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후 세 가지의 물건이 지성그룹으로 전달되었고 물속에서 계속 꿈틀거리는 한 마리의 말거머리도 함께 도착했다.“물건은 이미 구해왔어. 이제 네가 어떻게 도련님의 체내에 있는 단독을 해결하는지 보겠어.”한 국의가 차갑게 웃으며 그 세 물건을 엄진우에게 건넸다.“가서 물 한 대야 떠와.”엄진우는 옆에 있는 예우림에게 지시했다.곧 예우림은 물 한 대야를 떠왔다.바로 엄진우는 그 세 가지 물건을 모두 물 대야에 던져 넣었다.“네가 지금 뭐 하는 거야.”세 국의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이 세 물건은 진귀한 보물인데 엄진우가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그야말로 낭비 그 자체였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가슴이 아팠다.“잘 지켜봐요.”엄진우는 그들을 무시한 채 손바닥을 물 위에 얹었다.진기가 물속에 잠긴 세 물건을 모두 산산조각 내고 물속에 녹아들게 했다.세 국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어쩌면 우리가 들어본 적 없는 비방일지도 몰라. 침착해, 침착하자!”그들은 심장병이 발작하지 않도록 자신을 끊임없이 위로했다.하지만 엄진우의 다음 행동이 그들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당장 그만둬!”“네가 지금 뭘 하려는 거야?”“너 미친 거 아니야!”세 국의가 놀라서 소리쳤다.그러나 엄진우는 그들을 무시하고 살아 움직이는 말거머리를 물 대야에 집어넣었다.말거머리는 마치 용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처럼 흥분하며 헤엄쳤다.탁했던 물은 곧 맑아졌고 그 안에 있는 약물들은 모두 말거머리에 의해 흡수되었다.그 말거머리는 이제 아기 팔뚝만큼 두꺼워졌다.세 국의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을 보며 엄진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나도 이렇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당신들이 10년 된 말거머리를 구하지 못해서 이렇게 인위적으로 키울 수밖에 없었어요.”엄진우가 손을 펼치며 말했다.세 국의는 가슴을 들썩거리며 당장이라도 심장마비가 올 것 같았다.그들은 엄진우가 이 세 물건을 어떻게 사용해 윤세명을 치료할지 상상해 보았지만 말거머리를 먹이려
윤세명은 창자가 다 나올 뻔했다.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태였다.“내 입에 왜 이런 게 있었던 거야.”윤세명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한 거야.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어. 이 말거머리는 너희 안강제약이 3조 이상의 거금과 세 진귀한 보물을 바쳐서 얻은 거니까.”엄진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윤세명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땅에서 벌떡 일어나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널 죽여버리겠어!”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외치며 달려들었지만 세 국의가 눈 빠르게 그를 저지했다.“도련님, 진정하세요!”“저 젊은이가 도련님을 구한 건 맞아요. 도련님은 단독에 중독되었고 우리 모두가 속수무책이어서 장례를 준비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이 젊은이가 기묘한 방법으로 도련님의 단독을 해독했어요.”그들은 서둘러 설명했다.이 말을 듣고 윤세명은 겨우 진정했지만 여전히 안색은 좋지 않았다.“개자식아, 다른 방법은 없었어? 이렇게 역겨운 수단을 꼭 써야 했어?”윤세명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도련님, 그건 너무 지나친 요구입니다. 도련님이 걸린 단독을 이 세상에서 자신 있게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어요.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고요. 젊은이가 도련님의 단독을 치료한 것은 말 그대도 기적이라 할 수 있죠.”방금 전까지만 해도 엄진우에게 불만을 품었던 세 국의는 이제 엄진우의 능력에 완전히 굴복했고 기꺼이 그를 변호했다.“꼭 그런 건 아니야. 다른 방법도 있었어. 밤새도록 한 단약을 연마하는 데 불과한 일이니까. 하지만 네 목숨이 그렇게까지 내 시간을 들일 가치가 없어서 말이야. 게다가 좀 괴롭히고 싶었어.”엄진우는 세 국의의 호의를 부정하면서 말했다.겨우 진정했던 윤세명은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정말 죽고 싶어?”눈빛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엄진우는 이미 천번 만번이나 죽었을 것이다.“다시 한번 날 건드려 봐. 다음번에는 3조로도 네 목숨을 구할
“요 며칠 고생했어.”대표 사무실에서 예우림은 엄진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앞으로 한 달 동안 당신에게 더 큰 고생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엄진우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았어, 내일 바로 비담 컴퍼니로 출근할게. 됐지?”예우림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왜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지금 당장 가도 되잖아.”엄진우는 예우림의 매끈한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너희 회사 아직도 근무 중이야?”예우림이 놀라서 물었다. 지금 벌써 밤 10시도 넘은 시각이었다.“아니, 직원들은 이미 퇴근했어.”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럼 내가 거기 가서 뭘 한다는 거야? 할 일이 있기는 해?”예우림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일이 있든 없든 비서가 필요하잖아.”엄진우는 예우림을 어깨에 들쳐 업었다. 예우림은 비명을 지르고 그를 때렸지만 엄진우는 끄떡없었다. 심지어 손바닥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 대 쳤다.예우림은 얼굴이 새빨개졌고 비명은 점차 부드러운 소리로 바뀌었다.엄진우는 빠르게 차를 몰고 예우림과 함께 비담 컴퍼니로 향했다.“엄진우!”예우림은 화난 표정으로 외쳤다.“입 다물어! 지금부터 당신은 내 비서야. 내가 하는 말에 순순히 따라야 해!”엄진우는 엄격한 표정으로 대표로서의 위엄을 드러냈다.왜 그런지 모르게 예우림은 약해지면서 고개를 숙였다.엄진우는 타이트한 오피스 스커트 한 벌을 꺼내 예우림에게 던져주었다.“이걸 입어.”그는 강경한 어조로 명령했다.평소라면 예우림은 이미 그 옷을 엄진우의 얼굴에 던져버렸겠지만 오늘은 어쩐지 반항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잠시 후 그녀는 조심스럽게 엄진우의 사무실로 들어왔고 엄진우는 바로 그녀를 책상 위에 눕혔다.막 갈아입은 옷은 순간 찢겨 나갔다.사무실은 곧 사랑으로 가득 찼고 그들은 반나절 동안 소란을 피운 후 소파에서 서로 껴안고 잠들었다.지성그룹 건물 앞.어둠 속에 섞
비담 컴퍼니 건물 아래의 한 어두운 곳에서. 뱀 아저씨는 피를 토하며 힘없이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광기 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비록 넌 내가 보낸 뱀 노예들을 모두 죽였지만 난 너희의 기운을 기억했어. 네가 항상 그 여자 옆을 지킬 수 있겠어?” 이른 아침, 엄진우는 상쾌하게 일어나 아침을 사러 나갔다. 그는 밤새 컨디션을 회복한 뱀 아저씨가 다시 그의 뱀 노예들을 보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에 그가 보낸 뱀 노예의 수는 어젯밤의 수배를 넘어서며, 지능 또한 업그레이드됐다. 뱀 아저씨는 비담 컴퍼니 근처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의 뱀 노예들은 이미 예우림의 기운을 기억했다. 하여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의 뱀 노예들은 정확히 예우림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하여 이 순간, 뱀 아저씨는 한 외곽의 폐가에 숨어 있었다. 똑똑똑! 이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뱀 아저씨는 깜짝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 이 지역은 이미 황폐해져 있어 평소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은 곳이다. 그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문 뒤로 다가갔다. “누구야?”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고 밖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운동복을 입은 남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내 문을 걷어차다니, 죽고 싶어?” 뱀 아저씨는 크게 화를 내며 상대를 위협했다. “아침은 먹었어?” 문밖의 남자는 손에 들린 음식을 흔들며 물었다. “너 누구야?” 뱀 아저씨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날 몰라? 어젯밤 날 찾아왔잖아.”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네가 엄진우야?” 뱀 아저씨는 눈썹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을 죽일 때 굳이 상대의 외모를 알 필요가 없었다. 상대가 접촉했던 물건만 있으면 뱀 노예를 통해 기운을 추적하여 사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엄진우의 외모를 전혀 알지 못했다. “놀랐지? 의외지?” 엄진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날 어떻게 찾았는
팔치천조 금술은 사용자가 뱀과 가까울수록 위력이 강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이 금술을 깊이 연구하면 팔치천신이 강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금술이 된 이유는 그 대가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사용 횟수가 많아지만 사용자는 완전히 뱀으로 변해 본체로 돌아갈 수 없다. 뱀 아저씨는 어릴 적부터 뱀과 함께 자랐고 이 금술은 마치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과 같았다. 팔치천조 금술을 사용한 후, 뱀 아저씨가 방출하는 기운은 점점 강해졌는데 심지어 엄진우보다 더 강한 기운을 방출하고 있었다. 뱀 아저씨는 꼬리를 휘둘러 엄진우를 가격했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엄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었다. 그의 몸에서는 피 안개가 터졌고 그대로 날아 떨어졌다. 엄진우는 입가에 피를 흘리고 뼈가 부러졌으며 살이 찢겼다. “너한테 손 쓸 기회가 없을 줄 알았는데 스스로 죽으러 찾아왔다니. 걱정하지 마. 쉽게 죽이진 않을 테니까.” 뱀 아저씨는 웃으며 엄진우에게 다가갔다. “전설의 영화국 금술이 고작 이 정도야? 그거 알아? 팔치천조는 용국의 고대 수련 비적을 도둑질 한 거란 사실을?” 엄진우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일어났다. “그게 뭐 어쨌다고? 이 팔치천조의 출처는 모르겠지만 널 죽이는 데는 충분해.” 뱀 아저씨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엄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엄진우는 미소를 짓더니 갑자기 눈동자가 빨갛게 변했다. 순간 용의 기운이 그의 몸에서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뱀 아저씨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인간에게서 용의 기운이 솟아 나올 수 있는 거지? 그는 속으로 크게 놀라며 강력한 용의 기운에 압도당해 움직일 수 없었고 생명 본원의 기운은 그를 떨리게 만들었다. “내가 조금만 손을 써도 너에겐 한계야. 이런 상대는 정말 시시해.” 엄진우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용의 형태로 변신하지 않았고 고작 용의 기운만으로 뱀 아저씨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엄진우는 여유롭게 뱀 아저씨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잡았다. 뱀 아저씨의 동공은 걷잡을
뱀 아저씨가 죽자 윤세명을 포위한 뱀 노예들은 완전히 폭동을 일으켰다. 그들의 윤세명의 절망적인 비명 속에서 그의 육체를 뜯어먹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윤세명은 뼈만 남게 되었다. 윤세명은 자기가 엄진우의 손에 구출되었지만 결국 뱀 아저씨에게 죽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엄진우는 불을 붙여 그 폐가와 뱀 아저씨의 시체를 태운 후 아침 식사를 들고 비담 컴퍼니로 돌아갔다. 같은 시각, 제경 윤씨 가문에서는 윤세명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철저히 조사해! 지구 끝까지라도 범인 잡아내야 할 거야!” 윤세명의 어머니는 분노에 차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에게는 아들이라곤 고작 윤세명뿐이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었다는 건 하늘이 무너진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사모님, 이미 조사했습니다. 범인은... 범인은 바로 뱀리입니다.” 중년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윤세명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진실을 파헤치긴 어렵지 않았다. 윤세명의 사망 현장에는 수천 마리의 독사 시체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조사를 통해 그들은 이 독사들이 뱀리의 뱀 노예들이라는 것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윤씨 가문의 개가 주인을 물었다고? 범인은 반드시 따로 있을 거야! 설사 뱀리가 맞다 하더라도 분명 다른 사람의 도구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윤세명의 어머니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뱀리가 범인이 아니라면 가능성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입니다. 그만큼 동기도 있고 감히 도련님과 맞설 수 있는 사람도 그뿐입니다.” 중년 남자가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누구지?” 윤세명의 어머니는 싸늘한 눈길로 중년 남자를 바라봤다. “바로 비담 컴퍼니의 대표, 엄진우입니다. 도련님과 엄진우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고, 엄진우는 도련님에게 맞설 담량이 있는 자입니다.” 중년 남자가 말했다. “하루만 시간을 주지. 그놈을 내 앞에 데려와.” 윤세명의 어머니는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당장 엄진우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 그를 직접 천천히 죽이고
그 말을 들은 윤세명의 어머니는 잠시 멍해졌다. 방금까지도 엄진우를 천천히 괴롭혀주려고 하루 내로 잡아 오라고 지시했는데 윤세명의 아버지이자 그녀의 남편이 엄진우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다니.....윤세명의 어머니는 갈등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조 집사, 10분 내로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도록 당장 항공편 신청해. 나 강남으로 가야서 엄진우라는 사람을 직접 만날 거야.” 윤세명의 아버지가 명령했다. 조 집사는 난처한 표정으로 윤세명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문제 있어?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조 집사가 대답 대신 윤세명 어머니의 눈치를 보자 윤세명 아버지는 안색이 싸늘해졌다. “제가 어찌 감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조 집사가 급히 말했다. 그가 떠나고 윤세명의 아버지는 아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라도 있어?”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내를 관찰했다. 그러자 윤세명의 어머니는 억지로 웃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무슨 말씀이세요?”“나 몰래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마.” 이 말을 끝으로 윤세명의 아버지는 뒤돌아서 떠나갔다. 곧 그는 전용 비행기에 올라탔고 두 시간 후 비행기는 창해시에 착륙했다. 윤휘는 공항을 나와 롤스로이스 팬텀에 탔다. “당장 비담 컴퍼니로 가.” 그는 차에 올라타며 지시했다. “엄 대표, 누군가 만나고 싶다네.” 비서 차림의 예우림이 문을 두드리고 엄진우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녀는 생각보다 비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었다. “미리 예약되지 않은 손님은 일절 사절이야.” 엄진우는 머리도 들지 않은 채 예우림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았고 예우림은 살포시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러자 엄진우의 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러지 마.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이야.” 예우림은 급히 엄진우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 “그래? 어떤 사람인데 반드시 만나야 하는 거지?” 엄진우는 예우림을 놓아주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윤세명의 아버지, 윤휘, 윤씨 그룹
엄진우도 그제야 윤휘가 아직 아들의 사망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엄진우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윤세명은 집안에서 죽었고 집안에는 집사도 있었기에 그가 여태 모르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윤 회장님, 그건 확인해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 전화 한 통으로도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잖아요.” 엄진우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윤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안한 표정으로 접견실에서 나갔다. 그는 먼저 윤세명의 어머니인 표단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 “여보, 나한테 숨기는 거 정말 없어?” 윤휘는 창백한 얼굴로 심각하게 물었다. 아무리 이 비극적인 소식을 믿고 싶지 않아도 엄진우가 이런 일로 자기를 속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 표단영은 살짝 겁에 질린 채 입을 열었다. “어... 없어요. 갑자기 왜요?” 표단영은 말을 더듬었다. “똑바로 말해!” 윤휘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요. 말할게요.” 표단영은 비록 제경에서 높은 지위에 있지만 자기가 무엇으로 인해 지금의 위치까지 올랐는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윤휘 앞에서 그녀의 권력은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 “아들이... 죽었어요! 오늘 아침에요.” 표단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비록 예상한 일이지만 이 끔찍한 소식을 직접 들은 윤휘는 발밑이 흔들리며 심장이 쪼여오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누구 짓이야?” 윤휘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물었다. “하인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뱀리가 죽였다고 해요. 뱀리의 뱀 노예에 인해 죽임을 당했어요.” 표단영이 흐느끼며 말했다. 그녀는 자기 아들이 어떤 고통을 겪으며 죽었는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뱀리는 어딨어?” 윤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뱀리는 이미 죽었고 시체는 재가 되었다고 해요. 분명 누군가가 뱀리를 이용해 칼을 휘두른 게 틀림없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아마도 엄진우일 거예요.” 표단영이 나지막한 목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