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능은 밖으로 나간 후 로비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왕야의 병세가 조금 호전된 것으로 보이니 필시 왕야의 음식에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절대 누가 거기에 손을 대게 해서는 안됩니다.”“넌 정말 그 애에게 누군가 손을 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로비가 물었다.원경능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글쎄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오늘 로비에게서 기왕비가 어제 병이 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녀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기왕부부의 야심은 뻔히 드러나 보여 누구나 다 아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문호가 경조부윤 자리에 올랐는데, 그들이 과연 원경능이 회왕을 치료하여 또 한차례 공을 세우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하겠는가?그러니 그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회왕에게 맞서려 할 것이다. 회왕이 중독에 의해 사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터였다. 그 후 그녀의 약에 독이 들어있었다고 한다면, 주치의인 그녀는 발을 뺄 수 없을 테니.로비는 현재 원경능을 매우 신임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분부하자, 로비는 사람을 시켜 회왕의 식사를 꼭 잘 살피도록 명하였다.그러나 점심이 되자 회왕은 이유 없이 복통과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식중독의 징후였다.다행히 약상자가 훌륭히 제 기능을 해냈다. 위를 세척하는 생리식염수가 즉시 구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위세척을 마치니 회왕에게는 이미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한바탕 고생을 하고 하니 회왕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듯했다.로비는 크게 노하며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게 했다.그러나 회왕의 음식은 전부 로비 신변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이었다. 로비는 그들을 깊게 믿고 있었다. 결국 회왕부의 가신이 그녀에게 말했다.“식재료에 약을 넣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식재료는 매일 밖에서 구매합니다. 만일 꿍꿍이를 품은 자가 눈독을 들였다면 여기에 손을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로비는 오늘 들여온 식재료를 살피라고 명했다. 식재료는 문제 없었지만 한 덩이 살코기의 맛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날씨는 추운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손왕이 발을 젖히자 서일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나오지 마십시오, 문제가 생겼습니다.”막 고개를 내민 손왕이 이내 움츠렸다.무언가 빠른 속도로 공기를 가르며 ‘쌩’하는 소리와 함께 서일의 귓전을 스쳤다. 서일이 몸을 옆으로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이 화살은 정통으로 그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을 것이었다.“자객입니다!”서일이 크게 분노하며 머슴더러 서둘러 마차를 몰게 했다. 그가 칼을 휘둘러 화살을 막아냈다. 원경능은 자객이라는 소리에 그제야 머릿속으로 깨달음을 얻었다.회왕을 죽이는 방법에는 독을 넣는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이 죽는다면 회왕을 치료해 줄 이가 없어지기에 회왕은 어쨌든 죽게 될 터였다.그녀는 오늘 줄곧 어딘가 찝찝했었는데 알고 보니 적은 회왕 뿐만 아니라 그녀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자객의 수는 많지 않았다. 또한,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화살만 날리고 있었다. 화살은 급히 날려졌지만 비처럼 쏟아지지는 않았다. 서일은 자객들이 아마 3명 정도 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말이 화살에 맞지 않고 계속 달리기만 한다면 적은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그럼 살길이 있었다.그러나 말이 씨가 된다고, 말이 처참하게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두 다리가 꺾이더니 마차가 뒤집어졌다.희씨 어멈은 원경능을 꽉 끌어안고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손왕은 몸이 육중하여 땅에 쓰러진 후 몇 번 발버둥쳐도 일어설 수 없었다. 원경능이 다가가 그를 부축해주는데 화살 하나가 급격히 날아와 그녀의 다리에 꽂혔다. 날카로운 통증이 온몸에 퍼졌다.사방은 온통 시커맸다. 머슴의 등불은 이미 던져버렸다. 조명이 없으니 소리를 내지 않으면 상대방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그러니 원경능은 눈물을 흘릴 정로도 고통스러웠지만 한사코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또 한 바의 화살이 날아와 원경능의 어깨에 꽂혔다. 원경능은 아파서 거의 기절할 뻔했다. 이를 악물었지만 끝내 고통의 신음이 흘러나왔다.희씨 어멈은 너무 놀라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서일은
그녀의 머리 속에는 또 하나의 뚜렷한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바로 손왕이었다. 혹시 손왕의 목숨이 위태로운 건 아닐까?그리고 회왕에게도 내일 약을 써야 했다. 주사를 안 맞더라도 약은 꼭 먹어야 했다.다행히 오늘 저녁 떠나기 전 두 번 분량의 약을 남겼다. 그녀는 반드시 살아야 한다. 그녀가 죽는다면 회왕은 약이 끊기게 된다. 그는 아직 약을 끊으면 안되었다.다만 너무 고통스러웠다. 왜 이렇게 고통스럽단 말인가. 그녀는 그저 어깨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을 뿐인데 왜 온 몸이 아픈 것인가.그녀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혼신의 힘을 다 해도 한 음절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그녀는 우문호가 그녀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정말 그인지는 모르겠다. 목소리가 좀 달랐다. 그 목소리는 계속 떨리고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걱정 말아요. 저는 버텨낼 수 있을 거예요.’“왕야, 뜨거운 물이 준비되었습니다.”기씨 어멈도 무척이나 놀랐다. 돌연히 왕부로 모셔진 사람이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본왕이 하지!”우문호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희씨 어멈이 말하길 손왕이 그녀의 목숨을 구했다고 한다. 손왕이 화살을 대신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그 화살은 직접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을 것이라고.기씨 어멈이 뜨거운 수건을 건네주자 그것을 받은 우문호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피는 이미 굳어있어서 닦아내기 힘들었다. 그는 힘을 쓰지 못했다. 행여 그녀가 또다시 고통스러워할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비록 혼절했지만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 고통 때문이었다.이렇게 마르고 몸이 약한 그녀가 어찌 두 화살을 견뎌 낼 수 있단 말인가?“고사와 서일은?”우문호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탕양이 재빨리 들어와 아뢰었다.“걱정 마십시오, 왕야. 서일과 고사는 지금 조사 중에 있습니다. 자객의 신분은 빠른 시일 내에 밝혀질 수 있을 것입니다.”“본왕은 진실을 알고 싶다. 배후에서 지시한 사람 말이다!”우문호는 한 줄기 서
우문호는 침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지만 한마디 위로의 말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이따금씩 초조하게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거나 이마를 맞대고 있었을 뿐이었다.원경능도 그의 초조함과 쓰라린 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참으려 애썼으나 결국 작지 않은 신음을 내질렀다. 도저히 이 고통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입을 벌리고 심호흡을 했다.그렇게 한 시진 동안 버텼지만 원경능은 종국엔 통증을 참지 못해 몸에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고통 때문에 온몸에서 식은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이마에는 콩알만한 땀이 뚝뚝 흘러내려, 끝내 참지 못하고 떨군 눈물과 함께 섞여 들었다.“너무 아파….”그녀의 이가 딱딱 부딪쳤다. 어깨가 가장 아팠다. 화살촉이 뼈에 박혀 아마 뼈에도 금이 간 듯싶었다. 그 통증이 물밀 듯 밀려왔다.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던 우문호는 그녀의 아프다는 말에 그의 가슴도 찢겨지는 것 같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태의에게 진노했다.“방법 좀 생각해 보시게!”“자금단이요.”더는 방법이 없었던 태의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혹 왕야께서 자금단을 더 갖고 계십니까? 자금단은 얼마간 고통을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본왕에게 더 이상 자금단이 어디 있겠나?”우문호가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었다. 제왕의 자금단과 예친왕의 자금단은 모두 그가 먹었었다. 다른 형제들은… 그는 누군가가 그에게 양보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본왕이 여섯째에게 가서 부탁해보지!”우문호는 불현듯 회왕을 떠올렸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원경능은 있는 힘을 다해 그의 손가락 하나를 움켜쥐고 절망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가지… 마세요. 날 혼자 남겨두지 마!”탕양이 급히 나섰다.“소인이 구해오겠습니다. 소인이 구해오겠습니다.”탕양이 쏜살같이 뛰어나갔다. 자금단은 목숨을 구하는 단약이었다. 회왕은 줄 가능성이 있었지만 로비도 회왕부에 있었다. 과연 로비가 원할까
자금단을 구해 왕부로 돌아가자 우문호는 급히 빻아서 원경능에게 먹였다.자금단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먹은 지 일주향을 피운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원경능은 떨림을 그쳤다.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그러나 한바탕 아프고 나니 여전히 매우 피곤해서 그녀는 눈꺼풀을 들 수조차 없었다. 흐리멍덩하게 잠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서 자꾸 날카로운 화살이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깨어났다.우문호는 계속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의 미간을 펴진 적이 없었다. 그는 상처를 눈으로 직접 보았었다. 화살을 뽑자 선혈이 솟구치더니 살점 하나가 걸려 나왔다. 상처는 깊어서 뼈가 다 보일 정도였다.이 장면을 떠올리자 그의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두근거렸고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왜 안 자? 아직도 아파?”원경능이 눈을 뜬 것을 본 그가 급히 몸을 숙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원경능은 그를 보며 다치지 않은 손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전 괜찮아요. 이젠 안 아프니 제 걱정하지 말고 이만 볼 일 보세요.”우문호는 그녀의 아프지 않다는 말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급한 일은 없어, 그대 곁은 지킬 거야.”원경능이 힘겹게 밖을 한번 쳐다보고 물었다.“몇 시진이에요?”우문호도 몰라서 고개를 돌려 탕양을 바라보았다. 탕양이 급히 대답했다.“거의 오시가 되어갑니다.”원경능이 그의 손을 누르며 일어나려고 애썼다.“회왕부에 다녀와야 해요.”“아니, 오늘은 가지마.”그가 단호하게 말했다.“당신 다 나으면 그때 가도록 해. 그에게 약만 보내주면 될 일이야.”원경능도 고집을 부렸다.“안돼요. 오늘과 내일은 스트렙토마이신 주사를 맞아야 해요. 마지막 이틀이에요, 이후엔 약만 먹으면 돼요. 그러니 꼭 가야 해요.”“당신 이 모양으로 어떻게 간다고 그래? 이틀 정도는 안 가도 괜찮지 않나?”우문호가 말렸다.원경은은 어깨를 움직여봤는데 통증이 아주 미미했다. 자금단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저번의 자금탕과 효
회왕부의 첩자를 찾아내야 했기에 우문호와 원경능은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왕부를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기에 꼭 왕부의 사람들이라 할 수도 없었다. 다른 공주나 친왕들이 연루되는 일이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게다가 우문호는 원경능의 상처도 마음에 걸렸다. 집에 가서 그녀를 눕혀야지만 안심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 회왕부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첩자를 이미 찾아냈다는 소식을 전했다. 범인은 뜻밖에도 회왕을 따라 궁에서 나온 어멈이었다.우문호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본왕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어멈은 회왕의 유모(奶娘)일거야.”유모는 거의 어머니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회왕은 아마 상심이 클 터였다. “독을 타는 것도 그녀가 했답니다. 하지만 그녀는 여지를 두었습니다. 사실 그 독은 회왕을 즉사 시킬 수 있는 독이었답니다.”탕양은 회왕부에서 보고해온 말을 다시 전했다.“배후자는 자백했다 더냐?”우문호가 물었다. 탕양은 머리를 저었다. “아니요, 죽어도 입을 열지 않았답니다. 일가의 목숨이 전부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면서요. 나중에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었답니다.”유모가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원경능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자신이 젖을 먹여 키운 아이였다.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절대 손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확실히 그녀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아니었다면 회왕은 진작 죽었을 것이다.누가 유모를 경계한단 말인가? 이것으로 배후자는 대단히 고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사람을 찾았으니 말이다.탕양이 풀이 죽어 말했다. “유모가 죽으니 모든 단서가 다 끊겼습니다. 추적 조사도 어려울 것입니다.”원경능은 우문호를 보며 말했다.“당신이 보기에는 기왕이 한 짓 같아요?” 우문호가 그녀를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 당신은 앞으로 그저 이 두 부부에게 될수록 미움
원경능의 눈가에는 그윽한 웃음이 어렸고 창백한 얼굴에는 활기가 조금 돌았다."당신이 어렸을 때 강아지에게 물렸던 일을 말하고 있었어요."우문호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다만 어린 시절에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리에 앉은 우문호는 기씨 어멈을 내보낸 후 원경능에게 말했다."자야 해!"또 자야 하다니, 원경능은 잠만 자서 척추가 끊어질 것 같았다. 원경능은 누우면서 우문호에게 애원하였다."자고 싶지 않아요. 이틀 동안이나 잤으니 나가서 걷고 싶어요.""안돼, 당신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으니 오늘 어디도 가면 안돼. 저택에 남아서 요양해야지."이틀 전만 하여도 원경능은 회왕부에 갔었다. 오늘에는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어 사흘 동안 먹을 약을 두고 왔다. 사실 원경능은 오늘만 외출하지 못하였지 다른 날은 계속 밖에서 돌아다녔었다."당신의 말을 들을 테니 빨리 관아로 돌아가요."원경능이 재촉했다."오늘은 확실히 관아로 돌아가야 해. 당신은 꼭 내 말을 듣고 도처로 돌아다니지 마."우문호는 원경능을 위해 이불을 잘 여며주었다. 왜 이렇게도 공무를 하기 싫은 것일까? 하루 종일 원경능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되었다."알겠어요, 전 어디에도 안가요."원경능은 고분고분하게 대답하였다. 정말 더 이상 우문호가 공무를 보는 것을 지체하면 안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꼬투리가 잡혀 공개 비판되는 것을 피면 하여야 했다.우문호는 아쉬운 마음에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맑고 탱탱하여 감촉이 매우 좋았다."아니면 당신이 잔 후에 가지."원경능은 웃었다."빨리 가요. 이렇게 꾸물대다가 언제 갈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집에 있으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저도 제대로 휴식할 수 없네요.""그럼 우리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우문호가 다가오면서 구슬렸다. 원경능은 그를 밀쳐냈다."빨리 가요. 빨리 일을 끝마치고 일찍 돌아와도 똑같잖아요?"우문호는 한번 더 그녀의 입술을 훔치고 나서야 웃으며 몸을 일으
두 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평민백성들이어서 혁혁한 신분이 없었다. 다만 원한을 지은 사람도 없고 매우 얌전한 사람들이었다. 만일 민가에서 일가를 죽였는데 이웃이 몰랐다면 순식간에 일가의 목숨을 끊거나 고함을 지르지 못하게 하여야 했다.하지만 부검 결과에 따른다면 그들은 무딘 칼에 베인 것이었다. 또한 상처가 한 곳인 시체가 없었다. 예리한 무기가 초래한 상처가 아니었다.그 말인즉 처음 칼을 맞기부터 죽을 때까지 피해자들에게는 충분히 소리 지를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이웃이 멀리 떨어졌다면 이상할 것이 없었겠으나, 마음을 백성들은 모두 가까이에 살고 있었다. 자신이 한 치 땅이라도 손해를 볼까 봐서였다.또한 민가는 널찍하지 않았다. 담장 하나 건너에 일가가 몰살 당했는데 외침소리 한 번 듣지 못했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바보는 검을 지니고 있었다고 하였으나 두 가족은 모두 검으로 인한 상처가 아니었다. 보아하니, 바보의 말은 확실히 믿을 수가 없었다.우문호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쉬었다. 원경능의 손이 우문호의 목을 지나 미간에 이르렀다. 그녀는 그의 미간을 매만지며 어렴풋이 물었다."왜 탄식해요? 무슨 일이 있어요?"우문호는 재빨리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아니, 당신이 빨리 낫기를 바래서 그래.""거짓말!"원경능의 목소리는 곧 잠이 들 듯한 나른함이 묻어있었다. 몸을 뒤척이고는 두 발을 우문호의 다리에 올려 놓았다. 원경능은 비교적 편하고도 상처가 눌리지 않는 자세로 바꾸었다. "당신 걱정 거리가 있네요. 사건 때문에 그래요?"우문호는 얼른 손을 뻗어 원경능의 상처가 있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옮겼다."당신은 왜 이렇게도 총명하지? 내 속마음을 모두 꿰뚫고 있군.""맞아요. 그러니 절 속일 생각은 하지 마세요."원경능은 눈을 뜨고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저에게 말해봐요. 제가 당신을 도울 수도 있잖아요."우문호는 그녀의 입술을 만지고는 말했다."이 두 사건은 아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