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금여는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른 뒤에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본 그림자는 아기 모습이었어. 아주 요사스럽고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 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하나 겁나지 않아.”당시에 봤던 그 장면은 확실히 공포스러웠다.그러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 보던 안금여는 마음이 놓였다.나중에 아이가 둘이나 생겼다. 그런 귀신 소동을 겪었는데도 말이다.그 일을 벌였던 자들이 짊어진 죄악은 더 무거울 것이다.저들 스스로 부끄러움도 못 느끼는데 자신이 무서워할 게 뭐가 있겠는가?성연이 할머니 안금여의 어깨를 토닥였다.“할머니, 겁내실 거 없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가 할머니 곁에 있을 거예요.”“그래, 너희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아니면 이 늙은이는 오래 버티지도 못할 게야.”안금여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한평생 덕을 쌓고 선을 베푼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지 싶다.하느님이 이 효심 지극한 자손들을 자신에게 주신 것이다.이 생에 더 이상 여한이 없다고, 이미 족하다는 생각을 하는 안금여.‘더 이상 바랄 게 없어.’“할머니, 이건 모두 할머니의 공덕이지 저희들이 한 게 아니예요.”성연이 안금여를 따라 웃으며 말했다.‘맞아, 모두 할머니 당신이 강인하게 견디신 거야.’다른 노인들이 똑같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할머니 안금여처럼 담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안금여도 평지풍파를 겪은 사람인지라, 어떤 일도 쉬이 놀라게 할 수 없었다.‘아니, 할머니는 이제 곧 좋아지실 거야.’“무진아, 성연아, 너희들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할머니 곁에 있어드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니?” 옆에 있던 강상문이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자신은 밖에 일이 있어서 시시때때로 어머니 안금여 옆을 지킬 수가 없었다.강운경 또한 자신의 가정을 가지고 있었다.남은 두 사람, 무진과 성연에게 달렸다.두 사람이 번갈아 오면 된다. 어차피 안금여의 곁에는 반드시 누군가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고택에 고용인이 많은 것
무진과 성연은 조금 전 할머니 안금여가 말한 일들을 돌이켜 보았다. 가슴 저 밑에서 치미는 분노가 아무리 해도 가라앉지가 않았다.성연의 눈동자가 더욱 짙어지며 눈에 차가운 빛이 들어찼다.“이런 무지막지한 수작으로 연약한 할머니를 겨냥하다니!”“범인을 잡기만 하면 절대 편히 숨쉬게 하지 않을 거다.”무진 역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만약 이번에 할머니 안금여에게 무슨 의외의 사고라도 발생했다면 저들 둘째, 셋째 일가는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그냥 두지 않을 거였다.이번에 저들은 진짜 무진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안금여는 두 사람의 음성을 듣고 웃었다.“이번 일은 너희 두 당숙의 짓이 분명해. 저들이 아마 저들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에게서 옛날 그 일을 들어 알게 된 모양이야. 그러나 지금 증거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저들을 처벌할 수는 없어.”무진이 서릿발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증거는 아직 없지만 두 당숙이 암수를 쓸 수 있다면 자신은 왜 안 된다는 말인가.저들에게 한 번 경고해야 한다. ‘지금 북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해야 해.’자신이 WS 그룹을 경영하는 이상, 저들에게는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다.성연도 무진의 의견에 찬성했다.성연 역시 저들을 한 번 제대로 손 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저들은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며 일을 벌일 것이다.“무진아, 네가 무엇을 하려고 하든 또 무엇을 하고 싶든 네 할머니와 고모는 무조건 너를 지지할 거야. 그러나 저들을 꺽고 집안을 지킬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저들과 상대할 때에 반드시 조심해야 해. 절대 일시적인 기분으로 나서서는 안돼. 알겠지?” 아이가 없는 강운경은 오빠와 올케의 아이인 무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오빠와 올케를 볼 면목이 없게 될 테니까.“고모,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많은 가족들을 자신이 보호해야 한다. 그러니 무진은 절대 자기자신을 걸고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지금의 상
다음 날 오후, 할머니 안금여는 퇴원했다.고택으로 돌아온 후, 무진은 더 많은 경호원을 배치해 고택 주변을 지키게 했다.작정하고 빈틈을 노린 사람은 막을 수 없다쳐도, 최소한 귀신 소동을 벌인 사람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소파에 앉은 채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했던 성연은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다.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었다.성연의 눈 밑에 생긴 다크 서클을 본 무진은 속이 상했다.“또 할머니 간병을 너한테 맡기게 됐다.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해.”“아니에요. 난 할머니 돌보는 게 좋아요.” 외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제대로 호강 한 번 시켜드리지 못했었다.외할머니가 안 계신 지금, 천행으로 자신을 이처럼 아껴주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래서 성연은 안금여에게 배로 잘해 주고 싶었다.무엇이든 성연 스스로 자원한 일이다. 만약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자신에게 강요할 수 없다.“졸리면 한 숨 눈 좀 붙여. 이따가 돌아갈 때 깨울게.” 두 사람은 원래 고택에 남아서 할머니 안금여를 돌볼 생각이었다.그러나 안금여는 젊은 두 사람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엠파이어 하우스에 가서 지내다가 일이 있을 때 건너오기로 무진과 타협했다.무진은 할머니가 기분 안 좋을까 싶어 겉으로 승낙하는 척했다.시간이 되는 대로 가능한 한 고택에 머문다면 성연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알았어요.” 성연이 하품을 하더니 바로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다.도저히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이제 집으로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진 것이다.도저히 방법이 없다.곧 소파에서 성연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무진은 성연에게 담요를 덮어준 뒤에 성연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었다.처음에는 자신보다 이렇게 어린 사람을 곁에 두면 마냥 억지를 부릴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하느님이 자신에게 뜻밖의 선물을 주셨다. 이렇게 사리 분명한 성연을 자신의 곁에 보내 주신 것이다.안금여도 무진의 옆으로 다가가서 아무 말없이
안금여는 성연을 서재로 불렀다.이제 막 깨어난 성연은 좀 어리둥절한 채로 눈을 비비며 인사했다.“할머니, 부르셨어요? 근데 무슨 일이에요?”안금여가 고개를 들어 성연을 바라보았다.뚫어져라 쳐다보는 할머니 안금여의 눈빛에 성연이 다소 당황하며 물었다.“할머니, 왜 그러세요?”잠시 후 안금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성연아, 어젯밤에 일이 벌어졌을 때 그때 네가 손을 써서 나를 구한 거니?”성연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재차 물었다.“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비록 얼굴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성연의 가슴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요동치기 시작하며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안금여를 속이는 건 쉽지 않았다.당시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안금여가 알아차렸다니,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역시 왕년의 베테랑?보아하니 앞으로 손을 쓰더라도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하지만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그래?” 안금여는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예리했다.이러다가는 할머니가 금세 자신을 간파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으로 일을 할 때는 두 번 다시 무모하게 나서서는 안 되겠다.할머니에게 들켰을 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성연은 갑자기 피곤함이 엄습했다. 과연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하는 법.앞으로 무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모른다면 됐다. 무진이와 함께 너희 집으로 돌아가. 무진이에게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해. 내가 여기서 너희들 걱정할 필요가 없게.” 안금여는 웃으며 평소의 친근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조금 전의 예리함은 마치 착각인 것 같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할머니, 저희들 가 볼게요. 몸 조심하시고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저와 무진 씨에게 전화 주세요.”안금여가 고개를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오자마자 무진은 여러 가지를 지시했다.곧바로 이터너티 쪽의 수하들에게 두 당숙의 동정을 주시하라고 명령했다.성연도 욕실로 들어가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요즘 한가하지?”지난번에 서한기를 해외로 보내 실종되었던 안금여 일행을 찾게 했었다. 또 당시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동원해서 찾던 중에 여러 방면에서 발각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을 보내기도 했다.그러면서 컨디션이 많이 나빠진 서한기에게 며칠 쉬라고 성연이 특별 지시를 내렸었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제 서한기의 휴가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쉬고 있었어요, 보스. 또 무슨 일이 생겼어요?” 서한기의 목소리는 나른했다.성연이 일을 지시하면 서한기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터였다.그리고 며칠이나 쉬었던 터라 서한기는 자신의 뼈가 흐물해진 느낌이다.‘이럴 때 임무가 있으면 딱이지, 몸도 좀 풀고 말이지.’“요즘은 일이 좀 있어. 네가 우리 애들을 데리고 강명재와 강명기의 범죄 증거들을 수집해 줘. 그리고 나한 테 보고하고.”지금 두 당숙이 돌아와 본가가 점차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 성연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무진 혼자서 그 많은 일들을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도울 수 있다면 최대한 무진을 도와 둘째, 셋째 일가를 철저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고 저들을 남겨 두면 시종 우환 거리가 될 뿐이다.“강명재와 강명기는 이제 막 돌아왔잖아요?” 서한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보스가 강씨 집안으로 시집 간 이후, 서한기가 지금 맡고 있는 임무는 거의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과 관련 있었다.서한기는 자기 보스가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속았을까 봐 걱정이었지만, 몇 차례 일을 하면서 알았다. 무진을 비롯해서 강씨 집안 사람들이 성연에게 잘하고 있어서 안심했었다.“그래, 돌아오자마자 가만히 못 있고 어제 할머니를 놀라게 만들어 입원까지 하셨어.”성연이 냉소를 지었다.“들으니까 강명재, 강명기도 대단한 인물이던데요.” 서한기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서한기 쪽에서 아주 잽싸게 움직여 강일헌이 맡고 있는 지사의 장부에서 문제를 발견했다.성연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이 정보들을 익명으로 무진에게 보냈다.출처가 불명확한 정보에 대해 무진은 경계심을 가진 채 바로 믿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한 둘째, 셋째 일가를 처벌할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무진은 눈 앞의 정보를 노려보았다.만약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강일헌을 처리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무진이 손에 들어온 정보를 손건호에게 보여주고는 사실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정보를 본 손건호가 눈살을 찌푸렸다.“보스, 혹시 둘째, 셋째 일가에서 판 함정이 아닐까요?”순전히 호의로 자신들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어쨌든 이 정보 자체는 둘째, 셋째 일가를 압박하기에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었다.“먼저 가서 알아봐.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무진도 속으로 의심스러웠지만, 이 정보를 마냥 버릴 수도 없었다.미처 손을 쓸 겨를이 없던 차에 누군가 정보를 보내왔다. 기껍게 받지 않을 건 뭐란 말인가?“알겠습니다.” 무진의 지시를 받은 손건호가 바로 조사를 위해 자리를 떴다.그리고 조사 결과, 그 정보의 내용이 사실임이 드러났다.손건호는 눈 앞에서 보고한 데이터를 보면서도 다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둘째, 셋째 일가의 간이 커도 너무 크다.저들은 하나같이 WS 그룹을 자신들의 돈세탁 도구로 삼았다.만약 진짜 강상철, 강상규가 관리했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보스, 이 강일헌은 지사의 사업 항목에서 적어도 4억원을 횡령했습니다. 그 안의 빈 곳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해 두었지만, 자세히 조사해 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손건호가 무진 앞에서 보고했다.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과연 둘째, 셋째 일가야. 제대로 건실한 사람이 하나도 없군.”예전에 무진은 평소 둘째, 셋째 일가 쪽과 다투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만약 진짜 다투기 시작한다면, 둘째, 셋째 일가의 일들은 무조건 드러
강일헌이 착복한 40억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무진은 이 기회를 빌려서 강명재가 머무는 별장으로 직접 찾아왔다.그러나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 하던 무진은 저택 주위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에 의해 저지당했다.처음 이곳에 온 탓에 입구에서 제지를 받은 무진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경비원이 저택 내에 보고하기를 끝까지 기다렸다.경비원의 보고를 들은 강일헌은 처음에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뭐라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강무진인 게 확실해?”지금 이 곳은 자신의 개인 별장이어서,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그런데 강무진은 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찾아온 거지?’‘게다가 뭐 때문에 이런 수고까지 해가면서 나를 찾는 거지?’“확실합니다. 어떻게, 들여보낼까요?” 경비원이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그 시각, 공교롭게 강명재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강일헌이 아버지 강명재를 쳐다보았다.“아버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강명재가 입꼬리를 당겨 올리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들어오겠다면 오라 해. 내가 여기에 있는데, 설마 너를 잡아 먹겠니?”졸아든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 참 한심하게 생각되는 강명재다.보아하니 강무진이 회사에서 집안 사람들을 하도 많이 쳐내다 보니 그 영향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지금도 아들 강일헌이 강무진을 무서워하고 있는 게 보였다.‘내 아들이 강무진 그 놈을 무서워한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앞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야 할 아들이 이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변변찮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강명재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많은 돈을 들여 키워 놓았음에도 아무런 패기도 없이 약해 빠진 모습이 정말 화나게 했다.늘 아버지 강명재를 겁내던 강일헌은 그 순간 강명재의 눈동자가 점점 가라앉는 것을 보고 바로 옆에 선 경비원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가, 가, 빨리 가서 강무진을 데리고 와.”경비원이 밖으로 나간 후에 강일헌은 강명재의 비위
무진의 질문 자체는 좋았지만, 강일헌 스스로 이미 대답을 준비해 두었던 부분들이었다.그러다 갑자기 무진이 말했다.“최근에 네가 맡고 있는 계열사의 회계장부를 다시 살펴보았더니, 40억이 비어.”무진의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강일헌이 당황하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러나 강일헌의 곁에 앉은 강명재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그저 눈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계산이 틀린 거 아니냐? 만약 진짜 결손 부분이 있다면 내 돈으로 메꿔 넣으면 되지, 무슨 문제라고.”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강명재가 무진의 말을 받았다.40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대단히 무성의한 반응에 무진이 눈썹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회사 전체 재무에까지 관련되는 문제입니다.”크고 작은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WS그룹.계열사에서 처리하는 모든 일이 WS그룹 본사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만약 무슨 부정이라도 저지른다면 바로 WS그룹에 영향을 주게 될 게 자명하다.그래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무진은 아주 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하지만 별 대수롭지 않은 듯한 강명재의 태도는 무진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자신이 직접 방문해서 언급한 문제에 대해 한마디 말로 대충 끝내 버리려 하다니.‘설마 이 횡령 건에 강명재도 관여했나? 그래서 자기 돈으로 메꿔 넣어서 일을 축소시키려는 의도인 건가?’강명재는 계속해서 대수롭지 않은 듯한 어조로 말했다.“그게 뭐 대수라고, 돈 메꿔 넣으면 되잖아? 그렇게 크게 부풀릴 필요가 뭐 있어?”강명재는 자연히 강일헌보다 머리가 좋았다. 이 일이 커져 봤자 자신들에게 하나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대충 덮으려 하는 것이다.만일 무진이 이 기회에 또 다시 회사 경영권을 회수해 간다면. 40억 손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이 계열사의 경영권은 40억에 그치지 않는다.무진이 강명재의 생각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강명재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규정에 따르면, 이 일은 반드시 경찰에 넘겨야겠지요.”40억 공금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