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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그 해의 이야기

아들과 딸, 손자와 손부 모두가 애타는 마음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안금여가 당시 있었던 일들을 기억나는 대로 말하기 시작하자, 모두 집중해서 들었다.

당시 야뇨증이 있던 안금여는 원래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가 이상한 종 소리를 들었다.

귀에 익은 듯하다 싶었는데 소리에 이어서 화장실 창문에 창백한 얼굴의 그림자가 보였다.

당시 장면을 떠올리던 안금여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림자만 보인 게 아니라 그 그림자가 네 할아버지의 음성으로 계속 나한테 화를 내며 꾸짖었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머니를 비난할 수 있어요?”

무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금여에게 물었다.

무진의 기억에 두 분은 늘 사이가 좋으셨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할머니가 하자는 대로 따르셨고,

할머니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신 적이 없었다.

할머니에게 화를 낸다, 꾸짖는다 하는 이런 단어가 할아버지에게서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맞아요, 엄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버지가 엄마한테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

강운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했다.

엄마 안금여는 자식들과 손자를 키워냈을 뿐 아니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는 강씨 집안을 지켜 내신 분이다.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몰인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아버지가 엄마를 욕하실 리가 없다.

아이들이 자신을 생각하는 말을 듣고 안금여가 불현듯 웃으며 말했다.

“오래 전 일이야. 당시 동남아의 일부 사업 경쟁자들이 귀신 소동을 벌였어. 당시 나는 너무 놀라서 뱃속의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네 아버지와 크게 싸웠지. 그 일로 몇 년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나중에 다시 임신을 했고. 그 이후 그 기억을 떠올릴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밤 누가 일부러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 거야.”

안금여도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아주 오래 전의 일인데다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누가 이곳에서 귀신을 가장한 연극을 벌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전에 그 일이 있었을 때에 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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