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연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쓱 닦고는 고운이한테 말했다."고운아, 배불리 잘 먹었어? 엄마랑 샤워하고 이제 잘까?"고운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싫어! 고운이는 아빠랑 놀래!"강우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아빠 오늘 피곤하시대. 내일 아빠랑 놀아."아이는 그제야 입을 삐죽이며 그녀의 품에서 나와 한지훈에게 다가가서 뽀뽀했다."아빠, 사실 엄마는 아빠를 정말 보고 싶어했어. 예전에 고운이 잠자기 전에 아빠 얘기를 많이 해줬거든. 엄마는 아빠가 슈퍼맨이라 돌아와서 엄마랑 고운이를 지켜줄 거라 했어. 아빠, 다시는 고운이랑 엄마 버리고 떠나지 마. 알겠지?"아이는 애처로울 정도로 긴장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봤다.한지훈은 그 모습에 울컥하며 눈물이 났다. 그는 서둘러 표정을 수습하고 아이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그래! 약속할게. 이제 절대 너랑 엄마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고운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지훈의 볼에 입을 맞추고 방긋 웃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엄마, 들었지? 아빠가 다시는 우리 버리고 안 떠난대."강우연은 급기야 입을 틀어막고 침실로 달려 들어갔다.아이는 입을 잔뜩 내밀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지훈에게 물었다."아빠, 엄마 오늘 왜 저래?"한지훈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굳게 닫힌 방 문을 바라보았다.공장에 다녀온 뒤로 강우연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행동했다.깊은 밤, 정원으로 나온 한지훈은 담배를 물고 한참을 고민에 잠겼다. 반면 피곤에 지친 강우연은 고운이를 안고 잠이 들었다.조용히 침실 문을 열자 깊게 잠든 그녀와 고운이의 모습이 보였다. 한지훈은 다시 조심스레 방 문을 닫고 정원으로 나가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우연이 오늘 공장에서 무슨 일 있었어?"용일이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장해성이 잡혀간 뒤로 사모님은 동서구 공장으로 가셨습니다. 강문복 일가가 관리하는 공장인데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강문복 일가가 동서구 공장을 관리한다고?그 말을
정도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손영표, 내 앞에서 되도 않는 연기하지 마! 살고 싶으면 빨리 사실을 말해! 난 성격이 급해서 오래 기다려 줄 수 없어. 말 안 하고 버티다가 그분이 오시면 넌 죽은 목숨이야!""회장님…."그 말을 들은 손영표는 이마에 난 땀을 훔치며 잠시 고민했다.정도현은 주저하는 손영표에게 싸늘하게 한마디 하고 뒤로 물러섰다."어떻게 할지는 알아서 결정해!"손영표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두려움에 떨었다. 천하의 정도현까지 겁낼 인물이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분이기에!"회장님! 말할게요! 제발 그분께 잘 말씀드려 주세요! 전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강문복 이사랑 설해연 여사가 오늘 공장에 왔다가 강우연 씨랑 언쟁이 좀 있었어요. 강 이사가 강우연 씨를 때리면서 더 이상 그들을 자극하지 말라고 협박했어요. 저는 그냥 옆에서 듣기만 했어요! 제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었다고요!"조급해진 손영표는 곧바로 사실을 털어놓았다."아까 처음에 물어봤을 때는 왜 얘기하지 않았지? 이미 늦었어! 여기서 그분이 오실 때까지 기다려!"정도현이 차갑게 말했다.손영표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그리고 이때, 입구에서 훤칠한 키의 젊은 남자가 차가운 아우라를 뿜으며 다가왔다.한지훈이 들어오자마자 정도현은 직접 의자를 찾아 그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 모습에 손영표는 당황했다."당신이 손영표 공장장?"자리에 앉은 한지훈에게서 풍기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손영표는 숨이 올라오지 않았다."네. 제가 손영표입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공손히 대답했다.그는 팔짱을 끼고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아까 밖에서 다 들었어. 강문복 부부가 우리 집사람을 괴롭혔다지?"손영표는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네! 오늘 갑자기 공장에 찾아오셔서는 1억을 내놓으며 강우연 씨의 지시를 무시하라고 했어요. 마침 강우연 씨도 공장에 왔다가 세 명이서 언쟁을 벌였는데 강 이사가 강우연 씨의 귀뺨을 때렸어요."손영표는 속
안으로 들어온 한지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녁에 좀 과식했더니 소화가 안 돼서 산책 좀 하고 왔어."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가녀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우연은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손길을 피했다."들어왔으면 일찍 쉬어요."그녀는 일어서서 침실로 걸어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한참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앞으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제발 부탁인데 더 이상의 개입은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할게요."한지훈은 굳게 닫힌 방 문을 바라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소파에 앉으니 테이블 위에 놓인 강우연과 고운이의 사진이 보였다. 공원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연이 하늘을 날고 있었고 고운이는 비누방울을 불며 활짝 웃고 있었다. 사진 속 두 모녀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한지훈은 사진을 손에 들고 눈시울을 붉혔다."우연아, 고운아, 걱정하지 마. 이제 더 이상 고생하지 않게 해줄게."다음 날.강문복 일가는 아침 일찍 회사로 나왔다.강희연은 높은 하이힐에 가슴골을 드러내는 검은색 H라인 원피스를 입고 요염한 자태를 뽐냈다.그녀는 곧장 강우연의 사무실로 들어가서 책상을 쾅 치며 강우연에게 따지듯 소리쳤다."강우연, 어떻게 된 거야? 잘 돌아가던 동서구 공장이 왜 갑자기 생산을 중단했지? 여기 네 담당 아니었어? 지금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아? 하루만 지체해도 손실이 어마어마해! 그런 판단으로 무슨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당장 물러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아?"강우연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언니, 미안해. 안 그래도 거기 다시 들를 예정이었어."말을 마친 강우연이 핸드백과 서류를 준비해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강희연이 우악스럽게 그녀의 팔목을 잡더니 다짜고짜 귀뺨을 날렸다. 그녀는 강우연의 코앞에 대고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가긴 어딜 가? 네가 가서 뭘 할 수 있어? 오늘은 협상 따위 하러 온 게 아니야! 당장 공장들 생산라인 통제권을 나한테 넘겨! 넌 백화점 건설 현장 관리나 맡아. 다른 건 다 내
비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밖에서 작업복을 입은 거친 인상의 사내들이 문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돈이 담긴 박스를 바닥에 던지며 큰소리로 말했다."강 이사! 손 공장장께서는 당신들의 똥내 나는 돈이 필요 없다고 말했소! 우리 공장은 강우연 씨의 지시에 철저히 따르기로 했소! 그러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시고 이 돈 도로 가져가시오!"말을 마친 사내들은 싸늘한 눈빛으로 직원들을 쏘아보고는 기세등등하게 사무실을 나갔다.강문복 일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밖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뭐야? 강 이사님이 돈으로 손 공장장을 매수하려 시도했어?""강우연 하나 저격하겠다고 이런 비열한 수를 쓰다니! 강 이사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세상에 착한 재벌이 어디 있어? 강희연 실장도 봐. 평소에 우리 같은 아랫사람들을 벌레만도 못하게 취급하잖아? 난 애초에 저 인간들이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있었어."강문복은 수치심에 이를 갈며 소리쳤다."뭣들 하는 거야? 당장 입 다물고 일 안 해? 이상한 소리 떠드는 새끼들 다 해고야!"말을 마친 그는 문을 쾅 닫고 바닥에 떨어진 현금 박스를 힐끗 보고는 매섭게 으르렁거렸다."강우연, 이렇게 나온다 그거지? 손영표 이 자식은 어제는 좋아서 돈 받아 처먹고는 오늘 바로 나 몰라라 하네?"강희연은 조바심이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아빠, 이제 어떡해? 강우연 이년은 도대체 무슨 수로 손영표를 구워삶았지? 설마 둘 사이에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도 생긴 거야?"강문복이 눈을 부릅뜨며 통탄하듯 말했다."그랬겠지! 그년 그거 얼굴이랑 몸매만 믿고 손영표 늙다리에게 달라붙은 거 같아. 희연아, 당장 공장에 사람 보내서 알아봐. 강우연이 손영표랑 바람난 증거를 가져와. 이사회에서 내가 저들 얼굴도 들지 못하게 해주겠어!""알았어!"강희연은 곧장 공장에 사람을 파견했다.한편, 30분 전에 강우연의 연락을 받은 손영표는 생산 라인을 일단 모두 중지시켰다.모든 공장 직원들은 대문 입
그 말을 들은 손영표는 약간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 아닙니다.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 순간 판단 실수로 강 이사 편에 섰는데 그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더라고요. 괜히 라인 잘못 탔다가 모가지 날아갈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바로 거절했습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강 부장님을 따르는 게 백 번 낫죠."강우연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지만 더 캐묻기도 껄끄러워서 손영표를 따라 공장으로 들어갔다.한편, 강희연의 연락을 받은 강운그룹 직원이 멀리서 의아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강희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실장님, 강우연 씨가 손영표 공장장이랑 같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뭐가 좀 나왔어?"강희연이 다급하게 물었다."아… 아니요. 그런 건 없었고 손영표 저 인간은 태도가 완전히 돌변해서 강우연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던데요?"직원은 말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말을 들은 강희연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강문복을 바라보며 말을 전했다."아빠, 손영표가 강우연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대.""뭐라고?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손영표 같이 철저히 이익만 쫓아 움직이는 간신배가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는 강우연에게 무릎을 꿇었다니!"강문복은 듣고도 못 믿겠다는 듯이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아니야!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있어! 강우연이 요즘 밖에서 거물을 문 게 분명해."잠시 생각을 굴리던 강문복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희연아, 너 당분간은 강우연 잘 구워삶아봐. 옆에 꼭 붙어 다니면서 걔가 누구랑 연락하는지 걔를 도와주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봐. 직접적인 증거를 잡으면 더 좋고! 그러면 바로 이사회에서 내쫓아 버릴 수 있으니까!"강희연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한편, 한지훈은 아침 일찍 고운이와 함께 외출했다. 오늘 목적지는 근처에 있는 벤츠 매장이었다.강우연이 힘들게 버스로 이동하는 게 못내 마음이 쓰였던 그는 먼저 차부터 장만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싸늘한 표정으로 여직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성함이 어떻게 되죠?"여직원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서예지인데 왜요? 찌질하게 집에 가서 형님들한테 고자질하려고요? 이름 알려줬으니 영업 방해하지 말고 당장 여기서 나가요! 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벤츠를 산다고."말을 마친 여직원은 요염하게 골반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 한지훈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벤츠 매장을 나서며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해상동 벤츠 매장인데 정 회장한테 연락해서 여기로 애들 좀 보내서 청소하라고 해!"말을 마친 그는 걸음을 돌려 옆에 있는 BMW매장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남자 딜러 한 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와서 인사했다."차 보러 오셨나요? 관심 가는 차종이 있으실까요?"한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딱히 알아보고 온 건 없으니까 어떤 게 좋은지 추천해 주세요. 저건 어떤가요?"말을 마친 그는 곧장 손가락으로 최신형 5시리즈를 가리켰다."네, 고객님. 저건 새로 나온 5시리즈인데요. 연비도 괜찮고 주행성능이 아주 뛰어나죠…."남자 딜러는 한지순에게 차에 대한 기본 정보와 성능, 장단점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한지훈은 카드 한 장을 딜러에게 건네며 말했다."그럼 저 차로 하죠. 카드로 결제할게요."순간 당황한 딜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다른 차 안 둘러 보시고 정말 이 차로 하시겠어요?"한지훈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괜찮아요. 어차피 와이프가 출퇴근 용도로 사용할 거라 성능은 크게 상관없어요. 딜러님 인상이 푸근해 보이니 딜러님 말만 믿고 구매할게요."그 말을 들은 남자 딜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네, 고객님. 지금 구매절차 도와드리겠습니다. 휴게실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거기 간식도 있으니 아기도 좋아할 거예요."한지훈을 휴게실로 안내한 딜러는 케익 하나를 꺼내 고운이에게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애가 참 예쁘네요. 며칠 전에 우리 집사람도 출산했는데 이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정장을 입은 사내가 정중히 떠나는 차를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그녀들에게는 정말 익숙한 얼굴이었다. BMW 해성동 매장 점장 전일주였다."다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까 그 가난뱅이가 무슨 수로 BMW를 사?"서예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싸늘하게 말했다."그렇긴 하네. 옷차림을 보니 전혀 돈이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애 데리고 마실 나왔다가 차 구경하러 온 사람이 분명해. 그 인간이 BMW를 구매했으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다른 직원도 서예지의 말에 맞장구를 치자 매장 안에서 다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하지만 이어진 상황에 그들 모두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운이를 안은 한지훈이 차에서 내리더니 전일주 점장과 몇 마디 나누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리창에 매달린 여직원을 향해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서예지를 포함한 여직원들은 머리 속이 하얘졌다."세상에나! 저 사람 맞네!""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가난뱅이 아니었어? 무슨 돈으로 최신형 외제차를 산 거야? 저거 최고급 옵션이잖아? 2억 정도 할 텐데?""내가 뭘 놓친 거지? 저 사람 E클래스 보려고 온 거였잖아. 그런데 손님을 무시하다니!"사람들은 저마다 한탄을 금치 못했고 서예지는 후회막급이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예지 언니, 저 사람 언니가 내쫓은 사람 아니야? 가서 사과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에 사람들의 이목이 다시 서예지에게로 쏠렸다.서예지는 수치심에 이를 갈고는 씩씩거리며 긴 다리를 끌고 한지훈에게 다가갔다."이 차 그쪽이 산 거 맞아요?"한지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서예지를 바라봤다."뭐 문제 있나요?"서예지는 수치심에 발끈하며 화를 냈다."믿기지 않아서 그래요! 당신 같은 가난뱅이가 무슨 돈이 있어서 이렇게 비싼 차를 사요? 당신 이거… 할부로 긁은 거죠?"한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저기요. 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서예지가 어깨를 부여잡고 전일주에게 삿대질했다."당신이 뭔데 날 때려?""너 내 고객 리스트 빼돌린 것도 내가 가만히 있었어. 그런데 우리 매장을 방문한 고객님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건 못 참아!"전일주의 무시무시한 표정에 서예지는 겁에 질려 어깨를 움찔했다.전일주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한지훈에게 말했다."고객님한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네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댁까지 모셔다드릴까요?"한지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일행이 곧 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죠.""네? 그게 무슨…."전일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이때, 수십 대의 벤츠 차량이 달려오더니 벤츠 매장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문이 열리고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차에서 내렸다. 한 남자가 공손히 다가가서 마이바흐 차량의 문을 열었다.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벤츠 매장 직원들은 하나같이 달려 나와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점장까지 사무실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왔다.경호원들은 질서 있게 벤츠 매장 앞에 줄을 지어 섰다. 점장과 직원들은 공손한 자세로 손님을 기다렸다.서예지는 싸늘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봤지? BMW 하나 샀다고 유세는! 진짜 부자는 바로 저런 사람들이야!"말을 마친 그녀는 요염하게 허리를 비틀며 손님들에게 다가갔다.이런 대어를 다른 직원들에게 양보할 수는 없었다.전일주 점장마저 부러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옆집에서 오늘 큰건 하겠네요. 저런 거물급 인사가 이곳을 방문하다니! 한두 대가 아니라 매장을 싹쓸이할 기세인데요?"그 말에 한지훈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차를 사러 온 게 아닐 수도 있지요."그 말을 들은 전일주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모두의 시선이 마이바흐에서 내린 정도현에게 쏠렸다. 오늘 정도현은 회색 정장을 입고 같은 톤의 중절모자를 썼는데 중년의 나이임에도 풍채가 남달랐다. 그는 담배를 입에 문채 조용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