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이 학교에 도착하자 북성남고의 학생들 모두 이 일을 듣고 성연을 두둔했다.또 북성제일고 게시판으로 달려가 왕영화를 비난하며 게시판을 게시판을 폭파시켜 버렸다.“모모 학교 학생은 정말 뻔뻔하다면서? 사람을 화장실에 가두는 일도 서슴없이 한다던데?”“그래, 우리 학교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눈이 돌은 거 아니야? 지고 싶지 않으면 아예 출전을 하지 마. 진짜 웃겨.”“그런 양심도 없는 학생을 보내서 너희 북성제일고의 떨어진 위상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봤어?”그날 밤, 북성제일고의 게시판이 모두 폭파되었다.모두 북성남고 학생들이 몰려와서 성연을 위한 공정함을 설파했다.물론 욕은 욕일 뿐. 성연이 수학경시대회의 우승을 따내며 학교에 영예를 안기자 학교에서는 축하하며 성연에게 상금을 수여했다.성연의 공로가 매우 크다고 생각하며 북성남고의 자랑이 되었다.그날 저녁, 이윤하는 자비로 반 전체 학우들에게 밥을 샀다.반 학우들 모두 즐거워했다.“아싸, 살아 생전에 이윤하가 한턱 내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지금 꿈을 꾸는 것이 아니지?”옆에 있던 짝꿍이 꼬집자 아이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왜 나를 꼬집어?”짝꿍이 말했다.”아파? 아프면 맞는 거야. 꿈이 아니라는 뜻이지.”“우리가 이번에 송성연 덕을 보았네. 공부 잘하는 사람 덕분에 고기를 먹는다. 나는 앞으로 성연이와 가까이 지내기로 결정했다.”옆에 있던 친구가 비웃었다.“그건 네 일방적인 결정이지?”“왜? 안 돼?” 그 말투는 꽤나 뻔뻔스러웠다.성연도 아이들과 함께 따라갔다.반 전체 학우들이 함께 설득해서 피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모두들 즐거워 보이는데 자신이 다른 아이들의 흥을 방해하기도 힘들었다.모두 노래방에서 먹고 마셨다.음치 학생의 노래를 들으니 처량하게 울부짖는 듯했다.주위는 모두 시끄러운 소리, 학우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였다.이전에 성연은 늘 혼자였는데 지금은 아이들 속에 어울릴 수 있었다.성연은 이 느낌이 꽤 괜찮고 재미있다고 느꼈다.사실 인생은 일을 좀
차에 오르자 무진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뭐 먹었어?”성연은 즉시 뼈가 없는 것처럼 무진의 무거운 몸에 기대었다.“배고파서 과일을 좀 먹고 배를 채웠을 뿐이에요.”“뭐 먹고 싶어?” 무진이 물었다.“다 좋아요.” 성연도 이제 상관없었다. ‘배가 고프니 먹을 수만 있으면 돼.’물론 그녀는 무진이 자신을 데리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러 가지 않으리라 믿었다.무진은 바로 성연을 데리고 식당에 갔다.식당은 가정식 요리가 주메뉴로 비교적 담백한 맛이었다.무진이 죽과 몇 가지 음식을 같이 주문했다.예외 없이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음식이다.“지금 시간이 늦어서 기름진 것을 먹기에 적합하지 않아. 내일 일어나서 배가 불편하지 않도록 따뜻한 것을 먹는 게 좋아.” 무진이 설명했다.그도 성연에게 맛있는 것을 좀 먹이고 싶었다.하지만 여건은 허락하지 않으니.무진이 이렇게 세심하니 성연은 자연히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죽은 금방 나왔다.반찬도 깔끔한 것이 보기에도 맛있을 것 같았다.의심할 여지없이 무진은 어느 방면에서나 안목이 뛰어났다.‘이 집 죽, 아주 맛있네.’뒷맛이 풍성하다.성연은 평소보다 더 많이 먹었다.무진은 바로 옆에서 그녀가 먹는 것을 보면서 입가를 닦아주었다.“천천히 먹어, 서두르지 말고.”티슈의 감촉, 그리고 무진의 손끝 온도.그녀는 입술을 오므린 채 고개를 숙였다. 죽을 먹으며 마음속의 작은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었다.어쨌든 성연도 여자아이인지라 이런 일에 있어서는 좀 대범하지 않았다.돌아가는 도중에 성연은 줄곧 무진의 어깨에 기대어 졸았다.무진은 그녀가 다른 곳에 부딪히지 않도록 그녀를 끌어안았다.“너무 피곤한 것 아니냐.”“괜찮아요. 무진 씨, 오늘 어떻게 우승을 했을까?” 성연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돌려 무진을 보았다.자세 때문에 무진이 고개를 숙이니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의 호흡이 점차 함께 섞이기 시작했다.성연은 이제야 깨달았다. 그들 사이에 좁혀진 거리가 괘나 위험하다는 걸.성
이 일로 온 학교가 떠들썩했다.왕영화는 사과 동영상을 촬영해서 게시판에 올렸다.다만 사람들은 곱게 보지 않았다.만약 그들이 성연을 위한 공정한 도리를 외치지 않았더라면 북성제일고에서는 전혀 아무런 내색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려고 했을 터였다.주연정이 동영상을 따서 성연 앞에 놓았다.“성연아, 봐봐, 왕영화가 너에게 사과했어, 북성제일고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거야.”성연은 아래의 댓귿들을 뒤져본 다음 최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대충 이해했다.그제서야 비로소 일이 커진 것을 알게 된 성연이다.그날 북성제일고를 떠난 후 이 일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관심 두지 않고 지냈었다.게다가 성연도 왕영화에게 화장실에 갇힌 맛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이다.그래서 성연은 게시판에 인증을 했고 그녀의 이름이 드러났다.그녀는 북성제일고 공식 게시판에 간단히 대답하고 왕영화의 사과를 받아들였다.이렇게 이 일이 대략 끝이 나면서 북성남고 학생들이 더 이상 귀찮은 일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결국 자신은 정당한 대우를 받았고, 왕영화도 응당한 처벌을 받은 셈이었다.성연의 글이 올라오자 북성남고 학생들은 분분히 아래에 글을 남겼다.“오오, 이렇게 착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야.”“북성제일고 아이들은 우리를 만만하게 여기는가? 감히 우리 학교 학생을 만만하게 대하다니, 흥.”“됐어, 다들 말 좀 들어. 성연이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했어. 그렇게 한참 떠들었으니 이제 충분해. 사람들이 농담으로 여기지 못하게 해야지.”학생들 모두 성연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자신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으니.그래서 이 일은 이렇게 진정되었다.북성제일고 쪽.왕영화는 오히려 이 일 때문에 학우들에게도 욕을 먹었다.어디를 가나 손가락질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녀 때문에 학교가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면서.하물며 왕영화 혼자서 한 일에 학교까지 연루되었으니 정말 용납이 안되는 것이다.왕영화는 너무너무 억울했다.
곽세은은 얼굴을 가린 채 냉소를 지으며 왕영화를 바라보았다.“네가 기분 나빠서 때리려면 때려. 대신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나랑 안다고 하지 마.”“넌 내가 너처럼 겉과 속이 다른 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왕영화는 이를 악물고 떠났다.곽세은에게 처음 다가간 것은 곽세은의 집안 때문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나 함께 지낸 후, 그녀는 진심으로 곽세은을 친구로 생각했다.그녀는 곽세은 같이 좋은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외면당하는 게 안타까웠다.그래서 어떻게든 돕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러나 마지막에 곽세은이 자신을 물어뜯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사무실에서 곽세은이라고 자백할 걸 그랬다.자신은 그렇게 열심히 곽세은을 생각해 줬는데, 일이 터지자 곽세은은 학우들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까 봐 두려워했다.결과는?왕영화는 냉소를 지었다. 곽세은이 사람들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게 정상인 것 같았다.곽세은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곧 한 여학생이 달려왔다.“세은아, 왕영화가 너를 찾아 뭐라고 해?”곽세은은 정신을 차리고 눈시울을 붉혔다.여학생은 비로소 곽세은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왜 그래?”곽세은이 코를 훌쩍거렸다.“왕영화가 나에게 학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는데 내가 어쩔 수 없다고 했더니, 영화가…….”여학생은 듣자마자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이지 너무 못됐다. 걔는 정말 그래도 싸. 앞으로 걔 상대하지 마.”“사실 영화는 아주 착한 애야.”곽세은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네가 그렇게 착하니 걔가 착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보건실에 가서 얼음찜질 좀 해 줄게.” 그러자 여학생이 곽세은을 부축하며 자리를 떴다.“고마워.” 곽세은이 작은 소리로 감사를 표했다.곁눈으로 왕영화 쪽 방향을 한 번 보며 입술 끝을 당겨 올렸다.그녀는 왕영화와의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왕영화는 그녀가 이용한 바둑돌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우석은 자신에게 전혀 마음이 있지 않았다.그는 정
소지한의 말을 들으며 성연은 원래 음울했던 마음이 많이 옅어졌다. 그녀는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니며 말했다.“그래, 계속 그렇게 해. 그녀가 틈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도록.”소지한은 알았다고 대답했다.저녁 무렵에 학교가 끝나자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성연이 청소할 차례였는데, 선생님은 원래 청소를 면제시켜 주려 하였다.그러나 성연은 이것이 다른 학생들에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거절했다.빗자루를 놓고 나오자 성연은 아직 입구에 서있는 이윤하를 보았다.그녀는 이상하다는 듯이 ‘선생님’하고 불렀다.“청소 다 했어?” 성연에게 말하는 이윤하의 음성이 많이 부드러워졌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좀 작은 일이긴 한데. 네 현재 성적은 아주 좋아. 선생님은 네가 가능한 한 현재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래. 내년에 졸업하면 학교마다 수시 정원이 있어. 그때 괜찮다면 네가 그 명단 중에 들 수 있어.”이 일에 대해 이윤하는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성연에게 한마디 하기로 결정했다.성연은 성적이 좋아 수시모집을 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그러나 학교에서 직접 보증하면 많은 일들을 생략할 수 있었다.성연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고.이 정원은 원래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그러나 성연의 성적이 너무 좋았다.그러니 이 정원은 당연히 성연 몫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윤하는 말하면서 손에 든 연습문제를 꺼내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이것은 선생님이 네 실력에 맞춰서 그리고 감점 옵션에 따라 널 위해 선별한 연습 문제야. 가능한 한 빠진 부분을 찾아서 보충해. 감점해서는 안 되는 부분에서 감점을 받지 않게 하고. 돌아가서 시간이 있을 때 연습해도 돼. 해보면 나쁘지 않을 거야.”성연에게 이 연습문제를 줄 때 이윤하는 사실 마음이 좀 불안했다.어쨌든 이전에 성연과의 갈등이 있었으니까.성연과 자신이 격의 없이 지낼 수 있을
손건호가 앞에서 차를 몰고 고택으로 갔다.안금여는 함께 돌아가서 밥을 먹으라고 말했다.그들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손건호의 입가에 약간의 경련이 일었다.어쩔 수 없이 날마다 닭털을 날리는 저들에게 이미 습관이 되었다.그들이 거실에 도착했을 때 음식은 이미 다 준비되었다.무진과 성연은 안금여, 강운경과 함께 식사를 했다.매번 안여의는 습관적으로 성연의 그릇에 많은 음식을 덜어주었다. 마치 성연이 배불리 먹지 못할까 걱정하는 듯이.성연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여러 번 거절하면 오히려 자신이 호의를 모르는 것처럼 느껴질 터.성연은 느릿느릿 먹을 수밖에 없었고 무진과도 일종의 호흡을 이뤘다.그녀의 눈빛 하나면, 무진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자신이 남긴 음식을 다 먹어라.’안금여와 강운경이 눈치 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들 젊은 커플의 사이만 좋다면.저녁 식사 후.무진과 운경 앞에 장부가 무더기로 쌓여 있다.성연은 턱을 괴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이게 다 뭐에요?”“장부.” 무진이 대답하며 간단하게 그녀에게 설명했다.원래 WS그룹 연간 재무보고서란다. 이건 일부분에 불과하고.이어서 강씨 집안의 크고 작은 방계들은 WS그룹에 속하는 실적이라면 모두 이 장부들에 포함되어 보고될 터이다.물론 늙은 여우들과 지혜와 용기를 겨룰 때도 되었고.무진에게는 셀 수 없는 부채들이지만.모두들 모든 장부가 한데 쌓여 있으면 아마 무진이 표본검사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자세히 보지는 않은 채.많은 사람들이 그런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WS그룹은 아주 큰 기업으로 여러 무수한 계열사로 나누어져 있다.그 중에는 배후에서 몰래 이루어지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이전에는 악성 부채를 찾아내면 명목상으로는 안금여가 관리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알아낸다고 해도 무진은 뒤에서 천천히 처리하고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올해 무진은 전혀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매번 발생하는 부채들을 똑똑히 조사해 두어야 했다.성실하지 못한 사람들은
운경과 무진은 성연이 가리키는 그곳을 살펴보았다.확실히 숫자가 잘못되어 있음을 알았다.운경이 바로 물었다.“성연아, 너 어떻게 알았니?”성연은 거의 한눈에 알아차렸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만약 성연이 의술 따위를 할 줄 아는 거야 시골에서 재야 명의를 만났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그러나 이런 장부를 보는 기술은 보통 사람들이 배우고 싶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게다가 보통 사람들은 배워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성연은 시골 출신이나 더 불가능할 테고.운경의 눈빛이 다소 가라앉았다.성연은 운경이 이미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알았다.그래서 억지로 변명했다.“제가 숫자에 좀 민감해요. 이 세트의 데이터가 앞의 배열과 약간 차이가 있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성연은 속으로 끊임없이 후회를 했다.‘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이제 됐죠?’원만한 변명이 되었기를 바라며.운경은 그래도 여전히 약간 의심스러워했다.“회계 어디 부분에서 한눈에 문제를 짚어낼 수 있었어?”이런 성연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자신들이 조사한 것과 전혀 달랐다.성연은 입술을 오므렸다. 진즉 강운경이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마음이 좀 어수선하다.이렇게 많은 익숙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다니.그녀는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한쪽에서 그녀의 반응을 보던 무진의 눈동자가 좀 더 짙은 색을 띠며 가라앉았다. 손에 있는 장부 한 권을 성연에게 건네주었다.“이것 봐, 이 안에 뭐가 잘못되었어?”과연 그가 알고 있는 성연은 참 보기 드문 인재였다.이 아이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많은 것들이 숨어 있다.성연은 지금 마음속으로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자신의 입을 다스리지 못하고 이걸 폭로해?’그래서 성연은 무진에게서 장부를 받아 보고 많은 허점을 발견했다.그러나 성연은 일부러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만약 그녀가 지금도 정확하게 말한다면 그야말로 의심스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들 너무 마음 놓고 있는 거 아니에요? 어찌 되었든 외부인일 수밖에 없는 나에게 이처럼 중요한 장부를 보여주다니요.’정말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하지만 고모님이 좀 배워보라고 하는데 자신이 자꾸 거절하면 그것도 좀 경우가 아니겠지?’그래서 결국 성연도 같이 장부를 보기로 했다. “네, 한 번 볼게요.”대답한 성연이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다.성연의 표정에서 불편함을 읽어낸 무진이 부드럽게 성연의 머리를 쓸었다.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고모 운경과 할머니 안금여가 있는 자리에서 무진이 이런 다정한 동작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평소 할머니와 고모 앞에서는 늘 점잖게 행동하던 무진이었으니.무진의 동작에 성연은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저 눈빛으로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건지 물으려 했으나정작 당황스런 동작을 한 당사자는 바로 시선을 돌려버렸다.기가 찬 성연이 콧방귀를 뀌며 한 차례 째려본 후 고개를 돌렸다.무진과 온 가족이 회계장부를 검사했다. 성연도 곧 마음을 다잡고 차분히 같이 보기 시작했다.장부를 보는 중간 중간 성연이 안금여에게 기본적인 문제들을 물어보았다.그러면 안금여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정말 무진의 가족들은 성연 앞에서 하나 거리낌없었다.성연 앞에서는 방비할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다,설명을 들은 성연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의 진지한 모습은 본 안금여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성연이 무엇이든 좀 배워 무진을 돕는다면 무진도 많이 힘들지 않을 테지.’부부 사이에 서로 의지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터.같이 일을 하다 보면 서로의 수고를 이해할 수도 있을 테고.거진 질문을 끝낸 성연이 본격적으로 장부를 보기 시작했다.훑어보던 중, 확실히 장부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 일부 해외 지사의 것은 그야말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구멍 난 정도가 한두 푼이 아니었다.사라진 돈들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야 말하지 않아도 뻔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