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경이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내가 옆에서 지켜보니 성연이가 진짜 고생했어. 네가 회복되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지. 가서 네 고모부 보내서 네 상태를 좀 살펴보라고 해야겠다.”말하면서 운경이 밖으로 나갔다.무진이 고모를 만류했다.“고모님, 그만 두세요. 온몸에 기운이 좀 없는 것 외에는 큰 문제 없어요. 그냥 배가 좀 고프네요.”운경은 즉시 주방에 연락해서 먹을 것을 가져오게 했다.무진의 상태 때문에 엠파이어 하우스의 모든 고용인들이 항시 대기 중이었다.무진에 깨어나면 먹을 수 있도록 이미 죽을 쑤어 놓은 상태였다.죽을 가져왔을 때는 이미 먹기 좋은 온도로 맞춰져 있었다.운경은 무진에게 떠먹여 주려 하자 무진은 실소를 터트렸다.“고모,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안 그러셔도 돼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조금 전 성연을 안아 눕힐 정도의 기력이 있었던 걸 생각하니, 자신의 동작은 확실히 좀 과한 듯도 했다.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한쪽에 앉아서 무진 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정말 고모부가 보지 않아도 되겠니?”여전히 걱정이 걱정스러운지 운경의 미간이 접혀 있다. “괜찮아요, 고모. 저 정말 괜찮아요.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무리하지 않을 게요.”무진이 운경을 달랬다.운경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무진이 죽 한 그릇을 비우자 운경이 빈 그릇을 받으며 물었다.“더 먹을래?” “배불러요, 고모. 그만 먹을래요.”무진이 좀 기운 없는 음성으로 말했다.고모 운경은 그를 마치 어린아이 돌보듯 살폈다.하긴 무진이 부모를 잃을 때부터 줄곧 운경이 자기 아들처럼 보살폈으니.자식에 대한 여타 부모들의 애정 못지 않게 무진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쏟았다. “그까짓 죽 조금 먹어서야 되겠니? 너 몸이 많이 약해져서 좀 더 보충해야 돼. 안 그러면 어디 기운을 차리겠니? 널 좀 봐, 항상 성연이더러 너를 돌보게 해서야 웃음거리가 아니고 뭐겠니?”운경이 무진을 나무라듯이 흘겼다.결국 운경의 설득을 못 이긴 무진이 죽 한 그릇을 더 비
성연이 일어났을 때 무진도 잠에서 깼다.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뭐 하러 갈려고?”성연은 무진이 이렇게 빨리 깰 줄 몰랐다.“씻고 올게요.”무진이 성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다시 힘껏 잡아당기자 성연이 그의 품 안에 떨어졌다.성연을 끌어안은 무진의 눈에 만족의 빛이 차올랐다.“좀 더 자, 어젯밤에 별로 못 잤잖아.”성연은 발버둥을 쳐서 간신히 무진의 품에서 빠져나왔다.“안돼요. 수업하러 학교 가야 돼요.”잠은 학교에 가서 보충할 수 있었다.무진이 좋아졌으니 그녀가 옆에 있을 필요도 없고.그러나 성연을 껴안고 놓지 않던 무진이 그 틈에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두 손이 잡힌 성연은 아무리 버둥거려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그리고 점점 무진의 키스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심리적으로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성연은 자신이 병에 걸린 게 아닐까 싶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이 사람, 어젯밤 발작하던 그 남자 맞아?’이 남자, 일부러 자신의 병을 이용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뭐가 이렇게 뻔뻔해?’성연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세게 자신의 입술을 빡빡 문질렀다.얼굴이 맞닿아 있는 남자를 향해 화를 내며 말했다.“강무진, 일부러 그런 거죠?”‘진짜 내가 자기 속셈을 못 알아차릴 아나?’‘남자들은 역시 다 똑같아!’“뭐? 일부러 그랬다고?” 무진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성연이 코웃음을 쳤다.“어젯밤에 무진 씨가 어땠는지 잊었어요? 지금 기운 차리자마자 이런 짓이나 하고, 보니까 병도 심각하지 않네, 뭐.”무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네가 내 옆에 있어야 잘 회복할 수 있지. 네가 가면 내가 잠을 잘 수 없어.”애초부터 확실히 무진은 성연을 자신의 치료제로 여겼다.성연이 있어야 제대로 잘 수 있다는 사실은 가까운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성연에게 자신과 같은 방에서 자자고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
무진의 말에 성연의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자신이 계속 강무진 옆에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무진의 말을 듣고서야 성연은 이해가 되었다.업무를 보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다른 사람은 피곤하면 쉽게 잠이 들지만, 무진은 피곤하면 오히려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장시간 자연스러운 생리 순환에 위배되는 반대의 생활을 해왔다. 그러면서 결국 기를 상하게 되었을 터.그리고 성연의 짐작에, 무진은 잠이 들어도 꿈을 많이 꾸며 숙면을 취하진 못했을 것이다.생각을 거듭하면서 성연은 무진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할 필요를 느꼈다.‘이 병이 이렇게 좋아진 것도 그야말로 기적인 셈이다.’무진은 품에 안은 성연의 습윤한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이 틈에 또 다시 입술을 훔친 무진은 기분이 좋은 듯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무진의 품에 갇힌 성연은 이제 더 이상 실랑이하지도 않은 채 무진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다.성연이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어떻게 그런 기괴한 병을 앓게 됐는지 생각하고 있었어요.”“오래 전부터 앓았어. 그때 이미 치료하기 시작했지만 소용이 없었지. 너를 만날 때까지 말이야.”무진이 성연의 이마에 턱을 올렸다. 그만큼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꼭 내가 무진 씨 잠들게 하는 도가 같은 느낌이야.” 성연이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무진이 어떤 대답을 할지 듣고 싶었다.“아니, 여러 가지 의미에서.” 무진이 그윽한 눈동자로 성연을 바라보았다.성연도 무진의 이 말 이면에 깔린 소리를 알아들었다.‘여러 가지 의미에서 당신을 만난 뒤…….’성연은 아주 약간,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강무진은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무진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을 때보다 훨씬 더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이다.성연은 이마부터 볼까지 온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주체할 수가 없다.‘강무진,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거야?’‘아, 진짜 사람 잡겠네.’
성연은 정말 깜짝 놀랐다. 깨어나서 보니 사람들에게 포위된 자신을 발견했으니.그리고 모두 집안 어른들이었다.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난처했다.얼른 일어나 앞에 있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 뒤 고개를 숙인 채 한쪽에 섰다.무진과 함께 잠든 건 정말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정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예전에는 무진이 이렇게 사람을 껴안지 않았는데, 역시 성연일 아주 좋아하는 모양이야.”서로에 대한 감정이 좋아 보이니 어른들로서는 기꺼운 마음이었다.무진이 나이가 차니 집안에서 맞선을 종용하기도 여러 차례였다.비록 병을 앓는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아무리 뭐라 해도 무진은 강씨 집안 적장자였다.그러니 딸을 내미는 사람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그러나 무진은 누구에게도 이처럼 가깝게 대하지 않았다.그전엔 여자를 보면 항상 무슨 병균을 대하듯이 피해 다니지 못해 안달이었다.지금 성연과는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안금여의 말을 듣고 있는 성연은 그저 난감할 뿐이다.하지만 성연은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확실히 무진은 자신을 좀 더 특별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대답하지 않고 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물었다.“무진 씨가 왜 아직도 안 일어날까요?”강씨 집안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보고 곤란함을 느끼면서 동시에 혹 무진에게 또 어떤 돌발 상황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자신이 아주 깊이 잠들긴 했지만 죽어 있었던 것도 아니니 설마 기척이 있었는데도 못 들은 건 아니겠지?’운경은 옆에서 말해줬다.“무진이 깼었어. 밥도 먹고 약도 먹었어. 약에 수면 효과가 있어서 깊이 잠들었을 뿐이야. 아무 일도 없었어.”그제야 마음이 놓인 성연은 더 이상 무진의 잠을 방해하지 않았다. ‘무진 씨는 잠을 많이 자는 게 좋아. 몸도 좀 보양하고.’깨어 있을 때보다 수면 상태에서 더 쉽게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게다가 무진이 상한 것은 정신이다. 오래동안 힘들었던 사람이니 이
오후, 성연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무진을 간병했다. 안금여와 운경과 함께 대화도 나누면서.성연의 생각은 아주 간단했다. 이왕 늦은 이상 아예 가지 않은 것이다.가서 해명하는 시간도 아까웠고.그런데 하필 자신의 반 담임은 여전히 이윤하였다. 만약 이윤하가 자신이 결석계를 내고 또 집에 가는 것을 본다면 또 어떤 문장을 쓸지.‘차라리 그냥 집에 있는 게 나아.’무진은 출근하지 않고 강운경 혼자만 출근했다.본가에서 지금 회사에 나와 있는 사람은 강운경 혼자였다.강상철의 사무실.사무실에 들어서는 강일헌의 눈에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할아버지, 저쪽의 정보에 따르면 그 분이 또 병으로 쓰러졌답니다. 꽤 심각한 모양이랍니다.”강일헌의 입에서 나온 그 분이 누구인지는 그들 모두 잘 알고 있다.강상철이 바로 냉소를 지었다.“그러게 내가 말했지 않느냐? 그 병자가 어떻게 회사를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 건지, 원. 아마 조만간 일 날 거라고 했지?”강무진은 확실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그러나 그 죽어가는 몸이 문제였다.요 몇 년 동안 계속 명의를 찾고 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이런 놈이 자신들과 싸워서 회사의 지배권을 빼앗으려고 해?’‘큰집 장손이면 다야?’그 놈이 죽으면 결국 회사에 남는 것은 우리 둘째, 셋째 일가뿐 아닌가?’그는 강무진의 의기양양한 기세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맞습니다. 제가 무슨 자격으로 회사를 운영한다고요. 곧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숨을 질질 끌며 살아남아서 맞서다니.” 강일헌은 무진 얘기가 나오자마자 화가 치밀었다.강무진이 회사 실권을 쥐며 그가 맡은 계열사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모두 잘려 나갔다.수익도 예전보다 못했다.그가 강무진을 미워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강무진 그 놈은 미친 놈에 불구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단 말인가.자신의 어디가 강무진보다 못하다는 건지.‘강무진만 끌어내릴 수 있다면 그 자리에 앉게 되는 사람은 바로 나야!’“너, 성질
강상철 쪽이 가히 열심히 주판알을 굴렸지만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게 있었다. 무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또 잘 회복되었다는 것.저녁식사 시간에 성연이 적극적으로 무진에게 국을 떠 주었다.“많이 먹어요.”성연의 호의를 무진이 거절할 리가 없다.연거푸 두 그릇이나 먹었다.‘그래도 이 국 맛이 괜찮네. 뒷맛이 깔끔한 게 맛있네.’“국 맛이 꽤 괜찮네.” 무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칭찬했다.“괜찮으면 많이 먹어요.” 칭찬을 들은 성연은 꽤 보람을 느꼈다.이 국은 성연이 주방에 가서 직접 강무진을 위해 끓인 것이다.당연히 무진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성연도 그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고.성연은 국에다 아주 귀한 약재를 좀 가미했다.신경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재들이다.사람들은 대부분 이 약재들을 조합하면 이런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른다.성연이 스스로 연구해 낸 독점 비법이라고 할 수도 있다.강씨 집안 창고에는 많은 약재가 저장되어 있어 성연이 마음대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이미 점차 회복되고 있던 무진은 더 이상 그렇게 무기력한 느낌이 없었다.이전에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적어도 며칠은 걸려야 회복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번에는 회복이 아주 빨랐다.저녁을 다 먹은 후, 기운이 더 넘친 무진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심지어 평소보다 혈색이 더 좋았다.성연은 게임 조종기를 꺼내 소파에 앉아 게임을 했다.그 옆에 앉은 무진은 성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젯밤에 나를 돌보느라 힘들었잖아? 가서 쉬지 않을 거야?”그의 기억에, 오후에도 성연은 계속해서 고모, 할머니와 함께 있으며 쉴 시간이 전혀 없었다.“아니, 난 괜찮아요.” 성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별로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너무 일찍 자면 한밤중에 깨서 오히려 귀찮다.“게임 나랑 같이 해.” 무진이 게임 조종기 하나를 더 꺼내 손에 쥐었다.성연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렸다.“무진 씨는 이 시간에 쉬러 가는 게 더 낫겠어요. 무슨 게임을 하려고 해요?”“나 지금
화원을 거닐며 산책하던 성연과 무진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거실로 돌아왔다.“보스, 사모님.” 거실로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본 손건호가 공손하게 불렀다.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손건호를 본 무진은 뭔가 일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무진이 고개를 돌려 성연에게 말했다.“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는 것 같군. 먼저 방으로 돌아가 쉬고 있어.”성연은 다른 말은 하지 않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품을 했다.게임을 할 때는 못 느꼈지만, 지금 화원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성연 자신도 꽤나 노곤했다.어제 밤을 새며 생긴 후유증이리라.느릿한 걸음으로 걷던 성연이 돌연 계단 입구에서 몸을 돌려 잊지 않고 신신당부했다.“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아요. 일찍 자야 하는 거 잊지 마요.”“그래.”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은 무진이 대답했다.성연이 위층으로 올라간 후, 무진과 손건호는 함께 서재로 갔다.의자에 앉은 무진의 기운이 매섭게 가라앉았다.“무슨 일이야?” 성연을 대하던 온화한 기운이 일시에 사라지며 무진의 온몸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뻗어 나왔다.급격한 변화에 손건호가 입을 비쭉거렸다.‘이게 바로 소위 ‘차별대우’ 라는 거야.’뭐 그렇다고 항의할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어서 곧 보고할 내용을 생각하던 손건호의 안색이 진지해졌다.“보스, 둘째, 셋째 작은 할아버님들 쪽에서 다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외에 있던 우리 화물이 X국 보안검사 과정에서 세관에 의해 압수되었습니다.” 물론 자신들의 화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모두 가격이 높은 화물들이었다.화물의 가격도 높고.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알 수 있었다. 작은 할아버지들 강상철, 강상규 쪽에서 무진의 발작을 틈타서 꾸민 작품이라는 걸.그 두 늙은 여우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지 않고 있었다.하긴 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더 이상할 터.“당장 급하지는 않으니 우선 저들이 또 무엇을 하려는 지 좀 기다려 보지. 이 참에 내 병이 심각하다는 정보를 흘리는 게 좋겠
성연은 이것에 대해 일절 몰랐다.무진이 회복된 후, 성연은 다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연극을 공연한 이후 크게 화제가 된 터라 학교에서 성연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성연은 이미 ‘북성남고의 퀸’으로 불렸다.하루 학교를 빠지고 이틀만에 나온 성연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자신에 대한 뉴스가 또 게시판에 올라온 거라고 생각한 성연이 핸드폰을 켜서 둘러보았지만 별다른 게 없었다. 게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관심을 끊었다.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성연은 반 학우들의 관심이 쏟아졌다.“송성연, 몸이 안 좋아서 하루 결석계 냈다고 들었어. 지금은 좀 어때? 아직 아픈 데는 없어?”“아직 안 좋은 거라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그냥 한 이틀 더 쉬고 와. 어차피 수업 안 들어도 다 알잖아.”“맞아. 건강이 더 중요해.”아이들 모두 한 마디씩 쏟아내는 관심의 말들에 성연은 얼떨떨한 마음이 들었다.성연 또한 좋고 나쁨을 가릴 줄 알았다.다른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을 대한다면 자신 또한 마찬가지로 좋은 태도로 대할 것이다.성연이 웃으며 학우들의 말에 화답했다.“모두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 이제 많이 좋아졌어.”성연의 대답을 들은 아이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여자아이들 몇 명이 성연의 책상 옆에 서서 재잘거렸다. 주로 성연이 예쁘고 사람도 좋다는 말들에 성연이 겸손하게 대답해 주었다.수업 시작 벨이 울리고서야 모두 아쉬워하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모두 성연과 친구로 지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점심 시간,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온 성연은 보건실에 가서 잠을 잤다.오늘 하루 내내 성연은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보건실로 들어온 성연을 본 서한기가 얼른 문을 닫은 후 말했다.“보스, 큰일 났어요.”“무슨 일이야?” 침대 가까이 다가간 성연이 눈을 휙 치켜 뜨며 서한기를 바라보았다.서한기는 보기 드물게 긴장한 표정이었다.“최근 해외에 블랙문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