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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그가 이번에 함정에 빠진 것은 전적으로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그를 죽이지 않은 것도 그의 신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이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죄송해요, 괜히 저때문에...”

지환은 더는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손을 들어 이서의 얼굴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말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

“너랑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

“저를 유인하기 위해 H선생님을 납치했잖아요.”

‘내가 아니었다면 H선생님도 다치지 않았을 텐데.’

지환 얼굴의 웃음기가 더 깊어졌다.

“너 때문이 아니라 나를 겨냥한 거야. 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야. 그간 알게 모르게 원한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이서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다 알아요. 애쓸 필요 없어요. 모두 저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저한테 전화를 했겠죠...”

지환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는 가늘게 실눈을 떴다.

“전화를 했다고?”

“네.”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다시 원래 모습대로 되돌아왔다.

“괜찮아, 어쨌든 나는 지금 멀쩡하잖아.”

지환의 눈을 보고 있자니, 이서는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자신 때문에 H선생님이 죽을 뻔했다는 생각에 그녀는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지환의 침대 머리맡에서 얘기를 나누던 이서는 고단했는지 그대로 침대 옆에 엎드려 곤히 잠이 들었다.

지환은 살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곤히 잠든 이서는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지환은 가면을 벗고 이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이서는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환은 자상하게 웃으며 옆에 놓인 수건을 들어 이서의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소파에 가서 누웠다.

창밖의 밝은 달빛이 휘영청 방 안을 부드럽게 비췄다. 세상 만물을 이렇듯 고요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지환은 자신의 팔을 베고 조용히 이서를 바라보았다.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병실 안 정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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