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싹.경쾌한 손바닥 소리가 취조실에 울려 퍼졌다.정적이 흘렀다.조명주는 멍해져서 온몸이 굳었다.허......이미 저질러버린 임유환도 나지막이 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좀 충동적이었음을 깨달았다.아무리 화가 났어도 여긴 때리는 게 아닌데......“으아!”잠깐 벙쪄있던 조명주가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졌다. “임유환 죽여버릴 거야!”“이거 놔!”그녀는 세게 버둥거리면서 계속 으르렁거렸다.임유환의 눈빛이 단호해졌다.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아까 이 여자가 자기한테 총을 쏘고 어머니를 들먹인 것만 생각하면 속에서 열이 끓어올랐다. “조 중령, 좀 가만히 있어!”“가만히 있으라고? 야, 너.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 조명주는 완전히 돌아있었다.이런 변태 자식이 내 순결을 뺏은 것도 모자라서 취조실에서 내 엉덩이를 때리다니!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자식을 죽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작작 좀 해!”임유환이 조명주에게 소리를 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널 도와주는 게 아닌데!”“도와줘? 그게 도와주는 거니?”조명주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이따위 도움을 받을 바엔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그래! 범인 죽였지, 해독까지 해줬지, 이 정도면 도와준 거 아닌가?”임유환이 인상을 썼다.“뭐라고? 해독을 했다고?”조명주가 흠칫 놀라 발악을 멈췄다.“안 그럼, 그쪽이 왜 지금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해?”임유환이 눈썹을 치켜뜨면서 말했다.조명주는 마음이 흔들려서 고개를 돌려 임유환을 바라봤다. “거짓말이지?”“뭔 거짓말을 해.”임유환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조명주는 정직한 임유환의 얼굴을 보면서 눈동자가 흔들렸다.정말 자신이 오해한 걸까?그렇지만...... 호텔 침대 위에 핏자국은 또 뭐고?조명주의 얼굴이 다시 싸늘해졌다. “그러면, 뭘로 해독했는데?”“당연히 호침으로 했지?”임유환은 순수한 얼굴로 대답했다.마음이 흔들린 조명주가 계속 물었다. “그러면 침대
“다 봤구나, 맞죠!”조명주는 숨을 고르면서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임유환을 쳐다봤다.임유환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결국 알아챘구나.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내 탓이지.“말해 봐요, 어딜 봤어요?”조명주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물었다.임유환은 손가락으로 조명주의 가슴 쪽을 가리켰다.조명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없어요.”임유환이 대답했다.휴.조명주는 약간 시름을 놓았다.가슴 쪽만 본 거라면 괜찮았다.속옷을 입고 있었던 게 확실하니까 다 본건 아니었다.그래도, 속옷만 봤다 해도 화가 났다!“이 변태!”조명주가 임유환을 노려봤다.임유환은 조명주가 또 난동을 피우려는 줄 알고 얼른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했다. “중령님, 전 정말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그때는 그쪽이 스스로 옷을 찢었......”“이!”조명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 자식은 왜 본인이 피해자인 척이야!임유환은 조명주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하늘에 대고 맹세까지 했다. “중령님, 맹세해요. 전 진짜 그쪽한테 관심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도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았어요!”조명주의 입술이 달싹이었다.아니 뭘 또 이렇게까지 말해? 내가 되게 별로인 것처럼?“이 나쁜 놈!”조명주가 입을 앙 다물었다.“또 왜요?”임유환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조명주를 쳐다봤다.“그냥 그쪽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거슬려요!”조명주가 낮게 내뱉었다.“네, 그럼 이만 사라질게요.”임유환은 이 시한폭탄을 당장 떠나고 싶었다.“잠깐만, 어딜 가요!”조명주가 임유환을 불러 세웠다. 아까 이놈이 자신의 엉덩이를 때린 일은 짚고 넘어가야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부모님조차 자신의 엉덩이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근데 이 자식은 손댔을 뿐만 아니라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아직도 얼얼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또 무슨 일이시죠?”임유환은 왠지 등골이 서늘해졌다.“왜요, 저랑 있기 싫으세요?”조명주가 인상을
“네?”조명주는 어안이 벙벙해졌다.“네. 그러면 서로 퉁칠 수 있잖아요.”임유환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제법 현명한 척 하며 말했다.“이 개자식이!”조명주는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이건 그냥 놀리는 거잖아!“중령님, 개자식이라뇨. 저도 지금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잖아요.”임유환은 머리가 아팠다.“이게 무슨 방법이야!”조명주는 또 총을 꺼내들 뻔했다.“아니면 일단 뒀다가 나중에 제가 시간 있을 때 다시 볼까요?”임유환이 또 생각하다가 말했다.“아악! 짜증 나 진짜!”조명주는 화가 나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맞은 건 난데 네 시간까지 맞춰야 돼?똑똑똑.이때 취조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조명주는 잔뜩 예민한 얼굴로 문을 확 열었다. “내가 취조하고 있을 땐 방해하지 말라 했을 텐데?”“그...... 조 중령님, 죄송합니다. 연경 쪽에서 전화가 와서요. 지... 지금 당장 풀어주라 합니다.”조 중령이든 연경의 작전 지역이든 다 일개 부대원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연경?”인상을 찌푸린 조명주는 곧 서인아를 떠올렸다.자신이 임유환을 데려간 걸 아는 사람은 서인아 뿐이다. 그리고 오직 서인아만이 연경의 작전 지역 쪽 사람을 끌어들일 능력이 있었다.임유환과 서인아가 꽤 깊게 얽혀있음을 직감했다.“알았어, 지금 풀어줄 거야.”조명주는 평정심을 되찾았다.이 부대원을 난감하게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임유환과의 오해도 풀렸으니까.그렇지 않으면 연락 온 쪽이 연경이 아니라 사령관이신 할아버지라 해도 임유환 이 자식을 곱게 죽이진 않을 것이다!“당신 운 좋은 줄 알아요. 아까 일은 내가 나중에 차차 따질 거니까!”조명주는 임유환을 노려보면서 얘기했다.“아이, 그럼요.”임유환은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었다.나중? 내가 나중에 어디 잡히나 봐라.이 여자를 만날 때마다 꼭 이렇게 불똥이 튄다니까!“중령님, 이제 이 수갑 좀 풀어주시죠?”임유환은 자기가 거의 끊어먹은 수
“유환아!”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임유환을 보는 서인아의 눈엔 다정함이 흘러넘쳤다.“응.”하지만 임유환의 말투에는 어색함이 묻어있었다.서인아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기피하는 듯했다.서인아는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여전히 다정하게 얘기했다. “타, 같이 갈 데가 있어.”“그래.”임유환이 차에 앉았다.“조 기사, 운전해.”서인아의 말투가 다시 차가워졌다.“네, 아가씨!”조 기사는 얼른 시동을 켰다. 아가씨가 이렇게까지 대하는 이 남자는 누구지? 왜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지?가는 길 내내 차에는 침묵이 흘렀다.임유환은 서인아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은 채로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서인아의 눈은 때때로 임유환에게로 향했다.임유환을 바라보는 순간만 차가운 눈길이 아주 옅은 따뜻함으로 일렁이었다.7년이란 시간 동안 그는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져있었다.이렇게 가까이에서 임유환을 바라본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이대로 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서인아는 홀로 소망했다.임유환의 눈은 계속 창밖을 향했지만 마음은 온통 다른 곳에 있었다.서인아가 자기를 어디로 데려갈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후.속으로 한숨을 내뱉은 임유환은 이번에 그때의 진실을 알아낼 것이라 다짐했다.그는 고개를 돌렸다.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던 서인아와 눈이 마주쳤다.순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서인아 역시 임유환이 갑자기 돌아볼 줄은 몰라서 눈에 당황스러움이 스쳤지만 곧 침착해졌다. “밖에 날씨 좋다. 계속 창밖만 바라보네.”“응.”임유환이 대꾸했다.머릿속엔 아까 서인아의 눈빛이 계속 떠올랐다.그리고 서인아 가방에서 떨어졌던 사진과... 서린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설마, 진짜 아직도 나를 좋아하는 건가?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임유환은 이마를 찌푸렸다.마음이 복잡해서 짜증이 났다.“유환아, 왜 그래?”서인아는 임유환이 불편한 줄 알고 다정하게 물었다.“아니야.”임유환이 머리를 저었다.지금 아무 사이도 아닌 서인아에게 사진에 대해서 묻
서인아의 눈동자가 움직였다.과거를 회상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다시 현실이었다.해수욕장?임유환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서인아는 왜 날 여기로 데려온 거지?“유환아, 다 왔어. 내리자.”한참 생각하던 임유환에게 서인아가 다정하게 얘기했다.임유환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서인아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둘은 해수욕장으로 걸어들어갔다.가장 먼저 꽃들과 나무들로 가득한 울창한 숲이 보였다.주위의 풍경이 아주 아름다웠다.조금 더 앞으로 가면 광활한 인공비치였다.모래사장과 맞닿아있는 인공 호수가 에메랄드빛으로 예쁘게 반짝이고 있었다.해변가 옆으로는 빌딩 두 채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게 솟아있었다.그게 바로 S시에서 유명한 호텔 글로리에스였다. 안에는 음식과 숙박을 포함한 초호화 시설이 갖춰져있었다.임유환은 눈앞의 빌딩과 바다를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평소 S시의 해수욕장은 늘 사람으로 붐볐었다.하지만 오늘은 본인과 서인아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설마, 여길 통으로 빌린 건가?“서인아, 여기 전체를 대관한 거야?”임유환은 눈썹을 들썩이며 서인아를 바라봤다.“응.”서인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한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 사람들이 보는 것도 싫고.”“허, 역시 부잣집 아가씨라 그런지 통이 크시네.”임유환은 코웃음을 쳤다.나 같은 놈이랑 다니는 걸 보이기 싫은 거겠지. 명성이 자자한 S그룹 큰 아가씨가 나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랑 있는 게 알려지면 자기 얼굴이 깎일 테니.“유환아, 오해하지 말아줘.”임유환의 차가운 말투에 서인아는 억울했다.그녀는 임유환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가 지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7년 전의 그 일을 겪는다면 누구라도 오해할 만했다.“서인아, 오해고 뭐고 이젠 중요하지 않아.” 임유환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이렇게 전체 해수욕장을 통으로 빌리면서까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데?”이제, 그는 그냥 용건이 끝나면 여길 떠나고 싶었다.서인아와 오래
임유환의 마음이 흔들렸다.서인아답지 않은 질문에 임유환이 말했다. “서인아, 너 어디 아파?”그로써는 가장 그럴듯한 이유라고 생각했다.그렇게 모질게 굴던 서인아가 왜 이제 와서 이런 걸 궁금해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아프냐고?”잠깐 멈칫했던 서인아가 이내 이해하고 살짝 웃으면서 얘기했다. “나 건강해.”“그냥, 이제 다시 볼일 없으면 네가 날 그리워할까 궁금해서.”서인아는 임유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임유환은 망설였다.그럴 리 없다고 대답하고 싶었다.하지만 서인아의 얼굴을 마주하니 도저히 그런 모진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휴.임유환은 깊게 한숨을 내뱉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서인아, 아무리 그래도 자기 인생에 나타났던 사람인데 기억에서 아예 지워버리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알겠어.”서인아의 눈에 옅은 웃음이 서렸다.임유환이 질문을 피한 건 맞지만 이 정도 대답으로 이미 충분했다.임유환은 그녀를 잊지는 않을 것이다.“너 진짜 괜찮은 거 맞아?”임유환은 이마를 찌푸리고 한 번 더 확인했다.기분이 이상했다.서인아가 물어볼 법한 질문이 아니었다.“진짜 괜찮아.”서인아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가를 둘러보면서 옅게 미소 지었다. “유환아, 여기 맘에 들어?”“꽤?”임유환은 서인아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대충 대꾸했다.그녀가 풍경이나 감상하자고 여기까지 데려온 것 같지 않았다.“그러면 여기에서 파티를 열라고 할게, 다섯 날 뒤에.”서인아는 마음먹었다.“파티?”임유환이 고개를 갸우뚱했다.“응.”서인아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며칠 동안, 여기랑 저 호텔 다 대관할 거야. 그리고 엄청 성대한 파티를 열 거야.”“기대돼?”“내가 왜 기대를 해?”임유환이 미간을 찡그렸다.“너를 위한 파티니까.”서인아가 대답했다.“나?”임유환은 어안이 벙벙했다.자길 위해서 파티를 열다니? 그것도 여기 전체를 대관해서? “서인아, 마음은 고맙지만 난 필요 없어.
"서인아, 내가 말했잖아. 네 도움은 필요 없다고!” 임유환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서인아의 말을 끊었다."만약 네가 정말로 나를 돕고 싶다면 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그게 나한테 가장 큰 도움이 되니까!” 그가 정말로 저항한 것은 서인아가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었고, 서인아가 단지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마음이었다. 서인아는 임유환의 짜증 나는 표정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유환아, 난 정말 널 돕고 싶어. 내가 마지막으로 도울 수 있게 해줘……” "말했잖아, 그럴 필요 없어!"임유환이 한 글자씩 강조하며 말했다."그리고 난 지금 너무 잘 살고 있어. 네가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나는……” 서인아는 다른 말을 하고 싶은 눈치였다. "서인아 씨, 더 볼일 없으면 난 이만 갈게. 그리고 축제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나도 가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한 후 임유환은 뒤돌아 해수욕장 입구로 걸어갔고, 그의 미간에는 어둠이 드리웠다. “유환아, 아직 가지 마!” 이를 본 서인아는 하이힐을 신은 채 재빨리 그를 쫓았고, 임유환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단지 가능한 한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유환아!” 서인아는 필사적으로 그를 쫓아갔지만, 하이힐을 신었기에 빨리 걸을 수 없었다. 임유환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본 서인아는 조급해하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 했지만, 발목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며 삐끗하고 말았다.“아!”그녀는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냈고, 하이힐의 굽이 부러졌다. 서인아는 순간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졌고, 그 순간 임유환은 뒤를 돌아보았다.그는 땅에 넘어져 있는 서인아를 발견했고, 한걸음에 다가가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로 자신의 품에 안았다. 여전히 익숙한 느낌이었고, 은은한 체취조차 전혀 변하지 않았다. 임유환의 마음이 떨려왔고, 그의 기억 속에 있던 상념이 갑자기 밀물처럼 쏟아져 나오며 완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임유환의
임유환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서인아의 눈이 흔들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시작할게.” 말을 한 뒤, 그는 서인아의 발을 손에 쥐었다. 그녀의 발이 손에 닿는 느낌은 마치 고급스러운 옥을 만지는 듯했고, 서인아의 눈은 심하게 떨리며 가냘픈 몸은 눈에 띄게 긴장되어 있었다.발목은 여성에게 민감한 부위라고 했던가, 게다가 서인아는 누군가가 자신의 발을 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임유환도 자연스럽게 서인아가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조금 어색했지만 서인아의 발목을 치료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빠르게 치료를 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속으로 생각을 하며 임유환은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었다.한 손은 서인아의 맨발을 가볍게 쥐고, 다른 한 손은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을 편 뒤 부은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임유환의 손가락이 움직이자, 희미한 숨결도 임유환의 손끝을 따라 흘러나와 조금씩 서인아의 부풀어 오른 발목까지 파고들었다.처음에 서인아는 여전히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며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점점 더 많은 숨결이 들어가자 따뜻한 기운이 발목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느낌이 매우 묘했고, 마치 노천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밖은 얼어붙을 만큼 추웠지만 물속은 유난히 따뜻했다.그녀의 몸은 점차 편안해졌고, 고개를 숙인 채 임유환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유환아.”그녀는 붉은 입술을 가볍게 벌리고 임유환의 이름을 불렀다. "응?” 임유환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5일 후 축제에 꼭 오겠다고 약속해 줘.”서인아는 방금 전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인아 씨,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당신 도움은 필요 없어. 난 지금 생활이 너무 좋고 만족해.” 임유환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윤서린 씨가 함께 있어서 그런 거야?” 서인아가 물었고, 이내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해서, 서린 씨가 너무 부러울 때도 있어.” 만약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