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느 집안의 도련님도 아니지만 윤휘는 나에게 졌어. 북강의 송전소와 유전에 내 지분만 51%야. 그리고 관리권을 넘기는 것은 윤휘가 직접 동의한 거야.”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에 윤경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고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네가 바로 그 엄진우야?”윤경은 이를 갈며 물었다.“맞아. 윤씨 가문도 나에게 대적할 수 없는데 네가 다 뭔데?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아. 아니면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어.”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만하게 말했다.윤경은 비웃으며 말했다.“윤휘가 너에게 진 것은 이미 내 예상안에 있었어. 윤휘는 이미 늙어서 이 거대한 윤씨 가문의 재산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어. 설마 네가 데리고 있는 사람들이 윤씨 가문 특수부대의 팔대 전왕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조차도 윤씨 가문의 특수부대 팔대 전왕이 수진계 전체에서 일류 고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북강에는 강자들이 엄청 많아. 팔대 전왕보다 더 강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 네가 모른다면 그건 네가 무식하다는 걸 의미하지.”말을 마친 윤경은 손뼉을 쳤다.이내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전신을 검은 로브로 감싼 인물들이 나타났다.그들은 윤경의 뒤에 섰고 일제히 모자를 벗어 얼굴에 새겨진 마법 문양을 드러냈다.그들의 모습을 본 엄진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얼굴에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 사람들...실력으로는 윤씨 가문의 특수부대 팔대 전왕보다 확실히 강했다.하지만...“마도 육자, 윤 대표님께 문안드립니다.”이들은 과거 북강에거 위세를 떨쳤던 마도 육자였다.그러나 이후로 그들은 마치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 듯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윤경에게 고용된 것이었다니.“너희에게 이 자를 죽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겠어?”윤경은 엄진우를 가리키며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마도 육자는 엄진우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북강에는 우리가 죽이지 못할 사람이 없습니다!”그 말에 윤경은 입꼬리를 올리
“저희가 눈앞에 이득에 눈이 멀었습니다. 제발 이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엄진우의 말을 듣고 마도 육자는 머리를 땅에 찧으며 용서를 구했다. 그들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온통 바닥이 핏자국으로 물들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윤경은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이 여섯 명은 악행을 일삼던 살인마들이다. 엄진우가 그들에게 어떤 일을 했기에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윤경은 생각만 해도 몸이 오싹해졌다.“지난번에도 너희들은 그렇게 말했지.”엄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 당시 엄진우가 아직 북강에 있을 때 이 여섯 명은 국경 밖에서 그 악명을 떨쳤다.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담대한 마음으로 북강에 들어와 대규모 학살을 벌이려 했다.마도 수련자로서 그들은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더 많은 혈기를 흡수할 수 있었고 그만큼 힘도 강해졌다.하지만 그들이 북강에 막 들어섰을 때, 아직 아무도 죽이기 전에 엄진우와 마주쳤다.당시 엄진우는 국경 밖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그때의 엄진우는 피비린내를 풍기며 마치 혈기의 덩어리 같았다.마도 육자는 평생 그렇게 강렬한 혈기를 본 적이 없었다.그의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들을 얼음 동굴에 빠트릴 만큼 위협적이었다.마도 육자는 즉시 엄지우는 그들이 건드릴 수 없는 인물임을 알아챘다.하지만 그들이 도망칠 새도 없이 엄진우는 손바닥을 휘둘러 그들을 지하 수백 미터로 내리쳤다.그들의 깊은 수련이 아니었다면 그 한 방에 그들은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지하에서 겨우 살아남은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고 자기들이 용국에서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다고 신념으로 맹세했다. 그들은 앞으로는 올바른 길로 돌아서며 북강의 마도 수련자들을 정화하는 데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엄진우는 그들을 놓아주었다.그 당시 엄진우는 피로 물든 갑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그의 허리에 걸린 그 명패는 영원히 잊지 못했다.그것은 국경 밖에서 수백 리를 학살한 무서운 인물의 명패였고 그가
윤경의 얼굴에는 악랄한 기색이 가득했고 그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그가 정말로 폭탄을 터뜨릴 의지가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윤씨 가문에게는 유전과 송전소를 잃는 것이 타격일지 모르지만 윤경에게는 그것이 그의 전부였다.그는 이미 반기를 들었고 만약 유전과 송전소를 잃게 된다면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다.“당장 북강에서 나가! 만약 다시 유전과 송전소를 넘보려고 하면 즉시 폭탄을 터뜨릴 거고 이 결과는 너희들도 감당할 수 없을 거야. 이 관광지에는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국가삼림공원은 국보이며 명황의 묘는 문명의 중요한 유산이니 이 모든 것이 파괴된다면 너희들은 모두 용국의 천고의 죄인이 될 거야. 그리고 난 유전과 송전소를 잃게 되면 죽음뿐이야. 그러니 내 결심을 의심하지 마라. 여기서 날 더 몰아붙이면 바로 이 버튼을 누를 거야.”윤경은 미친 듯이 외쳤다.그의 광기 어린 모습에 조중영은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진정해요!”조중영은 윤경이 정말로 버튼을 누를까 두려워했다.자기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지만 윤경이 말한 것처럼 이 주변의 것들 어느 하나 손실되어도 되돌릴 수 없게 되며 용국 전체가 감당할 수 없는 손해를 치르게 된다.“상의 좀 해봅시다. 먼저 리모컨을 내려놓으세요.”조중영은 가능한 차분한 목소리로 설득하려 했다.“협상할 게 뭐가 있어. 유일한 방법은 당신들이 유전과 송전소를 포기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버튼을 누르겠어.”윤경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조중영은 엄진우를 바라보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아마도 엄진우의 힘으로는 이 폭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주변의 귀중한 것들은 절대 완전하지 못하게 된다.“그럼 버튼 눌러 봐.”엄진우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중영은 눈을 크게 뜨고 엄진우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내가 못할 것 같아?”윤경은 리모컨을 단단히 잡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네가 강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날 죽이고 리모컨을 빼앗으려는 그런 생각 하지
조중영은 눈을 크게 떴는데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것 같았다.이런 식으로 무력을 사용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거였어? 절대적인 힘으로 모든 폭탄을 순간 파괴할 줄이야.엄진우는 폭파 리모컨을 대수롭지 않게 조중영에게 던졌다.조중영은 당황하며 받아들였는데 마치 뜨거운 감자를 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기를 맡길게요.”엄진우는 무력하게 땅에 쓰러진 윤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윤경의 모든 의욕은 이미 무너져 더는 아무 일도 일으킬 수 없었다.이제 엄진우가 해야 할 일은 유전과 송전소를 관리할 사람을 배정하는 것뿐이다.하지만 누구에게 맡길지는 아직 고민 중이었다.윤경의 저택을 막 떠났을 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휴대폰을 꺼낸 그는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목록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전부 다 기하영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으며 첫 번째 전화는 30분전 쯤 걸려 온 것이었다. 지금까지 신호를 받지 못한 것을 보면 윤경이 집에 신호 차단기를 설치한 것 같았다.부재중 전화 외에도 기하영은 몇 개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엄진우 씨, 죄송하지만 20억 빌려줄 수 있을까요? 아버지가 카지노에서 20억을 빚졌어요. 이 돈은 제가 빠른 시일내에 꼭 갚을게요. 만약 가능하시다면 제 계좌로 송금해 주세요. 계좌번호는...”“엄진우 씨, 정말로 송구스럽습니다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이렇게 무례하게 부탁드려요. 빌려주시든 말든 제 마음속에 항상 고마움을 간직할게요. 최대한 빨리 답장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마지막으로 온 문자 메시지는 10분 전에 전송된 것이었다.“엄진우 씨, 안 빌려주셔도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글자 하나하나에서 기하영의 절망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었다.엄진우는 기하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한동안 연결되지 않았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드디어 나한테 연락하네.”전화는 빠르게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오윤하의 열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침대 위에서의 광기 어린 그녀의 모습
전화기 너머로 엄진우는 오윤하의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일이 끝나면 다시 봐.”엄진우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계속 통화하다가는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다.오윤하는 3분 안에 찾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분도 채 되지 않아 기하영의 위치 정보를 보냈다.“그 여자 지금 실시간으로 이동 중이야. 차 번호는... 목적지는 지도에 표시된 빨간 점으로 찾아가면 돼. 그곳은 북강의 대형 지하 카지노와 지하 금융 기관이야.”오윤하가 보낸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었다.엄진우는 곧 차를 타고 지하 카지노로 향했다.“손님, 멈추세요. 여기는 회원제 클럽입니다.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요.”지하 카지노 입구에서 경비원이 엄진우를 막아섰다.“여기 카지노 아닌가? 놀러 왔는데.”엄진우는 짜증 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두 경비원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손님, 그렇습니다만. 처음 오신 손님은 몇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이는 내부 손님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입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조건은, 개인 자산 검증을 통해 20억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소지품 검사를 하고 휴대폰을 압수한 후 카지노를 나갈 때 돌려드립니다.”경비원이 정중하게 설명했다.“진짜 귀찮군!”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은행 앱을 열어 계좌 잔액을 보여주었다.그 긴 숫자에 경비원 둘 다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대체 얼마야? “이제 들어갈 자격이 되나?”엄진우는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두 경비원은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몸수색이나 휴대폰 압수도 필요해?”엄진우가 다시 물었다.그러자 두 경비원은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장난하나. 그들이 기준을 세운 건 주로 경찰을 막기 위해서였다. 만약 경찰이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카지노 전체를 팔아도 계좌의 돈보다 적으니까.엄진우는 지하 카지노로 들어섰다.1층에는 다양한 도박 테이블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눈이 빨개진 채로 도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카지노 매니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게다가 큰 손님에게 먼저 약간의 이익을 보여줘야만 미끼를 물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번에는 엄진우는 손에 들고 있던 40억을 전부 작은 숫자에 걸었다.딜러는 주사위 컵의 거울 반사를 통해 구석에서 누군가가 신호를 보내는 것을 보았다.그는 발끝에 놓인 버튼에서 발을 뗐고 주사위 컵을 열었다.“2, 3, 4, 작은 숫자!”40억이 다시 80억으로 늘어났다.세 번째 판에서 엄진우는 80억을 모두 같은 숫자가 나오는 트리플에 걸었다.트리플은 세 개의 주사위 숫자가 완전히 동일해야 하는데 이것은 매우 낮은 확률이다.무려 80억을 이렇게 낮은 확률에 걸다니!많은 사람들은 엄진우가 이미 흥분하여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딜러의 안색이 변했다.그는 주사의 컵 안에 트리플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엄진우는 연속 세 판을 맞추었다.이제는 바보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그는 고수와 마주친 것이다.주사위 컵에 반사된 사람이 목을 긋는 손짓을 보고 딜러가 발끝의 버튼을 누르자 주사위가 살짝 굴렀다.딜러는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고수면 뭐해. 소리로 주사위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결과는 정해져 있어. 이번 판에서 네가 가져간 모든 것을 토해내게 할 거야.그는 주사위 컵을 힘차게 열었다.666! 트리플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딜러는 충격을 받았다.도박 테이블 주위에서 놀라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왜? 불가능한 일이었어? 설마 당신이 주사위 컵 안의 주사위를 조작할 수 있단 말인가?”엄진우는 미소를 머금고 딜러를 바라보며 물었다.딜러는 실수를 깨닫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손님, 현재 가지고 계신 자금이 이미 홀의 한도를 초과했습니다. 계속 게임을 하시려면 2층 VIP룸으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카지노 매니저는 급히 달려와 공손하게 말했다.그러나 엄진우의 눈에는 카지노 여러 출입구에 갑자기 몇 명의 남자들이 추가된 것이 보였다
“뭘 놀 건가?”룸 안에서 외눈박이 남자는 엄진우를 노려보며 그 한 쪽 눈에 연민과 잔인함이 서려 있었다.무려 4천억이다!이 젊은이가 이 4천억을 다 잃으면 그는 대성통곡하며 무너질까, 아니면 자살할까? 만약 자살한다면 그는 어떤 방식으로 자살할까? 정말 기대가 되는군.“크기를 맞추는 간단하고 직설적인 주사위 놀이를 하는 게 어때?”엄진우가 무심하게 말했다.“좋아. 그럼 빅앤 스몰로 하지.”외눈박이 남자는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그러자 웨이터는 빠르게 두 개의 주사위 컵을 가져왔다.“처음에는 작게 4백억으로 시작하지.”외눈박이 남자는 4백억 칩을 테이블 위에 던졌고 엄진우도 망설임 없이 그에 맞춰 베팅했다.“먼저 해봐.”외눈박이 남자가 말했다.엄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주사위 컵을 집어 들어 아무렇게나 흔들고는 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았다.그의 서툴고 아마추어 같은 손놀림을 보며 외눈박이 남자의 입가에는 경멸의 미소가 번졌다.이어 외눈박이 남자는 주사위 컵을 집어 들고 공중에서 다양한 묘기를 부리며 흔들다가 마지막에는 힘차게 테이블 위에 놓고는 자신만만하게 바로 뚜껑을 열었다.다섯 개의 6이다.“넌 졌어!”외눈박이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진우는 그를 흘끗 쳐다보고 천천히 주사위 컵을 열었다.다섯 개의 6이었다.외눈박이 남자의 얼굴이 굳어졌다.엄진우의 서툰 솜씨 때문에 그는 소리를 듣지도 않았다.그래서 그는 엄지우가 다섯 개의 6을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이건 완전 대박 운이잖아!그러나 다음 여섯 판에서 외눈박이 남자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연속으로 여섯 판 모두 두 사람 다 다섯 개의 6을 만들었다.“이 녀석 일부러 어리숙한 척하네. 이건 네가 자초한 거야.”외눈박이 남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는 한 손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잡고 다른 손으로 주사위를 흔들었다.그러자 진기가 엄진우의 주사위 컵 속으로 스며들었다.가볍게 진동하자 주사위 컵 안의 다섯 개의 주사위가 부서져 버렸다.엄
“너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가 겁낼 이유가 없지.”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는 교환할 필요가 없었다. 외눈박이 남자를 이기고 4천억을 더한 금액이 이미 8천억이었다.“누가 먼저 시작할래?”엄진우는 8천억 칩을 테이블 위에 던지며 가볍게 말했다.마치 8천억이 아니라 80개의 게임 코인처럼 보였다.“네가 먼저 해.”말을 마친 외눈박이 남자는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웃기 시작했다.“게임이 끝나고 나면 만원은 남겨 줄게. 택시 타고 병원에 가서 뇌 CT나 찍어 봐.”엄진우는 어이없다는 듯 주사위 컵을 집어 들고 흔들었다.갑자기 무수한 검은 안개로 형성된 귀신들이 외눈박이 남자의 검은 구멍 같은 눈에서 뿜어져 나와 엄진우에게 날아갔다.“넌 주사위도 제대로 흔들 수 없는데 점수를 어떻게 계산하겠어? 이번 판은 네가 확실히 질 거야.”외눈박이 남자는 희희낙락하며 말했다.엄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불교의 사자후!신성한 포효가 전체 카지노를 가득 채웠고 이 소리는 내면을 씻는 듯한 효과를 가져왔다.카지노 안의 모든 도박 중독자들은 멍하니 서 있었다.모든 검은 안개의 귀신들은 사자후에 의해 사라졌다.정면에서 사자후를 맞은 외눈박이 남자의 검은 구멍 같은 눈에서도 검은 안개가 사라졌고 그의 눈구멍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그는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고 다른 눈도 더 이상 생기 없는 상태가 되었다.“너... 너...”그는 입을 열어 간신히 한 단어를 내뱉었으나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전에 내가 어떻게 이겼는지 궁금했었지? 사실 네 앞에서 너의 주사위 컵과 내 주사위 컵을 바꿨을 뿐이야. 단지 속도가 빨라서 네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지.”엄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외눈박이 남자는 그대로 쓰러져 생기를 잃었다.그것을 본 엄진우는 머리를 저었다.그는 주사위 컵을 열어 보았지만 여전히 다섯 개의 6이었다.왜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군.감시실에서 카지노 매니저는 CCTV 화면을 보며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내가 저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