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특수부대는 윤씨 가문의 불패를 보장하는 힘이자 용국을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윤씨 선조들이 쟁취한 특권이다. 또한 용국에서 유일하게 궁정의 인정을 받고 지원받는 사병이다. 수십 년간의 발전과 성장 끝에, 윤씨 특수부대는 최첨단 무기와 정예의 병종, 그리고 가장 강력한 수련자들로 구성된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혼합된 윤씨 특수부대는 말 그대로 천하무적이다. 윤휘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수십 대의 전투기가 윤씨 가문의 특전 기지에서 출격해 북강으로 직행했다. 북강에 도착하자 이 전투기들은 두 부대로 나뉘어 한 부대는 유전으로, 다른 한 부대는 송전소로 향했다. 이 두 곳을 봉쇄하고 있던 인원들은 전투기가 접근하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수십 대의 스텔스 전투기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비로소 반응할 수 있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하늘에서 수많은 미사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빨리 피신해!” “엄폐물을 찾아라!” 지상에는 혼란에 빠졌고 곳곳에서 절규가 울려 퍼졌다. 공포에 질린 얼굴들이 지상을 가득 메웠다. “전투기들이 어떻게 북강까지 온 거지?” 미사일이 착탄 했지만 다행히도 폭발 대신 하얀 연기만 피어올랐다. “우린 윤씨 특수부대다! 경고한다. 당장 우리의 사유지를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엔 진짜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다!” 하늘에서는 전투기 내부에서 나온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이 장면은 유전과 송전소가 있는 두 곳에서 동시에 벌어졌다. 지상에서 수비를 담당하던 인원들은 분노와 절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대와 맞서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강 최정예 공군을 투입하지 않는 한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북강 자체가 폐허가 될 위험이 있다. “철수하라!” 곧 지휘관이 철수령을 내렸다. 인원들은 차례로 퇴각했지만 하늘에서는 여전히 전투기가 선회하고 있었다. 이때, 기체 문이 열리고 수많은 군인이 만 미터 상공의
윤씨 특수부대의 제1, 2분대가 상대 전투기 기체에 새겨진 봉황을 볼 수 있을 때쯤, 그 전투기들의 조종석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봉황 분대, 보고드립니다!” 차가운 외침과 함께 만 미터 상공에서 엄진우 직속 부하인 이보향이 전투기에서 곧바로 뛰어내렸다. 그녀의 뒤를 따른 것은 세 명의 팀원이다. 다른 전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네 명의 봉황 부대 팀원들이 전투기에서 뛰어내렸다. 그들은 동시에 칼을 뽑고 휘둘렀는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칼 기운을 휩쓸며 지나갔다. “빨리 피하라!” 제2분대의 전투기는 허둥지둥 피하려고 했지만 봉황 분대의 팀원들은 빠르게 하강하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칼을 휘둘렀다. 공중에서는 불꽃이 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윤씨 특수부대의 전투기가 격추되어 폭발한 것이다. 수많은 그림자가 하늘로 솟구쳤다. 앞서 땅을 점령해 유전과 송전소를 장악했던 윤씨 특수부대의 수련자들은 참지 못하고 잇달아 출격했다. 수백 명의 고수들에 맞서는 봉황 분대의 팀원들은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쟁을 목표로 했고 매일 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훈련을 해왔기에 백 명을 상대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죽여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이보향은 살기를 내뿜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설령 명왕이 없더라도 이 북강에서 이런 자들이 활개 칠 자리는 없었다. 여덟 명의 전사들은 멈출 줄 몰랐고 윤씨 특수부대의 수련자들은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는 피비가 내리고 있었다. 봉황 분대가 윤씨 특수부대의 제1, 2분대의 수련자들을 전부 소탕했을 때, 그들은 정확하고 안전하게 지상에 착지했다. 그들의 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 마치 아수라장에서 걸어 나온 살신들 같았다. 지상에는 전투기의 잔해와 시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윤씨 특수부대 제1, 2분대는 이렇게 전멸했다. “가주님. 제3, 4, 5분대를 출격시킬까요?” 윤씨 특수부대 지휘 본부에서, 지휘관은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너희들 누구야?” 이보향은 그들을 응시하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자기소개를 하자면 난 윤씨 특수부대의 제1전왕이다.” “제3전왕.” “제5전왕.” “제7전왕.” 네 사람이 신분을 밝혔다. 그리고 나머지 네 명의 전왕은 다른 전장에 있는 것이다. “보아하니 너희들이 윤씨 특수부대의 마지막 카드인가 보군.” 이보향이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들을 모두 죽이면 윤씨 가문도 멸망에서 멀지 않겠지?” “그래, 어디 한 번 시도해 보시지.” 제1전왕은 이보향을 향해 도발적인 손짓을 하며 경멸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죽여라!” 이때 이보향이 공격을 시작했고 그의 뒤를 따르는 세 명의 팀원도 동시에 움직였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제1전왕이 명령했다. 전투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윤씨 특수부대 네 전왕 앞에서, 언제나 무적이던 봉황 분대는 애를 먹기 시작했다. 그들의 실력은 도저히 깊이를 알 수 없었다. 봉황 분대는 모든 힘을 쏟아냈지만 그들은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봉황 분대는 돌파를 시도했지만 그들은 가볍게 그것을 막아냈다. “됐다. 별거 아니네. 잡아들여!” 제1전왕이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네 명의 전왕은 순간 힘을 발휘하며 봉황 분대의 네 명을 곧바로 제압했다. 봉황 분대의 네 명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결국 생포되었고 다른 전장 역시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봉황 소대는 결코 자결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것은 겁쟁이들만의 행동이다. 생포되었다고 해서 탈출할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명왕은 그들을 키우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자했으니 말이다. “작전 종료. 전원 생포 완료.” 제1전왕은 가벼운 표정으로 보고를 올렸다. 다른 전장에서의 제2전왕도 똑같은 보고를 올렸다. “적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보고를 받은 윤휘는 싸늘하게 웃었다. “이젠 엄진우에게 어떤 비장의 카드가 있는지 한 번 지켜봐야겠군.” 윤휘는 휴대폰을 꺼내 제1전왕에게 전화를
엄진우는 지도를 꺼내 한참을 찾아서야 윤휘가 말한 낭미도를 찾을 수 있었다. 낭미도는 공해에 위치한 외딴섬으로 주변 천 리 안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만 있을 뿐이다. “장소 선택 하나는 아주 기막히군.” 엄진우는 지도를 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이 외딴섬이 과연 나 엄진우의 무덤이 될지, 아니면 너희 윤씨 가문의 무덤이 될지 지켜보자고.” 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사를 나서려고 했다. “어디가?” 엄진우의 다급한 모습에 예우림이 물었다. “윤씨 가문을 완전히 끝내러 갈 거야.” 엄진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나섰다. “지안아, 엄진우 뭐 하러 가는 거야? 윤씨 가문을 완전히 끝내러 간다던데 무슨 말이지?” 예우림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소지안에게 찾아갔다.그러자 소지안은 잠시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윤씨 가문을 완전히 끝내러 간다고? 설마 윤씨 본부에 쳐들어가겠다는 건가? 안 돼. 이건 너무 충동적이야! 윤씨 본부는 위험한 곳이야. 오랫동안 버텨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진우 씨가 쳐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우리라도 빨리 막아야 해!” 소지안은 안색이 창백해지며 다급히 말했다. “그럼 빨리 쫓아가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우림은 밖으로 뛰쳐나갔다.소지안도 서둘러 그녀를 따라갔다. 두 사람이 회사를 나왔을 때, 엄진우는 마침 전투기에 오르고 있었다. “진우 씨!” “엄진우, 충동적으로 굴지 마! 빨리 내려와!” 소지안과 예우림은 다급히 그를 불렀다. 하지만 엄진우는 두 여자를 향해 등을 돌린 채 손을 흔들었다. 곧 전투기의 문이 닫혔다. “이젠 어떡하면 좋아?” 예우림은 순간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빠한테 전화할게. 아빠가 막아주실 거야.” 소지안은 다시는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 가족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 “아빠, 제발 윤씨 본부 앞에서 진우 씨를 막아줘. 지금 윤씨 본부로 쳐들어가려는 것 같아.”
“아가씨가... 찬성할까요?” 소지안 아버지 옆에 있던 사람이 잠시 망설이다 물었다. “이렇게 해...” 소지안의 아버지는 상대를 향해 손짓하더니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낭미도. 주위는 한없이 고요했다. 몇 그루의 거대한 나무에 여덟 명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봉황 분대 멤버들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윤씨 특수부대의 여덟 전왕이 담배를 피우며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뭐더라. 엄 뭐라고 했죠?” “엄진우.” “맞아요! 엄진우가 과연 이곳에 찾아올까요?” “오지 않으면 저놈들을 죽이고 직접 창해시로 쳐들어가면 돼.” “창해시로 쳐들어간다고요? 용국 궁정에서 가만히 있겠어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내가 알기론 용국 궁정과 명상은 사이가 별로라고 했어. 엄진우가 명왕과 친분이 있다면 용국 궁정은 우리가 놈을 없애주길 바랄지도 몰라.” “근데 명왕과 친분이 깊다면... 우리가 엄진우를 죽이면 명왕이 가만히 있을까요?” “왜, 무서워? 명왕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기회가 된다면 꼭 겨뤄보고 싶어.” 여덟 전왕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때, 한 전투기가 낭미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됐다. 이젠 불꽃놀이나 구경하지.” 제1전왕은 담배를 끄며 일어섰다. 나머지 일곱 명도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기가 날아오는 방향을 바라봤다. 전투기가 낭미도에 도착했을 때. 쿵! 이때 미사일 한 발이 발사되었다. 그것은 용국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한 북풍47 미사일이었다. 이 미사일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이미 용국 궁정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말 아름답군.” 제1전왕이 감탄했다. 미사일은 곧장 전투기를 명중하며 폭발했고 공중에는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전투기 잔해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북풍47의 강력한 위력에 전투기는 고온에 증발해 버린 것이다. “우린 나설 필요도 없네요.” 제8전왕은 고개를 저으며 장검을 뽑아 들었다. “지금 당장 저들을
윤씨 특수부대 여덟 전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며... 명왕? 이 인간도 아니고 용도 아닌 괴물이 바로 그 악명 높은 명왕이라고? 그런데, 그는 방금 자신들이 찾던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설마... 그 어떤 가능성이 떠오르자 그들은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고? 천하의 북강 최강자가 작은 도시에 몸을 숨기고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다니? “외부인이 있을 땐 명왕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엄진우는 한숨을 쉬며 무심하게 말했다. “어차피 놈들은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이보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그렇지.” 그 말에 제1전왕은 분노했다. “네가 명왕이라 해도 우리 상대가 되지 않아.” 제1전왕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하, 그래?” 엄진우는 여유롭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단 한 걸음만. 이때, 거대한 압박감이 마치 산처럼 그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쾅! 곧 땅이 무너지고 여덟 전왕의 얼굴은 동시에 굳어졌다.이 압박감 아래서 그들은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장난인 건가?” “어떻게 이럴 수가? 갭 차이가 너무 나잖아!” 여덟 전왕은 모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자들로, 윤씨 그룹은 아낌없는 자원을 투자하여 그들의 실력은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신했다. 적어도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상대할 가치를 느낀 상대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명왕을 만나도 싸울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러나 엄진우의 단 한 걸음은 그들의 자존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내 앞까지 걸어올 수 있다면 너희의 승리로 인정하고 보내줄게. 어때?” 엄진우는 여유롭게 말했다. 아직 싸우지도 않았는데 상대는 이미 끝난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난 절대 지지 않아!” 제1전왕은 이를 악물고 엄진우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러나 그는 이미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나머지 일곱 명도 그의 뒤
하늘에서 귀청이 터질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이보향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창공17입니다!” 이보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창공17은 용국 가장 첨단의 폭격기다. 용국 전체에도 다섯 대밖에 없는데 지금 그들 머리 위에는 세 대나 떠 있었다. “하하하하! 이 창공17에 탑재된 미사일은 이 섬을 바다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어. 심지어 몇 킬로미터 내의 바닷물까지 증발시킬 수 있지. 네가 아무리 강해도 결국 너도 인간일 뿐이야. 그러니 같이 죽자고!” 제1전왕의 광기 어린 외침 속에서 세 대의 창공17이 이미 무기고를 열었다. 곧 미사일이 초고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명왕님, 저희는 상관하지 마시고 어서 도망치십시오!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 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발사된 미사일은 음속을 돌파하는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게다가 그 무서운 유효 살상 범위까지. 엄진우가 전력을 다해 도망친다고 해도 이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도망치라고? 명왕이 된 후로 내 사전엔 도망이란 없어!” 엄진우가 손을 내밀자 제7전왕의 칼이 그의 손에 날아왔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하늘로 뛰어올랐다. “대체 뭐 하려는 수작이지?” 제1전왕은 어리둥절하게 엄진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이건... 더 빨리 죽으려는 행동인 건가? 엄진우는 하늘로 올라가 칼을 휘둘렀고 칼 기운은 한 발의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췄다. 그러자 미사일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비록 수천 미터의 높은 공중에서였지만 낭미도는 격렬하고 흔들렸다. 이내 짙은 연기가 엄진우를 뒤덮었다. “하하하하하하, 멍청한 자식. 저렇게 하면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칼이 미사일에 닿는 순간, 넌 이미 미사일의 유효 살상 범위에 들어간 거야! 살상 범위 안에서는 가장자리라 할지라도 온도가 만 도를 넘어! 이젠 넌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제1전왕은 미친 듯이 웃으며 눈물까지 흘렸다. “먼저 너부터 죽여주지
마치 신의 기적 같은 장면이 펼쳐지자 여덟 전왕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 남자... 과연 인간이 맞을까? 엄진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을 들어 하늘에 떠 있는 세 대의 창공17을 향해 내리쳤다. 그러자 진기가 하늘에서 거대한 손을 형성하며 하늘을 가려버렸다. 세 대의 창공17은 최대 속도로 폭주하며 귀청이 터질 듯한 포효를 내뱉었다.조종사들은 미친 듯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그 거대한 손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낭미도에는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진기로 이루어진 손은 세 대의 창공17을 강타했지만 창공17은 폭발하지 않았고 진기는 그들의 전자기 제어 시스템을 파괴했다.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조종사들은 더는 조종할 수 없었다. 곧 전투기는 그래도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세 명의 조종사는 절망 속에서 눈을 감고 마지막으로 유서를 손에 꽉 쥐었다. 그들이 전투기와 함께 최후를 맞이하기 직전에, 엄진우는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 그러자 부드러운 바람이 세 대의 창공17을 받쳐주어 그들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손 하나, 입김 한 번으로도 대가의 품격이 드러났다. 이것은 엄진우가 진기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세 명의 조종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기뻐했다. “창공17을 가져가. 용국 궁정이 이걸 되찾으려 한다면 날 만족시킬 만한 이유를 대야 할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이보향에게 말했다. 이 세 대의 창공 17은 그야말로 값진 보물이었다. 용국 궁정에게도 한 번에 세 대의 창공17을 잃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건 용국 궁정과 완전히 원수가 되겠다는 뜻이야!” 제1전왕이 무겁게 경고했다. “그러면 뭐 어때서?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할지 몰라도 난 두렵지 않아. 안정을 위해 나도 이미 물러설 만큼 물러섰어. 하지만 이젠 나도 결심했지. 용국 궁정을 완전히 굴복시킬 거야. 그들에게 그들의 위엄과 견고함에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똑똑히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