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를 해결한 뒤, 한지훈은 흑용왕을 따라 지휘부로 돌아갔다.지휘부에 도착하자마자 흑용왕의 부하 한 명이 북양에서 온 통화내용을 전했다.“한지훈, 북양 쪽에 일이 생긴 것 같아!”흑용왕은 굳은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받아 수화기에 대고 물었다.“무슨 일이지?”“사령관님, 본부에 사고가 좀 있었습니다. 사상자가 발생했어요.”수화기 너머로 용일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젠장!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한지훈은 분노한 얼굴로 물었다.한 명의 병사를 완전히 육성하는데는 많은 정력과 시간이 소모된다. 그리고 한지훈은 병사를 아끼기로 소문난 장관이었다.게다가 그의 병사들은 오랜 시간 그를 따른 사람들이었기에 한지훈은 진작에 그들을 동료로, 형제로 인식하고 있었다.“상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공국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애들이 놈들 손에 죽었을 수도 있어요.”용일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바로 북양으로 출발할 거야. 병사들을 소집하고 1급 전시 체제를 실행해!”그렇게 말하는 한지훈의 목소리에서 싸늘한 살기가 묻어 나왔다.“네, 지금 당장 실행하겠습니다!”용일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비장한 목소리로 답했다.북양의 총사령관인 한지훈만이 흔들리고 있는 군사들의 민심을 다잡을 수 있었다.한지훈은 흑용왕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남령 전쟁부의 헬기를 타고 곧장 북양으로 향했다.헬기에 오른 그는 용린에게 전화를 걸어 강중에 아무일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안심하고 북양으로 향했다.잠시 후, 청금용 전포를 입은 그는 익숙한 구역에 도착했다.한지훈이 돌아온다는 것을 전해들은 북양의 병사들은 기대에 찬 얼굴로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령관님!”선봉 부대의 몇 만 병사들이 무기를 장착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그를 맞이했다.“사령관님!용일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올렸다. 그의 뒤에는 훤칠한 키의 한 병
한지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사실을 왜곡한 적 없습니다. 제 말은 전부 사실입니다. 만약 거짓이 하나라도 있다면 달게 벌을 받겠습니다!”백성호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더 보충할 건 없어?”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있습니다. 사실 성호가 얘기하지 않은 게 있어요. 놈들은 우리 애들을 총살한 뒤에 국제 언론에 대놓고 저희를 모함했어요. 저희 용국의 군대가 그들의 기술을 빼돌리려고 잠입했다가 폭탄을 맞고 사망했다고요.”“놈들은 사망한 병사들이 저녁에 그들의 설계도를 훔치기 위해 군영으로 잠입했다고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했어요.”한 장관이 손을 번쩍 들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그럼 반격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한지훈이 물었다.“당연히 했었죠. 하지만 나라의 이미지에 먹칠할 수도 있다는 말에 지금까지 참았어요.”백성호는 어깨를 부르르 떨며 억울한듯 말했다.그가 이러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생사를 함께하던 형제가 죽었는데 살인자라는 놈들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형제들을 모함하고 있으니 이보다 더 화가 나는 일이 어디 있을까?“사망 인원은 총 몇 명이야?”한지훈은 속으로 가장 묻고 싶지 않았던 질문을 했다.“여섯 명이요.”백성호가 말했다.“나를 사망자가 있는 곳으로 인도해 줘.”한지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씁쓸하게 말했다.“사령관님….”한지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먼저 밖으로 나갔다.사망자는 흰 천에 덮인 채, 사치실에 누워 있었다. 핏자국이 얼룩진 것으로 보아 그들의 죽음이 얼마나 장렬했는지 알 수 있었다.한지훈은 사망자들 앞에서 묵묵히 모자를 벗고 묵례했다.“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다. 북양 대군은 지시를 받들라. 내일 이들을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것이다.”“네!”장관들의 얼굴도 눈물범벅이 되었다.다음 날.싸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아침이었다.한지훈은 직접 병사들의 유골을 관에 넣고 북양군의 군기를 덮은 뒤에 그들의 관에 정성스럽게 ‘구국영웅’이라는 글자를 새겼다.“어찌 전쟁
현장에 있던 30만 북양 병사들은 격앙된 심정으로 그들의 장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런 사람이 자신의 상관이라서 정말 자랑스럽다고 생각했다.“사령관님, 그럼 위쪽에는 뭐라고 하실 겁니까?”용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겁이 나서가 아니라, 한지훈의 직속 부하 중 한 명으로써 그의 안위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무슨 일이 생기든 내가 책임진다. 그리고 난 무사할 거고 용국도 헛된 희생을 하지 않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마.”한지훈이 말했다.“예, 알겠습니다.”용일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입을 다물었다. 그 역시도 희생한 병사들을 위한 복수가 절실했다.“사령관님, 공국 놈들이 또 국제 뉴스에 대고 헛소리를 지껄이네요. 한번 보실래요?”백성호가 물었다.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인 뒤에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받았다.“공국의 일선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용국의 북양대군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고 국경선 100km 떨어진 지점까지 군사를 물렸다고 합니다. 이는 용국 측이 자신들의 부당행위를 어느 정도 인정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자는 전했습니다.”“이로써 알 수 있는 바, 용국의 군대는 실력이 공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공국은 군사 영역에서 또 하나의 업적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용국이 현재 공국의 실력을 따라오려면 적어도 30년은 분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군사 기밀을 훔치려다가 폭탄에 맞아 사망한 용국 병사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합니다. 다음 생에는 그들이 비겁한 용국의 군대로 태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그것을 제외하고도 공국은 대놓고 용국을 비하하고 자신들을 치켜세우고 있었다.“작전에 지장이 있을까 봐 일단 철수하라고 한 건데 놈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날 밤, 북양의 영토에는 차가운 모래바람이 불었다.평소라면 초소를 지키는 보초병 외에 다들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오늘 저녁 북양의 군영에는 잠든 병사가 한 명도 없었다.5만 명의 북양 정예군이 공터에 집결했다.공국 쪽에서
“그런 것 같아. 수만 명은 되는 것 같은데. 저놈들 미쳤나?”마크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괜찮아. 비록 숫자가 좀 많기는 하지만 우리 대군이 전투에 참여하면 바로 쓸어버릴 수 있어.”잭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그거야 그렇지.”마크는 침착하게 경보기를 울렸다.아찔한 경보음이 군영에 울려퍼졌다. 만약 용국 군영이었다면 경보음이 울리고 1분 안에 집합을 마무리해야 했다.하지만 3분이 지난 뒤에야 공국 병사들은 느릿느릿 군영에서 나오고 있었다.다들 잠이 덜 깬 모습이었는데 일부는 군복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북양군의 탱크 부대는 그러거나 말거나 바로 공격을 개시했다.순식간에 불길이 치솟고 대지가 진동했다.공국의 군영은 모두 한곳에 몰려 있었기에 북양군의 장갑차는 힘들이지 않고 한 방향으로 폭탄을 쏘아대기 시작했다.폭탄이 옆에서 터지고 동료들이 하나둘씩 쓰러져갈 때에야 공국 병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시작했다.그들은 소총을 챙겨 사방에서 조여오는 적군을 향해 겨누었다.“와봐, 용국의 쓰레기들. 너희들은 곧 위대한 공국 군대들에 의해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거다!”“멍청한 용국 군대, 오늘 세계 최강 군대의 실력을 보여주지!”“빨리 놈들을 쓸어버리고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고!”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믿었던 무기는 북양군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한지훈은 장갑차를 맨 앞에 세웠다. 탄약은 장갑차 외부에 약한 기스만 냈을 뿐이었다.“어떻게 된 거야?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장갑차를 가지고 있어? 총탄이 아예 안 박히잖아!”“우리 공국에도 십여 대밖에 없는 장갑차인데… 게다가 다 다른 곳에 있잖아. 놈들은 어떻게 수백 대의 장갑차를 소유한 거지?”“세상에! 이건 분명 꿈일 거야. 설마 다른 나라에서 용국에 장비를 지원한 걸까?”공국의 군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상대의 화력이 너무도 거셌고 그들의 공격은 거의 먹히지 않았다.“공격을 중지한다!”장갑차 위에 선 한지훈이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격을 멈춘 장갑차
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던 방어 공사는 북양의 장갑차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병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들은 북양군의 거센 기세에 완전히 짓눌려 싸울 의지를 잃어버렸다.강대한 실력 앞에 그들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한지훈은 여기 오기 전까지 수많은 공격 방식을 고민했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힘으로 짓누르는 방식이야 말로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공국의 병사들은 어둠 속에서 무너져내리는 자신들의 방어선을 바라보며 용기마저 잃어버렸다.적지 않은 병사들이 도망치듯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휘부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그곳에 마지막 방어선이 있기 때문이었다.상대가 반격을 포기하면서 북양의 진군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공국의 지휘부에 앉아 있는 장관들은 여전히 북양에서 쳐들어오면 그들을 박살낼 자신이 있다고 의기양양해하고 있었다.그런데 cctv로 북양의 장갑차가 방어선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그런 자신감은 처참히 부서졌다.공국의 장관이라는 자들은 방으로 숨어들어 짐을 싸기 시작했다.“젠장! 전에는 용국 군대가 나약하기 짝이 없다며? 아무리 도발해도 가만히 있더니 오늘은 대체 뭘 잘못 먹은 거야?”“망할!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도발하지 않는 건데!”공국의 지휘관들이 재산을 챙겨 도망을 준비할 때, 병사 한 명이 안으로 뛰어들어왔다.“사령관님, 북양군이 코앞까지 왔습니다. 저희는 이제 어떡해야 할까요?”병사의 눈은 온통 공포로 질려 있었다.“뭘 어떡해? 싸워서 막아야지! 절대 놈들을 이쪽으로 들여보내서는 안 돼! 당장 총 들고 나가!”사령관이라는 자가 포효하며 말했다.“안 돼요, 사령관님. 상대의 장비가 너무 좋아요. 저희의 화력으로는 제압이 불가능합니다. 많은 병사들이 뒤로 후퇴하고 있어요.”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뭐라고? 여기로 오면 어떡해? 당장 나가서 적과 맞서 싸우지 않고! 후퇴하는 자는 내 손에 죽는다!”돌아온 건 사령관의 분노한 포효뿐이었다.만약 장관이 지금 뭘 하고 있었는지 못 봤다면 그
“저희는 일부러 국경선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했어요. 북양군을 도발하기 위해서요. 폭탄도 저희가 일부러 투척한 거예요.”“그리고 우리는 북양에서 사절을 파견하여 사과하러 온 것처럼 위장했죠. 하지만 이미 그들을 죽인 뒤였어요.”공국의 병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마지막 질문. 이 모든 것을 사주한 자가 누구냐? 사절을 총살하라고 시킨 자 말이야.”“사령관이요. 모든 건 그 사람이 지시했고 총도 그 사람이 쏜 거예요.”병사가 말했다.“너희의 사령관은 어디 있지?”한지훈이 물었다.병사는 고개를 돌렸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병사들도 서로 눈치만 보며 우물쭈물했다.“제가 사령관께 보고를 올리러 갔을 때 그 사람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조금 전에 지휘실에 보고하러 갔던 병사가 말했다.한지훈은 차갑게 코웃음치고는 몸을 날려 지휘부의 가장 높은 곳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공국의 군영과 2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전속력으로 도망치고 있는 SUV 한 대가 보였다.한지훈은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2분 뒤, 그는 검은 그림자를 질질 끌고 돌아왔다.“일반 병사는 목숨을 살려줄 수 있지만 총살의 주모자는 살려둘 수 없다.”한지훈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공국 병사들은 지휘관의 시체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일부는 모든 게 이 지휘관 때문이라고 탓하는 사람도 있었다.“우리의 형제를 총살한 놈이 여기 있다. 시체를 변방의 성벽에 걸어 모두에게 전시할 것이다.”“형제들의 복수는 했으니 이미 반항을 포기한 병사들은 건드리지 말도록.”지시를 내린 뒤, 한지훈은 대군과 함께 북양 지휘부로 돌아갔다.“백성호, 네가 기록한 영상을 국제 언론에 보내서 보도하게 해. 이제 외부에 진실을 알릴 때야.”다음 날, 국제 신문에는 영상 하나가 게시되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숙연해졌다.아무도 북양군의 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공국이 그렇게 당한 데는 모두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적지
황학용과의 약속 날까지는 일주일 정도 남았다.왜 시간을 질질 끄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지훈은 그가 뭔가를 준비한다고 직감했다.그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약왕파에게 선택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만약 황학용이 여전히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기꺼이 그 목숨을 거둬줄 생각이었다.별장으로 돌아온 한지훈은 고운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그는 아이가 어릴 때 최대한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그날 저녁, 퇴근하고 돌아온 강우연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무슨 일 있어? 안색이 별로 안 좋네.”한지훈은 강우연에게로 다가가서 어깨를 마사지하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강우연은 눈을 감고 탄식하듯 말했다.“회사에 일이 너무 많아요. 신제품 출시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충분한 판매 경로가 확보되지 않았어요.”“내가 판매 경로 좀 알아봐 줄까?”한지훈이 물었다.강우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정색해서 말했다.“여보, 나도 성인이라고요. 계속 당신의 보호 아래서만 살 수는 없어요. 회사의 대표는 나고, 난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요. 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죠? 난 당신 등 뒤에 선 사람이 아니라 당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당신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전쟁부의 일은 나도 아는 게 없고 도움이 못 되지만 회사나 생활 방면에서 나도 당신의 도움이 되고 싶다고요.”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와이프 말은 들어야지. 난 개입하지 않을게.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는 당신이 먼저 나한테 말해줘.”강우연은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고마워요, 여보.”그 뒤로 그녀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한지훈은 구석에 숨어 입을 틀어막고 웃고 있는 고운이를 보고는 짐짓 인상을 쓰며 다가갔다.“고운이 잡으러 가자!”다음 날.강우연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의 안색이 어두운 것을 보고 인상을 썼다.“조
강우연은 한참을 고민을 했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미 신약을 위해 여러 곳을 뛰어다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미미했다.핸드폰을 펼친 강우연은 SNS에서 놀랄만한 기사를 발견했다.“서경의 홍영그룹에서 강중에 제약회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강우연은 뭔가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왔다.홍영그룹이 설립한 지사는 이미 강중에서 사업 파트너를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대체 어떤 운 좋은 회사가 그들의 눈에 띄었는지 궁금했다.서경의 홍영그룹이라고 하면 용국의 서부 지역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거물이었다.의약, 과학기술, 보건사업, 부동산, 엔터테인먼트까지 그들의 세력이 닿지 않은 산업이 손에 꼽을 정도고, 우연그룹의 1년 매출을 다 합쳐도 그들의 하루 매출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다행히 본사를 강중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지사만 설립한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강중의 각 기업은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강우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들어와.”“대표님 찾는 전화인데요?”비서인 서은정이 안으로 들어와서 말했다.“네, 전화 바꿨습니다.”강우연은 서은정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고 인사를 건넸다.“강 대표님이신가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수화기 너머로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시죠?”강우연은 낯선 목소리에 약간 긴장하며 물었다.“홍철복이라고 합니다. 서경 홍영그룹에서 강중에 지사를 설립하기로 하였는데 제가 지사 관리를 맡았지요. 강중에 있는 회사들 리스트를 읽어봤는데 저희의 요구에 부합되는 기업은 우연그룹뿐이더군요.”홍철복이 말했다.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경계를 세웠다. 홍영그룹 같은 대기업에서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는 것이 뭔가 좀 이상했다.“홍 대표님이셨군요. 그런데 저희 회사의 뭐가 마음에 들어서 저희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아, 오해하지는 마세요. 그냥 홍영 측의 수요를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 드리는 얘기니까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