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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5화 양심 없는 치들

안금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본 그림자는 아기 모습이었어. 아주 요사스럽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하나 겁나지 않아.”

당시에 봤던 그 장면은 확실히 공포스러웠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던 안금여는 마음이 놓였다.

나중에 아이가 둘이나 생겼다. 그런 귀신 소동을 겪었는데도 말이다.

그 일을 벌였던 자들이 짊어진 죄악은 더 무거울 것이다.

저들 스스로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데 자신이 무서워할 게 뭐가 있겠는가?

성연이 할머니 안금여의 어깨를 토닥였다.

“할머니, 겁내실 거 없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할머니 곁에 있을 거예요.”

“그래, 너희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아니면 이 늙은이는 오래 버티지도 못할 게야.”

안금여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한평생 덕을 쌓고 선을 베푼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지 싶다.

하느님이 이 효심 지극한 자손들을 자신에게 주신 것이다.

이 생에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이미 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안금여.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할머니, 이건 모두 할머니의 공덕이지 저희들이 한 게 아니예요.”

성연이 안금여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

‘맞아, 모두 할머니 당신이 강인하게 견디신 거야.’

다른 노인들이 똑같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할머니 안금여처럼 담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안금여도 평지풍파를 겪은 사람인지라, 어떤 일도 쉬이 놀라게 할 수 없었다.

‘아니, 할머니는 이제 곧 좋아지실 거야.’

“무진아, 성연아, 너희들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할머니 곁에 있어드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니?”

옆에 있던 강상문이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자신은 밖에 일이 있어서 시시때때로 어머니 안금여 옆을 지킬 수가 없었다.

강운경 또한 자신의 가정을 가지고 있었다.

남은 두 사람, 무진과 성연에게 달렸다.

두 사람이 번갈아 오면 된다. 어차피 안금여의 곁에는 반드시 누군가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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