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는 건장한 체구의 문신남 수십 명을 데리고 그를 단단히 에워쌌다.“고인하, 단톡방의 사진 당신이 보낸 거야?”엄진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있어 고인하를 보자 두 눈이 순식간에 벌겋게 물들었다.고인하는 폭소를 터트리며 말했다.“날 탓하면 안 되지. 이런 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거야! 그러게 누가 그렇게 방탕하게 굴어서 약점이 잡히래? 난 네 명성을 바닥낼 거야!”“도진 형님 바로 저 자식이에요! 지난번에 회사에서 형제 대여섯을 다치게 한 것도 저 자식이에요!”고인하는 옆에 있는 일그러진 인상의 남자를 향해 말했다.담배를 입에 문 상대는 시선을 들어 엄진우를 보더니 재밌다는 듯 말했다.“이열, 간땡이가 부었네! 우리 형제들 때려눕힌 병원비 2억, 지금 당장 내놔! 안 그럼 남은 평생 병원에서 지내게 해주지!”엄진우가 말했다.“20억 줄게, 옆에 있는 녀석 불구로 만들어!”“20억?”양도진의 표정이 순간 돌변하더니 담배를 지져 껐다.“인하야, 누가 20억으로 네 목숨을 사려는데, 어떡할까?”그 말을 들은 고인하는 순간 당황했다.“형님! 그동안은 다 제가 보살펴드렸잖아요! 제 체면이 아니라 모두의 체면을 봐서라도 저한테 이러시면 안되죠!”양도진은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일리 있어! 인하는 내 친구야, 고작 20억으로 친구를 배신하라고 하다니. 웃긴 소리! 돈을 더 내야겠어, 40억으로!”“헉!”앞의 말만 듣고 우쭐해하던 고인하는 뒤의 말을 듣자 별안간 자리에 주저앉았다.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큰일이다! 양도진같이 강호의 변두리에 있는 조직은 장강수같이 의리를 따지는 조직과는 달리 돈만 받으면 다른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엄진우는 차갑게 말했다.“좋아, 40억쯤이야, 40억으로 하지!”양도진은 박장대소했다.“시원시원하군! 녀석, 앞으로 넌 내 형제로 삼으마. 전에 있었던 일은 이걸로 퉁 치지! 우선 40억부터 내놓지 그래!”엄진우가 말했다.“나한테 2조가 있는데 지금 몸에는 없어. 이따가 같이 가지러 가지
엄진우는 차갑게 굳은 얼굴을 했다.“말해, 그 사진 누가 보냈어? 누가 회사 단톡에 올리라고 한 거야?”그는 진미령에게 이런 짓을 할 머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분명 다른 주모자가 있는 게 확실했다.하지만 고인하는 별안간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냉소를 터트렸다.“갑자기 생각났는데 넌 날 죽이면 안 돼. 왜냐하면 난 예정명 회장의 사람이거든. 네가 날 죽인다면 예우림은 분명 예정명에게 공격당하다 못해 심지어는 끌어내려질 거야!”“이제 고작 27살에 그룹 대표이사가 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예씨 가문 사람들이 눈이 벌개져 있겠어?”엄진우는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안 죽이도록 하지.”고인하는 단박에 흥분에 겨워 미소를 지었다.“그럼 왜 아직도 잡고 안 놓는 거야? 이 지질한 녀석, 싸움 좀 할 줄 알면 뭐! 오리는 영원히 하늘을 날 수 없어!”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진우는 손을 가득 실어 뺨을 내리쳤다. 그 한 방에 앞니마저 날아가 버렸다.고인하는 순간 분노를 터트렸다.“이 개자식이….”짝! 짝! 짝!임진우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연덜아 뺨을 한 대 또 한 대씩 리듬감 있게 때렸다.“아! 아!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날 때려?”“짝!”“내일 반드시 예정명 회장에게 알릴 거야!”“짝! 짝!”“이 개자식이!”“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 짝!”고인하는 엄진우에게 맞아 눈앞에 별이 떴다. 피를 왈칵 토해낸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그만 때려!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엄진우는 들었던 손을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어 올리더니 빠르게 내리쳤다.“그럼 진작에 얘기하든가! 시간 아깝게!”상대를 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의 입을 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그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만들 수가 있었다. 명왕이라 불리는 엄진우에게 있어 그건 식은 죽 먹기였다!고인하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이도 죄 뽑혀 덜덜 떨려 말했다.“그 사진은 오늘 길에서 만난 검은
“과장님, 전부 다 조사했습니다. 근처에 목격자는 없다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절대 고수인 겁니다. 혹시 호문이나 다른 4대 고대 무가 사람이 아닐까요?”한 관리가 직원이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조연설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고 싶네. 조사하러 가 보자!”“과장님, 긴급 명령입니다. 상부에서 이 사건을 양도진이 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리다 관리과에 전부 사살당한 것으로 처리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그때 한 사람이 황급히 달려오더니 말하자 조연설의 안색이 돌변했다.“또? 저번 색인마 사건 때도 공로를 전부 우리 관리과 몫으로 돌린다고 시청에서 직접 명령이 내려오더니!”부하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어쩌면 과장님 부친 때문일지도 모르죠. 과장님을 키워보시려고….”조연설이 곧바로 호통을 쳤다.“헛소리! 이 관리과 과장이 될 수 있었던 건 다 내가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지 내 아버지가 조문지 시장인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네….”조연설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별안간 지난번에 색인마를 처단한 남자가 떠올랐다. 퉤, 변태 자식!설마 그 자식인가?이 살인 수법은 당시와 판박이였다!“흥! 그 엄진우, 보통 인물이 아닐 줄 알았어. 고작 이틀 만에 무도 종사를 연속으로 둘이나 죽이다니. 창해시에는 도대체 뭐 하러 온 걸까? 설마 상습 살인범인가?”생각하면 할수록 소름이 돋아 조연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돼! 반드시 제대로 조사해 봐야겠어. 정말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 창해시의 정의의 사도로서 이 조연설이 직접 그 자식을 체포하고 말 거야!”……밤, 호문의 구역. 창해시 국제 비즈니스 파티.예우림과 박도명은 나란히 파티장으로 들어섰다.오늘 그녀는 트임이 허벅지 끝자락까지 트여있는 화려한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언발란스하게 이어진 흰 끈은 등과 흰 목을 훤히 드러내고 있어 연예인 같은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예우림이 입장하자마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저 여자는
엄진우는 조금 적응이 되지 않아 주변을 둘러봤다.“소 비서님, 지금 좀 오버하시는 거 아닙니까? 다들 저희를 쳐다보고 있는데요.”소지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다들 질투하는 거거든요!”엄진우는 입꼬리가 다 떨려왔다.“….”“참, 우림이가 여기에 있으면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근데 아무리 봐도 함정이 있는 것 같지 않은데요?”소지안이 화제를 돌리자 엄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위기는 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죠. 만약 없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뿐이에요.”그와 동시에, 위에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예우림은 무심결에 소지안과 엄진우의 등장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여긴 왜 온 거지? 내가 얼마나 더 싫어하길 바라는 거지?“우림 씨, 제가 사람들 보내서 저 자식을 좀 혼내줄까요?”옆에 있던 박도명이 음험하게 말했다.예우림은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무시해요. 저 사람 때문에 이곳에서의 사교를 망칠 수는 없으니까요.”그녀는 이미 이패왕을 포함한 여럿 재계 거물들과 약속을 잡은 터라 조금 있으면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러 가야 했다.바로 그때.적지 않은 재벌 2세들이 적극적으로 소지안의 앞으로 다가와 요청을 건넸다.“아름다운 아가씨, 당신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네요. 저와 함께 재즈 한 곡 추시겠습니까?”소지안은 혀를 배꼼 내밀더니 몸을 반쯤 엄진우의 품에 기대며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남자 친구가 있거든요. 바로 여기 엄진우 씨요.”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사람이 남자 친구라고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경호원이나 기사인 줄 알겠는데요!”“이 남자 친구 설마 길바닥에서 주워 온 건 아니죠? 이런 차림으로 오늘 같은 고급 파티에 참여하다니. 거저 빌어먹으러 온 거 아니에요?”재벌 2세들은 모두포복절도했지만, 소지 안은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 사람 얕보지 마요! 이 사람 못 하는 게 없거든요! 아버지나 믿고 위세나 부리는 당신들 같은 쓰
그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엄진우같이 빈곤한 가정 출신들은 이런 부자들의 게임은 많이 접촉한 적 없었다.안위명 일행은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껄렁껄렁해 보여도 어렸을 때부터 유명 코치들에게 1대1로 교습을 받고 해외 유학 등 여러 가지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고 더 큰 세상을 보며 안목을 키운 사람들이었다!여러 가지 자잘한 능력들은 이미 일반인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게다가 내기 한 번에 2억이라니. 보통 열에 아홉은 질 게 뻔해 좋은 일이 없었다!예우림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고작 한 달 월급으로 백몇십 만원 버는 말단 직원 주제에 나중에 지면 뭐로 그 2억을 채우려고요? 당신 부모님이 고생고생해서 당신을 키웠을 텐데 괜히 무리하다 남은 평생 망치는 짓 하지 마요.”안위명 일행은 그 말을 듣자 다들 놀란 얼굴을 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미친! 난 또 어느 정체를 숨긴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았더니, 이백도 안되는 월급 받고 일하는 개돼지였잖아.”“내기 못 하겠으면 썩 꺼져요. 여긴 당신같이 월급이 쥐꼬리만 한 사람은 놀 수 없는 데니까! 한 판에 2억이면 10년 치 월급을 가불 받아도 다 못 갚아요!”안위명은 소지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저기요, 저런 찌질이랑 만나면 뭐가 좋아요? 차라리 난 어때요? 우리 가문은 금융업 해요, 돈이라면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을걸요!”소지안은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엄진우 씨를 믿어요! 당신들 조금 있으면 지금 우쭐했던 만큼 울적해질 거예요.”엄진우도 기분이 불쾌해졌다.“예 대표님, 제가 내기를 하든 말든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 같은데요? 직원의 사생활을 이 정도까지 걱정하는 겁니까? 이제 더 하다간 제 생리 현상까지도 대신 해결해 주겠어요?”예우림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답도 없군요! 제 발로 지옥 길로 가겠다고 하니 전 신경 안 쓰겠습니다!”그시각, 손을 뻗어 큐대를 잡은 차준완은 깔끔하게 공을 하나 넣었다.정확하고 깔끔했다.콰당 소리와 함께 연달에 몇
맥시멈은 당구 경기 역사에서도 그저 우연히 몇 번 나타난 게 전부였다!과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맥시멈을 달성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모든 채색공의 운동궤적, 바람의 저 애, 마찰력 등등 영향을 미칠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든 채색공은 확실히 전부 홀에 들어갔다!그 때문에 차준완은 도무지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히스테릭하게 고함을 질렀다.“이 자식, 분명 치트 키를 쓴 걸 거야! 사람이 맥시멈을 달성할 수 있을 리가 없어!”소지안은 그 모습에 미소를 금치 못했다.“이곳의 모든 설비는 당신들이 제공을 했어요. 만약 엄진우 씨가 치트 키를 쓴 거라면 당신들도 똑같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뜻이겠네요?”삽시간에 사람들은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 뿐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엄진우는 혼잣말하듯 말했다.“응? 뭐요? 당구라는 게 원래 모든 채색 공을 전부 홀에 넣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난 또 엄청 어려운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간단한 거였군요!”그는 확실히 고작 한두 번밖에 놀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명왕에게 있어 이 정도 스포츠는 어린애들 놀이나 다름없었다!“또 뭐 대결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전부 놀아드리죠!”그러자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다 달아올랐다! 지금 엄어진은 그들의 체면을 짓밟고 있었다!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만해요, 엄진우 씨. 2억 이겼으면 적당히 끝내요. 당신의 당구 재능은 탁월하다는 건 인정핡게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에 재능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에요! 도박꾼같이 충동적으로 굴지 말아요!”엄진우는 입꼬리가 떨려왔다.정말 저 여자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져도 욕을 하고 이겨도 욕을 하다니!어쩌다 저렇게 못된 상사에게 걸린 건지! 예쁘기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내가 보기엔 소 비서보다도 못한 것 같았다!안위명은 이를 악물었다.“당했군! 저 자식 분명 매일 당구대에서 연습하는 프로 선수일 거야!”“좋아! 그럼 이런 공 게임은 하지 말고
박도명의 얼굴이 순간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때,인파속에서 별안간 체구가 우람한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바로 창해시 합기도 고수 원준이었다!합기도 9단인 그는 한때 수많은 해외의 합기도 고수를 쓰러트리기도 한 데다 무도종사에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불리기도 했다!“원준! 드디어 왔군!”안위명이 그를 발견하고는 한껏 기뻐하며 얼른 가까이 다가왔다.“오늘 여기에 시비거는 녀석이 찾아와서는 날 때린 것도 모자라 우리 더러 쓰레기라고 하지 뭐야!”그 말을 들은 원준은 버럭 화를 냈다.“젠장, 누가 겁도 없이! 그건 나까지 욕보이는 것 아냐?”안위명은 한껏 오버하며 말했다.“내가 특별히 네 이름을 짚었어! 그랬더니 그 자식이 뭐라는 줄 알아? 버러지라고 하지 뭐야!”원준의 두 눈이 분노로 활활 타오르더니 차갑게 냉소했다.“보아하니 내가 너무 오랫동안 사람을 죽이지 않은 모양이네! 감히 날 안중에도 두지 않고!”그의 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퍼져나왔다.사람들은 그 기운에 소름이 돋아 몸을 떨었다.“저 자식, 또 돌파하다니! 벌써 반쯤은 무도종사 행렬에 진입했어!”원준은 기세등등해져서 물었다.“대체 어느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자식이야? 지금 제 발로 나와서 내가 그 발을 부러트릴 수 있게 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안 나오면 묫자리부터 봐둬야 할 거야!”지난번 바에서 그 섬뜩한 남자가 뺨을 내려쳐 무도종사를 날리는 것을 보고 두 눈이 번뜩 뜨인 원준은 완전히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분발하고 강해지려고 노력했고 실력도 쭉쭉 늘어만 갔다!그리하여 그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설령 무도종사와 마주친다고 해도 5, 6번 합을 주고받을 자신은 있었다!안위명은 얼른 튀어나와 엄진우를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저 자식이야!”원준이 차갑게 대꾸했다.“고개 들어! 어떻게 생긴 녀석이야?”엄진우가 무심하게 턱을 들어 올렸다.“나를 부르는 건가?”그 순간 시린 한기가 원준을 엄습해 소름이 돋은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세상에, 어떻게….그 사람이야!
“개처럼 짖어 봐, 그러면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 주지.”엄진우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뜬 채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사람들이 깜짝 놀란 것은 원준이 무려 다시 바닥에 엎드렸다는 것이었다.“멍멍! 멍멍멍! 도련님의 화가 풀리신다면 아버지라고도 부를 수 있습니다!”엄진우는 입술을 삐죽였다.“그건 됐어, 난 너 같은 개는 키우지 못할 것 같거든.”위층에 있던 예우림은 그 광경에 두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그녀도 저 원준과는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오만하기 짝이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었다!그런데 무려 저렇게 비굴하게 나오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그때 박도명이 다가와 말했다.“우림 씨, 이패왕이 3층에서 차 한잔하자고 해요. 이건 제가 우림 씨를 위해 고생고생해서 겨우 쟁취해 낸 기회예요!”“이패왕이요?”호문 이야기가 나오자 예우림의 마음속에는 은근한 불안이 느껴졌다.하지만 박도명에 대한 신뢰로 그녀는 거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잠깐 가방 좀 들어주세요. 금방 화장실 다녀올게요!”“네!”박도명은 알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예우림이 그의 시야 속에서 사라지자 순식간에 눈빛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우림 씨, 날 탓하지 마요! 그러게 왜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미움을 샀어요!”“아쉽네, 저런 요물을 한 번 가지고 놀아보고 싶었는데… 곧 있으면 망가져 버리겠네!”잠시 후.엄진우는 보드게임 구역에서 나왔다. 소지안은 별안간 그의 팔짱을 끼더니 웃으며 말했다.“자! 저쪽에 공연이 있대요, 같이 보러 가요!”엄진우는 뒤늦게 뒤를 찾아봤지만 예우림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하지만 현재까지는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호문이 도대체 무슨 음모를 꾸미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소지안이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엄진우 씨, 진짜 재미 없어요! 저랑 같이 공연 보는 것도 안 돼요? 계속 우림이만 돌아보고. 제가 보기엔 오늘 우림이는 전혀 위험할 게 없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