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특수부대 여덟 전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며... 명왕? 이 인간도 아니고 용도 아닌 괴물이 바로 그 악명 높은 명왕이라고? 그런데, 그는 방금 자신들이 찾던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설마... 그 어떤 가능성이 떠오르자 그들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천하의 북강 최강자가 작은 도시에 몸을 숨기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다니? “외부인이 있을 땐 명왕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엄진우는 한숨을 쉬며 무심하게 말했다. “어차피 놈들은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이보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지.” 그 말에 제1전왕은 분노했다. “네가 명왕이라 해도 우리 상대가 되지 않아.” 제1전왕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하, 그래?” 엄진우는 여유롭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단 한 걸음만. 이때, 거대한 압박감이 마치 산처럼 그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쾅! 곧 땅이 무너지고 여덟 전왕의 얼굴은 동시에 굳어졌다.이 압박감 아래서 그들은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장난인 건가?” “어떻게 이럴 수가? 갭 차이가 너무 나잖아!” 여덟 전왕은 모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들로, 윤씨 그룹은 아낌없는 자원을 투자하여 그들의 실력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신했다. 적어도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상대할 가치를 느낀 상대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명왕을 만나도 싸울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엄진우의 단 한 걸음은 그들의 자존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내 앞까지 걸어올 수 있다면 너희의 승리로 인정하고 보내줄게. 어때?” 엄진우는 여유롭게 말했다.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상대는 이미 끝난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난 절대 지지 않아!” 제1전왕은 이를 악물고 엄진우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그는 이미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머지 일곱 명도 그의 뒤
하늘에서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이보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창공17입니다!” 이보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창공17은 용국 가장 첨단의 폭격기다. 용국 전체에도 다섯 대밖에 없는데 지금 그들 머리 위에는 세 대나 떠 있었다. “하하하하! 이 창공17에 탑재된 미사일은 이 섬을 바다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어. 심지어 몇 킬로미터 내의 바닷물까지 증발시킬 수 있지. 네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너도 인간일 뿐이야. 그러니 같이 죽자고!” 제1전왕의 광기 어린 외침 속에서 세 대의 창공17이 이미 무기고를 열었다. 곧 미사일이 초고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명왕님, 저희는 상관하지 마시고 어서 도망치십시오!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 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발사된 미사일은 음속을 돌파하는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무서운 유효 살상 범위까지. 엄진우가 전력을 다해 도망친다고 해도 이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도망치라고? 명왕이 된 후로 내 사전엔 도망이란 없어!” 엄진우가 손을 내밀자 제7전왕의 칼이 그의 손에 날아왔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하늘로 뛰어올랐다. “대체 뭐 하려는 수작이지?” 제1전왕은 어리둥절하게 엄진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건... 더 빨리 죽으려는 행동인 건가? 엄진우는 하늘로 올라가 칼을 휘둘렀고 칼 기운은 한 발의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췄다. 그러자 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비록 수천 미터의 높은 공중에서였지만 낭미도는 격렬하고 흔들렸다. 이내 짙은 연기가 엄진우를 뒤덮었다. “하하하하하하, 멍청한 자식. 저렇게 하면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칼이 미사일에 닿는 순간, 넌 이미 미사일의 유효 살상 범위에 들어간 거야! 살상 범위 안에서는 가장자리라 할지라도 온도가 만 도를 넘어! 이젠 넌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제1전왕은 미친 듯이 웃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먼저 너부터 죽여주지
마치 신의 기적 같은 장면이 펼쳐지자 여덟 전왕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남자... 과연 인간이 맞을까?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들어 하늘에 떠 있는 세 대의 창공17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진기가 하늘에서 거대한 손을 형성하며 하늘을 가려버렸다. 세 대의 창공17은 최대 속도로 폭주하며 귀청이 터질 듯한 포효를 내뱉었다.조종사들은 미친 듯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 거대한 손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낭미도에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진기로 이루어진 손은 세 대의 창공17을 강타했지만 창공17은 폭발하지 않았고 진기는 그들의 전자기 제어 시스템을 파괴했다.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조종사들은 더는 조종할 수 없었다. 곧 전투기는 그래도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조종사는 절망 속에서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유서를 손에 꽉 쥐었다. 그들이 전투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에, 엄진우는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세 대의 창공17을 받쳐주어 그들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손 하나, 입김 한 번으로도 대가의 품격이 드러났다. 이것은 엄진우가 진기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 명의 조종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기뻐했다. “창공17을 가져가. 용국 궁정이 이걸 되찾으려 한다면 날 만족시킬 만한 이유를 대야 할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이보향에게 말했다. 이 세 대의 창공 17은 그야말로 값진 보물이었다. 용국 궁정에게도 한 번에 세 대의 창공17을 잃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건 용국 궁정과 완전히 원수가 되겠다는 뜻이야!” 제1전왕이 무겁게 경고했다. “그러면 뭐 어때서?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할지 몰라도 난 두렵지 않아. 안정을 위해 나도 이미 물러설 만큼 물러섰어. 하지만 이젠 나도 결심했지. 용국 궁정을 완전히 굴복시킬 거야. 그들에게 그들의 위엄과 견고함에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똑똑히
제경, 용국 궁정 의사처. 무거운 분위기 속, 몇몇 노인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정장을 입은 노인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화를 냈다. “이건 치욕입니다! 치욕이라고요! 여긴 제경입니다. 용국의 중추라고요! 그런데 전투기가 우리 머리 위까지 날아오다뇨!” 이때, 옆에 있던 다른 노인이 차분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게다가 그 전투기는 바로 우리의 창공17이죠.” 정장을 입은 노인은 얼굴이 시뻘게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하세요! 여기서 아무리 소리를 지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창공17 세 대를 출동시키자고 고집한 것도 당신 아닙니까? 기술이 부족하면 고개 숙이고 맞아야죠!” 다른 노인이 미간을 찌푸리고 무겁게 말했다. “아무리 거만한 놈이라 해도 제경에서 공격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뿐입니다. 상대가 창공17로 제경으로 온 건 일종의 태도와 위협을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정장을 입은 노인이 깊은숨을 들이쉬고 물었다. 명왕을 겨냥한 계획에서 그는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이자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장본인이이기에 상황이 악화되면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놈은 우리와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없을 겁니다. 제경으로 온 것은 분명 윤씨 가문을 겨냥한 것입니다.” 순간 정장을 입은 노인은 놀란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말은, 윤씨 가문을 포기하자는 말인가요?” 노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처에 있는 몇몇 사람들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윤씨 가문은 용국에서 거대한 존재로 자리매김했고 그 뒤에는 당연히 복잡한 관계망이 얽혀 있었다. 어쩌면 이 자리에 있는 몇몇 사람들도 윤씨 가문의 투자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생을 장악하고 있는 윤씨 가문이 갑자기 붕괴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그래요. 게다가 윤씨 가문은
창공17은 급속히 하강하여 천 미터 고도에 이르렀다. 엄진우는 기체 문을 강하게 걷어차 파괴한 후 바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모든 과정을 추적하며 모니터링하던 방위부의 사람들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창공17은 용국에 오직 다섯 대뿐인 귀중한 자산으로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재료가 응집된 결과물이었다. 게다가 이 전투기의 한 제곱센티미터는 제경에서 열 제곱미터의 집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엄진우가 한 발로 기체 문을 박살 내버리다니! 윤씨 가문의 본부는 궁정처럼 웅장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 궁정 건물 외부에는 높은 공덕 비석들이 우뚝 서 있었다. 엄진우는 이 공덕 비석들 사이에 위풍당당하게 착지했다. 쿵! 그의 발 아래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퍼져 나갔다. 우르릉! 순간 공덕 비석이 깨지며 무너졌다.이 엄청난 소리는 윤씨 가문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순간 밖으로 뛰쳐나온 윤씨 가문 경호원들은 윤씨 가문의 영광과 업적이 담긴 공덕 비석들이 무너진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그들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엄진우를 노려보며 분노가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디서 온 미친놈이야!” “감히 윤씨 가문의 공덕 비석을 부수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어?” “저 자식 죽여버려!”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분노에 차 있었다. 이때, 한 중년 남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를 본 윤씨 가문 경호원들은 급히 길을 비켰다. “부회장님!” 상대는 윤휘의 동생 윤호로 윤휘의 유일한 아들이 죽은 뒤, 세 아들을 둔 윤호는 요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디서 온 잡놈이야? 당장 죽여버려!” 윤호는 손가락으로 엄진우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충고하는데 당장 가주를 불러. 아니면 당신들은 모두 후회하게 될 거야.” 엄진우는 뒷짐을 쥔 채 무너진 돌무더기 위에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 말에 윤호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형님을 만나고 싶다고? 죽기 전엔
“만검귀일!”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수백 명의 경호원이 가진 수련의 힘과 정기가 모여 수백 개의 날카로운 검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검기들은 엄진우의 머리 위에서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검으로 변해 거의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엄진우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수백 미터를 건너뛰었으나 그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 기벽이 나타났다. 엄진우가 그 기벽에 부딪히자 물결 같은 파문이 일어나며 그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건 선옥이야. 만약 백 명의 상고인이 포진한다면 신선도 가둘 수 있지. 물론 우리 윤씨 가문 경호원들을 그들과는 비할 수 없지만 너 하나 가두는 데는 충분해!” 윤호는 자신만만한 듯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엄진우는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린 채 주먹을 내리쳤다. 그 주먹은 기벽에 닿았지만 마치 바다의 파도 속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기벽의 파동에 의해 힘이 흡수되었다. 엄진우는 여러 방향으로 이동해보았으나 계속해서 기벽에 부딪혔다. 한편, 그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기운이 발산되었고 떨어지는 미세한 검기들조차도 땅을 갈라놓았다. “곤선색!” 수백 명의 윤씨 가문 경호원들이 일제히 외쳤다. 이내 기벽이 수축되어 하얀색 밧줄로 변하며 엄진우를 번개처럼 빠르게 묶어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지금이다! 죽여라!” 윤호는 악랄하게 웃어 보였다. 하늘은 어둠에 휩싸였고 번개가 구름 사이를 쉴 새 없이 질주했는데 마치 하늘마저도 주선진에 분노한 것 같았다. “참신!” 경호원들이 또 크게 외쳤다. 하늘을 가릴 듯한 거대한 검이 마치 세상을 멸망시키듯이 내려왔다. 엄진우는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눈가에 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쿵!쿵!쿵! 연이은 폭발음이 엄진우의 경맥 속에서 울려 퍼졌다. 엄진우의 모공에서 피가 터져 나올 때마다 그의 기운은 점점 더 강해졌다. 쿵! 이때, 곤선색이 엄진우에 의해 강제로 끊어지고 거대한 검은 그대로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피투성이가 된 엄진우는 하
윤휘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 미친놈이지? 주선진을 깨부수다니!” 윤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땅에 내려선 엄진우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빠져 온몸을 떨어댔다. “아직 더 남은 카드가 있어? 아니면 이게 끝이야?” 엄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호를 응시하며 물었다. 윤호는 온몸을 떨려 저도 몰래 움찔했다. “너... 잘난 척 하지 마! 우리 윤씨 특수부대가 곧 도착할 거야!” 하지만 이 말을 하는 윤호는 전혀 자신감이 없었다. 주선진조차 엄진우를 어쩌지 못했는데 윤씨 특수부대가 그를 이길 수 있을까? 이때, 드디어 윤씨 특수부대가 도착했다. 트럭 몇 대가 멈추고 차량에서는 완전 무장한 전투 요원들이 하나씩 내리기 시작했다. 이 전투 요원들은 군대에서조차 ‘병왕’으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실력을 자랑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없었지만 윤씨 특수부대가 도착하자 윤호는 그제야 안도를 숨을 내쉬었다.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와 함께 윤씨 특수부대는 엄진우를 빈틈없이 포위했다. “죽여라!” 윤호는 큰 소리로 손을 휘저으며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최신형 화기가 일제히 발사되었다. 보통 탄환, 관통 탄환, 로켓탄... 각종 탄약이 엄진우를 향해 쏟아졌고 엄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윤호는 아마 막다른 길에 몰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공격으로 엄진우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엄진우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지만 탄약들은 전부 그의 주위에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자 윤씨 특수부대 요원들의 두려움에 찬 표정 속에서 탄약들은 모두 방향을 바꾸었다. 순간 피의 꽃이 만발하고 특수부대 요원들은 하나씩 쓰러져갔다. 곧 윤호 혼자만 남았고 그제야 윤호는 깨달았다. 이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는 엄진우가 처음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은 분명 그들의 가주를 목표로 온 것이 틀림없다. 만약 처음부터 윤휘에게 보고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는 윤씨 특수부대의 전왕들이었다. 수년간 적수가 없었던 전왕들이 이렇게 죽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전왕들이 어떻게 네 손에 죽을 수 있어?!” 윤휘는 도무지 이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전왕들의 죽음은 어쩌면 송전소와 유전의 손실보다 더 큰 타격이 되었다. 여덟 전왕의 존재는 윤휘에게 무한한 자신감을 주었고 그는 전왕들만 존재하면 그 어떤 손실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물론 그동안 전왕들은 수많은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설마... 명왕이 직접 나선 거야?” 윤휘는 겁에 질려 물었다. “그래, 정답이야. 명왕이 나섰지.”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말에 윤휘는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명왕은 북강을 완전히 떠난 이후로 여태 신분을 숨기고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엄진우는 대체 명왕과 어떤 사이길래 그를 위해 직접 나선단 말인가? 하지만 설령 전왕들이 명왕의 상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럼 창공17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설마, 용궁 궁정에서 헛발질을 해서 출동시키지 못한 건가? 이런 생각에 윤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궁정을 추궁할 때가 아니다. 윤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엄진우! 네가 아무리 명왕을 백으로 두었다고 해도 여긴 제경이야! 감히 제경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용국 궁정이 널 죽이려 명령을 내릴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북강 명왕이 왜 신분을 숨기고 은거하게 되었는지 너도 알지?” 윤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용궁 궁정? 내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설명한 거나 마찬가지야. 윤 회장, 어쩜 아직도 사태 파악이 전혀 되지 않는 거지?”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비웃었다. 그 말에 윤휘는 눈살을 찌푸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이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