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오후, 할머니 안금여는 퇴원했다.고택으로 돌아온 후, 무진은 더 많은 경호원을 배치해 고택 주변을 지키게 했다.작정하고 빈틈을 노린 사람은 막을 수 없다쳐도, 최소한 귀신 소동을 벌인 사람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소파에 앉은 채 밤새도록 잠을 자지 못했던 성연은 정신이 약간 혼미해졌다.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은 채 정신을 가다듬었다.성연의 눈 밑에 생긴 다크 서클을 본 무진은 속이 상했다.“또 할머니 간병을 너한테 맡기게 됐다.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해.”“아니에요. 난 할머니 돌보는 게 좋아요.” 외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제대로 호강 한 번 시켜드리지 못했었다.외할머니가 안 계신 지금, 천행으로 자신을 이처럼 아껴주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래서 성연은 안금여에게 배로 잘해 주고 싶었다.무엇이든 성연 스스로 자원한 일이다. 만약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자신에게 강요할 수 없다.“졸리면 한 숨 눈 좀 붙여. 이따가 돌아갈 때 깨울게.” 두 사람은 원래 고택에 남아서 할머니 안금여를 돌볼 생각이었다.그러나 안금여는 젊은 두 사람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엠파이어 하우스에 가서 지내다가 일이 있을 때 건너오기로 무진과 타협했다.무진은 할머니가 기분 안 좋을까 싶어 겉으로 승낙하는 척했다.시간이 되는 대로 가능한 한 고택에 머문다면 성연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알았어요.” 성연이 하품을 하더니 바로 소파에 쓰러져 잠들었다.도저히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었다.이제 집으로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며 졸음이 쏟아진 것이다.도저히 방법이 없다.곧 소파에서 성연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무진은 성연에게 담요를 덮어준 뒤에 성연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었다.처음에는 자신보다 이렇게 어린 사람을 곁에 두면 마냥 억지를 부릴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하느님이 자신에게 뜻밖의 선물을 주셨다. 이렇게 사리 분명한 성연을 자신의 곁에 보내 주신 것이다.안금여도 무진의 옆으로 다가가서 아무 말없이
안금여는 성연을 서재로 불렀다.이제 막 깨어난 성연은 좀 어리둥절한 채로 눈을 비비며 인사했다.“할머니, 부르셨어요? 근데 무슨 일이에요?”안금여가 고개를 들어 성연을 바라보았다.뚫어져라 쳐다보는 할머니 안금여의 눈빛에 성연이 다소 당황하며 물었다.“할머니, 왜 그러세요?”잠시 후 안금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성연아, 어젯밤에 일이 벌어졌을 때 그때 네가 손을 써서 나를 구한 거니?”성연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재차 물었다.“할머니,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비록 얼굴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성연의 가슴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요동치기 시작하며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안금여를 속이는 건 쉽지 않았다.당시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안금여가 알아차렸다니,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역시 왕년의 베테랑?보아하니 앞으로 손을 쓰더라도 좀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하지만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그래?” 안금여는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은 여전히 예리했다.이러다가는 할머니가 금세 자신을 간파하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으로 일을 할 때는 두 번 다시 무모하게 나서서는 안 되겠다.할머니에게 들켰을 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성연은 갑자기 피곤함이 엄습했다. 과연 하나의 거짓말을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하는 법.앞으로 무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모른다면 됐다. 무진이와 함께 너희 집으로 돌아가. 무진이에게 조심해서 운전하라고 해. 내가 여기서 너희들 걱정할 필요가 없게.” 안금여는 웃으며 평소의 친근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조금 전의 예리함은 마치 착각인 것 같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할머니, 저희들 가 볼게요. 몸 조심하시고요.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저와 무진 씨에게 전화 주세요.”안금여가 고개를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오자마자 무진은 여러 가지를 지시했다.곧바로 이터너티 쪽의 수하들에게 두 당숙의 동정을 주시하라고 명령했다.성연도 욕실로 들어가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너 요즘 한가하지?”지난번에 서한기를 해외로 보내 실종되었던 안금여 일행을 찾게 했었다. 또 당시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동원해서 찾던 중에 여러 방면에서 발각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을 보내기도 했다.그러면서 컨디션이 많이 나빠진 서한기에게 며칠 쉬라고 성연이 특별 지시를 내렸었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제 서한기의 휴가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쉬고 있었어요, 보스. 또 무슨 일이 생겼어요?” 서한기의 목소리는 나른했다.성연이 일을 지시하면 서한기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을 터였다.그리고 며칠이나 쉬었던 터라 서한기는 자신의 뼈가 흐물해진 느낌이다.‘이럴 때 임무가 있으면 딱이지, 몸도 좀 풀고 말이지.’“요즘은 일이 좀 있어. 네가 우리 애들을 데리고 강명재와 강명기의 범죄 증거들을 수집해 줘. 그리고 나한 테 보고하고.”지금 두 당숙이 돌아와 본가가 점차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 성연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무진 혼자서 그 많은 일들을 다 처리할 수는 없었다. 도울 수 있다면 최대한 무진을 도와 둘째, 셋째 일가를 철저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고 저들을 남겨 두면 시종 우환 거리가 될 뿐이다.“강명재와 강명기는 이제 막 돌아왔잖아요?” 서한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보스가 강씨 집안으로 시집 간 이후, 서한기가 지금 맡고 있는 임무는 거의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과 관련 있었다.서한기는 자기 보스가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속았을까 봐 걱정이었지만, 몇 차례 일을 하면서 알았다. 무진을 비롯해서 강씨 집안 사람들이 성연에게 잘하고 있어서 안심했었다.“그래, 돌아오자마자 가만히 못 있고 어제 할머니를 놀라게 만들어 입원까지 하셨어.”성연이 냉소를 지었다.“들으니까 강명재, 강명기도 대단한 인물이던데요.” 서한기가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서한기 쪽에서 아주 잽싸게 움직여 강일헌이 맡고 있는 지사의 장부에서 문제를 발견했다.성연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이 정보들을 익명으로 무진에게 보냈다.출처가 불명확한 정보에 대해 무진은 경계심을 가진 채 바로 믿지는 않았다. 그러나 또한 둘째, 셋째 일가를 처벌할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무진은 눈 앞의 정보를 노려보았다.만약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강일헌을 처리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무진이 손에 들어온 정보를 손건호에게 보여주고는 사실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정보를 본 손건호가 눈살을 찌푸렸다.“보스, 혹시 둘째, 셋째 일가에서 판 함정이 아닐까요?”순전히 호의로 자신들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어쨌든 이 정보 자체는 둘째, 셋째 일가를 압박하기에 충분한 이용 가치가 있었다.“먼저 가서 알아봐.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고.” 무진도 속으로 의심스러웠지만, 이 정보를 마냥 버릴 수도 없었다.미처 손을 쓸 겨를이 없던 차에 누군가 정보를 보내왔다. 기껍게 받지 않을 건 뭐란 말인가?“알겠습니다.” 무진의 지시를 받은 손건호가 바로 조사를 위해 자리를 떴다.그리고 조사 결과, 그 정보의 내용이 사실임이 드러났다.손건호는 눈 앞에서 보고한 데이터를 보면서도 다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둘째, 셋째 일가의 간이 커도 너무 크다.저들은 하나같이 WS 그룹을 자신들의 돈세탁 도구로 삼았다.만약 진짜 강상철, 강상규가 관리했다면, 그 결과는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보스, 이 강일헌은 지사의 사업 항목에서 적어도 4억원을 횡령했습니다. 그 안의 빈 곳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해 두었지만, 자세히 조사해 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손건호가 무진 앞에서 보고했다.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과연 둘째, 셋째 일가야. 제대로 건실한 사람이 하나도 없군.”예전에 무진은 평소 둘째, 셋째 일가 쪽과 다투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만약 진짜 다투기 시작한다면, 둘째, 셋째 일가의 일들은 무조건 드러
강일헌이 착복한 40억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그래서 무진은 이 기회를 빌려서 강명재가 머무는 별장으로 직접 찾아왔다.그러나 저택 안으로 들어가려 하던 무진은 저택 주위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에 의해 저지당했다.처음 이곳에 온 탓에 입구에서 제지를 받은 무진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경비원이 저택 내에 보고하기를 끝까지 기다렸다.경비원의 보고를 들은 강일헌은 처음에 자신의 귀가 잘못된 줄 알았다.“뭐라고?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강무진인 게 확실해?”지금 이 곳은 자신의 개인 별장이어서,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그런데 강무진은 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찾아온 거지?’‘게다가 뭐 때문에 이런 수고까지 해가면서 나를 찾는 거지?’“확실합니다. 어떻게, 들여보낼까요?” 경비원이 확신을 가지고 대답했다.그 시각, 공교롭게 강명재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강일헌이 아버지 강명재를 쳐다보았다.“아버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강명재가 입꼬리를 당겨 올리며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들어오겠다면 오라 해. 내가 여기에 있는데, 설마 너를 잡아 먹겠니?”졸아든 모습을 보이는 아들이 참 한심하게 생각되는 강명재다.보아하니 강무진이 회사에서 집안 사람들을 하도 많이 쳐내다 보니 그 영향이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지금도 아들 강일헌이 강무진을 무서워하고 있는 게 보였다.‘내 아들이 강무진 그 놈을 무서워한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앞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야 할 아들이 이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변변찮은 놈이라고 생각하며 강명재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그 많은 돈을 들여 키워 놓았음에도 아무런 패기도 없이 약해 빠진 모습이 정말 화나게 했다.늘 아버지 강명재를 겁내던 강일헌은 그 순간 강명재의 눈동자가 점점 가라앉는 것을 보고 바로 옆에 선 경비원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가, 가, 빨리 가서 강무진을 데리고 와.”경비원이 밖으로 나간 후에 강일헌은 강명재의 비위
무진의 질문 자체는 좋았지만, 강일헌 스스로 이미 대답을 준비해 두었던 부분들이었다.그러다 갑자기 무진이 말했다.“최근에 네가 맡고 있는 계열사의 회계장부를 다시 살펴보았더니, 40억이 비어.”무진의 그 말이 떨어진 순간 강일헌이 당황하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러나 강일헌의 곁에 앉은 강명재는 침착하기 그지없었다.그저 눈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계산이 틀린 거 아니냐? 만약 진짜 결손 부분이 있다면 내 돈으로 메꿔 넣으면 되지, 무슨 문제라고.”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로 강명재가 무진의 말을 받았다.40억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대단히 무성의한 반응에 무진이 눈썹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회사 전체 재무에까지 관련되는 문제입니다.”크고 작은 계열사들로 이루어진 WS그룹.계열사에서 처리하는 모든 일이 WS그룹 본사와 관련될 수밖에 없다.만약 무슨 부정이라도 저지른다면 바로 WS그룹에 영향을 주게 될 게 자명하다.그래서 이런 문제들에 대해 무진은 아주 엄하게 관리하고 있었다.하지만 별 대수롭지 않은 듯한 강명재의 태도는 무진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자신이 직접 방문해서 언급한 문제에 대해 한마디 말로 대충 끝내 버리려 하다니.‘설마 이 횡령 건에 강명재도 관여했나? 그래서 자기 돈으로 메꿔 넣어서 일을 축소시키려는 의도인 건가?’강명재는 계속해서 대수롭지 않은 듯한 어조로 말했다.“그게 뭐 대수라고, 돈 메꿔 넣으면 되잖아? 그렇게 크게 부풀릴 필요가 뭐 있어?”강명재는 자연히 강일헌보다 머리가 좋았다. 이 일이 커져 봤자 자신들에게 하나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대충 덮으려 하는 것이다.만일 무진이 이 기회에 또 다시 회사 경영권을 회수해 간다면. 40억 손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이 계열사의 경영권은 40억에 그치지 않는다.무진이 강명재의 생각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강명재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규정에 따르면, 이 일은 반드시 경찰에 넘겨야겠지요.”40억 공금 유
무진은 저들에게 대놓고 싫은 내색을 했다. 오촌 당숙인 강명재의 체면도 일절 세워주지 않았다.무진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로 강일헌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가슴 속에 차곡차곡 쌓인 분노가 저 밑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했다.“만약 강무진, 진짜 나를 건드리기만 해봐, 절대 나 혼자 죽지 않아. 반드시 네 놈도 죽여버릴 테다!”강무진이 WS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후 참고 또 참았다.그래서 어떻게 됐는가? 강무진은 자신의 양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지금 또 다시 우리 둘째, 셋째 일가 모두를 기어코 감옥에 보내야 만족할 테지!’‘강무진, 그 놈은 진짜 자신을 뭘로 생각하는 거야?’만약 진짜 자신을 감옥에 보내려 한다면, 그 전에 그 놈부터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내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물귀신처럼 그 놈을 꽉 붙잡고 놔주지 않을 테다!’아버지 강명재가 옆에서 만류했다.“경거망동하지 마. 내가 큰어머니 안금여를 찾아가 무진에게 말하도록 압력을 넣을 테니까.”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무진의 태도를 생각하던 강명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지금 강무진 그 놈은 점점 더 미쳐 날뛰고 있어. 우리 같은 집안 어른들도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거지?’언젠가는 강무진 그 놈에게 알려줄 것이다. 필경 강씨 집안에서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이다.“아버지, 보셨죠? 저 놈, 아버지한테도 이럴 정도인데. 저희가 집에서 어떻게 지냈겠습니까? 강무진 그 놈이 WS그룹 경영을 맡은 이후로 제가 마치 절대군주라도 되는 양 눈 앞의 모든 사람을 공기처럼 취급합니다.”화가 나서 죽을 것 같은 강일헌이 제 아버지 강명재에게 하소연했다.두 할아버지 강상철, 강상규를 감옥에 보내 버린 강무진이 지금 자신을 타겟으로 삼았다.이 분노를 참기만 한다면 남자도 아니다.강무진은 이 강씨 집안에서 진짜 자기 혼자만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네가 참 뻔뻔스럽게도 말하는구나.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배워서 실력을 쌓으라고 너를 집에 두고 갔었건만,
성연은 오늘 기혈을 보충해 주는 약재들을 잔뜩 넣고 탕을 끓였다.할머니 안금여를 위해 자신이 끓인 탕을 가지고 고택에 들렸던 성연은 입구에서 강명재와 맞닥뜨렸다.예의상 성연은 ‘당숙님’이라고 부르며 인사했다.하지만 강명재는 성연을 한 차례 흘깃하더니 없는 사람마냥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성연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저 오촌 당숙의 무시하는 태도에 신경 쓰지 않았다.어차피 앞으로 깊게 왕래할 사이도 아니니까.둘째, 셋째 일가에서는 성연을 인정하는 사람이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별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성연 자신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전부 쓰레기 같은 작자들뿐이다.강명재가 고택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지금 고택에는 할머니 안금여 밖에 없음을 가리 늦게 깨닫고 부리나케 뛰어 들어갔다.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강명재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할머니 안금여를 향해 분노에 찬 말들을 사정없이 쏟아내고 있었다,“큰어머님, 제발 당신 손자 좀 잘 관리하셔야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세요!”만약 큰집이 자신의 말을 듣는다면, 강명재는 큰집 사람들에게 며칠 더 유예를 줄 용의가 있었다.그러나 큰집에서는 끝까지 아무도 자신들을 안중에 두지 않은 채 저들 마음대로였다.만약 큰집을 눌러 자신의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강명재 자신이 이번에 돌아온 의미가 없는 것이다.성질이 그에 못지 않게 만만치 않은 안금여가 강명재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눈썹을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무슨 생각이냐?”안금여는 강명재가 지금 왜 여기에 와서 미쳐 날뛰는지 까닭을 알지 못했다.다만 분명 무진이 먼저 행동에 나섰고, 그래서 강명재가 여기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라 짐작만 할 뿐.그러나 무슨 일이 있었든 강명재 저놈들의 자업자득이 아니겠는가?그런데도 강명재 저 놈은 감히 이곳에 와서 깽판을 부린다. 저놈들한테는 양심이나 도리라는 게 전혀 없다.어찌 저리 뻔뻔스럽게도 여기를 찾아와서 이 나이 많은 어른에게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