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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곧 극장 무대의 막이 천천히 올라갔다.

앞줄의 선정위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고 하이먼 스웨이 자리만 비어 있었다.

이서는 이 유명한 극작가를 매우 좋아했다. 특히 그 신랄한 언어 스타일은 종종 이서를 공감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극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서는 기대가 매우 컸다.

이서는 하이먼 스웨이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걷잡을 수 없이 몸 옆을 흘겨보게 되었다.

옆에 앉은 남자의 허벅지는 아직도 이서의 허벅지를 누르고 있었다.

극장 안의 불빛은 이미 어두워졌다.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 다리가 맞붙어있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이서는 당사자로서 그 피부가 맞닿는 느낌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옛날의 기억은 느린 영화처럼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이서는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여광 중 지환의 모습을 지우지 못했다.

왜 그렇게 어려울까?

애초에 하은철을 잊었을 때, 전혀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이서의 생각이 복잡할 즈음,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줄줄이 들려왔다. 이서는 숨을 들이마시고 이 기회를 빌어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한눈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온 하이먼 스웨이를 보았다.

이서는 멍해졌다.

이서는 줄곧 하이먼 스웨이가 백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노란 피부의 아시아인이었다.

그리고 하이먼 스웨이를 보는 순간 이서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느낌은 하이먼 스웨이가 가까워질수록 강렬해졌다.

하이먼 스웨이가 자리에 앉고 나서야 이서는 마침내 뒤늦게 눈을 돌렸다.

이때 자리에 앉은 하이먼 스웨이는 고개를 돌려 이서의 방향을 한 번 보았다.

그러나 시선은 초점을 맞추지 않아 이서는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이먼 스웨이 주변의 프로듀서는 그분이 고개를 돌리는 동작에 주의를 기울여 물었다.

“스웨이 여사님, 왜 그러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이먼 스웨이는 실망한 표정으로 눈을 돌렸다.

왠지 모르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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