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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집에 도착하자마자 난 너무 피곤하다고 말하고는 호민이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천천히 정리하고 싶었다.

‘남편은 왜 나와 아이를 낳아 강지수의 딸에게 적합한 골수를 찾으려 한 거지?’

‘상식적으로 이런 방법은 성공할 확률이 아주 낮은데 말이야.’

난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강지수의 딸이 남편의 친딸인 거야. 그래서 남편과 나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하연이의 골수 조직과 일치할 확률이 높은 것이고.’

내 앞 벽에 걸려있는 네 아이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얘들아, 걱정하지 마. 이 엄마가 너희들 복수 꼭 해줄게.’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있다.

지금 보니 그건 사실인 것 같았다.

이후 먼저 몸을 잘 추스른 난 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호민이를 친정 엄마에게 맡겼다.

산후조리가 끝난 후 내 첫 번째 일은 강지수에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강지수는 남편의 첫사랑이다.

두 사람은 일찍이 4년 동안 함께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도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헤어졌고 남편은 바로 나와 선을 보고 결혼했다.

보아하니 남편이 나와 결혼한 첫 번째 목적이 골수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강지수는 아직 병원에 있었다.

전에 남편이 혜성병원에 있다고 한 게 기억나서 비교적 빨리 그녀를 찾을 수 있었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하연이를 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연아, 이제 넌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어.”

하지만 하연이가 찾은 정상적인 삶은 내가 다섯 번 임신해서 네 아이를 떠나보내고 얻은 것이었다.

자식은 모든 엄마에게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존재이다.

난 서른도 안 돼서 그런 네 명의 아이를 잃었다.

주먹을 불끈 쥔 나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다.

마음을 추스르고 선물을 들고 병실로 들어갔다.

강지수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긴 어쩐 일이죠?”

“하연이가 적합한 골수를 찾았다고 들었어요. 수술이 잘됐다고 해서 이렇게 보러 온 거예요.”

난 차분히 말을 했다.

“정말 그 일로 여길 왔다고요?”

그녀는 나를 경계했다.

어쨌든 전에 난 그녀와 몇 번 다툰 적이 있었다.

그녀가 남편과 너무 가깝게 지내서 질투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번인가 남편이 강지수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와 말다툼을 했다.

“이제 깨달았어요. 현성 씨의 마음속에 여전히 당신밖에 없다는 걸요. 그래서 이제 고집부리지 않으려고요.”

“현성 씨와 다시 잘해보고 싶다면 내가 양보할게요.”

말을 하면서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서 가만히 하연이의 머리카락을 뽑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믿지 않았다.

“지금까지 현성 씨를 그렇게나 사랑했는데 이제 와서 포기하겠다고요?”

“현성 씨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요. 나도 이제 지쳤어요. 지수 씨가 내 말을 못 믿겠다면 잠시 우리 집에 와서 지내도 돼요. 난 더 이상 두 사람을 막을 생각이 없어요.”

이 말을 하고 병실을 나왔다.

난 그녀가 반드시 우리 집으로 와서 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에 남편이 그녀에게 집에 와서 함께 살라고 제안했었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흐지부지됐었다.

난 아까 뽑은 하연이의 머리카락을 감정기관에 가져가서 친자 확인을 했다.

한 시간 후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하연이가 현성 씨 딸이었어.’

친자확인서를 꼭 쥔 내 마음이 아파왔다.

‘난 현성 씨를 지금껏 오랫동안 사랑해 왔는데 그 사람은 나를 그저 아이를 낳는 도구로 사용했을 뿐이었다니.’

‘차라리 잘됐어. 이제라도 내가 그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됐으니까.’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은 이미 음식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매우 기쁜 듯 나를 껴안았다.

“지수가 집으로 들어오게 허락했다면서? 여보, 큰 결정 해줘서 너무 고마워.”

난 그가 이렇게 기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나도 그를 안았다.

“당신이 지수 씨를 잘 도와줘야 해. 내가 같은 여자라서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알았어.”

그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때 강지수가 하연이와 함께 집에 도착했다.

남편은 흥분한 얼굴로 하연이를 덥석 안아 들었다.

“하연아, 삼촌이 맛있는 거 많이 만들었으니 어서 가서 먹자.”

남편은 강지수의 아이에게 세심했는데 내 다섯 아이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이 순간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은 완전히 부서져 내렸다.

강지수가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희선 씨 말이 맞는 거 같네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열심히 해보세요. 되도록 빨리 현성 씨의 마음을 잡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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