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신의 기적 같은 장면이 펼쳐지자 여덟 전왕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남자... 과연 인간이 맞을까?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들어 하늘에 떠 있는 세 대의 창공17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진기가 하늘에서 거대한 손을 형성하며 하늘을 가려버렸다. 세 대의 창공17은 최대 속도로 폭주하며 귀청이 터질 듯한 포효를 내뱉었다.조종사들은 미친 듯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 거대한 손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낭미도에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진기로 이루어진 손은 세 대의 창공17을 강타했지만 창공17은 폭발하지 않았고 진기는 그들의 전자기 제어 시스템을 파괴했다.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조종사들은 더는 조종할 수 없었다. 곧 전투기는 그래도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조종사는 절망 속에서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유서를 손에 꽉 쥐었다. 그들이 전투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에, 엄진우는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세 대의 창공17을 받쳐주어 그들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손 하나, 입김 한 번으로도 대가의 품격이 드러났다. 이것은 엄진우가 진기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 명의 조종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기뻐했다. “창공17을 가져가. 용국 궁정이 이걸 되찾으려 한다면 날 만족시킬 만한 이유를 대야 할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이보향에게 말했다. 이 세 대의 창공 17은 그야말로 값진 보물이었다. 용국 궁정에게도 한 번에 세 대의 창공17을 잃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건 용국 궁정과 완전히 원수가 되겠다는 뜻이야!” 제1전왕이 무겁게 경고했다. “그러면 뭐 어때서?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할지 몰라도 난 두렵지 않아. 안정을 위해 나도 이미 물러설 만큼 물러섰어. 하지만 이젠 나도 결심했지. 용국 궁정을 완전히 굴복시킬 거야. 그들에게 그들의 위엄과 견고함에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똑똑히
제경, 용국 궁정 의사처. 무거운 분위기 속, 몇몇 노인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정장을 입은 노인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화를 냈다. “이건 치욕입니다! 치욕이라고요! 여긴 제경입니다. 용국의 중추라고요! 그런데 전투기가 우리 머리 위까지 날아오다뇨!” 이때, 옆에 있던 다른 노인이 차분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그 전투기는 바로 우리의 창공17이죠.” 정장을 입은 노인은 얼굴이 시뻘게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하세요! 여기서 아무리 소리를 지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창공17 세 대를 출동시키자고 고집한 것도 당신 아닙니까? 기술이 부족하면 고개 숙이고 맞아야죠!” 다른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무겁게 말했다. “아무리 거만한 놈이라 해도 제경에서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뿐입니다. 상대가 창공17로 제경으로 온 건 일종의 태도와 위협을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정장을 입은 노인이 깊은숨을 들이쉬고 물었다. 명왕을 겨냥한 계획에서 그는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이자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장본인이이기에 상황이 악화되면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놈은 우리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을 겁니다. 제경으로 온 것은 분명 윤씨 가문을 겨냥한 것입니다.” 순간 정장을 입은 노인은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윤씨 가문을 포기하자는 말인가요?” 노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처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윤씨 가문은 용국에서 거대한 존재로 자리매김했고 그 뒤에는 당연히 복잡한 관계망이 얽혀 있었다.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몇몇 사람들도 윤씨 가문의 투자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생을 장악하고 있는 윤씨 가문이 갑자기 붕괴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그래요. 게다가 윤씨 가문은
창공17은 급속히 하강하여 천 미터 고도에 이르렀다. 엄진우는 기체 문을 강하게 걷어차 파괴한 후 바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모든 과정을 추적하며 모니터링하던 방위부의 사람들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창공17은 용국에 오직 다섯 대뿐인 귀중한 자산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재료가 응집된 결과물이었다. 게다가 이 전투기의 한 제곱센티미터는 제경에서 열 제곱미터의 집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엄진우가 한 발로 기체 문을 박살 내버리다니! 윤씨 가문의 본부는 궁정처럼 웅장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 궁정 건물 외부에는 높은 공덕 비석들이 우뚝 서 있었다. 엄진우는 이 공덕 비석들 사이에 위풍당당하게 착지했다. 쿵! 그의 발 아래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우르릉! 순간 공덕 비석이 깨지며 무너졌다.이 엄청난 소리는 윤씨 가문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순간 밖으로 뛰쳐나온 윤씨 가문 경호원들은 윤씨 가문의 영광과 업적이 담긴 공덕 비석들이 무너진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그들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엄진우를 노려보며 분노가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디서 온 미친놈이야!” “감히 윤씨 가문의 공덕 비석을 부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저 자식 죽여버려!”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분노에 차 있었다. 이때, 한 중년 남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를 본 윤씨 가문 경호원들은 급히 길을 비켰다. “부회장님!” 상대는 윤휘의 동생 윤호로 윤휘의 유일한 아들이 죽은 뒤, 세 아들을 둔 윤호는 요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디서 온 잡놈이야? 당장 죽여버려!” 윤호는 손가락으로 엄진우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충고하는데 당장 가주를 불러. 아니면 당신들은 모두 후회하게 될 거야.” 엄진우는 뒷짐을 쥔 채 무너진 돌무더기 위에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 말에 윤호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형님을 만나고 싶다고? 죽기 전엔
“만검귀일!”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수백 명의 경호원이 가진 수련의 힘과 정기가 모여 수백 개의 날카로운 검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검기들은 엄진우의 머리 위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검으로 변해 거의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수백 미터를 건너뛰었으나 그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 기벽이 나타났다. 엄진우가 그 기벽에 부딪히자 물결 같은 파문이 일어나며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건 선옥이야. 만약 백 명의 상고인이 포진한다면 신선도 가둘 수 있지. 물론 우리 윤씨 가문 경호원들을 그들과는 비할 수 없지만 너 하나 가두는 데는 충분해!” 윤호는 자신만만한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엄진우는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린 채 주먹을 내리쳤다. 그 주먹은 기벽에 닿았지만 마치 바다의 파도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기벽의 파동에 의해 힘이 흡수되었다. 엄진우는 여러 방향으로 이동해보았으나 계속해서 기벽에 부딪혔다. 한편,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기운이 발산되었고 떨어지는 미세한 검기들조차도 땅을 갈라놓았다. “곤선색!” 수백 명의 윤씨 가문 경호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이내 기벽이 수축되어 하얀색 밧줄로 변하며 엄진우를 번개처럼 빠르게 묶어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이다! 죽여라!” 윤호는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 하늘은 어둠에 휩싸였고 번개가 구름 사이를 쉴 새 없이 질주했는데 마치 하늘마저도 주선진에 분노한 것 같았다. “참신!” 경호원들이 또 크게 외쳤다. 하늘을 가릴 듯한 거대한 검이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듯이 내려왔다. 엄진우는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눈가에 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쿵!쿵!쿵! 연이은 폭발음이 엄진우의 경맥 속에서 울려 퍼졌다. 엄진우의 모공에서 피가 터져 나올 때마다 그의 기운은 점점 더 강해졌다. 쿵! 이때, 곤선색이 엄진우에 의해 강제로 끊어지고 거대한 검은 그대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피투성이가 된 엄진우는 하
윤휘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미친놈이지? 주선진을 깨부수다니!”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땅에 내려선 엄진우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빠져 온몸을 떨어댔다. “아직 더 남은 카드가 있어? 아니면 이게 끝이야?” 엄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호를 응시하며 물었다. 윤호는 온몸을 떨려 저도 몰래 움찔했다. “너... 잘난 척 하지 마! 우리 윤씨 특수부대가 곧 도착할 거야!”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윤호는 전혀 자신감이 없었다. 주선진조차 엄진우를 어쩌지 못했는데 윤씨 특수부대가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이때, 드디어 윤씨 특수부대가 도착했다. 트럭 몇 대가 멈추고 차량에서는 완전 무장한 전투 요원들이 하나씩 내리기 시작했다. 이 전투 요원들은 군대에서조차 ‘병왕’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실력을 자랑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없었지만 윤씨 특수부대가 도착하자 윤호는 그제야 안도를 숨을 내쉬었다.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와 함께 윤씨 특수부대는 엄진우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죽여라!” 윤호는 큰 소리로 손을 휘저으며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최신형 화기가 일제히 발사되었다. 보통 탄환, 관통 탄환, 로켓탄... 각종 탄약이 엄진우를 향해 쏟아졌고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윤호는 아마 막다른 길에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으로 엄진우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엄진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탄약들은 전부 그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자 윤씨 특수부대 요원들의 두려움에 찬 표정 속에서 탄약들은 모두 방향을 바꾸었다. 순간 피의 꽃이 만발하고 특수부대 요원들은 하나씩 쓰러져갔다. 곧 윤호 혼자만 남았고 그제야 윤호는 깨달았다. 이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는 엄진우가 처음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분명 그들의 가주를 목표로 온 것이 틀림없다. 만약 처음부터 윤휘에게 보고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는 윤씨 특수부대의 전왕들이었다. 수년간 적수가 없었던 전왕들이 이렇게 죽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전왕들이 어떻게 네 손에 죽을 수 있어?!” 윤휘는 도무지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전왕들의 죽음은 어쩌면 송전소와 유전의 손실보다 더 큰 타격이 되었다. 여덟 전왕의 존재는 윤휘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주었고 그는 전왕들만 존재하면 그 어떤 손실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전왕들은 수많은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설마... 명왕이 직접 나선 거야?” 윤휘는 겁에 질려 물었다. “그래, 정답이야. 명왕이 나섰지.”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에 윤휘는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명왕은 북강을 완전히 떠난 이후로 여태 신분을 숨기고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엄진우는 대체 명왕과 어떤 사이길래 그를 위해 직접 나선단 말인가? 하지만 설령 전왕들이 명왕의 상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럼 창공17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용궁 궁정에서 헛발질을 해서 출동시키지 못한 건가? 이런 생각에 윤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궁정을 추궁할 때가 아니다. 윤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엄진우! 네가 아무리 명왕을 백으로 두었다고 해도 여긴 제경이야! 감히 제경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용국 궁정이 널 죽이려 명령을 내릴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북강 명왕이 왜 신분을 숨기고 은거하게 되었는지 너도 알지?” 윤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용궁 궁정? 내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설명한 거나 마찬가지야. 윤 회장, 어쩜 아직도 사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거지?”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비웃었다. 그 말에 윤휘는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이
그제야 윤휘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에 그는 마치 십여 년을 늙어버린 것처럼 머리카락마저도 희끗희끗해졌다. “엄진우, 네 목적이 뭐야?” 윤휘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우고 물었다. 지금 그는 엄진우에 대한 증오가 더 큰 건지, 아니면 윤씨 가문을 버린 용국 궁정에 대한 증오가 더 큰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게 단 하나 있다. 바로 윤씨 가문은 아직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엄진우는 이미 윤씨 가문을 뒤집어놓았을 것이다. “지금 날 뭐라고 부른 거지?” 엄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러자 윤휘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엄... 엄 선생님.” 엄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내 목적은 아주 간단해.” 십여 분 후, 엄진우는 창공17에 올라타고 오직 풀이 죽은 윤휘만 혼자 남겨두었다. 창해시. 비담 컴퍼니 내부. 회사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암울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소지안의 안색은 창백하고 눈빛은 흐릿했다. 그녀는 엄진우가 전투기에 탑승한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윤씨 가문을 아주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엄진우가 그 길에 들어선다면 결과는 단 하나, 바로 죽음일 것이라 판단했다. 이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렸고 소지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다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아빠... 어떻게 됐어?” 소지안이 서둘러 물었다. 소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죽은 사람을 설득하기란 어려운 일이지.” 이 말을 듣는 순간, 소지안의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끈이 순간 끊어져 버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 사람이 죽을 리는 없어!” 소지안은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이 아빠도 인정해. 그놈 대단한 놈이야.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놈이라고 해도 혼자 윤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 소건우는 무겁
엄진우는 소지안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었다. 그녀는 비담의 부대표로 엄진우가 부재중일 때 회사의 모든 업무에 대해 임시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물론 회사 양도와 같은 중요한 문제는 혼자 결정할 수 없지만, 비담 컴퍼니는 지성그룹의 지사이기 때문에 계약서에 예우림의 서명만 있으면 법적 효력이 있었다. 소지안은 예우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진우의 사망 소식에 예우림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강남성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여성 사업가답게 이 상황에 눈물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여 그녀는 애써 냉정함을 유지했다. “기다려, 지금 바로 갈게.” 예우림은 곧 몇 명의 기술자와 함께 비담에 도착했다. “소 사장님, 실례하겠습니다.” 예우림은 소건우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동행한 기술자들에게 사진의 진위를 감정하도록 했다. 순간 소건우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이 사진들은 당연히 그가 조작한 것으로 사진을 위조한 사람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사람들이 위조한 사진이라 하더라도 가짜는 가짜였기에 소건우는 긴장감을 숨길 수 없었다. 잠시 후, 예우림의 기술자들은 사진과 장비를 내려놓았다. “예 대표님, 위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기술자가 말했다. “소 사장님, 계약서는 이미 작성했고 관련 조항들도 포함했으니 한 번 확인하세요.” 예우림은 깊이 숨을 들이쉬며 애써 눈물을 참은 채 계약서를 내밀었다. 소건우는 계약서를 몇 번이고 훑어보았다. 계약서에는 소건우가 비담을 양도받은 후, 3일 내로 엄진우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는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다. 소건우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어차피 엄진우와 비슷한 체형의 시신을 구하기만 한다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계약서에 서명한 소건우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이제부터 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회사는 그의 소유가 되었다. 소건우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들어와.” 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