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떨어진 곳에서 엄진우는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아츄! 아츄! 아츄!”“왜 그래? 감기라도 걸렸어?”옆에 있던 소지안은 농담조로 물었다.엄진우는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이상해. 이런 적이 없는데.”소지안은 웃으며 말했다.“혹시 그런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거 아니야?”엄진우는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웃기지 마. 내 몸은 무적이야. 믿지 못하겠으면 한 번 확인해 볼래?”소지안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그만해. 장난치지 마. 근데 정말 그 장소에 갈 생각이야? 이 일 때문에 우림을 먼저 창해시로 보냈잖아.”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가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그 새끼들이 나와서 난리를 피워. 내가 다시 성안시를 떠나면 또다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잖아.”그는 떠나기 전에 소지안을 위해 이 골칫거리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했다.“하지만 정말로 나랑 같이 가는 거야? 경호원 한 명도 안 데리고? 최소한 내 소씨 가문의 경호원이라도 데리고 가자.”소지안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하면 싸우러 가는 게 되잖아.”그 말에 엄진우는 피식 웃더니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밖으로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순간 많은 검은색 차가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많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엄진우 님.”“가자.”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경호원 안 데리고 간다고 했어?”소지안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성안시 곳곳에 내 경호원들이 가득 널렸어.”......최고급 레스토랑에 열 테이블의 술자리가 열렸다. 담배를 물고, 정장을 입고, 배가 나온 현지 상인들이 왼쪽과 오른쪽에 미녀들을 끼고 산해진미 속에서 웃고 있었다.“하하하! 한잔해. 이건 50년 된 와인이야.”“내가 가진 73년산 호주 빈티지 와인과는 바교할 수 없지. 전 세계에 30병도 남아있지 않다고.”“술만 마시느라 오늘 온 목적이 뭐였는지는 잊지 않았겠지?”“그 엄진우라는 놈 말하
“그래? 이 대표, 그럼 정말 감사하지.”엄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상황이 너무 빨리 진행되었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얼굴이 창백해졌다.엄진우가 오기 전에는 모두가 허세를 부렸지만 막상 그가 오자마자 그들은 수간 겁에 질린 꼴이 되었다. 이게 바로 엄진우 앞에서의 그들의 모습이었다.“나한테 사과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가 아니었어? 술은 어디 있지? 가져와.”엄진우는 아무렇지 않게 이 대표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이 대표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준비는 미리 마쳤습니다. 어서 각 대표님들이 가져온 명주를 엄 대표님에게 올려라!”소지안은 이 광경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엄진우가 오자마자 상황을 완전히 장악하고 오히려 그들을 제압했다.어쩐지 이 오만한 대표들이 엄진우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 같더니...소지안은 사업에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잠시 후, 다양한 명주가 엄진우의 테이블에 올려졌다.“엄 대표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전에 있었던 일은 다 저희 부하들의 무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엄 대표님의 너그러움에 감사드립니다.”사람들은 순식간에 변한 듯 모두가 아첨하며 엄진우에게 술을 권했다.소지안은 이 상황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다.대표들은 한결같이 엄진우에게 술을 권했지만 이번 비담 컴퍼니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다들 잠시만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소지안은 말을 꺼내려 했지만 곧 사람들의 환호성에 묻혀버렸다.“엄 대표님 정말 술 잘 드시네요. 대단하십니다.”“술 마시는 것을 보면 인품이 알린다고 엄 대표님은 역시 훌륭한 분이시군요.”소지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곧 깨달음을 얻었다.이 사람들은 일부러 엄진우를 취하게 만들어 그들의 잘못을 쉽게 넘어가려는 의도였다.책임을 피하고 엄진우가 술에 취하면 그를 유도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말을 하게 하려는 것이었다.“정말 비열한 수작이야. 개자식들, 역시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맞았어.”소지안
엄진우의 손바닥이 이 대표의 얼굴을 내리치자 이 대표의 눈에는 별이 번쩍이며 곧 정신을 잃을 것처럼 휘청거렸다.이 대표는 바닥에 쓰러지며 입안 가득 피를 흘렸다.“취하지 않았어?”사람들은 충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분명 엄진우가 독한 술을 잔뜩 마시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정신이 맑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정말 좋은 술이군.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맑아지네.”엄진우는 트림을 하며 말했다.“여러분의 환대에 감사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 당신들 중 몇몇은 내가 없는 동안 비담 컴퍼니를 협박했어. 맞아?”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가...”“죽여.”엄진우는 무표정하게 그들의 말을 끊었다.타타타!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기세등등하게 들어와 두말없이 이들을 끌고 창문 앞으로 갔다.“엄 대표님, 자진해서 나오는 사람은 살려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남자가 한 번 말한 것은 지켜야죠. 제발 약속을 지켜주세요.”“엄 대표님, 살려주세요. 이게 죽을죄는 아니잖아요.”그들은 크게 놀라며 울부짖기 시작했다.하지만 정장차림의 남자들은 그들의 말을 들은 척하지 않고 여전히 엄진우의 명령을 수행했다.그들을 그대로 창문 밖으로 내던져졌다.쾅! 아래에서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꺅!”소지안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즉시 자기의 실수를 깨닫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그것은 58층이었다. 떨어지면 머리가 산산조각 날 것이다.“음, 죽을 놈들은 다 죽었으니 이제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네.”엄진우가가 말했다.“서 있을 거야?”“앉겠습니다. 바로 앉겠습니다.”겁에 질린 대표들이 급히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엄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농담이야. 정말로 나와 동등하게 앉을 생각을 했어? 죽여.”그러자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앉아 있던 대표들은 다리가 풀려버렸다.“엄 대표님, 살려주세요.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겠습니다. 얼
그 대표들은 확실히 돈을 많이 주지만 목숨이 없다면 아무 쓸모도 없게 된다.그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돈이 얼마든 간에 목숨을 팔지 않았다.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덜덜 떨렸다.그들은 엄진우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엄 대표님, 저희는...”“던져버려.”엄진우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남겨진 것은 혼란에 빠진 대표들과 잔혹한 정장 차림의 남자들뿐이었다.“엄진우, 이 개새끼야. 네 조상 십팔 대까지 저주할 거야.”사람들의 욕설이 점점 사라지더니 이내 주변이 고요해졌다.소지안은 엉망이 된 술자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처음부터 이 사람들을 제거할 생각이었어? 난 또 진우 씨가 바보같이 함정인 줄 알면서도 뛰어든 줄 알았어.”“말했잖아. 떠나기 전에 지안 씨 앞길을 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 줄 거라고.”엄진우는 미소를 지었다.이 사람들을 제거하는 데는 고작 한 시간이 걸렸다.“예 대표가 등기까지 남은 시간이 한 시간도 안 남았어. 서둘러.”소지안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맞아. 깜빡했어. 이런 젠장.”엄진우는 부하들을 해산시키며 말했다.“모두 돌아가. 필요할 때 다시 부를게...”그 후 그는 혼자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육선생이 죽은 후, 9대 수진 가문도 크게 타격을 받아 당분간 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그는 한동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게 되고 예우림과 함께 창해시로 돌아가서 미리 휴가를 보내는 셈이 된다.그러난 공항으로 향하는 도중 그는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청용이었다.“용아, 무슨 일이야? 지금 급한 일이 있으니까 돌아가서 얘기해.”“명왕님, 저는 청용전신이 아닙니다. 저는 청용전신의 부관입니다. 청용전신은 더는 말할 수 없습니다...”전화기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엄진우는 몸이 경직되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소리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직접 군영으로 와주세요.”이 말을 듣고 다급해진 엄진우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악취와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방이었다.적어도 열 명 이상의 군의관들이 땀을 흘리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엄진우의 마음은 철렁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었다.“청용전신은 어디 있어?”그는 한 군의관의 옷깃을 잡고 무서운 표정으로 물었다.“커튼 안에 있습니다.”군의관은 창백한 얼굴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대답했다.“들어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살릴 수 없어요. 허준이 살아 돌아와도 불가능합니다.”“입 닥치고 꺼져.”엄진우는 그런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라와 용맹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커튼 안에서는 몇 명의 마스크를 쓴 의사들이 수술을 하고 있었다.온몸이 붕대로 감겨 있는 한 남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눈은 감겨 있었으며 입술만 약간 움직이고 있었다.엄진우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그 사람은 청용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심하게 다쳤지?“모두 나가. 내가 할 거야.”엄진우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의사들을 모두 쫓아냈다.청용에게 다가가 자세히 보던 그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청용의 하반신이 사라졌다.그는 누군가에게 허리 아래로 잘린 상태였다.두 다리를 포함한 하체가 모두 사라졌다.허리 부분의 거대한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청용전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하반신이 잘린 상태에서도 살아남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그러게요. 지금까지 버텨온 것만으로도 의학 역사상 기적입니다.”“하지만 전신님의 상처가 너무 심합니다. 내장이 모두 파괴되어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습니다.”군의관들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엄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몸 전체가 거의 부서진 상태였기에 그의 뛰어난 의술로도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다만 용국의 가장 젊은 전신이 이렇게 처참하게 다치다니 너무 충격적이었다.“모두 나가.”엄진우는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들이 나간 후, 그는
“적이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명왕님을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청용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제가 끝까지 버티고 이렇게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명왕님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어서였습니다.”엄진우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그는 이제까지 눈물을 흘린 적이 없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눈물이었다.“너, 절대 죽지 마! 내가 꼭 널 살릴 방법을 찾을 거야. 그전까지는 절대 죽지 마.”“컥컥컥. 명왕님은 여전히 예전의 그 기세와 패기를 가지고 계시군요.”청용은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제 인생에서 명왕님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이젠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말을 마친 청용의 눈꺼풀은 서서히 감겼다.“명왕님, 제발 복수하지 마십시오. 뷔젠트의 이 일은 거대한 음모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모두를 하나하나 죽이려는 계획일 수 있습니다. 개입하지 않으면 북강은 그나마 살길이 있겠지만 개입한다면 명왕님조차도 무고한 재앙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다시 형제처럼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안 돼! 죽지 마!”엄진우는 청용의 생명력의 급속한 감소를 느끼며 더욱 강하게 진기를 주입했다. “누가 죽으라고 했어? 누가 죽는 걸 허락했어?”그러나 아무리 모든 힘을 다해도 청용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청용은 전신으로서 이미 드높은 전투력을 가진 존재였다. 하반신이 잘린 상태에서도 이만큼 버텼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엄진우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생사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했다.몇 분이 지나자 청용은 결국 영원히 눈을 감았고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엄진우는 세상이 무너진 듯한 느낌을 받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성인이 된 후 그는 가족을 잃은 경험이 없었다.북강에서 시체와 피가 넘치는 것에 익숙한 그도 이처럼 큰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다.엄진우가 말했다. “용아, 널 죽인 사람이 누군지 알려 주지 않은 것은 내가 복수하러 가는 것을 막으려는 거지. 너의 그런 마음은 이해하지
“내가 요구했다고 전해. 누가 막고 싶다면 막아보라고 해.”엄진우의 홀쭉한 얼굴에는 차가운 살기가 스쳤다.“그들이 그 자리에 안정적으로 앉아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내가 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원하기만 하면 용국의 황제가 누가 될지도 몰라. 예수님이 와도 못 막아.”이 말을 들은 이보향은 깜짝 놀랐다.이런 말은 절대 명왕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오늘 엄진우는 분노에 완전히 휩싸여 이런 대역부도한 말을 할 정도였다.하지만 명왕에게는 그런 발언을 할 자격이 있었다.왜냐하면 그는 용국에서 가장 강한 남자이기 때문이다.이보향은 이런 모습에 오히려 엄진우에게 더욱 매료되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청용전신의 시신을 태양신전으로 보내 국장을 열게 하겠습니다. 방해하는 자는 명왕의 적으로 간주할 거시며 즉시 죽이겠습니다.”엄진우가 말했다.“응.”그리고 혼자 우울하게 걸어가면서 말했다.“혼자 조용히 있고 싶으니 아무도 따라오지 마.”그는 군영 밖으로 달려가 혼자 생각에 잠겼다.머릿속에는 청용과의 추억들이 떠올랐다.청용의 비참한 죽음은 그에게 너무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범인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이 일을 생각하면 자기를 때리고 싶었다.“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라면서 이 정도로 무능하다니.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이겠지.”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휴대폰을 열어보니 예우림이 자기에게 전화를 여러 번 걸었음을 발견했다.“맙소사. 예 대표를 까먹었어. 큰일이야.”엄진우는 깜짝 놀랐고 그제야 그런 일이 있었음을 기억해 냈다.급히 전화를 걸어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결국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예우림은 이번에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았다.“에휴, 불행은 겹친다더니.”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청용은 죽고 예우림은 화를 내고. 왜 이 많은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걸까? 창해시를 돌아가야만 예우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멀지 않는 곳에 오윤하는 단단히 묶여 있었고 온몸에는 얇은 실크 잠옷 하나만 입고 있었으며 하얀 다리에는 여러 개의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게다가 머리는 헝클어지고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평소의 그 귀족 공주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날개를 잃은 봉황처럼 초라해 보였다.엄진우는 혼잣말로 말했다.“이 여자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북강 제일 공주가 납치당할 때도 있네.”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습격한 사람들은 바로 그녀를 노리고 온 것이고 대단한 배경을 가진 것 같았다.엄진우는 상황을 먼저 파악하기 위해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그때 그녀 앞에 서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 남자가 웃으며 그녀의 턱을 잡았다.“오윤하, 너 지금 무슨 처지인데 감히 우리에게 큰소리야? 아직도 네가 북강 오씨 가문의 공주라고 생각해? 우린 네 삼촌의 명령을 받아 널 제거하러 왔어. 나중에 네 죽음은 성안시 최고의 악당 예강호가 한 것으로 꾸며질 거야. 오씨 가문을 놓고 말하자면 그저 한 명의 후계자가 죽은 것뿐이야. 또 한 명을 찾으면 되지 뭐. 하지만 그때가 되면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을 거야. 결국 네가 북강에서 너무 거만해서 많은 가문 내부의 거물들을 적으로 돌렸으니까.”사람들은 크게 웃었다.오윤하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그럼 날 죽여. 단칼에 끝내줘.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한 번이라도 기회를 잡으면 너희들 그리고 너희의 가족 모두를 남김없이 죽여버릴 거야.”이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얼굴에 갑자기 따귀가 날아왔다.‘짝’ 소리가 나며 그녀의 얼굴에는 피범벅이 된 손자국이 남았다.“우릴 죽인다고? 우릴 위협해? 넌 지금 아무것도 아니야. 입으로만 우리 가족을 죽이겠다는 거야?”그들은 그녀의 입을 열고 혀를 장난치듯 만지며 말했다.“쯧쯧. 나라를 망칠 여자네. 침조차도 이렇게 매력적이라니. 뭔가를 입에 넣으면 어떤 느낌일까?”그들이 음흉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며 오윤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너희들 감히.”“넌 이미 포로야. 우리가 못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