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으면 안 됩니다!” 독고준은 다급히 말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조연설의 발걸음을 따라 달려갔다. 아무리 시천민이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독고준 등 사람들이 몇 분이라도 지체해 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모든 것이 오윤하가 말한 그대로였다. 골목에는 비밀 통로가 있었고 그 비밀 통로는 교외의 한 호텔로 이어졌다. 게다가 방까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 엄진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윤하는 마치 뛰어난 군사 전문가처럼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 정말 무서운 여자다... 어떻게 다 알고 있는 걸까? 호텔에 도착한 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조연설은 신발을 벗고 침대에 몸을 던지더니 머리끈을 풀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긴 머리는 허리까지 흘러내려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나가! 나 조용히 쉬고 싶어.” 그녀는 차갑게 말했다. 엄진우는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 “조연설, 방이 하나뿐인데 나한테 나가라고 하면 난 어디서 자?” “상관없어. 그러니까 나 귀찮게 하지 마!” 조연설은 분노에 차서 말했다.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복도로 나갔고 방을 나서자마자 문이 쾅 하고 닫히더니 곧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엄진우는 입을 삐죽였다. 이 여자 뭐지? 얼굴이 너무 쉽게 바뀌잖아. 하지만 오히려 잘 됐다. 그녀가 없으면 신경 쓸 일이 줄어든다. 그는 다른 방으로 곧장 걸어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이내 전화기 너머로 요염하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지금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전화기 너머로 상대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격렬하게 들려왔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나야.” 최담비는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진우? 엄... 엄진우 님? 분부할 일이라도 있으세요?” “주소 찍어줄 테니까 반드시 20분 안에 내 앞에 나타나야 해.” 엄진우가 명령조로 말했다. “그리고 이건 너 혼자 알아야 해. 만약 비밀을 지킬 수 없다면.
돈이면 끔뻑 죽는 최담비는 금액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주우려다가 멈칫했다. 금액이 너무 커서 겁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강호의 사건은 이미 소문이 자자해요. 황 총리와 그의 가족까지 관련이 되었다고 하던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요?” 엄진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내 말만 잘 들으면 네 뒤는 내가 봐준다. 보향에게 널 몰래 지켜주라고 할게. 일이 성사되면 200억 더 쏴줄 거야.” 그 말에 최담비는 활기를 띠더니 허리를 굽혀 카드를 집어 들고 잔뜩 신이 나서 말했다. “안심하세요. 당장 예강호의 행방을 알아낼게요. 지금 바로 9대 수진 가문으로 돌아갈게요.” 그녀가 요염한 몸짓으로 문을 열고 나가려는 그때, 엄진우는 그녀의 허리를 불쑥 감았다. “내가 나가라고 했어? 내 앞에서 이렇게 야하게 입고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 안 해본 거야?” 특히 그녀의 엉덩이는 그를 향해 높게 솟아있었다.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최담비를 들어 침대에 던지더니 그녀의 스커트를 찢어버렸고 이내 섹시한 속옷고 하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최담비는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꺅! 엄진우 님, 아파요.” 엄진우는 무심하게 말했다. “입 다물고 얌전히 누워있어.” 그는 계속해서 그녀의 상의를 벗겼고 오직 속옷만 그녀의 중요한 부위를 가려주고 있었다. 그녀는 탐스러운 가슴을 가리며 수줍게 말했다. “엄진우 님, 화내지 말고 부드럽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부드럽게? 웃기지 마.” 그는 오늘 받은 모든 스트레스를 이 더러운 여자에게 풀겠다고 결심했다. 조연설에게는 부드럽게 대하겠지만 최담비 같은 더러운 걸레에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한 시간 후, 엄진우는 지친 최담비를 침대에서 밀어내더니 젖은 옷을 던지며 말했다. “빨리 가! 내가 한 말 기억해. 실수하면 너한테 죄를 묻는다.” 최담비는 옷을 주워 들고 원망 가득한 눈으로 나갔다. “이제 좀 속
멍하니 굳어진 엄진우의 모습에 조연설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예 돌직구를 날렸는데 그녀의 뜻을 캐치하지 못한 걸까? 조연설은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내려와 엄진우의 멱살을 잡아끌며 말했다. “진짜 몰라서 이래?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엄진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나 진짜로 몰라서 그래.” “너, 내 엉덩이 만지는 거 좋아한다고 했잖아.”말을 끝낸 조연설은 갑자기 엄진우에게 찰싹 붙어 따뜻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내가 만져도 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엄진우는 마치 충격이라도 받은 듯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헐!” 헐!헐!헐!이 여자 지금 진지한 건가? “나 진지해.” 조연설은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엄진우의 손을 잡아 자기 엉덩이에 올렸다. 순간 풍만하고 탄탄한 엉덩이가 엄진우의 손에 들어왔는데 그녀의 엉덩이는 정말 엄진우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엄진우의 충동은 점점 더 커져갔다. “명령하는데... 당장 침대로 올라가!” 조연설의 단호한 어조는 역시나 집행청 청장다웠다. 그러자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 청장 명령이라면 당연히 따라야지. 그런데 너 처음 아니야? 그렇다면 내가 좀 가르쳐줘야지 않겠어?” 조연설은 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엄진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처음이라고 모르는 건 아니야!” 엄진우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본 적 있어?” “가끔 영상으로 보곤 했어.” 조연설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러자 엄진우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영상으로 봤다고? 너한텐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 “뭔 말이 그렇게 많아! 할 거면 하고, 안 할 거면 그냥 가!” 조연설은 잔뜩 화를 내며 말했다. 워낙 부끄러워 미칠 것만 같은데 엄진우에게 놀림까지 당하니 더욱 부끄러워졌다. “할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침대로 올라가 사지를 쭉 편 채 모든 걸 맡기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자, 어디 마음껏 해봐, 조 청장.” 조
조연설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엄진우가 바지를 벗는 순간, 그녀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게...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조연설은 당황하며 말했다. “일부러든 아니든 넌 날 자극했어.” 짧은 대답을 끝으로 엄진우는 다시 늑대처럼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조연설은 그의 눈에 자신은 단지 순진한 양처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엄진우는 그제야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큰일이다... 우림이가 걱정할 텐데... “연설아, 나 돌아가야 해.” 엄진우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조연설은 사라지고 베개 위에는 한 장의 쪽지만 남겨져 있었다. “어젯밤 일은 미안해. 예우림 씨와의 관계에 영향받지 않길 바랄게. 먼저 갈 테니까 나중에 봐.” 엄진우는 마음이 복잡했다. “날 나쁜 자식이라고 하더니 이 여자가 더 나쁘네. 이렇게 날 버리고 떠나? 어디 가는 지도 안 알려주고.”대신 번거로움은 많이 줄어들었다. 엄진우는 서둘러 예우림과 함께 사는 임대 아파트로 돌아갔다. 이른 시간이라 엄진우는 예우림이 당연히 자고 있을 거로 생각하며 조용히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싸늘하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는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먹구름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엄진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일찍 일어났네?” “나 밤 샜어.” 예우림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집에 안 들어왔으니까.” “미안해, 우림아. 금 회장님 쪽에 급한 일이 있어서 도와주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엄진우는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예우림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근데 나 이미 금 회장한테 전화해 봤어. 널 본 적 없다던데?” 엄진우는 헛기침을 하며 변명했다. “켁켁! 사실 회사 업무를 성안에 확장하려고 바빴어...” “잠깐!” 예우림은 그의 변명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왜? 지쳐서 더는 못 하겠어?” 예우림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진우는 적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너무 방심했던 탓에 진퇴양난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예우림은 눈을 굴리며 말했다. “나 이미 눈치챘어. 역시 남자들은 믿을 수 없어. 매일 즐길 줄만 알았지... 난 너 기다리느라고 밤새 잠도 못 잤단 말야. 그런데 넌 밖에서 여자를 만났어. 나가! 너랑 말하기 싫어!” 예우림은 엄진우를 쫓아내며 말했다. 그녀의 차가운 얼굴에 엄진우는 덜컥 겁이 났다. 역시 빙산녀다. 게다가 그의 직속 상사이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쓸쓸히 물러났다. 하지만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예 대표.” “뭐야? 또 변명하게? 듣기 싫어.” 예우림은 그의 변명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갑자기 생각났어. 당신 생일날 선물을 잊었더라고.” 엄진우는 재빨리 방에서 나가 옷장을 뒤적거리더니 1분도 안 돼서 방긋 웃으며 예우림의 방으로 돌아왔다. “예 대표, 잠깐 나랑 같이 나갈까? 깜짝선물을 준비했어.” 예우림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런 유치한 수작은 그만둬. 내가 그깟 선물 따위에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난 절대 어린애처럼 그런 거에 넘어가지 않아. 내가 정말 그렇게 유치한 사람이었다면 네 상사가 되지 못했겠지.” 그러자 엄진우는 괜히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나 갈게. 선물은 그냥 버려야겠다.” 엄진우가 돌아서려 하자 예우림은 급히 그를 불렸다. “잠깐! 수작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지, 선물을 버리라고 한 건 아니야.” “그렇다면 내 선물이 궁금하다는 거네?” 엄진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히쭉 웃었다. 그러자 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두 눈을 부릅뜨며 그를 노려보았지만 결국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응...”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공주님, 나와 주세요.” 예우림은 싸늘하게 웃으며 그를 따라 방을 나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건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것이 예우림이 여태 성안에 머무른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녀 혼자만의 힘으로는 예흥찬을 무너뜨리기 어렵지만 성안에 외부 지원을 얻을 수 있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어떻게 그분이 널 도와줄 거라고 확신해?”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예우림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확신은 없어. 하지만 희망이 있는 한 난 시도해 볼 거야. 시도하지 않으면 완전히 불가능하니까.” 그 말에 엄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예우림이 말했다. “그럼 차로 움직이자.” 그러자 엄진우는 다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 “우림아, 오늘은 지하철로 가는 건 어때?” 현재 성부와 9대 수진 가문, 그리고 드래곤 크루까지 모두 그의 행적을 쫓고 있는 중이다. 차로 이동하면 너무 눈에 띄기에 혹시라도 무도라곤 하나도 모르는 예우림에게 위험한 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되었다. 예우림은 잠시 망설이더니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너 또 무슨 사고라도 쳤어? 도둑질이라도 한 것처럼 잔뜩 겁먹은 표정이네. 뭐 그래도 홍의회를 혼자서 처리한 유명 인사니까, 지하철은 사람이 많아서 말만 조심하면 안전하긴 할 거야.” 예우림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이내 집을 나섰다. 비록 황덕진은 엄진우를 극도로 원망했지만 그렇다고 공공 자원을 모두 동원해 그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성안에서 가장 큰 인물은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엄진우와 예우림은 간신히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하철에 올라탔다. 갑자기 예우림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진우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뒤에 있는 노인 말이야. 자꾸 나한테 몸을 기대려고 해. 나 엉덩이에 자꾸 징그러운 것이 닿이는 것 같아.” 엄진우는 깜짝 놀랐다. 키가 크고 몸매가 좋은 예우림이 미니스커트까지 입고 있으니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몰래 쳐다보기만 할 뿐 감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노인에 대한 배려심으로 겨우 화를 억누르고 따지지 않은 건데 오히려 한발 물러서니 더 대담하게 다가와 예우림의 옆에 앉으려고 하다니? 날 뭐로 보고. “젊은 총각, 내 말 안 들리나?” 그러자 상대는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난 올해 예순이 넘어서 몸도 아프지 않은 구석이 없다네. 그런데 젊은 총각이 날 이렇게 서 있게 할 건가? 어른을 공경하라고 부모님이 안 가르쳤나?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싹퉁머리가 없어!” 노인의 말에 주변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젊고 건강한 사람이 왜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있어? 노인한테 양보해야지.” “어르신이 정중하게 부탁하셨는데도 저리 앉아만 있다니, 정말 예의가 없군.”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 젊은것들은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 사람들의 부정적인 목소리에 예우림의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엄진우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자리 양보하고 우리 그냥 서서 가자. 괜히 시끄러운 일 만들어서 뭐 해.” 하지만 엄진우는 미동도 하지 않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노인만 앉으라는 규정이 없어. 그리고 어른을 공경하는 건 미덕이지만 강제로 요구하는 건 성질이 달라. 이 자리는 내가 앉았으니 내가 내리기 전까진 내 자리야. 내가 앉고 싶으면 앉고, 양보하고 싶으면 양보하는 거지. 양보하면 호의고, 안 하면 내 권리야. 그러니 아무도 나한테 양보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어.” 게다가 상대는 일반 노인이 아니다. 엄진우의 여자를 추행하려는 더러운 노인이다. 내 여자를 추행하려고 나한테 자리를 양보하라고? 웃기는 소리. 다음 생에나 가능할 거야. 아니, 다음 생에도 절대 안 되지. 엄진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노인은 바로 소리를 치며 말했다. “다들 보시게! 여기 이 키가 180센티는 훌쩍 넘는 젊은이가 예순이 넘는 날 무시하고 욕까지 한다네. 아니, 어찌 노인에게 이런단 말인가!
사람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두 명의 직원은 바로 안색을 찌푸리며 태도를 바꿨다. “아니, 퍼런 대낮에 노인을 괴롭힌다고요? 이게 지금 무슨 짓이죠?” “젊은 사람이 왜 노인과 자리를 다퉈요?” 그러자 엄진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여긴 내 자리니까요.” “됐어! 완전 또라이네. 요즘 어린 것들은 정말 질서가 없어.” 두 직원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 노인 어디 계시죠?” 시선을 따라가던 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변했다. “어르신!” 이게 어디 평범한 노인인가? 이 사람은 성안 지하철 회사 부사장, 여 사장의 아버지다. 지하철 회사는 엄연한 국유기업으로 부사장이라는 직위는 아주 높은 자리였다. 두 사람은 바로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연세도 많으신데 왜 집에 좋은 차는 안 타고 지하철을 타신 거죠?” “흠흠.” 정체가 드러난 노인은 가식적으로 대답했다. “난 그냥 북적한 것이 좋아. 특히 지하철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지. 집에 차가 많다고 내가 지하철을 못 이용하나?” 사실 지하철에는 스타킹을 신은 아름다운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건 여씨 어르신의 취미 생활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여자들은 땀을 흘려 얇은 속옷이 종종 비치기도 했는데 여씨 어르신은 그 모습을 보려고 종종 지하철을 이용했다. 섹시함은 여씨 어르신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 “아니요, 당연히 그 말이 아니죠. 어르신은 퇴직 공무원이시니 지하철 공짜로 탈 수도 있으시잖아요.” 두 직원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여씨 어르신은 거만하게 팔짱을 낀 채 눈을 반쯤 감으며 엄진우를 바라봤다. “내가 저 자리에 앉고 싶다고 했는데 저놈은 나에게 모욕을 줬어.” “아니, 그럴 리가요!” 두 직원은 버럭 화를 내며 엄진우를 향해 호통을 쳤다. “어른을 공경하라고 못 배웠어? 키도 큰 사람이 어르신과 자리를 다투다니, 그러다 당신 천벌 받아!” “명령이야. 당장 자리 비워!” 그러자 엄진우는 고개를 쳐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