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바로 우리 동포 거리의 수돗물 정수장입니다. 동포 거리 전체의 용수는 여기서 처리된 후 각 가정으로 공급됩니다." 상수도 관리소 직원이 설명했다. "오 의사,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오동방과 함께 온 사람들이 그를 보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도자기 병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도자기 병을 열었다. 병 안에는 그가 전날 밤 직접 만든 독약이 담겨 있었다. 그중 한 방울만으로도 물탱크 한 가득의 물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이 물을 한 모금만 마셔도 거대한 황소조차 즉사할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지금 병 안에는 독약이 가득 차 있었다. 오동방은 병 안의 독약을 모두 수조 안에 쏟아부었다. 수조의 송수 펌프가 가동되자 수조 안의 물은 관을 통해 수천수만 가정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오동방은 길게 숨을 내쉬며 두 손을 떨었다. 이제 그는 엄진우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옆의 사람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지만 오동방은 이들이 그를 감시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오동방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하면 이들은 즉시 그를 죽일 것이다."내가 언제쯤 돈을 받고 출국할 수 있죠?" 상수도 관리소 직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오동방은 그를 힐끗 쳐다본 뒤 손을 흔들며 그에게 가루 안개를 뿌렸다. 가루 안개는 곧 직원의 코로 들어갔다. 순식간에 그의 몸은 경직되었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것은 이용진이 지시한 것이었다. 이씨 가문 사람 외에 이 일에 관여한 모든 사람은 사건 후에 무자비하게 제거될 운명이었다. 오동방과 함께 온 한 사람이 다가가서 직원이 숨을 쉬는지와 맥박을 확인하자 이미 모두 멈춘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총을 꺼내 직원의 급소에 여러 발을 발사했다. 총알은 모두 중요한 부위를 명중했다!"가자, 아직 처리해야 할 사람들이 더 있어." 그 후
독물 투입 사건에 관여한 사람은 상수도 관리소 직원뿐만 아니라 두 경비원과 소장도 있었다. 두 경비원은 이미 소리 없이 처리되었고 오동방은 심지어 시체를 처리할 화시분까지 준비해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다. 이 몇 명을 죽이는 데 있어 오동방은 아무런 부담도 없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소홀히 하고 수만 명의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런 사람들은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소장만 처리하면 끝이다. 오동방과 그의 일행은 밤을 틈타 천원 신성으로 향했다. 천원 신성은 제경의 유명한 고급 주택가로 평균 평당 가격이 수천만에 달했다. 소장의 월급으로는 아무리 평생 동안 먹지도 않고 모아도 이곳의 집 한 채조차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장의 직책은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자리였다. 그는 그동안 꽤 많은 돈을 긁어모았다. 지금 소장은 두 명의 애인을 품에 안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오늘 이씨 가문이 그에게 연락해 큰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는 전혀 두려움 없이 오히려 무척 흥분했다. 같이 나쁜 일을 저질렀으니 이제는 자기도 이씨 가문 사람이라 생각했고 이씨 가문이라는 큰 배에 올라탔으니 이제부터 출세가 꿈만은 아닐 것이라 여겼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두 애인을 집으로 불러들여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방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오동방과 그의 일행은 침실로 들어섰다. 그들은 일부러 발걸음 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곧 소장은 잠에서 깨어났다. "너희들 누구야?!" 소장이 큰 소리로 외치자 그의 두 애인도 잠에서 깨어났다. 방 안에 있는 낯선 사람들을 본 두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이불로 알몸을 가렸다. "너를 죽이러 온 자들이다." 오동방 옆에 있던 사람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총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오동방이 움직였다.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소장은 깜짝 놀라 오동방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씨 가문이 오동방을 감시하러 보낸 사람들은 모두
다음 날 아침.이용진이 깨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아침 신문을 집어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침 신문을 샅샅이 뒤져도 동푸 거리에 대한 어떠한 보도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사건이 묵인된 건가? 그럴 수도 있지 몇만 명이 중독되는 사건은 사회적 영향이 너무 크니까." 이용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혼잣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전화를 집어 들어 자기 제자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진아, 오늘 제경에서 무슨 큰일이 발생했어?" 그의 이 제자는 사이버 보안 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르신, 제경 각 방면은 안정적입니다. 갑자기 왜 이런 걸 물으시는 겁니까?" 이용진의 제자가 물었다. "허허, 오늘 일어나자마자 눈꺼풀이 계속 떨리더구나.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 돼서 말이지." 이용진은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께서는 정말 나라 걱정이 많으시군요. 그렇지만 몸도 챙기셔야 합니다. 만약 건강이 나빠지시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큰 손실입니다." 이용진의 제자는 서둘러 아부했다. "알았어. 네 성의는 고맙다. 계속 일 봐." 이용진은 전화를 끊고 나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일어나 방을 나서서 오동방이 있는 별채로 향했다. "오 의사, 설명이 필요하네." 방문을 열며 이용진은 오동방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무슨 설명 말입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동방은 놀란 표정으로 이용진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하며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잖아." 이용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정말로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닙니까?" 오동방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른다고? 왜 동푸 거리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이용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요? 아무도 중독되지 않았다는 말씀인가요?!" 오동방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이용진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내 몇 마디 말로 날 무너뜨리려 한다고? 웃기는 소리! “우리를 믿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이분들이 결정할 일이니까.” 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 검찰청 사람들이 나섰다. 그들 중 선두에 선 사람은 검찰청의 고위 간부로 이용진보다 딱 반급 낮은 인물이었다. “너... 너희...” 이용진은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장로, 저희는 신고를 받고 조사차 온 것입니다. 혹시 불편을 끼쳤다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찰청의 고위 간부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보수파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가 여기 있다는 것은 보수파가 전력을 다해 이용진을 무너뜨리기로 결심했다는 뜻이다. 사실 그들은 이미 이용진과 협의를 끝낸 상태였다. 그러나 바로 어젯밤 엄진우가 심야에 그들과 접촉했고 각종 증거와 증언을 그들 앞에 내밀었다. 보수파의 장로들은 그 증거를 보고 마음이 흔들렸고 밤새 비밀 회담을 가졌다. 이용진이 저지른 일은 너무 도를 넘었고 비인간적이었다. 보수파 장로들은 3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이용진을 완전히 무너뜨리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보수파 장로들은 모든 힘을 동원해 오늘 이 장면이 펼쳐지게 된 것이었다. 뒤에서 일어나는 온갖 권력 다툼은 외부인들이 알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검찰청 사람들이 이용진의 집에 나타났다는 것은 이용진이 대표하는 급진파가 이미 그를 완전히 버렸다는 의미였다. 이용진의 독살 사건에 대해 급진파 장로들도 자신들이 너무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조사라고? 증거가 있기는 해?!” 이용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크게 외쳤다. “물론 증거는 있습니다.” 오동방이 녹음기를 꺼내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이용진이 독살을 지시했던 말들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날조된 증거야! 이건 분명히 합성된 목소리라고!” 이용진은 끝까지 발뺌하며 강하게 버티려 했다. “물증을 부정한다면 인증은 어때?” 엄진우은 손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