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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난 남편이 강지수, 하연이와 함께 밤늦게까지 놀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내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안아주고 내게 키스해 주었다

“여보, 산후조리 다 끝났으니까 우리 한번...”

“안돼, 의사가 최소 3개월은 쉬어야 한다고 했잖아.”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지금은 기분이 별로야. 저 네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

난 그의 뒤에 있는 사진들을 가리켰다.

표정이 침울하게 바뀐 그가 침대에서 내려갔다.

“지금 그런 얘긴 왜 하는 건데?”

“이미 떠난 아이들이야. 아직 미련이 남은 거야?”

그리고 그는 문을 거칠게 열고 방을 나갔다.

처음으로 남편이 나에게 화를 냈다.

‘그래, 자기도 두렵겠지.’

‘인간인 이상 양심이 있는데 자신의 네 아이를 죽이고 어떻게 태연할 수 있겠어?’

난 침대에 누운 채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웠다.

남편이 오늘 밤은 나와 함께 자지 않고 서재에서 자겠다고 했다.

잠시 후 다른 방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문을 열어 확인했는데 남편이 강지수의 방으로 들어갔다.

‘강지수,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벌써부터 현성 씨를 빼앗아 보겠다고?’

나는 살금살금 방을 나와 강지수가 있는 방문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안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현성 씨, 드디어 매일 자기를 볼 수 있게 됐네? 늘 당신 생각만 했어.”

“지수야, 나도 늘 네 생각뿐이었어. 빨리 옷부터 벗어봐.”

남편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나는 휴대폰을 문틈에 넣고 그 둘이 하는 모든 짓을 찍었다.

이튿날 아침, 강지수가 남편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내게 말했다.

“봤죠? 현성 씨 마음속엔 저밖에 없더라고요.”

“축하드려요. 곧 현성 씨와 잘 될 거 같네요.”

사실 남편이 나와 이혼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 집안에서 남편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뭣대로 이혼할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남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강지수는 즉시 하던 말을 멈추었다.

난 바로 남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여보, 내일 일요일이니까, 나랑 방탈출 게임하러 같이 가주면 안 돼?”

남편은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

“그러자.”

난 마음속으로 냉소했다.

남편은 지금 내가 쳐놓은 올가미 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오고 있었다.

옆에 있던 강지수의 눈은 분노로 번득였지만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다음날, 남편은 개인차를 운전해 나와 함께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갔다.

전에도 남편은 자주 나와 함께 이렇게 놀러 나오곤 했다.

그는 겁이 많아서 매번 다른 사람과 팀을 짜야했다.

하지만 이번 주제는 “우리 아이를 찾아서”였다.

부부가 죽은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이 컨셉이다.

그래서 인원은 남편과 나 2명이면 충분했다.

남편은 게임장에서 이 주제를 듣고는 안색이 불편하게 변했다.

“여보, 주제를 바꾸면 안 돼?”

난 바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안돼, 난 이게 너무 하고 싶단 말이야. 걱정 마, 내가 당신 지켜줄게. ”

남편은 어쩔 수 없이 내게 끌려 함께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남편은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를 덥석 붙잡았다.

“여보, 이제 첫 관문이야. 아직 연기자들이 나온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겁을 먹고 있어?”

“아... 난 괜찮아.”

그는 급히 일어섰다.

‘기대해, 더 멋진 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난 진작에 게임장 직원들과 말을 해두었고 이번 기회에 남편에게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래서 두 번째 관문은 단독 수행 임무였다.

남편을 들여보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아이들이 그를 아빠라고 부르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남편은 놀라서 계속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난 너희들을 죽이지 않았어.”

그리고 그는 놀라서 그대로 기절했다.

난 기절한 남편을 병원에 데려다주었다.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 다시는 방탈출 게임장에 함께 놀러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뭐, 괜찮아. 방탈출 게임장에 굳이 갈 필요도 없지.’

‘그냥 집에서 귀신인척 놀라게 해 주면 되니까.’

‘밤마다 놀라게 해서 내 죽은 아이들을 생각나게 해 주지.’

저녁에 분장을 하고 가짜 아기를 안고서 그의 방으로 찾아갔다.

진작에 전기 스위치를 내려놓았고 마침 강지수도 오늘 일이 있어서 외출한 후였다.

남편은 나를 보더니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난 저승사자야. 네가 어떻게 아이들을 죽였는지 사실대로 말해. 그렇지 않으면 널 지옥으로 데려다 주마.”

남편은 엎드려 머리를 끌어안고 몸을 떨었다.

“제가... 제가 던져서 죽였습니다.”

“네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지?”

“증... 증거 있습니다. 제 컴퓨터에...”

여기까지 말하고 남편은 기절해 버렸다.

증거가 있다는 말에 난 정말이지 너무 놀랐다.

난 방에서 나와 남편의 서재로 갔는데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었다.

그의 컴퓨터 안에는 중요한 업무 자료들이 많았고 남편과 남편의 누나인 진현영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비밀번호를 몰랐다.

다음날 남편은 아침 일찍 회사에 갔고 난 형님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집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는데 찾아온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더는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형님은 평소에도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래서 나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만약 시아버지가 회사를 함께 관리하라고 하지 않았다면 형님 역시 남편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몰랐을 것이다.

난 형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형님, 후계자 자리 원하지 않으세요?”

형님은 그제야 사람들과의 대화를 멈춘 후 집사에게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지시했다.

“방금 그게 무슨 말이야?”

형님은 소파에 앉아 나를 바라보았다.

진씨 집안에는 형님과 남편만 있었다.

시아버지는 둘 모두를 아주 잘 대해 주셨다.

그렇지만 후계자로 단 한 사람만 선택받게 된다.

남편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형님은 실력으로 그 자리를 가질 수 없었다.

“다음 달 1일이 아버님이 후계자를 발표하는 날이죠? 제가 후계자 자리를 갖도록 도와드릴 테니 남편의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려주세요.”

“내가 올케를 어떻게 믿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뭘 하려는 건데?”

형님은 시큰둥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제 네 아이를 현성 씨가 죽였어요. 그래서 전 후계자 발표일에 그 복수하려고요.”

이 말을 하자 형님은 놀라며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계속해서 모든 사실을 털어놓자 비로소 형님은 나를 완전히 믿었다.

형님도 참지 못해 한마디 했다.

“이런 진현성, 인간 같지도 않은 놈.”

‘그래, 나도 그 자식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 사람이 제 네 아이를 죽였으니 난 그 사람이 그냥 편안하게 살도록 둘 수 없어요.”

형님과 공감대가 형성되고서 난 그 집에서 나왔다.

집에 돌아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남편의 서재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USB를 꽂는 것이었다.

‘정말 남편이 내 아이들을 죽였다는 증거가 있었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동영상을 찍어서 남긴 거지?’

‘상관없어. 이제 확실한 증거를 잡았으니까.’

난 동영상이 복사되는 동안 누군가 서재에 들어올까 봐 긴장했다.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서재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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