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비담 컴퍼니의 소방, 재무, 인사 등 각 방면의 구체적인 자료를 조사할 생각이니 빨리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하세요!” 두 사람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 콧구멍을 하늘로 쳐든 채 소지안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소지안이 다급히 말했다. “두 분, 요즘 회사 업무가 워낙 바쁘다 보니 어떤 부분은 미처 보완하지 못했어요...” 만약 불법 고용과 탈세만 조사한다면 그녀는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비담 컴퍼니는 아직 신생 회사이고 요즘 너무 빠르게 확장하다 보니 경영상 누락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상대가 이 일을 문제 삼아 스캔들을 퍼뜨린다면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은 역시 이 방법은 늘 효과가 있다는 듯 서로를 마주 보며 피식 웃었다. 한 방에 상대의 기를 꺾어 버리다니. 그 중 한 사람이 마른기침을 하며 말했다. “소지안 부대표님, 우리도 그렇게 딱딱한 사람들이 아니에요. 정책이 있으면 대책도 있기 마련이죠. 우리 같은 공무원들은 늘 기업들과 교류해 오다 보니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자 다른 사람도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도 헛걸음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가 이 일로 공상청만 몇 번을 드나들어야 하는데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기엔.... 휴...” 소지안은 바로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아, 뒷돈을 달라는 얘기였군. 그녀는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저 핑계를 대어 일부러 난감하게 굴며 이 기회에 뇌물을 요구하는 것뿐이다. “두 분 말씀 잘 들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절대 헛수고하게 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릴게요.” 소지안은 바로 몸을 일으켜 접대 실에서 나와 비서에게 말했다. “파텍필립 최신 모델 시계 두 개 준비해서 일반 브랜드 케이스에 포장해. 그리고 봉투 두 개도 준비해서 각각 200만 원씩 현금으로 넣어.” 개한테 고기 던져주는 셈 치지, 뭐. 그러자 비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부대표님, 봉투는 이해할 수
“뭐 하려고?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늘 이래왔어. 그런데 진우 씨가 그걸 어떻게 파괴하겠다는 거야.” 소지안은 순간 긴장한 마음이 들었다. “걱정하지 마. 나한테 생각이 있어. 그러니 한 번만...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내버려둬.” ... 접대실. 엄진우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들어왔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두 분 오래 기다리셨죠? 너무 죄송하네요.” ‘이때 소지안이 뒤따라 들어오며 말했다. “이분은 우리 비담 컴퍼니의 엄 대표님이세요.” 그러자 두 사람은 금세 환히 웃으며 말했다. “엄 대표님이시구나, 많이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이리 큰 회사를 이끄시다니, 정말 훌륭하시네요.” 엄진우는 예의 있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좋게 봐주신 덕분이죠. 소 대표님에게서 들으니 우리 비담 컴퍼니 일로 친히 먼 길을 와주셨다고요? 정말 애쓰셨어요. 성의를 담아 작은 마음을 준비했으니 부디 사양하지 마시고 받아주세요.” 소지안의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가 들려있었다. 하지만 두 공무원은 그 봉투를 보고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저 두께로 봤을 때, 기껏해야 200만 원이다. 멀리서 왔는데 고작 200만 원씩만 줄 생각을 하다니,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아직 철이 못 들었군. 비담 컴퍼니의 가치가 얼만데, 지금 장난하는 건가? 두 공무원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뭘 이런 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보다 실용적인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죠.” 그들은 엄진우에게 시계나 차와 같은 선물을 달라고 암시했다. “실용적인 거요? 아, 두 분 담배 피우시던데 이 재떨이 어떠세요? 나중에 이것보다 더 좋은 재떨이로 몇 개 보내드릴게요. 아주 실용적이죠.” 엄진우의 말에 두 공무원은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역시 모자란 놈이군, 말귀를 못 알아듣네. 세상 물정에 깜깜한 놈. “됐다, 됐어. 수고비는 받았으니 그만해.” 그중 한 공무원은 인내심을 잃고 이 정도로 끝내려고 했다. 작은 돈 때문에 소란을 피우는
쾅! 두 사람은 바로 엄진우 사무실로 쳐들어갔다. 대표 사무실에서 엄진우, 소지안 그리고 몇 명의 비서들이 한창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니, 두 분 왜 다시 돌아온 거죠? 뭘 두고 가셨나요?” 엄진우는 일부러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표정에 두 사람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 대표! 봉투에 든 물건, 당신이 직접 넣은 거 맞습니까?” “네. 그런데요.”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두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분 생각이 맞았어요.”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 “하하! 엄 대표 지금 우리 체면을 바닥에 뭉개버리고 당당하게 나오시네요.” 두 공무원은 완전히 화가 나서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의 권력으로는 그 어떤 절차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당신 회사에 대해 정리 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비담 컴퍼니는 최소 3개월을 운영 정지당하겠죠. 그뿐만 아니라 각종 벌금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심각한 경우 비담 컴퍼니는 파산할 것이고 두 대표님은 사이좋게 콩밥 먹으러 가는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위협에도 엄진우는 그저 사무용 의자에 앉아 시큰둥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심지어 뒤에 있던 소지안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하하!” “푸하하하하!” 순간 사무실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의 말은 아주 근거 있는 말이다. 그런데 왜 저 남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거지? “보아하니 비담 컴퍼니는 우리 두 사람을, 아니 공상청을 아주 만만하게 보고 있네요.” 두 공무원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다른 기업 대표들은 늘 그들에게 공손하고 예의 있게 대했건만, 비담 컴퍼니에서는 그들을 웃음거리로 생각하다니. “공상청의 이름으로 알릴게요. 비담 컴퍼니는 심각한 불법 경영 행위로 지금부터 무기한 영업 정지 조치에 들어갈 거예요. 추후 비담 컴퍼니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를
“오 주임이라면 설마 공상청 최고 책임자 그 오주임 말하는 거예요?” 두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공상청 최고 책임자 오 주임, 심지어 같은 내부 직원들도 반년에 한 번이나 얼굴을 볼 법한 인물이다. 엄진우는 다리를 꼬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기다려보면 알게 되겠죠.” 2분 뒤, 한 사람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들의 직속 상사인 정 과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다. 상대는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과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과장님의 분부로 지금 비담 컴퍼니의 탈세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있습...” 그러자 전화기 저편에서 분노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개새끼들아! 차라리 뒤져버려! 당장 엄 대표님에게 사과하고 돌아와! 내가 언제 비담 컴퍼니로 가라고 했어?! 오 주임님께서 직접 연락오셔서 나한테 따지셨어! 멍청한 것들 때문에 내가 욕먹게 생겼잖아!” 그 말에 두 공무원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사색이 되어버렸다. 오 주임이 정말 정 과장에게 물었다고? 아니, 분명 정 과장님이 시켜서 한 일인데 이제 와서 모든 것을 우리 두 사람에게 떠밀다니? 우릴 버리시겠다는 건가? 상대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끄고 엄진우를 바라보았는데 말 못 할 굴욕감이 치솟아 올랐다. 모욕을 당한 것도 모자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니.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뭐죠? 왜 아무런 반응도 없는 거죠? 아, 내 의사 표현이 명확하지 않았나 보네요. 소 대표, 오 주임한테 다시 연락해서 직접 오라고 해.” “아니요!” 두 사람은 혼비백산하여 털썩 무릎을 꿇었다. “엄 대표님, 제발 살려주세요.” “우리가 대단한 분도 못 알아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이건 실수입니다. 사과드리고 반성하겠습니다. 우릴 개처럼 생각하시고 등에 타셔도 좋습니다.” “고맙지만, 그런 취향은 없어요.” 그제야 소지안은 미소를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동종업자들의 악의적인 신고를 또 받게 된다면 당신
“왕자병!” 소지안은 엄진우의 오만함을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이 두 눈을 희번덕이며 말했다. 나라에 맞설 만큼 강해질 수 있다는 건가? “휴... 아무튼 내 상사니까 그 말 들을게.” 소지안은 이내 엄진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당신은 내 남자니, 나 소지안은 앞으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거야.” “아, 대표님, 부대표님. 아까 두 공상청 직원 외에도 기다리시는 분이 더 계십니다. 집행청 조 청장님이라고 접대 실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때 비서가 갑자기 말했다. 엄진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조연설?” “네.”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 성질 더러운 조연설을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다니, 이따가 나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건 아니겠지? “죄송합니다. 아까 사태가 워낙 긴장하다 보니 제가 말할 타이밍을 찾지 못해서...” 비서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말했다. 엄진우는 대답할 겨를도 없이 다급히 접대 실로 달려갔다. 조연설은 군복 차림으로 긴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린 채 엄숙하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는데 군복은 그녀의 화끈한 몸매를 그대로 그려냈다. 정장 차림의 엄진우가 들어서자 그녀는 저도 몰래 턱을 치켜올리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대표가 되더니 많이 변했네? 역시 옷이 날개야. 이제야 그나마 봐줄 만해.” 엄진우는 난감한 듯 마른기침을 해댔다. “조 청장, 우리 약속은 다음 주가 아닌가? 근데 뭐가 그리 급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그 말에 조연설은 순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뭔 개소리야! 나 그 일 때문에 온 거 아니거든!”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반쯤 열린 지퍼 속으로 그녀의 희고 풍만한 가슴을 들여다보았다. 조연설은 저도 몰래 뒤로 몸을 피하며 말했다. “야, 변태!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나 오늘 중요한 일 때문에 찾아온 거야.” 그러자 엄진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말해. 나 듣고 있어.” 조연설
전화기 저편의 독고준은 깜짝 놀랐다. 강남성의 절반 이상의 지하 세계를 물려받은 이래, 엄진우는 처음으로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엄진우의 살기등등한 말투에 독고준은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는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다급히 수만 명의 부하들을 동원해 강남 전체의 관계망을 동원해 예우림과 예정아의 행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비담 컴퍼니. 조연설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엄진우,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마. 사람을 찾는 건 우리 집행팀이 전문이야. 민간의 힘만으로 어떻게 찾는다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엄진우의 전화가 울렸다. 엄진우는 전화를 받고 담담하게 말했다. “예정아를 찾았다 이거지? 그래, 알겠어.” 조연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진우가 어디론가 전화를 한 지 이제 겨우 3분이 지났다. 아니, 화장실을 가더라도 3분은 부족한 시간이다. 어떻게 한 거지? “조 청장, 나 사람 찾으러 갈 테니까 다시 연락해.” 엄진우는 상대에게 질문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떠나갔다. 회사 밖. 독고준은 이미 몇몇 지하 세계의 거물들을 거느리고 검은 우산을 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과 약 500미터 떨어진 거리에는 수십 대의 검은색 승합차가 세워져 있었고 옆에는 적어도 수천 명의 부하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엄진우는 다급히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됐어? 소식은 있어?” 독고준은 바로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예우림 씨는 아직 찾지 못했으나 예정아는 두 군데서 행방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예씨 저택, 다른 한 번은 빗소리라는 클럽으로 예우림 씨의 집과 아주 가까운 클럽입니다.” 엄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일단 그 클럽부터 포위하고 주변 인간들 다 치워. 난 일단 예씨 저택으로 다녀올게.” 예씨 저택. 예흥찬은 거실에서 메이드의 마사지를 받으며 담배를 빨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엄진우가 쳐들어왔다. “영감, 예정아 당신이 보낸 거 맞죠?” 예흥찬은 이미 짐작했
“엄진우 님, 준비는 끝났으니 이젠 쳐들어갈까요?” 엄진우가 돌아오자 독고준은 공손히 물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그로서는 엄진우만 꽉 잡으면 앞으로 더 큰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독고준은 꿈과 야망이 아주 큰 사람이다. 그러니 그는 절대 지하 황제라는 위치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독고 회장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절대 아무도 들이면 안 돼.” “알겠습니다. 파리 새끼라도 들어가려고 한다면 제가 밖에서 바로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독고준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클럽에 들어서자 희미한 조명과 술잔 속의 술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이미 혼돈이라는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정도이다. 남녀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엉망이 된 옷차림으로 서로 뒤엉켜 있었고 심지어 화장실에서는 간드러진 여자의 신음이 들려왔는데 소리만 들어도 안에서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빗소리’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탕한 장소다. “불법 클럽이네. 온갖 더러운 것이 한데 뒤엉켰어. 성병에 흰가루에...” 예정아가 이런 곳에 드나들었다는 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엄진우는 바로 걸어가 종업원에게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물었다. “저기요. 이런 여자 본 적 있어요? 본 적 있으면 알고 있는 모든 걸 알려주세요.” 종업원은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 보는 여잔데요? 본 적 없어요.”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물었다. “똑똑히 보세요. 정말 이런 여자 본 적 없어요? 여기 자주 오는 여자일 텐데.” “본 적 없다면 없는 줄 알아야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술 안 살 거면 절로 꺼져!” 상대는 바로 인내심을 잃고 무례하게 말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지폐 뭉치를 꺼내 종업원 앞에 내밀며 다시 물었다. “확실해?” 종업원은 순간 안색이 확 변하더니 태도가 완전히 뒤바뀌었
그 싸늘한 눈길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만 같았다. 종업원은 겁에 질린 채 그대로 얼어붙어 우물쭈물 말했다. “설마 우리 사장님한테 찾아가려고요? 미리 말해두는데 그쪽이 그 여자와 어떤 관계이든 간에 위험한 일은 하지 마세요. 우리 사장님 보통 사람 아니에요. 배경이 아주 어마어마하다고요. 그쪽이 목숨을 거는 건 상관없는데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세요.” 이때 엄진우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4천만 줄 테니 앞장서!”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고요. 저한테 일억을 준다고 하셔도 전 죽을 길은 택하지 않아요.” 종업원은 바로 아까 받았던 수표를 엄진우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이거 안 받을 테니까 당장 가세요. 아니면 사람 불러 내쫓을 겁니다.” 엄진우는 눈꺼풀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아.” 퍽! 순간, 바에서 격렬한 소리가 들려왔고 종업원의 머리는 두 쪽으로 터져버린 채 피가 사방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클럽은 일시에 정지된 것처럼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사람들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강도가 들어와 사람을 죽였다!” “여기 경호원 없어? 사람이 죽었다고!” 클럽 내부는 순간 혼란에 빠져버렸다. 이때 문신투성이의 건장한 남자 몇 명이 급히 달려왔다. 바에서 처참하게 죽은 종업원과 엄진우를 번갈아 보던 남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너 누구 사람이야? 감히 우리 빗소리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엄진우는 덤덤하게 눈꺼풀을 치켜올렸다. 그런데 이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 엄진우에게 욕설을 내뱉던 남자의 머리도 두 쪽으로 갈라져 버렸고 피가 터져 나왔다. “여기 사장 불러.” 엄진우는 아주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장면에 클럽 타수들은 깜짝 놀라 자리에 주저앉더니 사색이 되어 말했다. “빨리! 빨리 사장님 불러! 무도종사가 왔잖아!” “우리 사장님도 무도종사야! 심지어 내력 종사라고! 사장님이 오면 넌 절대 여길 살아서 못 나가!”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