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제약, 강남성 지사 대표 사무실.윤세명은 마치 자기 자리인 양 대표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지사 대표는 그의 옆에 공손히 서서 아첨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윤세명 도련님, 지시하신 대로 저희가 생산한 용상단은 모두 출시되었습니다.”윤진양이 말했다.윤씨 가문의 영향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고 안강제약 또한 의약 업계의 거물 중 하나였다. 수년간 쌓아온 인맥 덕분에 용상단은 강남성의 모든 고위 관료와 부유층의 식탁에 오를 수 있었다.윤세명 본인도 한 알을 먹어보았는데 먹은 후 두 시간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못했다.그는 이 용상단의 유혹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용상단을 통해 그는 곧 누워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고 가족들에게 칭찬을 받으며 가업을 물려받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지금까지 용상단을 얼마 생산했지?”윤세명은 머릿속으로 밝은 미래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현재까지 10만 개의 용상단을 생산했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완성되면 하루 생산량이 20만 개에 이를 것입니다.”윤진양이 대답했다.“음, 먼저 며칠 동안 지켜보고 용상단이 강남성에서 어떤 반응을 얻는지 확인한 후 반응이 좋다면 생산을 더 확대하자.”윤세명은 비록 재벌 2세지만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완전히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다.“네!”한편 엄진우와 예우림은 지성그룹으로 돌아왔다.집행기관에 관련 증거를 제출한 후 회사 차압은 풀렸으나 여전히 지성그룹은 영업을 재개할 수 없었다.예우림은 곧 그날 밤 창고를 관리한 장재욱을 찾아갔다.장재욱을 불러 조사하려 했을 때 장재욱이 오늘 출근하지 않았고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심지어 숙소까지 비워둔 상태였다.예우림은 마치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엄진우가 다리를 꼬고 앉아 책상 위 장식품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상황이 이렇게 급한데 당신은 놀 기분이 나?”예우림은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이를 악물고 화를 냈
“그럼 말한 대로 해야 해!”엄진우는 단호히 내기를 받아들였다.다음 날 아침 엄진우는 예우림의 사무실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깨어났다.그는 예우림이 여전히 책상에 앉아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밤새 안 잤어?”엄진우가 일어나 물었다.“범인도 못 찾았고 용호단이 바꿔치기 당했다는 것도 소비자들에게 증명 못 했는데 어떻게 잠을 자겠어!”예우림이 짜증스럽게 말했다.“말했잖아. 3일 안에 결과가 나올 거라고.”엄진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범인이 양심의 자책을 느끼길 기다리자는 거야?”예우림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예 대표님, 강남성에서 용상단이라는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포장은 우리 용호단과 다르지만 주장하는 효능은 똑같습니다! 이 용상단은 현재 특정 고객들만 대상으로 판매되며 암시장에서 한 알에 2억까지 가격이 치솟았습니다.”이때 마케팅 부서장이 허둥지둥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용상단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정교한 상자가 들려 있었다.“어느 회사죠?”예우림이 벌떡 일어나 급하게 물었다.“안강제약입니다.”마케팅 부서장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안강제약 같은 거대 기업 앞에서 지성그룹은 완전히 하찮은 존재나 다름없다.이 이름을 듣자 예우림은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외투를 집어 들고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어디 가려고?”엄진우는 급히 따라가며 예우림의 손을 붙잡았다.“당연히 안강제약에 가서 따져야지!”예우림은 분노를 억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어제 용호단이 바꿔치기 당했는데 같은 날 안강제약에서 효능이 똑같은 용상단을 강남성에서 출시한다고?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없어!“안강제약이 정말로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인정할 것 같아?”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기서 앉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잖아.”예우림은 하얗게 질린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이건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전략이야.”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지금
예우림은 대문 앞에 3시간 동안 서 있었다. 하루 종일 심신이 지친 데다 밤새 잠을 자지 못해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 몸이 휘청거렸다.“괜찮아?”엄진우는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이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다가왔다.“들어오세요. 우리 윤 대표님이 두 분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며 마치 자기가 안강제약의 대표인 듯한 모습으로 말했다.“들어가자!”예우림은 엄진우의 손을 잡고 억지로 힘을 내서 말했다.엄진우는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안강제약으로 들어갔다.“들어오세요.”윤진양의 목소리가 들리자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사무실 문을 열었다.엄진우와 예우림은 사무실로 들어갔지만 윤진양은 거만하게 앉아 오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이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어라, 이게 강남서 최고의 여장부 아니신가? 어쩌다가 이런 몰골이 됐어요?”윤진양은 놀란 척하며 말했지만 그는 고소하게 웃고 있었다.“당신 짓이잖아요.”예우림은 그를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예 대표, 그 말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요. 만약 예 대표가 날 찾아온 이유가 이런 황당한 말을 하려고 하는 거라면 당신을 보내드려야 할 것 같네요.”윤진양은 웃음을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윤진양 씨, 더는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당신이 저지른 짓은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요!”예우림이 분노했다.“내가 무슨 짓을 했다는 거죠?”윤진양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얼굴엔 여전히 무고한 표정이 가득했다.“당신이 우리 지성그룹의 창고에 있던 용호단을 빼돌린 것도 모자라서 뻔뻔하게 이름을 바꿔 용상단으로 시장에 내놓은 게 아닌가요?”예우림은 몸을 떨며 크게 소리쳤다.“난 진짜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윤진양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당신이 말한 게 그 사건이라면 도울 방법이 있긴 해요.”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아주 간단해요. 당신 지성그룹 용호단의 특허를 우리에게 양도해 주
“윤진양 씨!”예우림은 이를 꽉 물고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화를 냈다.“예 대표, 지금 상황을 잘 보세요. 당신에게 선택지는 없어요. 지성그룹을 완전히 파산시키고 문을 닫게 하든지 아니면 내 말에 순순히 따르든지.”윤진양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예우림은 격하게 숨을 몰아쉬었고 그런 그녀의 상태를 본 엄진우는 매우 걱정스러웠다.그녀의 상태는 정말 최악이었다.하지만 곧 예우림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눈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지만 표정은 차분해졌다.“엄진우, 만약 지성그룹이 파산하게 된다면 날 먹여 살릴 수 있겠어?”예우림은 엄진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윤진양은 잠시 멍해졌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이것은 그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그가 원한 것은 예우림이 윤세명의 침대로 기어들어 가는 것이었다.“물론이지, 하지만...”엄진우는 막 대답하려는 중 예우림은 그의 말을 끊었다.“난 지성그룹의 발전과 결말에 너무 집착해서 평정심을 잃어버렸던 거야. 온 마음을 다해 일에 몰두해 왔던 것은 가족에서 날 무시하고 도구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예우림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내가 아무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걸 말이야. 하지만 이제 깨달았어. 마음속의 선입견은 큰 산과 같아서 내가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그들의 생각은 변하지 않을 거야. 난 이제 지쳤어. 엄진우, 우리 돌아가자. 돌아가서 지성그룹의 파산을 발표하고 모든 자산을 매각할 거야.”예우림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 없어.”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위로하지 않아도 돼. 가자.”예우림은 엄진우의 손을 잡아당기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러나 엄진우는 움직이지 않았다.“이 시간이면 이제 거의 도착할 때가 됐어.”엄진우는 시간을 확인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예우림은 고개를 돌려 그를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 순간! 쿵!윤진양의 사무실 문이 열리며 한 정장 치마를 입은 여성이 비틀거
“안 돼, 이대로 보내선 안 돼! 경비원, 경비원 전부 불러와. 이놈들을 잡아.”윤진양은 히스테릭하게 외쳤다.만약 엄진우를 놓아버린다면 안강제약의 강남성 지사는 완전히 망가질 것이고 심지어 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강남성의 고위층 사람들 뒤에는 제경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윤진양의 비서는 황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엄진우는 예우림의 손을 잡고 대표 사무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경비원들에게 둘러싸였다.이 경비원들은 모두 전기 충격기를 들고 있었고 그 둘을 노려보고 있었다.“엄진우, 해독제를 놔두고 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희 둘은 이 건물 밖으로 나갈 생각도 하지 마.”윤진양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상한 일이네. 안강제약의 용상단에 문제가 있는데 왜 해독제는 나한테서 찾는 거지?”엄진우는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아무리 윤진양의 얼굴이 두껍다지만 이 순간 그의 얼굴은 붉어졌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해독제 그냥 내놓을 거야, 아니면 맞고 내놓을 거야?”윤진양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이를 갈며 위협했다.“네까짓 게?”엄진우는 경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예우림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예우림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엄진우의 손을 꼭 잡으며 단호하게 그와 함께 걸었다.“공격해.”윤진양이 큰 소리로 외쳤다.경비원들은 전기 충격기를 켜고 엄진우를 향해 휘둘렀다.엄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진기가 폭발하며 모든 경비원을 압도했고 수십 명의 경비원들이 엄진우 주변에 무릎을 꿇었다.이 순간 안강제약 강남성 지사의 건물 안에서 그는 마치 이곳의 제왕인 것처럼 보였다.“윤진양, 네가 어떤 자세로 나와 대화해야 할 지 먼저 잘 생각해.”엄진우는 윤진양을 향해 손짓하고 예우림과 함께 떠났다.그는 윤진양에게 손대지 않았다. 쉽게 놔주기 싫었기 때문이다.엄진우의 마치 악마 같은 뒷모습을 보며 윤진양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윤세명에게 전화를 걸었
“윤세명 도련님께서 어젯밤 늦게까지 놀다가 아직 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윤진양은 크게 걸음을 옮겨 윤세명의 방으로 향했다.방문을 열고 윤세명의 모습을 본 순간 윤진양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문에 기댄 채 간신히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침대에 누워 있는 윤세명은 얼굴이 창백하고 얼굴에 말라붙은 흰 거품이 보였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뒤따라온 집사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입 닥쳐! 윤세명 도련님이 이 시간에 깨어나지 않았으면 올라와서 확인해 봐야지. 이 무능한 놈아!”윤진양은 집사의 얼굴을 한 대 때리고 이를 갈며 욕했다.그 후 그는 주저하며 윤세명에게 다가갔다.집사는 얼굴을 감싸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틀 동안 윤세명은 매일 밤 파티를 열었고 오후까지 자는 것이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는 감히 윤세명을 확인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또한 윤세명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의 목숨도 위태로울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는 초조하게 윤진양을 지켜보았다.윤진양은 침대 옆으로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윤세명의 숨결을 확인하더니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직 숨이 붙어있다.“빨리! 서의든 한의든 상관없이 강남성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들을 모두 불러와! ”윤진양이 조급하게 소리쳤다.어찌 되었든 용상단은 안강제약 강남성 지사에서 생산된 것이다. 윤세명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는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윤 대표님, 강남성에는 여러 국의가 계시지만 이렇게 급하게 그분들을 모셔 오기 어려울 겁니다.”집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 쓸모없는 놈이군.”윤진양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윤세명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런 중대한 일을 가문에 숨길 수는 없었다.윤세명이 아무리 쓸모없는 인물이라 해도 그는 윤씨 가문의 적자다.“뭐라고?”윤진양의 설명을 듣고 윤세명의 어머니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윤진양은 감히 덧붙이지 않고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윤씨 가문의 영향력이라면 이 사건의
“해독할 수 있습니까?”“해독할 수 없어요. 이건 적어도 수십 가지 약재의 약성이 충돌하여 만들어진 단독입니다. 전혀 해독할 수 없어요.”세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국의님들, 제발 윤세명 도련님을 치료해 주세요. 그러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다 들이겠습니다.”윤진양은 희망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급히 말했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장례 준비를 하십시오.”“에휴...”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뭐라고요!”윤진양은 놀라 외치며 얼굴에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국의조차도 속수무책이란 말인가?알다시피 이 세 사람은 용국 궁정 보건팀의 고문이었다.윤씨 가문의 막강한 배경 덕분에 그들이 나선 것이다.“윤세명 도련님이 아직 숨이 붙어있는데 왜 구할 수 없단 말입니까? 제발 살려주세요!”윤진양이 슬프게 애원했다.“이렇게 설명해 드리죠. 윤세명 도련님 몸속의 독은 신선이 와도 해독 못 합니다.”“오히려 무엇을 드셨는지 묻고 싶군요. 약성이 서로 충돌하는 수십 가지 약재를 누가 이런 식으로 단약으로 만들었단 말입니까.”“만약 그 단약의 처방자 본인이 직접 나선다면 어쩌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세 사람이 연달아 말했다.이 시각 엄진우와 예우림은 이미 지성그룹으로 돌아와 있었다.엄진우 앞에 있는 사람은 약국 주인, 즉 그 노인이었다.”“엄 선생, 오늘 작별 인사를 하러 왔네.”손진덕의 얼굴에는 서글픔이 묻어나 있었다.“어르신, 어디로 가시려고요?”엄진우는 약간 놀랐다.“세상은 이미 변했어. 완전히 실망해서 가족을 데리고 깊은 산속에 들어가 은둔하려고.”손진덕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미 결심하셨다면 더는 말리진 않겠다만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지 그의 마음속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손진덕의 수준은 국의들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이런 인물이 깊은 산속에서 남은 생을 낭비하는 것은 정말로 아까웠다.“알았어.
“엄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윤진양은 머리를 숙이며 깊은 수치심을 느꼈다.그는 안강제약 지사의 대표다.안강제약에 비하면 지성그룹도 아무것도 아닌데 지금 지성그룹의 한 지사의 대표 앞에 무릎을 꿇게 되다니!“윤 대표, 그래서 뭘 잘못했다는 건가?”엄진우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제가 문제가 있는 단약을 사용해 지성그룹 창고에 있던 용호단을 바꿔치기하여 용호단을 구매한 수천 명의 고객을 중독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용호단의 처방을 훔쳐내어 용상단을 만들어 시장에 판매한 것도 잘못했습니다.”윤진양은 카메라 앞이었지만 이 모든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엄진우가 그를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뭐라고? 그런 일이 있었다니! 윤 대표,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니야? 비록 우리가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었지만 윤 대표의 사업계 명성은 들어본 적이 있어. 어찌 그런 개돼지만도 못한, 하늘이 벌할 짓을 할 수 있지? 윤 대표, 설마 남의 죄를 뒤집어쓰고 있는 거야?”엄진우는 화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슬프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순간 윤진양은 정말로 모든 책임을 윤세명에게 떠넘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은 윤세명이 계획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그의 인생이 끝장날 것이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지옥보다 더 끔찍한 운명이다.“엄 대표님, 이 모든 것이 저의 잘못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처벌하시든 제가 다 감수하겠습니다. 단지 당신이 신통력을 발휘하여 구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윤진양은 엄진우를 바라보며 애원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엄진우는 카메라를 끄고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윤세명도 용상단을 복용했네.”윤진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네, 도련님은 지금... 이미 의식을 잃었습니다.”“지성그룹 이사회에서 이미 말했지. 용호단은 내가 직접 제련한 것이어야만 효과가 있다고.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보아하니 윤세명은 내 말을 귓등으로 들었거나 약 처방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