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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난 아니야.”

울먹이는 눈으로 남편을 보며 말했다.

“난 당신 컴퓨터 비밀번호도 모르잖아.”

그때 하연이는 한쪽에 앉아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형님이 급히 나를 도왔다.

“내가 봤는데? 안돼? 회사는 우리 둘이 관리하는 것으로 했으니 나도 자료 정도는 볼 수 있잖아?”

이 말을 듣고 남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치 형님이 컴퓨터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을 잊은 듯 놀란 얼굴이었다.

“무슨 자료를 봤는데?”

“그냥 월간 보고서만 잠깐 봤어.”

형님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남편의 긴장된 표정이 그제야 좀 가라앉았다.

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형님이 떠난 후 남편은 가장 먼저 서재로 향했다.

컴퓨터 비밀번호를 변경하려고 그런 것 같았다.

저녁에 남편은 나를 안고 잠을 잤다.

남편과 함께 자고 싶지 않지만 남편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남편은 내 귓가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리 아이 좀 더 낳을까?”

“내가 요즘 계속 꿈을 꾸는데, 죽은 아이들이 나를 찾아오는 꿈을 꾸거든.”

‘흥, 알고 보니 이것 때문이었군.’

난 이 기회에 남편이 내 아이들을 묻은 곳을 알아내고 싶었다.

처음부터 남편이 아이들을 모두 묻었고 그 장소는 내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몸이 안 좋아. 의사 선생님이 내가 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몸이 많이 상했데.”

“그리고 나도 요즘 아이들 꿈을 꿔. 현성 씨가 나 좀 아이들 무덤에 데려다 줄래?”

순간 당황한 남편의 몸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내일 데려다줄게.”

다음날 남편은 나를 데리고 아이들의 묘지로 갔다.

네 명의 아이를 한 곳에 묻었는데 이름도 미처 짓지 못하고 죽어서 묘비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난 입을 가린 채 통곡했다.

태어난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분명히 남아있었다.

‘모두 아주 귀엽고 건강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차가운 땅속에 누워있다니.’

남편은 묘비에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나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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