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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그럼 가져와 봐.”

민예지는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어르신을 쳐다보았다.

“가져와, 나도 이서가 준비한 선물을 보고싶어.”

직원들은 그제서야 가지러 갔고, 곧 두루마리를 들고 돌아왔다.

펼쳐보니 조지겸의 서예작품이 였다.

이 사람은 업계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다. 민예지가 홧김에 조지겸의 작품을 사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람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이것을 본 민예지는 순간 비꼬는 듯 입꼬리를 굽혔다.

“윤이서, 이것이 바로 네가 준비한 선물이야? 이런 서예가 할아버지의 신분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 동안 할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이뻐해 줬는데.”

다른 사람들도 소곤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괜히 예뻐해줬네, 유명하지고 않는 작품을 선물해주다니.”

“그러니 도련님이 널 안좋아하지, 말만 잘해서 뭐해, 일을 이 따위로 하는데.”

“…….”

평소라면 하은철은 분명 기뻐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괴로웠다.

그는 윤이서를 바라보았다.

윤이서는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예 앞으로 다가왔다.

“몇 억짜리 선물은 분명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저의 전재산이에요.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웅장한 글씨체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도서관에 가서 모든 서예가의 작품을 찾아보니 조지겸이 가장 어울렸습니다.”

“조지겸은 비록 유명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글씨체이기에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민예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하려는 순간 어르신이 떨며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

“조지겸, 정말 그의 작품이란 말인가!”

세월에 날이 간 거친 손은 서예 위로 향했다가 멈췄다. 어르신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이 모습에 다들 놀라 있었다. 필경 어르신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 였기때문이다.

하도훈은 얼른 앞으로 나아가 어르신을 부축였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어르신은 눈을 감으며 손을 흔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입을 열었다.

“50여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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