판매 경로가 확보되지 않았어요.”“내가 판매 경로 좀 알아봐 줄까?”한지훈이 물었다.강우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정색해서 말했다.“여보, 나도 성인이라고요. 계속 당신의 보호 아래서만 살 수는 없어요. 회사의 대표는 나고, 난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요. 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난 당신 등 뒤에 선 사람이 아니라 당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신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쟁부의 일은 나도 아는 게 없고 도움이 못 되지만 회사나 생활 방면에서 나도 당신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와이프 말은 들어야지. 난 개입하지 않을게.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는 당신이 먼저 나한테 말해줘.”강우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마워요, 여보.”그 뒤로 그녀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한지훈은 구석에 숨어 입을 틀어막고 웃고 있는 고운이를 보고는 짐짓 인상을 쓰며 다가갔다.“고운이 잡으러 가자!”다음 날.강우연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 인상을 썼다.“조
강우연은 한참을 고민을 했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미 신약을 위해 여러 곳을 뛰어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미미했다.핸드폰을 펼친 강우연은 SNS에서 놀랄만한 기사를 발견했다.“서경의 홍영그룹에서 강중에 제약회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강우연은 뭔가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왔다.홍영그룹이 설립한 지사는 이미 강중에서 사업 파트너를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대체 어떤 운 좋은 회사가 그들의 눈에 띄었는지 궁금했다.서경의 홍영그룹이라고 하면 용국의 서부 지역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거물이었다.의약, 과학기술, 보건사업, 부동산, 엔터테인먼트까지 그들의 세력이 닿지 않은 산업이 손에 꼽을 정도고, 우연그룹의 1년 매출을 다 합쳐도 그들의 하루 매출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다행히 본사를 강중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지사만 설립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강중의 각 기업은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강우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들어와.”“대표님 찾는 전화인데요?”비서인 서은정이 안으로 들어와서 말했다.“네, 전화 바꿨습니다.”강우연은 서은정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고 인사를 건넸다.“강 대표님이신가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수화기 너머로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시죠?”강우연은 낯선 목소리에 약간 긴장하며 물었다.“홍철복이라고 합니다. 서경 홍영그룹에서 강중에 지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는데 제가 지사 관리를 맡았지요. 강중에 있는 회사들 리스트를 읽어봤는데 저희의 요구에 부합되는 기업은 우연그룹뿐이더군요.”홍철복이 말했다.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경계를 세웠다. 홍영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뭔가 좀 이상했다.“홍 대표님이셨군요. 그런데 저희 회사의 뭐가 마음에 들어서 저희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그냥 홍영 측의 수요를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 드리는 얘기니까요.”강
그 시각, 강중의 번화가의 어느 한 별장.꽤 호화롭게 지어진 별장이었다. 정원에 엄청나게 넓은 꽃밭이 펼쳐져 있고 분수와 조경이 조화를 이루어 무척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이곳은 홍철복이 며칠 전에 구매한 별장으로, 그가 생활하는 공간이었다.“홍 대표님, 강우연이 차에 탔습니다.”비서로 보이는 사내가 홍철복에게 다가가서 말했다.“알았으니까 나가봐.”흔들 의자에 배가 불룩 나온 한 중년 사내가 누워 있었다. 의자마저도 그의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삐걱대고 있었다.그가 바로 홍영그룹 강중 지사의 대표, 홍철복이자 홍영그룹의 고위임원 중 하나였다.그의 맞은편에는 30대 중반의 사내가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그는 강중 지사의 2인자인 홍안복이었다.“그 여자는 이미 오고 있는 중이래. 혼자.”홍철복이 말했다.“사실 우리 실력으로 강중 의학계를 삼키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굳이 필요 없는 사람까지 끌어들여야 할까요?”홍안복이 물었다.“넌 몰라. 약왕파의 황학용 소종주의 부탁이니 뭔가는 해야 할 게 아니야. 게다가 북양왕은 상대하기 만만한 놈이 아니야. 앞으로 우리가 강중을 먹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라고. 북양왕만 멀리 보내버리면 다른 상회들은 알아서 우리의 말을 따르게 돼있어.”말을 마친 홍철복은 담배연기를 길게 들이마셨다.“북양왕이 대단한 놈이라고 해도 우리 홍영그룹은 강대한 실력을 갖추지 않았습니까. 굳이 이런 비겁한 짓까지 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이 일이 공개되면 윗분들에게 해명하기 힘들어집니다.”홍안복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가문은 우리가 최단 시간 내에 강중과 각 상회를 합병하라고만 했지 그 과정은 전혀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거든.”“어차피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야. 과정이 어떻든 고민할 필요가 없어. 안복아, 이게 왜 가문에서 날 이곳의 총 담당으로 보내고 넌 아직도 2인자인 이유야.”홍철복은 진한 담배연기를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황학용이 먼저 우리를 찾았는데 우리가 약왕파의 힘을
“이제 일 얘기나 하죠.”강우연이 말했다.“물론이죠. 난 우연그룹이 가장 잘하는 영역을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강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홍철복이 담담히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죠?”강우연이 물었다.“솔직히 말씀드리죠. 우리 홍영은 이번에 강중 의학계의 수장이 되려고 왔습니다. 우연그룹이 그 선봉이 되어준다면 그에 따른 복리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홍철복이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지금 우리 우연그룹을 홍영과 합병하겠다는 말씀인가요? 죄송하지만 그럴 생각 없어요. 오늘의 대화는 없었던 거로 하죠.”강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강경하게 말했다.우연그룹을 강중을 삼키는 다리로 쓸 생각을 하다니! 참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었다.“마음대로 하세요.”홍철복은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강우연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떠날 채비를 했다.“10… 9… 8…”홍안복이 갑자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지금 뭐 하시는 거죠?”강우연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별거 아니에요. 우연 씨가 마신 커피에 수면제를 좀 탔을 뿐이죠.”홍철복이 웃으며 말했다.“뭐라고요? 당신들….”강우연은 욕설을 내뱉으려 했지만 갑자기 잠이 쏟아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기절해 버렸다.홍철복 형제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웃음을 터뜨렸다.“형, 이 여자 좀 새끈한데요? 인질로 이용하기 전에 제가 좀 데리고 놀면 어떨까요?”홍안복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급할 거 없어. 이 여자를 이용해서 북양왕을 쓰러뜨린 뒤에 내가 직접 네 방으로 보내주지.”홍철복이 말했다.“그래요. 그럼 기다리죠, 뭐.”그렇게 한참 후.강우연은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눈을 떴다.사지가 침대에 묶여 있어서 그녀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르고 그녀는 자신이 납치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강 대표, 깼어?”홍철복이 안으로 들어왔다.“당신… 뭐 하려는 거지? 왜 날 이곳에 납치한 거야? 이거 범죄야. 내가 이곳으로 온 거 내 비서는 다 알
“좋아, 아주 좋아! 한지훈, 네가 감히 이토록 오만하게 구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너희 용국의 연안을 피바다로 만들어 주겠다!”안드레는 장창을 단단히 움켜쥐고 용국의 방향을 가리켰다. 순간, 장창 끝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점점 강렬해졌고, 그 빛은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퍼져 나갔다. 게다가 진법의 증폭을 받은 살기는 지나가는 곳마다 인간이든 짐승이든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소멸시킬 기세였다.“한... 한 씨 형님, 제발 다시 생각해 보시오!”진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누구든 안드레는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그가 이 창을 휘두르는 순간, 수많은 무고한 백성들이 화를 당할 것이었다.“안드레, 네 따위가 감히 우리 용국 백성을 해치겠다고?”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쪽 팔을 뻗어 갑판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진왕검!”그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고풍스러운 나무 상자가 갑자기 열리더니 넉 자 세 치 길이의 진왕검이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상자에서 튀어나와 한지훈을 향해 날아왔다.진왕검이 손에 닿는 순간 날카로운 진동음이 울려 퍼졌고, 곧이어 은빛 광채가 하늘을 뒤덮으며 반쪽 하늘 전체를 가득 채웠다.진왕검은 고대로부터 왕들이 차고 다니던 검이었으며,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진 적이 없는 검이었다. 진왕검이 가진 특성은 단순한 명검의 재질이 아니라, 어떤 보검도 가질 수 없는 제왕의 기운이 함께 깃들어 있다는 점이었다.그 은빛 광채 속에서는 마치 용의 포효가 어렴풋이 들려오는 듯했고, 게다가 검신 위에 새겨진 거대한 청룡 문양이 하늘을 향해 기세등등하게 치솟았다. 이 순간, 사방 수백 리 내의 공간이 진왕검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 찰나에 살기로 가득 차올랐으며, 마치 이 한 자루 검이 하늘을 가르고 대지를 단숨에 두 동강 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절대적인 압도적 기세가 하늘과 땅을 휩싸며 퍼져 나갔고, 이내 넓디넓은 바다가 폭풍처럼 요동쳤으며, 하늘의 구름마저 급변했다. 그곳에 있던
한지훈에게 손을 쓰는 순간 박살 날 텐데!“짝!”한지훈은 아무런 징조도 없이 손바닥을 번쩍 들더니, 다시 한번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번에는 힘을 많이 주지는 않았고, 안드레가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이 손바닥 한 방은 그야말로 안드레에게 엄청난 모욕이었다!게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카일 가문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네… 네 이놈! 반드시 널 죽이고 말겠다! 용국 동남 연안 전체가 무너지고, 제재소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해도 반드시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안드레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라 일그러져 있었고, 두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했다.그는 이를 악물며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살갗을 깊숙이 파고들어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장창!”안드레가 손을 뻗자, 배 위에 놓여 있던 장창이 순식간에 허공을 가르며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장창을 손에 쥔 순간, 안드레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기세는 하늘마저 어둡게 만들었고, 뜨거운 태양조차 창백하게 변해 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살육밖에 없었고, 한지훈이 가져온 이 치욕을 수많은 피로 씻어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그는 과거, 무려 십 년 넘게 이름을 날린 전신 강자와 싸웠을 때조차 이런 치욕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가 장창을 쥐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길게 늘어진 백발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 위에서 스스로 일렁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안 돼!”진우가 놀라 소리쳤다.안드레의 목표는 한지훈이 아니었다!그는 창끝을 용국 동남 연안의 해안가를 향해 겨누고 있었다!그가 이 창을 내리꽂는 순간, 용국 동남 해안은 그 여파에 휩쓸릴 것이다!게다가, 분노에 찬 천신계 강자의 일격이라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한지훈,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하라! 그렇지 않으면 용국의 해안 도시들이 피바다가 될 것이다!”안드레는 장창을
모든 이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지훈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안드레마저 매우 놀랐고, 그가 허둥지둥 한지훈의 흔적을 찾는 순간 한지훈이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한지훈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그대로 안드레를 향해 내리꽂았다!안드레는 깜짝 놀라 급히 주먹을 휘둘러 반격했고, 천신계 강자의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하며 사방 수 리 내의 바다 위가 거센 파도로 출렁였다!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안드레와 한지훈의 주먹이 격돌했다!쿵!안드레가 자부하던, 모든 것을 단숨에 초토화할 것 같던 그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닿는 순간 그 힘이 한없이 무력해졌다.심지어 안드레의 팔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콰득!”안드레는 한 손으로 팔을 부여잡고 물러서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응시했다. “이, 이럴 리가 없어!”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마, 자신이 한지훈에게 밀린단 말인가?“말했지, 누가 죽을지는 아직 모른다고!”한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치켜들었다!그 순간, 한지훈은 완전히 본래의 기운을 드러냈다!천신계 강자의 강대한 위압이 해저에 사는 수생 생물들조차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치게 만들었다!이제 안드레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었다.아니, 한지훈의 주먹을 감히 정면으로 받아칠 용기조차 사라졌다.한지훈의 주먹이 연달아 안드레의 몸을 강타했고, 안드레는 피를 뿜으며 공중으로 날아갔다!“어린놈의 자식이! 너무 날뛰는군!”안드레의 말이 끝나자, 한지훈은 손바닥을 들어 안드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찰싹!”안드레의 몸이 다시 한번 옆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지훈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다시 한번 손을 들어 거침없이 뺨을 후려쳤다! 안드레의 몸이 또다시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고, 연속된 광경을 바라보던 배 위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저자가 정말 오륙에서 유일한 천신계 강자라는 안드레인가?정말로 오륙의 평화 사절단이라고 불리는
따라서 한 수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천신계 강자의 기본이었다! “하아... 역시 너무 젊군.”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그 순간, 안드레의 주먹이 한지훈의 주먹과 맞부딪히려 할 찰나, 한지훈이 갑자기 주먹을 펼쳐 손바닥으로 변환하며 안드레의 주먹을 아래로 눌렀다.“음?”안드레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 사소한 변화 속에 과연 어떤 깊은 뜻이 숨어 있는 것인가?!“파악!”“쿵!”주먹과 손바닥이 맞닿는 순간,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 뒤를 따라 천둥 같은 굉음이 폭발했다.거대한 폭발음이 마치 바다 위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한 위력을 뿜어냈다.순식간에 바다가 끓어오르며 사방으로 물보라가 솟구쳤고, 수많은 물고기가 끓는 바닷물 속에서 익어 떠오르기 시작했다!눈부신 한 줄기 강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은 황급히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렇게 30분이 지나고서야 빛이 점차 사라졌고, 사람들은 서서히 눈을 뜨며 한지훈과 안드레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카일 가문의 무리들은 눈을 뜨면서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안드레 경의 이 강력한 일격에서 살아남을 자가 있겠는가?!아마도 한지훈의 육신조차 산산이 부서졌을 터!하지만 그 순간, 모두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동시에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이... 이럴 수가!”백발의 노인은 선박 난간을 붙잡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고, 주변 사람들 또한 모두 얼굴이 창백해졌다!바다 위에서 한지훈은 뒷짐을 진 채 여유롭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몇백 미터 떨어진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안드레가 흐트러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안드레의 가슴팍에는 깊은 상처가 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핏방울이 맺혀 있었다!안드레조차도 이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방금 전, 한지훈의 손바닥과 맞닿았을 때 분명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나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지훈의 손바닥
두 사람의 주먹이 충돌하는 순간, 한지훈과 안드레는 거의 동시에 한 걸음씩 물러섰다.거대한 충격이 몇 초가 지나도록 미친 듯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바닷물은 광풍에 휩쓸려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안드레는 주먹을 살짝 쥐었고, 방금 그 순간 그는 분명한 통증을 느꼈다!천신계에 오른 이후, 안드레는 마지막으로 통증을 느낀 때가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방금 한지훈의 일격이 그에게 통증을 안겨준 것이다!분명 서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발휘하긴 했지만, 한지훈은 막 천신계에 오른 젊은이일 뿐이었다!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안드레는 놀란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이때의 한지훈 역시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고, 방금 받은 일격은 그가 살아오면서 맞은 가장 무거운 한 방이었다!만약 그의 몸이 뇌해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결코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곤륜 뇌해에서 단련된 그의 육체는 사실 안드레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했다!다만 이제 막 돌파한 터라, 아직 완전히 몸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젊은이, 정말 대단하군. 감히 우리 카일 가문에 도전할 만하겠어!”안드레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두 번째 주먹이 그림자처럼 날아들었다!그 일격이 뻗어나가자, 바다의 수면이 수십 미터나 움푹 내려앉으며 거대한 원형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심지어 해저의 암초조차도 무너지며 부서졌고, 수백 미터 내의 바다 생물들이 동시에 죽고 말았다. 핏빛 안개가 해저에서 떠올라, 바다를 붉게 물들였다.이 광경을 보며 한지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안드레의 이 한 방은, 마치 용국 무학 중 격산타우와도 같은 기법이었다!겉보기엔 직선적인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심오한 변수가 숨어 있었다!“이것이 바로 천신계 강자의 신력인가……?”진우는 경탄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고, 주변의 무리들도 연신 놀라움을 터뜨렸다.이 한 방이라면, 사람은 물론이고 전차나 전함조차도 견뎌낼 수 없을 것이
그것은 단순한 위압감이 아니었으며, 진정한 대해였다!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안드레의 기세에 압도당했고, 심지어 진우조차도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함 몇 척이 아니라 하나의 함대라 해도 안드레의 이토록 강력한 공격 앞에서는 단숨에 전멸했을 것이다!지금에서야 진우는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았다.예로부터 천신 아래, 모두 개미와 같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천신계 강자와 비교하면, 천왕계 강자들끼리의 싸움이란 그야말로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했다!그러나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한지훈은 여전히 담담했고, 심지어 머리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쳐오는 와중에도 한 번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지 않았다. 이 얼마나 침착하며 자신만만한 태도인가! 하늘에서 산처럼 거대한 파도가 떨어지려 하자, 모든 이들이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시선을 집중했다.그 거대한 파도는 엄청난 파도 소리를 동반하며 한지훈을 덮쳤다!“콰광!”굉음과 함께 거대한 파도가 내리꽂혔지만, 한지훈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단지 그의 몸 앞에 금빛 장막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그리고 거대한 파도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이 광경을 본 안드레는 저도 모르게 손을 떨기 시작했다! 이 기술은 그가 가장 자신 있는 진법이었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파도는 한지훈은 물론이고 항모 한 척이라도 순식간에 침몰할 수 있었다! “이... 이게 가능하다고?”안드레는 이를 악물고 경악하며 한지훈을 바라봤다!“이까짓 잔꾀로 나를 상대하려 했나? 안드레, 너무 순진했던 것 아닌가?”한지훈은 단 한 방울의 물방울조차 묻지 않은 상태였다!이 순간, 안드레는 진법만으로는 한지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이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직접 육탄전을 벌이는 것뿐이었다!이렇게 결심한 안드레는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젊은이, 네 실력은 인정하마. 하지만 네가 아무리 천신계 강자라 해도, 이제 막 경지에
바로 그때, 바다 위에서 부상국 국기가 걸려 있는 세 척의 전함이 다시 빠른 속도로 유람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하지만 그 전함들이 유람선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엄청난 흡인력이 발생하며 세 척의 전함을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 중심으로 빨아들였다!순식간에 전함들은 납작한 철판처럼 으스러져 버렸고, 이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한지훈이 서 있는 곳이 바로 그 블랙홀의 중심이었다!전함조차도 단숨에 압축되어 산산조각 났는데, 한지훈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어째서 한지훈은 이토록 강력한 흡인력을 견딜 수 있는 걸까?하지만, 블랙홀은 한지훈을 향해 몰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머리 위로는 거대한 파도가 솟구쳐 덮쳐 오고 있었다.마치 이 두 가지 힘이 동시에 작용하여 한지훈을 단숨에 바닷속 깊이 짓이겨버릴 것만 같았다!그때, 안드레가 손에 삼지창을 쥔 채 몸을 날려 한지훈을 향해 돌진했다!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마치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고,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주변의 공기마저 실체가 있는 듯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삼지창을 휘둘렀을 때, 허공에서 천둥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한지훈은 이 모든 공격을 눈앞에 두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안드레를 바라볼 뿐이었다.“저 용국 놈은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겁에 질려 얼어붙은 건가?”“내 생각엔 완전히 포기한 거다. 저렇게 바다 위로 나간 건,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지!”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자연스럽게 진우와 구원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흥, 이제 와서 동료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고? 너무 늦었어.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한 백인 남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누가 봐도 한지훈이 죽는다면 안드레는 진우와 구원항까지 모조리 처치할 것이 분명했다!안드레의 삼지창이 한지훈을 향해 내리꽂히려는 순간, 그
이십 대의 용국 청년이, 대중 앞에서 감히 카일 가문의 성물을 빼앗다니!이건 분명 오륙에서 세속을 떠도는 유일한 천신계 강자인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안드레는 단순히 카일 가문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오륙 전체의 평화 사절이기도 했다!그가 천신계 강자로 군림하고 있었기에, 지난 수십 년간 오륙에서는 다시금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방금도 말했지만, 이 검은 용경으로 가져가 국왕께 바칠 것이다. 내가 가져가겠다고 한 이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다!”한지훈은 손가락을 흔들며 안드레를 향해 말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한지훈 역시 천신계에 도달했지만, 문제는 그가 이를 막 돌파한 신참이라는 점이었다!안드레는 수십 년 전에 이미 천신계에 이른 베테랑 강자였다.둘의 경지가 같다고는 해도, 실력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는 마치 수십 년간 무예를 연마한 대사범과, 갓 입문한 젊은 무인이 싸우는 것과 같았다.둘 다 무예를 익혔다 한들, 그것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실전에서 응용하는 능력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한 씨 형님, 차라리 그 정복자의 검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진우가 조심스레 한지훈을 말렸다.“돌려준다고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까? 게다가, 이까짓 조그마한 진법 따위... 나는 하늘과 바다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두렵지 않거늘, 이 작은 자기장이 겁날 것 같습니까?”한지훈은 정복자의 검을 움켜쥐고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천신계이든, 천왕계이든, 진법이란 결국 두 가지 방식뿐이었다.하나는 자신의 자기장을 활용하여 우주의 자기장을 끌어당기는 것.또 하나는 자연계에 본래 존재하는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변수가 너무 많을뿐더러 지구의 자기장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우주는 그야말로 무한한 영역이 아니던가?우주의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법만이, 비로소 우주의 강력한 자기장을 모두 자신
안드레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다가 뒤집힐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수많은 수증기가 빠르게 치솟으며 해수면이 점점 상승하는 반면, 배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 한가운데 형성되었다!겉으로 보기엔 오마르의 진법만큼 웅장하지 않아 보였으나, 천신계 강자만이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있었다.안드레가 거의 모든 해역의 자기장을 조종하고 있었고, 소용돌이의 중심부에는 곧 거대한 블랙홀이 나타났다.그 블랙홀 주변에는 번갯불이 뒤엉켜 번쩍이며 휘몰아쳤다.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듯 강력한 흡인력으로 유람선을 중심부로 빨아들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공포에 질렸고, 심지어 일부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만약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이 배는 영원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안드레와 오마르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바닷속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이었다!이때, 안드레는 한지훈을 향해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이 창안한 진법이었다.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사하겠지만, 한지훈만큼은 예외였다.그는 블랙홀의 강력한 자력에 의해 순식간에 찢겨나갈 것이었다!“망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어! 다 저 용국 놈 때문이야!”“이봐, 용국 놈! 당장 카일 가문의 성물을 내려놓아라!”“네놈이야 죽고 싶어도, 우리까지 끌어들이진 말라고!”주변에 있던 백인 남자 몇 명이 하나둘씩 일어나 한지훈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안드레는 결국 천신계 강자였고, 한 명의 천신계 강자는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존재였다. 그의 힘으로 볼 때, 한지훈을 죽이는 것은커녕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것도 충분한 일이었다.“젊은 친구, 천신계 아래는 모두 개미와 같다. 너와 나의 차이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나는 네가 저항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괜한 발버둥은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부를 뿐이라고!”안드레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