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엄진우는 밤새 잠에 들지 못했다.비록 그는 잠시 학생들을 정복했지만 그들의 성적을 향상하려면 고압적인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며 교육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그래서 그는 밤새도록 학습 계획서를 작성했다.정확히 말하자면 복습 계획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평소 시험에서 참패를 경험한 학생들에게는 학습 지침서에 가까운 것이었다.다행히도 학생들의 기본 성적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엄진우의 계획에 따라 잘만 학습하면 일주일 내에 전체 성적이 30% 향상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하룻밤을 새운 엄진우는 다음 날 아침에도 여전히 기운이 넘치는 모습으로 교실에 나타났다.오늘 첫 번째 수업은 엄진우의 수학 수업이었다.담임 외에도 그는 17반의 수학 교사 역할을 맡고 있었다.이 일로 인해 17반의 원래의 수학 교사는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이제 수업 시작한다.”엄진우가 교단에 서자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선생님, 안녕하세요!”학생들이 일제히 인사했다.엄진우는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미간을 찌푸렸다.“안조군과 이미영은 어디 갔지?”어젯밤 그는 시간을 들여 학생들의 이름과 외모를 모두 외웠다.“보고드립니다, 선생님. 그들은 오지 않았어요.”한 학생이 일어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먼저 고1 수학 교과서 꺼내서 자습하도록.”엄진우는 휴대폰을 들고 교실을 나갔다.그는 안조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집사가 전화를 받았다.역시 안조군 부모 같은 높은 위치의 인물은 학교의 전화를 받을 시간도 없다.하지만 엄진우가 받은 답변은 아침 일찍 기사가 안조군을 학교에 데려갔다는 것이었다.게다가 이미영의 가족에게도 같은 답변을 받았다.설마 땡땡이친 건가?엄진우는 약간의 분노를 안고 감시실로 갔다.그는 16배속으로 영상을 되감아 보았고 곧 화면에 안조군과 이미영의 모습이 나타났다.이미영이 먼저 학교 정문에 도착했고 그와 동시에 안조군도 도착했다.그리고 그는 이미영을 불러내어 정문에서 이야기를 나
엄진우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이 가면을 쓴 사람들이 납치 후 안조군과 이미영의 가족에 연락하지 않고 담임인 자기 연락해 온 것이 뭔가 수상했다.설마 자기를 노리고 온 것인가?만약 자기를 노린 것이라면 자기의 정체가 이미 드러난 것이 틀림없었다.비록 어제 안조군이 자기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그는 지금 그들의 담임이기에 반드시 가야만 했다. “잠시 학교 포함해서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마세요.”엄진우는 경비대장과 창백한 얼굴의 경비원들을 향해 차분히 말했다.“네? 그건 안 됩니다. 우리는 책임질 수 없어요.”경비대장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목소리를 떨었다.“소식을 알린다고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두 학생의 부모가 이 소식을 알게 되면 당신들은 큰일 날 겁니다. 게다가 범인들은 나 혼자 오라고 했어요. 만약 당신들이 학교에 이 일을 알리면 학교는 분명히 경찰에 신고할 거고 그때 범인들이 화가 나서 학생들에게 해를 끼치면 당신들은 끝장입니다.”엄진우는 차갑게 말했다.경비대장은 식은땀을 흘리며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그래요, 도 선생님. 꼭 학생들을 구해 주세요.”그는 넋을 잃은 것처럼 말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엄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 일이 학교와 학부모에게 알려지면 오히려 처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걱정 마세요. 꼭 구해낼 거예요.”낡은 공장, 정확히 말하자면 국유 제9 기계공장은 한때 제경에서 가장 큰 중장비 공장이었으나 점차 쇠퇴하여 몇 년 전에 완전히 폐쇄되었다.엄진우는 낡은 공장에 도착했다.여기저기 폐허가 널려 있었고 국유 구공장만이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낡은 벽에는 커다란 ‘철거’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주변의 주택들은 모두 철거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다.엄진우가 공장 아래에 서 있는데 순간 높은 곳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엄진우는 고개를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옥상에는 안조군과 이미영이 묶여 있었고 그들의 뒤에는 총을 들고 가면을 쓴 두
단지 내 학생일 뿐인데 무슨 근거로 내가 애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라고 생각해?”엄진우가 비웃으며 물었다.“얘네 신분 때문에. 지금 이거 녹화 중이야. 만약 네가 거부하면 얘들을 죽이고 영상 공개할 거야. 분노로 미쳐버린 부모들이 애들의 죽음을 네 탓으로 돌리지 않을까? 그때 너와 네 가족은 살아도 죽은 것만 못할 거야. 얘네 부모들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몸집이 작은 남자는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리며 자랑스럽게 말했다.“얘네 부모가 너희를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해?”엄진우는 얼굴은 어두워지더니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방법이 다 있지.”몸집이 작은 남자가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개자식...”엄진우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화가 치밀어 올라 몸을 떨었다.옥상 위의 세 가면을 쓴 남자들은 엄진우의 모습을 보며 크게 웃었다.그런데 이때, 엄진우의 모습이 번개처럼 빠르게 하늘로 솟구쳤다.가면을 쓴 남자들은 순간 미소가 굳어져 버렸고 두 남자는 재빨리 안조군과 이미영을 발로 찼다.엄진우는 잠시 멈칫했다.그는 이 가면 쓴 남자들이 그냥 평범한 범죄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들도 역시 수련자였다.그렇지 않다면 그의 속도에 그들이 반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엄진우는 즉시 고개를 돌려 추락하는 안조군과 이미영을 향해 날아갔다.마침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휙! 거센 바람이 불더니 엄진우의 눈앞에서 안조군과 이미영의 모습이 사라졌다.몸집이 작은 남자는 안조군과 이미영을 양손에 쥐고 여전히 옥상으로 올라갔다.슬로우 모션으로 보면 그 남자가 어떻게 공중에서 그들을 잡아 다시 옥상으로 돌아왔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너희들 대체 누구야! 실력으로 볼 때 집과 차는 너희에게 아무것도 아닐 텐데?”엄진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무 많은 걸 물을 필요 없어. 네가 죽거나 네 가족이 죽거나 선택해.”몸집이 작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엄진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손바닥을 내밀었다.몸집이 작은 남자는 단
“3년 전 갑자기 나타난 동방 약신이 약존들을 물리치고 세상에 이름을 알린 것을 아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엄진우는 땅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그쪽은 주로 해외에서 활동한 과학자일 뿐이고 최근에야 귀국했는데 어떻게 내 일을 알고 있어?”동방 약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왜냐하면 난 단지 도성훈뿐만이 아니기 때문이야.”엄진우의 얼굴과 체격이 변하더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동방 약신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엄 선생님을 뵙습니다.”약신이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의학계에서 그 지위를 알 수 있지만 지금 그는 엄진우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오동방, 살다 살다 큰 가문의 개가 되다니, 나이를 거꾸로 먹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당신을 구하지 않았을 거야.”엄진우는 콧방귀를 뀌면서 꾸짖었다.당시 오동방은 약초를 구하기 위해 만년 설산의 위험한 지대에 들어가 죽을 뻔했다.죽어가는 순간 임무를 수행하던 엄진우를 만났다.엄진우는 오동방을 산 아래로 데려가려 했으나 오동방은 그 약초를 찾기 위해 죽음을 불사했다.그 약초는 한 고아의 유일한 생명의 약이었기 때문이다.엄진우는 그의 정신에 감동하여 그를 구출하고 의학 지식을 전수했다.후에 오동방은 학문을 완성하여 유명한 동방 약신이 되었다.하지만 그 후 오동방은 완전히 사라졌다. 엄진우는 그가 너무 많은 적을 만들어 살해당했다고 생각했지만 큰 가문의 개가 될 줄은 몰랐다.“엄 선생님, 이... 이 일을 말하자면 길어집니다.”오동방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오늘의 일부터 말해 봐.”엄진우가 말했다.“원래 안조군 도련님은 자작극으로 이미영 아가씨를 납치하여 선생님을 유인해 제거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도련님은 자기의 모든 행동이 도련님의 아버지의 감시 아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계획을 알게 된 도련님의 아버지는 그 계획을 전환하여 수련자를 자기의 친위병으로 교체했어요. 도련님의 아버지는 선생님을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안조군 아버지와 동급인 사람 중 한 명이 이씨 성을 가졌어요.”오동방이 말했다.그러자 엄진우는 바로 이해했다.안조군의 아버지는 인사청의 청장이고 용국의 청장들 중 의료청의 청장만이 이씨 성을 가졌다.“돌아가서 임무 보고해. 내가 필요할 때 다시 연락할게.”엄진우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엄 선생님, 필요하시다면 전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오동방은 가슴을 치며 약속했다.“만약 안씨 가문을 공격하라고 한다면?”엄진우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오동방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오동방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없었다.“제 목숨은 선생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안씨 가문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적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망설인다면 전 천벌을 받을 겁니다.”오동방이 단호하게 말했다.엄진우가 손을 젓자 오동방은 몸을 돌려 떠났다.학교에서 경비대장은 초조한 얼굴로 엄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엄진우의 모습을 발견하자 그는 급히 엄진우 뒤를 보았는데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도 선생님, 그... 그 두 학생은 어디 있습니까?”경비대장은 거의 울 것만 같았다.“애들은 괜찮아요. 이미 집으로 돌아갔어요.”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경비대장은 눈이 커지며 기뻐했다.“정말인가요?”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속여서 내가 얻는 게 뭐가 있어요?”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경비대장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소식은 그에게 다시 생명을 준 것만 같았다.“도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의 큰 은혜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경비대장은 여러 번 감사의 말을 했다.오후가 되자 안조군과 이미영은 학교로 돌아왔다.그들이 교실로 돌아왔을 때 엄진우는 막 수업 중이었다.안조군은 엄진우를 보고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날 보고 왜 그렇게 놀래?”엄진우는 안조군을 보며 미소 지었다.안조군은 침을 삼키며 떨었다.“너... 너너너, 너
엄진우는 학습 계획을 전달한 후 바로 교실을 떠났고 학생들만 남겨졌다.학생들에게는 과제가 많았지만 모두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 엄진우는 그들이 과제를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배경으로도, 힘으로도 자기를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들에겐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그날 밤 학생들은 모두 집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했다.어떤 학생의 부모는 아이들이 갑자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아이가 귀신에 홀린 줄 알고 퇴마사까지 부를 뻔했다.늦은 밤 엄진우는 문자를 받았다.“제가 누군지 맞춰보세요.”이런 쓸데없는 문자를 보고 엄진우는 무시하고 지웠다.잠시 후 또 다른 문자가 왔다.“도 선생님, 저 이미영이에요.”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내가 자기를 위해 자살 시도한 줄 알고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지?엄진우는 이미영이 매우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예우림과는 다른 스타일이지만 외모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미영은 자기의 학생이고 나이도 자기 동생보다 어리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과제는 다 했어? 지금 몇 신데 아직도 휴대폰을 놀아!”엄진우는 문자를 작성해 답장했다.“당연히 다 했죠! 믿지 못하시면 지금 가지고 가서 보여드릴게요.”침대에 누운 이미영은 두 손으로 휴대폰을 쥔 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럼 빨리 자. 내일 수업에서 네 과제부터 검사할 거야.”엄진우는 놀랐다. 무슨 계집애가 이렇게 대담해?다행히도 그는 짐승이 아니었다. 다른 선생님이라면 아마 자제를 못했을 것이다.“알았어요. 도 선생님, 내일 저녁에 제가 저녁 식사 초대해도 될까요?”이미영은 긴장하며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며 숨을 헐떡였다.“안 돼.”엄진우의 답장은 차갑고 무정했다.“전 정말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선생님과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이미영은 입을 삐쭉거리며 불만을 표했다.도 선생님, 정말 너무해! 태어나서
고3-17반 학생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교실로 걸어갔다.교실 안은 마치 심문실 같았다.엄진우, 진한승, 그리고 새로운 교감 선생님 세 명이 직접 시험을 감독했다.이 세 쌍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떤 학생도 부정행위를 할 수 없었다.첫날 시험이 끝난 후 모든 교사는 밤새도록 시험지를 채점했다.고3-17반의 점수가 집계된 후 교무처의 선생님들은 엄청 놀랐다.국어, 반 평균 점수는 75점, 최고 점수는 81점!영어, 반 평균 점수는 72점, 최고 점수는 86점!학교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이 점수는 여전히 낮은 편이었다.하지만 엄진우가 오기 전 고3-17반의 국어와 영어 평균 점수는 20점도 되지 않았다.“뭐라고? 평균 성적이 거의 400% 올랐다고?”진한승은 소파에서 거의 튀어 오를 뻔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건... 이건 말도 안 돼!”그는 중얼거렸다.“이 두 과목은 외워서 성적을 빨리 올릴 수 있어요. 내일 수학과 다른 시험을 보면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겁니다.”진한승의 비서가 말했다.이 말을 듣고 진한승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도 교수는 정말 대단한 인재지만 가르치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만약 다른 시험도 이런 성적이 나온다면 내가 고개를 숙여 사과하겠어.”진한승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그러나 다른 과목의 시험이 모두 끝나고 시험지 채점이 완료되자 학교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고3-17반 모든 과목 평균 점수는 81점이었다.“이 아이들 미쳤어. 전부 약이라도 한 건가?”“신이 수업을 해준 게 분명해!”“도 선생님은 진정한 신이야.”모든 선생님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했다.이것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완전히 초월한 일이었다.진한승 역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이... 이 내기가 정말 질 수 있는 거였나?”진한승은 씁쓸했다.“진 교장님, 여기에 무슨 비밀이 있는 게 분명해요! 시험 문제가 유출됐을 수도 있어요.”비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딴 소리 집어치워! 이 과목들의
“오늘 밤에는 일이 좀 있어서 다음에 보자.”엄진우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안 돼요. 선생님 저랑 약속했잖아요. 어떻게 약속을 어길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선생님 집 앞에 갈 거예요. 만약 안 나오시면 계속 밖에서 기다릴 거예요.”이미영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미영이 엄진우의 주소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엄진우는 학교에서 제공한 별장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20분 후 엄진우는 메시지를 받았다.“도 선생님, 저 선생님 집 앞에 도착했어요.”엄진우는 거실 창가로 다가갔다. 예상대로 이미영은 대문 밖에서 고집스러운 얼굴로 서 있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커튼을 다시 내렸다.이미영의 납치는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모든 사람 중 이미영만이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살까지 시도한 엄진우는 그녀의 눈에 영웅이 된 것이다. 다시 만난 엄진우에게 이미영은 열정적으로 다가갔지만 그런 마음은 왜곡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이러한 이유나 두 사람의 신분 문제를 고려해도 엄진우는 이미영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쏴!갑자기 밖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엄진우는 소파에 앉아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다시 창가로 가서 커튼을 열었다.이미영은 여전히 밖에 서 있었다. 폭우 속에서 그녀는 몸이 휘청거리며 위태로워 보였다.엄진우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이를 악물고 아래로 내려갔다.집 문을 열자 이미영이 환하게 웃었다.“너...”엄진우가 막 말을 꺼내려던 순간 이미영은 몸을 휘청이며 쓰러졌다.엄진우는 급히 그녀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차 안에서 엄진우는 진기를 사용해 이미영의 체내 냉기를 내보냈지만 그녀를 깨우지는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이미영을 집으로 데려가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발각된다면 엄진우는 해명할 길이 없게 된다.비록 그의 치료 덕분에 이미영은 무사했지만 엄진우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가족들에게 맡기기로 결심했다.차를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