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우림은 천천히 말했다.그때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용국의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공기 질도 나빠지고 비염 환자도 점점 많아졌다.과장하지 않고 말하면 용국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은 비염을 앓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비염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천금통은 엄진우도 많이 들어봤다.천금통 처방은 현재 비염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처방은 천 년 된 의학 가문인 손씨 가문의 독점 품이며 처방도 비싸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예우림이 천금통 처방을 구매하여 대량 생산 공정을 개발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기껏해야 모든 유동 자금을 투입한 것에 대해 너무 조급했다는 정도다.“문제는 이틀 전 영화국의 일정제약이 새로운 특허를 발표했어. 그 이름이 바로 천금통이야.”예우림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이 말을 듣고 엄진우는 잠시 멍해졌다.“그냥 이름이 우연히 같은 거겠지. 설마...””구체적인 처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설명과 대략적인 성분으로 추측할 때 일정제약의 천금통은 우리 천금통과 동일해.”예우림은 고개를 저으며 엄진우의 말을 끊고 무거운 어조로 답했다.“손씨 가문에서 처방을 중복으로 팔았단 말인가?”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손씨 가문은 이를 부인했어. 우리도 손씨 가문이 그렇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 그래도 천 년 된 의학 가문으로 자기들의 명성을 스스로 떨어뜨릴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믿어. 역사적인 이유로도 손씨 가문이 그런 짓을 했다면 그들은 국가의 배신자로 낙인찍힐 테니까.”예우림이 설명했다.“듣고 보니 그러네. 그리고 이 몇 년 동안 영화국은 수많은 관련 특허를 신청했어. 이 천금통도 아마 그들이 어디서 훔쳐서 가로챈 것일 수도 있어.”예우림의 추측을 들은 엄진우도 공감하며 말했다..“그래서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정제약과 경쟁해서 그들보다 먼저 대량 생산 공정을 개발하고 특허를
“일정제약에서 국내 기업이 그 특허를 먼저 등록할 걱정은 하지 않을까?”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래도 국내가 가장 큰 약품 시장이기 때문이다.“일정제약의 연구 개발 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야. 누군가 국내에서 먼저 특허를 등록하더라도 일정제약은 더 빠르게 진일보 생산 공정을 개발할 수 있어. 그리고 이 두 가지 특허는 서로 충돌하지 않거든. 오히려 후자가 선자의 특허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지.”예우림은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일정제약은 자기들이 국내의 모든 제약회사를 압도할 수 있는 연구 능력을 이용해 한의약 회사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다.“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비염 치료제의 처방은 엄진우에게도 있었고 천금통보다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그것을 바로 내놓을 생각은 없었다. 새로운 처방을 내놓더라도 풍화메디칼은 대량 생산 공정 연구에 더 이상 자금을 투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물론 엄진우가 풍화메디칼에 자금을 투입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천금통에 투자한 자금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엄진우가 이 일을 통해 일정제약에 큰 교훈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한약은 조상들이 남긴 보물인데 이런 도둑놈들이 차지하게 둘 수는 없다.“나도 최선을 다할 거야. 일정제약보다 먼저 천금통의 생산 공정을 개발해 내기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야. 아직 일정제약은 2차 임상시험 중일 뿐이니까. 임상시험이 실패할 가능성도 있어. 일정제약이 후원하는 무도 대회가 다음 달 1일 창해시에서 열려. 그때 일정제약의 대표인 마츠시마 사이가 직접 참석하고 한약 포럼도 주최할 예정이야. 나도 초대받았으니 그때 상대의 진행 상황을 탐색해 볼 생각이야.”예우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말을 들은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용국의 한약을 논하는 포럼을 언제부터 영화국 제약 회사가 주최하게 된 거야? 그놈들이 한약의 최고 수준을 대표할
이 말에 윤휘는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잘 지내고 있지 않아요. 요즘은 정말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윤휘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감이 묻어났다.결국 엄진우에게 투자를 한 윤씨 가문은 용국 궁정의 지원을 잃어버렸다.윤씨 가문은 여전히 어느 정도 이용 가치는 있어 궁정에서 윤씨 가문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예전 같지가 않았다.윤휘를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제경의 각종 권력자였다.엄진우에게 패하고 용국 궁정의 지원을 잃은 상황에서 제경의 모든 대가문들은 윤씨 가문이 이미 쇠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며 윤씨 가문을 큰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었다. 모두가 윤씨 가문에 달려들어 물어보려 하고 있다.“나한테 대한 불만이 느껴지는구먼.”엄진우는 웃음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전화 너머의 윤휘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요! 현재의 모든 어려움은 다 윤씨 가문 스스로 초래한 일이죠.”윤휘가 급히 말했다.“너의 생각과 말한 것이 일치하기를 바라. 그래서 전화를 건 이유는 뭐지?”엄진우는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엄진우 씨, 내일이 바로 윤씨 가문과 남강 예씨 가문의 무도 대결 날이에요...””무도 대결?”엄진우는 그 말을 중단하며 의아해했다.“그래요. 이건 60년 전 용국 궁정의 수장이 정한 규칙이죠. 당시 윤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용국에서 가장 큰 가문이었고 주요 산업을 장악하고 있었어요. 새로운 산업과 수익 점이 생기면서 두 가문은 계속해서 경쟁했고 용국 경제는 흔들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시 수장은 이 규칙을 정했고 매년 윤씨 가문과 예씨 가문은 무도 대결을 하여 승자에게 산업의 통제권을 넘겨주었어요. 그동안 우리 윤씨 가문은 예씨 가문보다 우위에 있었고 윤씨 가문은 팔대전왕이 지키고 있어 예씨 가문은 자진해서 무도 대결을 제안하지 않았어요. 윤씨 가문도 예씨 가문과의 경쟁에서 이점을 누렸기에 무도 대회를 제안하지 않았어요. 최근 윤씨 가문이 쇠퇴해지고 팔대전왕이 사라진 것을 보
“팔대전왕이 없어졌다고 해도 윤씨 가문에 다른 고수들이 있을 텐데? 설마 윤씨 가문이 그동안 고작 그 여덟 고수만을 길러냈단 말인가?”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는 윤휘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윤휘는 독수리 같은 시선과 늑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이었고 세기의 인물로 불릴만한 사람이었다. 만약 엄진우가 약해 보이는 순간이 온다면 윤휘는 주저 없이 그의 등을 찌를 사람이었다.그러나 윤씨 가문은 여전히 엄진우에게 쓸모가 있었고 엄진우는 윤휘를 충분히 제어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윤씨 가문을 아직 남겨두고 있었다.“윤씨 가문은 그동안 많은 고수들을 길러냈지만 팔대전왕만큼 뛰어난 인물은 없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예씨 가문은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보려 하고 있어요. 듣자 하니 칠선이라는 일곱 고수를 초빙했다고 해요.”윤휘가 말했다.칠선이라는 이름은 엄진우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이 일곱 명은 현시대의 은둔 고수들로 모두 백 년 이상의 수련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그들이 은거하는 곳은 선궁이라고 불리며 매년 수많은 수련자가 그들을 찾아가 지도를 요청했다.만약 그들과 인연이 닿아 지도를 받게 되면 이후 수련이 급격히 발전한다는 소문도 돌았다.예씨 가문이 그 칠선을 매수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그러니 윤휘가 이렇게 긴장할 만도 했다.“내가 나선다면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지?”엄진우는 잠시 생각한 후 물었다.칠선의 명성이 높긴 하지만 엄진우가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윤휘를 위해 공짜로 나설 생각은 없었다.윤휘는 이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윤씨 가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드리겠습니다.”“원하는 건 많지 않아. 안강제약을 나에게 넘기면 돼.”엄진우는 솔직히 말했다.지금 풍화메디칼이 보유하고 있는 약품의 특허가 안강제약에 있으니 안강제약을 통째로 인수해 버리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터였다.윤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원래는 더 큰
“형님, 간만에 산에서 내려왔는데 며칠 더 있을 수 없어요? 날마다 새도 안 오는 곳에서 속세를 떠난 고인 행세하는 것도 이제 지겨워 죽겠어요.”칠선 중 한 명이 입을 열자마자 속세를 떠난 고인의 이미지는 순간 깨져버렸다. “하하, 이제는 예씨 가문이 우리 뒷배를 봐주는데 굳이 산속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겠어?”칠선의 맏형이 웃으며 말했다.일곱 사람은 모두 같은 종문에서 사형제 관계였으며 당시 난세 중에 종문이 멸망하고 이들만 우연히 살아남았다.평소 명상과 수련만 하던 이들은 생계를 유지할 방법조차 없었다. 그러다 일곱이서 고민 끝에 아예 강도질을 하기로 했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난세가 끝나고, 용국은 안정을 되찾았다. 용국 궁정이 범죄자들을 숙청하기 시작하자, 일곱 사람은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 잠잠해지면 다시 내려올 계획이었다.하지만 그들이 예전에 습격해 죽인 집안에서 대종문에 입문한 어린아이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결국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산에 숨어있게 되었다.일곱 사람은 확실히 수련 재능이 뛰어나 산속에서 수련이 급격히 항상 되었다.나중에는 아예 칠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산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속여왔다.하지만 그 원수의 행방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감히 하산하지 못했다.마지막으로 그 원수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수련계에서 손꼽히는 고수였다.세월이 지나 그는 더욱 강해졌을 터였다.말을 나누던 중 일곱 사람은 화산 정상에 서 있는 엄진우를 발견했다.“젠장, 나보다 더 잘난 척하는 놈이 있다니! 제일 싫어하는 게 나보다 더 잘난 척하는 놈들이야!”칠선 중 장선이 침을 뱉고는 바로 손을 내질렀다.장풍이 휘몰아쳤다!엄진우는 가볍게 몸을 날려 그 장풍을 피했다.다만 그의 발밑에 있던 거대한 바위는 그 장풍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이게 그 유명한 철선의 풍모란 말인가? 한마디 인사도 없이 공격을 하다니?”엄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너 같은 꼬맹이에게 뭘 더 말할 필요가 있겠나? 윤씨 가문은 이제
육선은 모두 놀라 얼어붙었다.그들은 백 년 동안 수련해 왔고 60, 70년 전부터 강호를 누비며 횡포를 부려왔다.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일곱이 힘을 합치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 자신들은 무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대일 싸움에서 한 꼬맹이에게 한 방에 이렇게 처참히 당할 줄이야!“넌 어디서 나온 괴물이냐? 이름을 대라!”칠선 중의 맏형, 검선이 검을 뽑아 들고 끊임없이 신음하는 장선 앞에 서며 엄진우를 노려보았다.얼굴을 젊게 유지할 수 있는 수련자들이 종종 있긴 하지만 남성 수련자들이 이렇게 젊은 모습을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젊어 보이면 경시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만약 엄진우가 이렇게 젊어 보이지 않았다면 그들은 결코 그를 가볍게 보지 않았을 것이다.검선의 생각으로는 엄진우가 자신들과 같은 시대의 수련자거나 심지어 더 오래된 수련자일 것이라고 여겼다.“아까는 나보고 꼬맹이라고 하더니, 이제 못 이기니까 내가 괴물이라고? 당신들 논리는 참 대단해. 어떻게 해도 체면은 잃지 않겠군.”엄진우는 비웃으며 조롱했다.“흥, 늙어 빠진 괴물이 아니라면 어찌 그런 수련 실력을 가질 수 있겠어? 난 백 년 넘게 수련했지만 너 같은 괴물은 본 적이 없어!”검선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그건 당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 그래. 그 많은 나이를 헛살았어. 내 수련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7년이 채 안 돼. 하지만 당신들을 상대하기엔 충분하지.”엄진우는 비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칠선 모두가 깜짝 놀랐다.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이건 도대체 무슨 괴물인가! 실로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운 일이었다.“상대는 강한 놈이야! 다 같이 덤벼. 봐주지 말고 끝장을 보자!”검선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낮게 말했다.그 소리는 엄진우의 귀에 쏙 들어왔고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 말은 강호의 은어였다.이들은 속세를 떠난 고인이 아니라 마치 산적 같았다.그가 생각을 정리할 때쯤 여섯 명이 엄진우를 둘러쌌다.
나머지 여섯 명도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윤씨 가문의 고수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들이 정말로 칠선이라 불리는 세외 고수들인가?전혀 기개가 없잖아!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주시했다.“정말로 나를 주군으로 모실 생각인가?”칠선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엄진우는 갑자기 웃었다.“아쉽게도 나는 원하지 않아. 너희 일곱 늙은 폐물이 내 문하로 들어올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나이에, 이미 반쯤은 관 속에 발을 담근 주제에 이렇게 약하기까지 하니 당신들을 데려다 어디에 쓰라고? 게다가 당신들은 이미 반쯤 폐인이 됐으니 신발을 벗기기에도 걸리적거릴 거야.”엄진우는 가차 없이 그들을 비웃었다.일곱 명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이 누구인가? 칠선이라 불리며 자신들이 은거하고 있는 수련 장소는 거의 수련계의 성지로 여겨질 정도였는데 이렇게까지 하찮게 여겨지다니?! “비록 저희는 별 볼 일 없지만, 주인님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가져다드리거나, 주인님의 옆에서 시중드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검선은 얼굴에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오? 그렇다면 말이지, 마침 내 발바닥이 좀 간지러우니 신발 좀 벗겨줄래?”엄진우는 웃으며 발을 들어 검선 앞에 내밀었다.그 순간 검선의 유일하게 남은 손이 소리 없이 허리 쪽으로 움직였다.갑자기 검선의 표정이 흉악하게 변했다.그는 허리춤에서 갑자기 비수를 꺼내어 엄진우의 다리를 향해 찔렀다.이 비수에는 강력한 독이 묻어 있었다.세상에는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약이 없다.피부에 조금만 긁혀도 독이 순식간에 몸으로 퍼져나가며 세 번 숨 쉬는 사이에 반드시 죽음에 이를 것이다.“젊은이, 너무 순진하고 멍청하군! 약한 척하는 수법에 넘어가다니. 정말 우리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어?”검선은 크게 웃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의 얼굴 웃음이 얼어붙었다.엄진우의 다리에 닿은 비수는 ‘쩡’하는 소리를 내더니 날카롭던
“안강제약을 인수해.”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그러나 이 말에 예우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엄진우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안강제약을 인수하라고? 농담하는 거 아니지?”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제경에 도착하면 윤휘를 만나. 내가 보내서 안강제약을 인수한다고 말하면 돼.”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우림은 몇 번 심호흡을 하며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다.“어떻게 그런 일을 해낸 거야? 그건 안강제약이라고!”예우림은 놀라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물었다.“알고 싶어? 그럼 오늘 밤 침대에서 천천히 얘기해줄게.”엄진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순간 예우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변태 같으니라고!”그녀는 핀잔을 주며 말했다.“알고 싶지 않으면 됐고.”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어설 듯 몸을 움직였다.“알고 싶지, 하지만 오늘 밤에는 다른 일이 있어.”예우림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밤에는 진짜 중요한 일이 있었다.“무슨 일?”엄진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내 할아버지랑 아버지를 가둬두었잖아. 아까 전화가 왔는데, 할아버지가... 아마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고 했어. 어쨌든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니까.”이 일을 말할 때 예우림의 얼굴에는 그다지 슬픔이 없었다.예흥찬과 예정국, 예정명 이 세 사람이 저지른 일로 인해 예우림은 깊은 상처받았었다.“그래, 그럼... 여기서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겠네.”엄진우는 짓궂게 웃으며 사무실 문을 잠그고 커튼을 내렸다.“미쳤어? 여기 사무실이야!”예우림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소리쳤다.“정식으로 하긴 힘들겠지만 이자부터 좀 받아야지. 마침 요즘 내가 좀 욕구불만이야.”엄진우는 예우림의 머리를 눌러 그녀를 무릎 꿇게 만들었다.곧 예우림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예우림은 물티슈로 붉게 부은 입술을 닦으며 입안이 아픈 듯 볼을 부풀리며 매섭게 엄진우를 노려보았다.“엄진우, 이 나쁜 놈아!”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서둘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