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하는 수많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천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그녀는 보라색 다이아몬드와 크리스털 장식이 가득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보기에도 무거운 크라운을 쓰고 있었으며 발아래는 초록색 크리스탈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게다가 정교한 메이크업에 마귀 같은 몸매까지 완벽히 드러나 그야말로 경국지색이었다. 심지어 엄진우조차도 깜짝 놀랐다. 조금 더 꾸몄을 뿐인데 이렇게 예뻐졌다고? “오윤하 아가씨!” “반가워요, 아가씨!” 순간 장내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 여자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금자탑 꼭대기에 위치한 여왕님이다. 오윤하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 그들에게는 오윤하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자격도, 바라볼 자격도 없었다. 북강의 오씨 가문은 강남성 명문가와 비교했을 때 전혀 차원이 달랐다. 그녀의 생일 파티와 약혼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명문가 자제들에게는 더없는 영광이고 행복이다. 이때, 육민성은 잔뜩 흥분한 표정을 애써 가라앉히며 넥타이를 정리하더니 그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오윤하 아가씨, 죄송합니다. 시시콜콜한 일로 시끄럽게 굴었네요. 신사로서 실수했습니다.” 그러자 오윤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민성 씨는 오늘 가장 중요한 손님이고 날 지극히 생각하잖아요. 그러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에 육민성은 마치 천국에 도착한 것만 같았다. 그는 오윤하를 꼬박 3년을 좋아했다. 3년 동안 그녀는 애매하게 행동했고 그의 선물도 받아줬지만 그의 마음에 대한 대답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오윤하는 그에게 약혼식 초대장을 보냈고 그가 가장 중요한 손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육민성이 곧 오윤하의 약혼자가 될 것이라는 말이 아닐까? “아가씨!” 노 기사가 창백한 안색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야?” 오윤하는 턱을 치켜들고 엄진우를 힐끗 보더니 금세 안색이 굳어졌다. “
그 말에 현장은 또 한 번 큰 파문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저 자식 감싸지 않겠다는 말씀이신가?” “오윤하 아가씨도 이제야 저놈 때문에 모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가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으신 모양이야.” “역시 키우던 개와 마찬가지였어. 우리 같은 귀한 몸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 사람들은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쉴 새 없이 입을 나불거렸다. 제일 놀란 사람은 단연 육민성이다. 오윤하가 나서서 엄진우를 감쌀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에게 맡기겠다고 하다니... 이건 일종의 묵인이 아닌가? 엄진우를 죽이라는 뜻이겠지? 거의 죽어가는 기한성은 마지막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육민성 도련님! 반드시 절 위해 이 원수를 갚아주세요! 저놈의 살을 벗기고 뼈를 발라 바다에 처넣어주세요!” “아가씨가 절 이렇게 믿어주시다니 아주 영광입니다. 제가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육민성은 더는 본성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듯 바로 엄진우에게 다가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 조건은 그대로야.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내 구두에 묻은 찌꺼기들을 핥아먹어. 그러면 한 번은 봐줄 수도 있어.” “육민성 도련님! 저놈은 우리 기씨 가문의 무도종사들을 죽이고 절 이 꼴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걸로 끝입니까?” 기한성은 비틀거리며 걸어와 말했다. 그러자 육민성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상대를 향해 발길질하며 말했다. “닥쳐! 내가 알아서 하니까 옆에서 쫑알거리지 마! 기씨 가문의 체면은 고작 그만하니까 더는 나대지 말도록!” 비록 오윤하의 허락은 받았지만 그래도 육민성은 대량으로 사람을 학살하여 괜히 피에 굶주린 사람으로 오해받고 싶지 않았다. 하여 이 인자한 연극은 바로 오윤하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엄진우를 조커로, 그리고 자기를 영웅으로 포장할 생각이다. “어때? 널 때문에 난 지금 기씨 가문까지 외면했어.” 육민성은 양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엄진우를 째려보며 야비하게 웃어 보였다. “기
“네! 도련님!” 육민성 뒤에 있던 비범해 보이는 두 노인은 지령을 받고 바로 하늘로 뛰어올랐는데 그 속도는 마치 번개처럼 빨랐다. 거대한 위압으로 크루즈는 마치 폭풍과 해일을 만난 듯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존종사야! 두 사람 다 지존종사야!” 사람들은 겁에 질린 채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전체 강남성을 털어도 지존종사는 열 명을 초과하지 않아. 그런데 육씨 가문에 두 명이나 있었다니.” “역시 한때 강남성 갑부였어서 그런지 기씨 가문과는 전혀 차원이 달라.” “육민성이 어쩐지 담량이 크다고 했더니 지존종사 두 명을 옆에 뒀었던 거네. 저 상태로 성부에 쳐들어가도 성총리 님이 꼼짝도 못 하겠어.”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의 옆에 두 명의 지존종사가 그의 길을 막았는데 앞에는 늑대가, 뒤에는 호랑이가 사냥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노 기사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지존종사가 나서면 크루즈의 일부는 파괴될 것입니다. 육민성 도련님! 우리 아가씨의 생일 파티에서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 그러자 육민성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오늘의 모든 손해는 나 육민성이 혼자 책임질 것이니 이놈은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 아가씨! 제가 무모한 게 아니라 보시다시피 이놈이 너무 건방진 겁니다. 오늘 이놈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전 강남에서 머리도 쳐들고 다닐 수 없습니다!” 통제 불능이 되어버린 상대의 모습에 오윤하는 여전히 고고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덤덤히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찬찬히 보면 그녀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했다. 오윤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육민성은 거리낌 없이 명령을 내렸다. “저놈을 죽이세요!” “네!” 쿵! 두 노인의 몸에서 폭풍우의 기운이 폭발하여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젊은이, 우린 자네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고 단지 명령에 따를 분이야. 하지만 자네의 비범한 재능을 생각해 체면 있게 죽여줄 거야.” 두 노인은 동시에 손을 뻗어 엄진우의 어깨에 무겁게
“무슨 일이냐고? 잘 안 보여? 그렇다면 내가 도와줄게.” 엄진우는 육민성을 마치 강아지를 들어 올리듯 손쉽게 들어 올리더니 바로 피바다로 던져버렸다. “이 새끼 이거 사람 아니야! 지옥에서 온 악귀라고!” 육민성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벌벌 기어서 엄진우를 피해 저만치 도망갔는데 아까의 그 카리스마 넘쳤던 모습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게 꿈이 아니라면 난 정말 재수가 없는 거야.” “한 방에 두 지존 종사를 죽였다니.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아.” 이 장면을 보고 있는 사람들 역시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엄진우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특히 엄진우를 비웃던 사람들은 혹시라도 엄진우의 눈에 띄기라도 할까 봐 다급히 입을 가리고 뒤로 슬슬 물러섰다. 엄진우를 가장 심하게 욕했던 사람은 바로 기한성인데 아까의 기세는 이미 사라지고 지금은 마치 상갓집 개처럼 사람들 속에 숨어 나서지 못했다. “우어엉! 너무 무서워. 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 기한성은 두 다리를 벌벌 떨더니 이내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하지만 엄진우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육민성의 비참한 모습을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 “오윤하, 너 이렇게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어? 이런 남자도 눈에 들어와?” 그 말에 오씨 가문 사람들은 버럭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아가씨가 좋은 마음으로 구해드렸는데 소란을 피운 것도 모자라 이젠 막말까지 하시는 겁니까?” “아가씨도 가만히 계시는데 감히 먼저 시비를 걸다니요!” “육민성 도련님은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가씨의 약혼자입니다! 그런데 아가씨의 약혼자를 저 지경으로 만든 건 우리 아가씨에 대한 도전입니다!” 오윤하의 부하들은 연이어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치 이 모든 일이 자기와 상관없다는 듯이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육민성이 “오윤하 아가씨. 보고만 계시지 말고 절 위해 복수해 주세요. 아가씨의 명령에 따라 저놈을 혼내다가 생긴 일이잖아요
순간, 잔잔한 바다에 폭탄이 떨어진 듯 하늘이 흔들리고 파도가 밀려왔다. 이건 마치 산사태처럼, 쓰나미처럼 더없는 충격이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쩍 버렸다. “육민성이 약혼자가 아니라, 저 엄진우라는 사람이 약혼자였어?” 이런 반전에 사람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지어 엄진우 본인도 그녀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젠장. 오윤하가 말한 약혼자가 나였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럴 리가요. 믿을 수 없어요!” 육민성은 안색이 일그러진 채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저런 찌질한 새끼가 어떻게 감히 북강 공주의 약혼자일 수 있죠? 이 육씨 가문 상속자가 저런 거지새끼보다 못하다는 건가요?” 그러자 오윤하는 두말없이 몸을 일으켜 육민성의 뺨을 갈겼고 육민성은 그 자리에서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꼬꾸라져 어금니 몇 대가 부러져버렸다. “또박또박 예의 지켜서 존댓말로 해줬더니 너 아주 제정신이 아니구나? 야, 네가 뭔데 내 남자를 비난해? 너 같은 건 한 트럭이 와도 저 남자 겨드랑이털보다도 못해. 어디서 거지 같은 새끼가 굴러들어 와서는.” 오윤하가 화를 내는 모습은 뭇사람들을 벌벌 떨게 했다. “네가 중요한 하객이라고 한 건 내가 널 이용해서 내 약혼자의 지금 실력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야.” 오윤하는 한쪽 입꼬리를 당기며 육민성을 비웃었다. “네 이용 가치는 이미 끝났어. 넌 이젠 단지 폐기물일 뿐이야.” “절 이용만 했다는 말인가요?” 육민성은 그제야 자기가 완전히 놀아났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오윤하의 묵인은 단지 그를 속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윤하는 단 한 번도 그를 남자로 본 적 없다. “으아아아악! 오윤하! 감히 날 갖고 놀아?” 육민성은 완전히 눈이 뒤집힌 채 오윤하의 목을 조르려고 달려갔지만 눈치 빠른 오윤하의 경호원이 먼저 나서 상대를 제지했다. “꺼져!” 하지만 워낙 무도종사인 육민성은 상대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그는 순식간에
엄진우가 제일 걱정했던 일이 결국 일어났다. 오윤하 이 총명한 여자는 어느새 그의 정체를 알아버렸다. 몇 초의 침묵을 끝으로 엄진우는 그녀 앞의 소파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바로 북강의 명왕, 엄진우야. 그래서 오윤하,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이지?” 오윤하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어요. 평범한 사람은 절대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없겠죠. 그러다 난 북강에 사람을 보내 명왕을 조사했고 운 좋게 명왕의 얼굴을 본 적 있는 병사들을 찾게 되었죠. 그제야 난 당신이 바로 명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지난번 호텔에서 엄진우는 그녀에게 명왕이 언젠가는 그녀를 만나러 올 것이라고 했고, 그 한마디에 오윤하는 엄진우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엄진우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알고 있는 거지? 마치... 그가 명왕인 것처럼! 전에 그녀는 엄진우를 단지 명왕의 부하라고 생각해 이 틀린 생각으로 조사를 이어가며 헛다리만 짚었었다.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예상했어. 내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봤자 정체를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지.” 엄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윤하는 그의 다리에 올라타더니 얼굴을 가까이 밀어붙였다. “저기, 저기! 지금 뭐 하는 거야.” 오윤하의 대담한 행동에 엄진우는 적잖이 놀랐다. 엄진우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오윤하는 부드러운 몸으로 그를 압박하더니 풍만하고 흰 가슴을 그의 몸에 밀착한 채 가볍게 마찰하며 촉촉하게 젖은 혀를 내밀고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나 명왕님 약혼녀잖아요. 근데 여태 날 속였으니 혼 좀 나셔야겠어요. 누워서 움직이지 말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마 명왕님도 원하는 일일 거예요.” 엄진우는 두피가 저렸다. “아니, 이 혼약은 내 사부가 멋대로 정한 거야. 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근데 내가 혼나긴 왜 혼나!” 오윤하는 고개를 젖힌 채 크게 웃었다. 그러더니 하얗고 긴 두 다리를 엄진우의 몸에서 떼더니 그의 맞은편에 앉아
집으로 들어섰는데 집안은 짙은 어둠에 싸인 채 더없이 조용했다. 엄진우는 손을 뻗어 전등을 켰고 집안은 이미 며칠이나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우림은 결벽증이 있어 절대 집이 이렇게 더러워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다? 어디 갔지?” 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회사에서 야근하고 있는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예정아도 안 보이잖아... “아니야! 차라리 없는 게 좋아. 만나면 다투기나 할 걸.” 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혼잣말을 했다. 집에 올라오는 길에 그녀는 어떻게 예우림에게 지난번의 일을 설명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집에 없고 덕분에 엄진우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오윤하가 말한 ‘4번 화합물’은 대체 뭘까?” 그 일을 생각하니 엄진우는 아직도 심장이 살짝 떨렸다. 명왕이 그깟 작은 주사기 하나에 자폭까지 생각했었다니! 만약 뷔젠트가 ‘4번 화합물’을 대량 생산한다면 그들은 대량의 무도종사 부대를 상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용국은 침입에 대해 어떻게 대항해야 할 것인가? 이건 마치 무인지역에 침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청용이 직접 북강에 다녀오는 수밖에 없겠네. 북강 바이러스 연구소의 그 영감들한테 연구하라고 해야겠어.” 그에게는 당시 적이 남긴 주사기 하나가 있었다. 북강 바이러스 연구소는 세계 각지 최고의 뇌과학자와 과학 괴짜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들은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발명품을 대량 연구해 냈는데 만약 엄진우가 그들을 가두고 있지 않았다면, 혹은 한 명이라도 그곳에서 탈출한다면 세계는 바로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엄진우는 청용에게 뷔젠트를 자극하지 않도록 잠시 지하 작전에 돌입하도록 명령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고 어쩌면 뷔젠트가 다시 그들을 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걸 처리한 후 엄진우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하지만 예우림이 없는 밤은 정말 괴로운 밤이다. 그는
비서가 나간 후 엄진우는 다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직원을 채용했지? 지금 회사 직원이 모두 얼마야?” “천 명은 넘는 것 같아...” 소지안은 곰곰이 생각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천 명? 그렇게 많아?” 지성그룹도 직원이 고작 5천 여명인데 막 개업한 기업이 이미 상장 기업과 견줄 만큼 많은 직원을 채용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다. “불야성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는 이미 우리의 상상을 벗어났어. 게다가 전자상거래 라이브 방송도 현재 가장 핫한 산업 중 하나야. 회사 발전 속도가 엄청 나. 그러니 당연히 인력을 더 많이 모집해야지.” 소지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가 말했다. “회사 월 순수익이 얼마나 되지?” “불야성 프로젝트는 아직 운영 전이지만 이미 많은 상인과 계약 끝내고 계약금도 받았어. 예상으로는 아마 월 10억은 될 것 같아. 그리고 라이브 방송은 더 대박이야. 매일 10%의 속도로 급증하고 있어. 이번 달 순수익은 20억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어.” 엄진우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대박, 예우림이 그에게 비담 컴퍼니를 떠넘겼을 때, 엄진우는 절대 이렇게 빨리 발전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이것은 엄진우의 경영 전략뿐만 아니라 소지안의 보조가 있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결과이다. 그녀의 노력이 있었기에 회사는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곧 우리만의 비즈니스 제국을 세울 수 있을 거야.” 엄진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허리를 감싼 손을 더욱 방자하게 움직였다. “지안 씨 도움이 정말 컸어. 역시 성공한 남자 뒤에는 훌륭한 여자가 있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네.” 소지안은 활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은 진짜 잘해. 그렇다면 하나만 물을게. 나랑 우림이 누가 더 좋아...” 엄진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켁켁! 일단 공상청 직원들부터 만나야 할 것 같은데.” 소지안은 그를 향해 눈을 희번덕였다. “역시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