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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한지훈은 강우연을 내버려두고 북랑의 시체 앞에 다가갔다.

시체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손을 뻗어 시체의 옷을 벗겼다. 작업복이 벗겨지자 상처가 적나라하게 눈앞에 드러났다.

피부는 핏기가 없이 창백했고 이곳 저곳 멍이 들어 있었으며 가슴은 움푹하게 패여 있었다.

강우연은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꾹 참으며 가만히 한지훈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자세히 살펴봤지만 시체에는 상처 외에는 그의 신분을 증명할만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암살 조직이라면 문신과도 같은 그들만의 기호를 남기는 게 정석인데 왜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한지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기절한 벌매의 앞으로 다가가서 발로 툭툭 찼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벌매는 무릎과 어깨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눈을 뜬 순간 그의 앞에 미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의 얼굴이 보였다. 벌매는 즉각 경계 태세를 취했다.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 과다출혈로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

벌매의 상태는 심각했다. 무릎 뼈가 부서졌고 손바닥과 견갑골은 비수에 관통된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이 한지훈의 작품이었다.

벌매는 처참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리고 자신을 향해 냉소를 짓고 있는 한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북랑은 어떻게 된 거지? 실험 데이터는 확보했을까?’

한지훈은 그의 속을 훤히 꿰뚫어본 것처럼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료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한가 봐? 불행하게도 그는 이미 죽었어.”

그 말을 들은 벌매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한지훈을 노려봤다.

고개를 돌리자 피를 흘리며 쓰러진 북랑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그것은 더 이상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시체였다.

벌매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스치나 싶더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는 완전히 반격의 생각을 포기한 상태였다. 상대는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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