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경과 무진은 성연이 가리키는 그곳을 살펴보았다.확실히 숫자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았다.운경이 바로 물었다.“성연아, 너 어떻게 알았니?”성연은 거의 한눈에 알아차렸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만약 성연이 의술 따위를 할 줄 아는 거야 시골에서 재야 명의를 만났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이런 장부를 보는 기술은 보통 사람들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배워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성연은 시골 출신이나 더 불가능할 테고.운경의 눈빛이 다소 가라앉았다.성연은 운경이 이미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았다.그래서 억지로 변명했다.“제가 숫자에 좀 민감해요. 이 세트의 데이터가 앞의 배열과 약간 차이가 있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성연은 속으로 끊임없이 후회를 했다.‘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이제 됐죠?’원만한 변명이 되었기를 바라며.운경은 그래도 여전히 약간 의심스러워했다.“회계 어디 부분에서 한눈에 문제를 짚어낼 수 있었어?”이런 성연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자신들이 조사한 것과 전혀 달랐다.성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진즉 강운경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마음이 좀 어수선하다.이렇게 많은 익숙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다니.그녀는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한쪽에서 그녀의 반응을 보던 무진의 눈동자가 좀 더 짙은 색을 띠며 가라앉았다. 손에 있는 장부 한 권을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이것 봐, 이 안에 뭐가 잘못되었어?”과연 그가 알고 있는 성연은 참 보기 드문 인재였다.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성연은 지금 마음속으로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자신의 입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걸 폭로해?’그래서 성연은 무진에게서 장부를 받아 보고 많은 허점을 발견했다.그러나 성연은 일부러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만약 그녀가 지금도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야말로 의심스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들 너무 마음 놓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어찌 되었든 외부인일 수밖에 없는 나에게 이처럼 중요한 장부를 보여주다니요.’정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고모님이 좀 배워보라고 하는데 자신이 자꾸 거절하면 그것도 좀 경우가 아니겠지?’그래서 결국 성연도 같이 장부를 보기로 했다. “네, 한 번 볼게요.”대답한 성연이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다.성연의 표정에서 불편함을 읽어낸 무진이 부드럽게 성연의 머리를 쓸었다.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고모 운경과 할머니 안금여가 있는 자리에서 무진이 이런 다정한 동작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평소 할머니와 고모 앞에서는 늘 점잖게 행동하던 무진이었으니.무진의 동작에 성연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저 눈빛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물으려 했으나정작 당황스런 동작을 한 당사자는 바로 시선을 돌려버렸다.기가 찬 성연이 콧방귀를 뀌며 한 차례 째려본 후 고개를 돌렸다.무진과 온 가족이 회계장부를 검사했다. 성연도 곧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같이 보기 시작했다.장부를 보는 중간 중간 성연이 안금여에게 기본적인 문제들을 물어보았다.그러면 안금여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정말 무진의 가족들은 성연 앞에서 하나 거리낌없었다.성연 앞에서는 방비할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다,설명을 들은 성연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의 진지한 모습은 본 안금여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성연이 무엇이든 좀 배워 무진을 돕는다면 무진도 많이 힘들지 않을 테지.’부부 사이에 서로 의지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터.같이 일을 하다 보면 서로의 수고를 이해할 수도 있을 테고.거진 질문을 끝낸 성연이 본격적으로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훑어보던 중, 확실히 장부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일부 해외 지사의 것은 그야말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구멍 난 정도가 한두 푼이 아니었다.사라진 돈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야 말하지 않아도 뻔했
그날 저녁, 성연은 그들과 함께 아주 늦은 시각까지 장부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거진 다 훑어봤을 때쯤 성연은 아주 익숙해져 있었다.장부를 보는 속도가 정말 많이 빨라졌다.장부 뒷부분을 보던 성연이 연신 하품을 했다.평소 일과가 무척 규칙적이었던 성연은 별일 없으면 늘 일찍 잤다. 그러니 지금 장부를 한참 들여다보던 중에 쏟아지는 잠을 견딜 수 없던 참이다.그녀 옆에 앉아있던 무진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물었다.“졸려? 먼저 올라가서 자.”성연은 무진의 말에 억지로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좀 더 볼게요.”‘할머님과 고모님, 두 어른도 여기서 버티고 계시는데 내가 어떻게 잠을 자러 가?’무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잠시 더 버티던 성연은 점점 내려오는 눈꺼풀에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하고 소파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장부를 보다 잠시 고개를 든 안금여의 눈에 새끼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잠든 성연이 보였다.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을 지은 안금여가침실에 가서 자게 하려고 성연의 어깨를 두드려 깨우려했다.그러나 무진이 손을 저으며 제지했다.손에 들고 있던 장부를 놓은 무진이 몸을 숙여 성연을 안아 든 채 직접 위층으로 올라갔다.이 모습을 보던 안금여와 강운경의 눈에 거의 경악에 가까운 빛이 어렸다.저 두 사람의 사이가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안금여가 실소하며 말했다.“우리 무진이가 점점 더 인간미가 넘치는구나. 이전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해서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줄줄 모르더니.”무진의 결혼 때문에 적지 않은 걱정을 했던 안금여였다.무진에게 적당한 아가씨를 소개하기도 여러 번이었다.하지만 무진이 하나같이 흥미 없어하는 걸 알고는 안금여도 점차 마음을 비웠었다.그런데 무진이 이렇게 마음을 주는 사람을 찾게 될 줄이야.역시, 이 ‘연분’이라는 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운경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가 무진이 마음에 드나봐요.”“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살 줄 아는 성연이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무진이 회의를 소집했다.회사 내 모든 임원과 주주들이 모였다.회의실에 도착한 무진은 강상철과 강상규를 힐끗 쳐다보았다. 여전히 안하무인의 모습이었다.냉소를 흘린 무진이 주주들이 보는 앞에서 회계장부를 강상규 앞에다 떨어뜨렸다.“강상규 이사님, 이 장부에서 몇 군데 이해가 안 되는 곳이 있더군요. 강 이사님께서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왜 장부의 앞쪽과 뒤쪽의 숫자가 맞지 안 맞는지.”“회계가 잘못되었나 보군.”강상규는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책임을 깨끗이 내팽개쳤다.“이렇게 많은 손해를 끼쳤으니 이곳 지사는 존재할 필요가 없겠군요.”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무진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강상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원래 이번 일을 얼렁뚱땅 넘길 생각이었다. 또 설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무진이 자신을 몰아붙일까 하면서.그러나 강무진 이 녀석은 전혀 자신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강상규는 모호하게 대답했다.“회계, 재무가 잘못되었으면 회계재무 팀만 소집하면 돼지, 무슨 이유로 사람들을 이리 다 불러놓고 일을 크게 벌이는 거냐?”무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건에 대한 진상은 강 이사님께서 아주 잘 아시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거짓됨이 있다면, 더 이상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무진은 일부러 강상규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이 참에 강상철을 함께 쳐서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경고할 생각으로.모든 정황이 그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아주 명확하게 알아차릴 정도로.저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도 무진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무진의 말을 들은 강상규의 입에서 멋쩍은 듯한 허음, 소리만 흘러나왔다.많은 주주들 앞에서 어린 손자로부터 질책을 받은 강상규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게다가 진짜 진상을 조사한다면 드러날 증거가 산더미다.얼마 전까지 본가에는 회사를 맡아 경영할 이가 안금여 하나뿐이라고, 그러니 조만간 회사가 자신들에게 넘어올 것이라고 여겼다.그래서 일을
“이렇게 앉아서 죽기만 기다릴 수는 없지.” 강상철은 요즘 너무 기세 좋게 날뛰는 강무진에게 교훈을 좀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안 그러면 자제할 줄을 모를 것이다.또 이 두 늙은이는 이미 쓸모 없는 줄로만 생각할 테니.“그런데 형님, 무진이 놈 지금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강상규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무진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지난번에 자기 쪽 사람들을 그토록 많이 잃고 보니 강상규도 두려워졌다.잘못 건드렸다가는 어쩌면 오히려 저 바닥으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강무진을 건드리는 건 확실히 어느 정도 위험이 있을 터였다.“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강무진 그 놈을 못 건드리면 그 계집애에게 손을 써서 그 놈에게 경고를 줘야지. 강무진이 가장 아끼는 게 그 계집애라고 하지 않았어?” 강상철이 콧방귀를 뀌었다.‘강무진 그 놈은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그 놈 대신 송성연 그 계집애에게 칼을 빼면 돼지.’‘강무진이 그 계집애를 아낀다고? 그럼 아끼는 사람이 다치는 걸 두 눈 멀쩡히 뜨고서 지켜만 봐야하는 경험을 하게 해 주지.’ “맞습니다. 형님 방법이 정말 좋은 것 같군요.” 강상규가 강상철의 생각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쩔 수 없다면 강무진 그 놈에게 쓴맛을 보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강무진 그 놈이 두 번 다시 자신들에게 이런 짓 하지 못하도록.“너는 믿을 만한 놈들 몇 놈 찾아봐. 이 일을 하는데 절대 착오가 있어서는 안돼.” 강상철이 소리 내어 당부했다.강무진 그 놈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한 지금 무슨 일이든 매사 조심하고 신중해야 했다.“형님, 걱정 마십시오. 계집아이 하나 처리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강상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무진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보고 싶어 이미 기다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옛말에 생강은 늙을 수록 맵다는 말이 있다.강무진 같은 어린 놈들은 한평생 자신들
누군가 뒤에서 강제로 차에 실린 성연의 입과 코를 막았다.코를 찌르는 냄새가 확 풍겼다.성연은 속으로 이 사람들 꽤나 신중하다는 생각을 했다.여고생 한 명을 상대하는 데도 이렇게 무지막지한 수단을 쓰다니.수건의 냄새에서 미약 성분이 맡아졌다.하지만 체질적인데다 사부님의 훈련 덕에 어떤 약물도 성연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성연은 경거망동하지 않은 채 미약에 취한 척했다. 이 남자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지 볼 생각에.그 시각, 학교 앞 골목에서는 운전기사가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하교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무런 연락 없이 성연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사리가 분명한 성연은 평소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미리 전화를 걸어 알려주며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어쩌면 무슨 사정이 생겨 좀 지체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기사는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렸다.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결국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운전기사는 먼저 학교 경비실로 달려갔다.학교에 방과 후 행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던 경비원이 말했다.“요즘 무슨 행사가 있어요? 학생들도 벌써 다 돌아갔는데. 무슨 일입니까?”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운전기사가 성연의 이름을 말하며 경비원에게 보았는지 물었다.말을 듣고 있던 경비원이 누군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상 많이 받은 그 여학생 말하는 겁니까?”지금 성연은 북성남고의 유명인사였다.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직 경비원조차도 다 아는 것을.지금도 학교 입구의 벽에는 성연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다.경비원도 당연히 성연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지금 운전기사는 성연을 기다리느라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이다.여기서 경비원과 친한 척 말 나누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하지만 경비원의 말을 들으니 성연에 대해 꽤 잘 아는 듯해 보였다.경비원에게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희망을 가지며 운전기사가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네, 우리 아가씨가 맞습니다. 보셨습니까?”골똘히 기억을 더듬던 경비원이 말
이 일로 운전기사를 탓할 수는 없었다.무진은 사람들에게 좀 더 물어볼 것을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전화를 끊은 무진의 얼굴은 얼음으로 뒤덮인 듯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손건호는 무진에게서 이처럼 차가운 표정을 보기는 처음이었다.조심스럽게 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십니까?”“성연이 사라졌어. 학교 근처의 CCTV를 찾아서 누구 짓인지 알아봐. 간도 크게 감히 내 사람을 데려가?”무진의 어조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드러내고 화를 내지 않는 편인 무진이지만 그의 이 표정은 보기만 해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손건호가 몸을 떨며 대답했다.“네.”무진은 내심 성연이 절대 이유없이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성연은 틀림없이 미리 전화를 걸어 알렸을 것이다.‘절대 말 한 마디 없이 떠났을 리가 없어.’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해석은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인데.무진이 계속해서 성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한결같이 ‘잠시 통화를 할 수 없다’는 안내 멘트만 들릴 뿐이다.꽉 움켜쥔 그의 손에 마치 핸드폰이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성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무진의 심장을 꽉 쥐어짜는 듯했다.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아파왔다.아직 떠나지 않았던 손건호가 무진진의 표정을 보고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건넸다.“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지 잘 아시잖습니까? 별일 없으실 겁니다.”눈을 들어 손건호를 쳐다보는 무진의 표정이 좀 힘들어 보였다.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빨리 가봐.”“네.”손건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즉시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다.그 결과 성연이 납치된 것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번호판을 가린 검은색 승용차였다. 납치범들이 똑똑하게도 아주 일반적인 차를 골랐다.대도시 북성에서 이런 차들은 비일비재했다. 군중 속에 묻히면 흔적도 찾기 힘든 그런 차종.그러나 그 승용차의 창문에 구멍이 난 듯 보였다.
성연은 버려진 폐공장으로 끌려갔다.곳곳에 보이는 폐자재와 먼지들을 보면 버려진 지 한참 된 것 같아 보인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성연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방금 들리는 소리로 봐서는 또 다른 차에 사람이 있는 듯했다. 분명 옆에 벽으로 구분된 다른 공간이 있을 것이다.인원이 꽤 많은 듯했다.하지만 그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성연이 그리 탄탄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연약해 보이는 여자애로 생각해서인지 말을 조심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귓가에 거친 음성들이 들려왔다. “도대체 어떤 놈이 그 분을 건드려서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게 만든 거죠? 어린 계집애 하나 때문에 우리 애들 거의 다 풀면서까지 이럴 필요 있어요?”한 사내가 의문을 드러내었다.그러면서 또 성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말라비틀어진 듯한 모습을 보니 이렇게 많은 인원을 움직이게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뭘 그리 많은 걸 신경 써? 돈 받으려면 시키는 대로 해.” 다른 사내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이야 언제나 손이 큰 것을.그 양반들의 한 번이면 자신들이 여러 번에 해당할 정도이니.기꺼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이유 같은 것 따지고 할 만큼 그는 심심하지 않았다.‘돈만 손에 넣으면 되는 걸 뭘 그렇게 많은 것을 따져?’“그나저나 그 분은 이 계집애를 어떻게 할 생각인 거지?”사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고 여기에다 납치해 놓고는 끝이라고?’이때 다른 한 사내가 음험한 웃음을 지으며 성연을 쳐다보았다.“어떻게 해도 좋아. 목숨만 남겨 두면 돼.”그 사내는 아직도 망설였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시킬 정도면 이 계집애 신분도 대단하다는 말 아닙니까? 만일 우리한테 불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라고요?”그들은 평소 닥치는 대로 먹을 뿐이다.진짜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찍혀서는 안되었다.다른 한 사내가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내가 말했지? 좀 발전성이 있어보라고. 무슨 일이 생기면 윗 대가리들 머리 위에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