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같은 호텔 안에서 무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WS그룹 계열사 중의 하나인 이 호텔로 오늘 무진은 시찰하러 나왔다.호텔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위생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은 듯하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무진은 저 멀리 복도 쪽에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무진의 눈빛이 꽤 오래 한 군데 머무는 것을 지켜본 지배인이 설명했다.“총괄대표님, 오늘 촬영한다고 호텔을 전세 낸 업체가 있는데, 아마 그쪽에서 부른 모델인 것 같습니다.”무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다가가서 보니 난간에 기댄 여성은 짙은 화장에 상당히 섹시한 의상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무진은 한 번 슬쩍 본 뒤에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별 흥미가 가지 않는 듯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저 실루엣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지.무진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그 여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그러나 무진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을 알아본 성연의 온몸이 잔뜩 긴장해서 하마터면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는 걸.성연은 여기에서 무진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무진과의 거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리던 성연은 얼른 룸 안으로 숨어들었다.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역시 사람은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하고 살아서는 안돼. 아니면 어떻게 이리 쉽게 마주친다는 말인가.’소지한은 한창 사진작가와 논의 중이었다. 서로 의견을 조정해야 할 부분 때문에.성연이 허둥지둥 들어오는 것을 본 그도 뒤따라 일어섰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성연은 당연히 무진을 봤다는 말을 소지한에게 알리지 않았다. 잠시 후에 입을 열고 말했다.“괜찮아, 돌아갈 시간이 거의 다 됐어. 내일 다시 와서 나머지 촬영하면 안될까?”원래는 오늘 하루 만에 이 일을 다 끝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지금 무진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생긴 만큼 얼른 이곳을 떠날 수 밖에.만약에 진짜 마주쳤다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지우자 성연은 곧바로 가버렸다.소지한은 웃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 광고가 나오면 언론에 나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이때쯤, 무진은 호텔 전체를 거의 다 살펴보았다.무진 일행이 다시 돌아왔을 때, 뜻하지 않게도 무진과 소지한 두 사람이 마주쳤다.거의 한순간, 소지한의 웃음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무진 또한 아주 약간 눈을 좁혔다. 그러나 아주 빨리 서로 엇갈리며 지나갔다.남자들 사이의 적의는 마치 무의식적으로 분출되는 것 같다. 두 눈이 교차하는 순간, 사방으로 튀는 불꽃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터.엘리베이터에 오른 무진의 검은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지금 그는 밖으로 드러난 것처럼 평온한 상태가 아니었다. 옆에 서있는 호텔 지배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소지한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무진은 지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그조차도 이 화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감정을 쏟아낼 곳을 찾지 못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무진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자, 호텔 지배인은 속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 같지도 않았지만, 강무진의 기분을 거슬린 부분이 있진 않는지.하지만 얼른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조금 전에 말씀드렸 듯이, 우리 호텔을 빌려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대스타 소지한 아닙니까? 소지한 자신이 런칭한 의류 브랜드 컨셉이 마침 우리 호텔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순간 무진은 조금 전의 신형이 떠올랐다.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더라니.’‘그럼 성연이었다는 거 아니야?’어쩐지 자신의 첫 느낌이 이상하더라니.‘그런데 성연은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하지 않나? 일부러 수업을 빼먹고 나와서 소지한을 만난다고?’어떤 이유로든 성연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만은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오늘 시찰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급하게 호텔 시찰을 마무리 지은 무진이 서둘러 떠났다.그런 무진의 뒤를 손건호가 급히 따랐다.지배인의 머리가 온통 희뿌얘
성연을 마중하기 위해 무진이 학교로 가니, 성연이 교문으로 나왔다.이미 화장을 지우고 원 모습으로 돌아온 성연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조금 전 호텔에서 본 그 여자의 그림자는 하나도 찾을 수 없게.무진이 무심히 물었다. “오늘 뭐 했어?”뛰어난 직관력을 지닌 무진이 볼 때, 아까 그 여성은 바로 성연이었다.마침 맞게, 성연이 얼마 전 소지한과 열애설에 휩싸였던 것도 이를 한 층 더 증명하는 듯했다.다만, 성연은 분명히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무진도 들추지 않았다. 성연이 알게 된 후, 지금 같은 둘 사이의 평온한 관계가 깨질까 겁이 나서.성연을 보는 순간, 무진의 머리 속 생각들이 일시에 잠잠해졌다.성연이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자신도 억지로 묻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알아야 할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까.무진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성연이 평소대로 대답했다.“방금 연습을 마쳤어요.”무진 고개를 끄덕인 채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차 옆으로 오자, 성연에게 차문을 열어주고 먼저 오르게 한 무진이 뒤이어 차에 탔다.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맨 후 무진이 물었다.“오늘 저녁에 밖에서 식사할 건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머릿속에서 열심히 궁리하던 성연이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번쩍 뜨고는 말했다.“나는 해산물 정식이 먹을래요.”말하는 도중 입술까지 핥는 모습이 꽤나 먹고 싶은 모양이다.무진이 바로 대답하고 기사에게 해산물 레스토랑에 가자고 지시했다.무진은 성연을 북성에 있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북성에 문을 연 지 십여 년이 된 이 해산물 레스토랑은 맛있다고 꽤나 소문이 난 집이었다.상류층 인사들에게 입소문 난 레스토랑의 내부는 아주 고급스러웠으며, 국빈급 만찬요리를 내놓기로 유명했다.직원의 안내로 성연과 무진이 자리에 앉았다.성연은 레스토랑 내부를 훑어보았다.그러다 이 레스토랑 내부에 장식품들이 모두 오래된 골동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식탁까지 상품의 박달나무다.이 장식품들만으로도 그
무진도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성연과의 산책으로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다.하루 종일 바쁘게 보낸 뒤, 성연과 오붓하게 보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무진이 곁에 있으면 성연은 아무것도 마음 쓸 필요가 없는 듯한 기분이다. 안심하고 모든 걸 무진에게 맡기면 되는 듯한 느낌.그래서인지 성연의 온몸이 나른해지며 걷는 걸음도 일정하지 않았다. 마치 뼈가 없는 듯이 무진의 손을 붙잡은 채 허리를 안고 앞으로 걸어가는 성연의 온몸이 무진의 몸을 누르는 듯하다.코끝으로 전해지는 옅은 향기가 무진의 심신을 편안하면서 즐겁게 했다.거리를 걷는 동안, 주위의 사람들 모두 무진과 성연에게 눈길을 주었다.우선, 두 사람의 외모가 정말 뛰어났다. 아무렇게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생김새다.또 다들 궁금한 표정이다. 도대체 무진과 성연이 어떤 관계인지.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은 교복을 입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양복을 입고 있는 아주 이상한 조합이었으니까.무진은 성숙해 보이는 외모이긴 하나 나이가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딱 봐도 기운이 아주 강해 보였다. 성연은 아주 예쁘게 생겼지만 아직 풋풋한 청소년의 기운이 느껴진다. 무진에 비해 다소 앳되어 보이는 모습.구석에 있던 두 여자애가 작은 소리로 토론하기 시작했다.“저 두 사람, 동작이 저렇게 친밀한 걸 보니 딱 봐도 커플이겠지? 아저씨가 어리고 귀여운 여자와 함께 한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린다. 바로 내 심장을 찔렀어.” 여자아이가 성연과 무진을 보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하지만 그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두 사람의 나이차를 봐. 그리고 옷차림도. 딱 봐도 남매구만. 잘생긴 남자는 아마 저 여자애 오빠일 거야. 남매 관계가 아주 친밀하고, 아주 정상이네.”결국 무진은 너무 성숙해 보이고, 좀 판에 찍은 듯해서 성연의 남자친구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저들이 보기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무슨 오빠야? 저 남자 눈빛
말하면서 자신과 무진이 이런 모습으로 거리를 걷다니 좀 이상한 기분이었다.마침 옆에 옷가게가 보이자 성연은 속으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그리고 아예 무진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성연은 바로 옷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옷걸이에 걸린 옷들 중에서 원피스 하나를 대충 골라 피팅 룸에 들어가 갈아입었다.갈아입은 성연이 밖으로 나오자 고개를 들던 무진의 눈에 감탄의 빛이 서렸다.성연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성연이 입은 오프 숄더 형태의 붉은색 원피스는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아랫부분의 트임 디자인은 뽀얀 긴 다리를 드러내었고, 포니테일로 묶었던 머리를 풀자 완전 여리여리한 어린 숙녀였다.몸매도 상당히 좋아서 어느 일류 모델에게도 뒤지지 않았다.이때 옷 가게 주인이 다가와 성연이 입은 모습을 보고 칭찬했다.“선생님, 여자친구 분이 이 옷을 입으니 너무 예뻐요. 몸매가 정말 좋군요.”“감사합니다.”성연은 조금도 겸손하지 않게 말했다.성연의 외모와 몸매에는 마대를 씌워도 보기 좋을 것이다.무진의 정장 슈트에 맞춰 주기 위해 성연이 고른 것은 도발적인 스타일의 스커트였다.성연의 지금 옷차림을 보면 아무도 그녀를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여자친구란 말을 들은 무진의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잘못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이렇게 성연은 의상으로 이미지 변신의 효과가 아주 뚜렷하다는 게 증명되었다.가게 주인이 계속 옆에서 칭찬했다.“두 분 분위기가 정말 좋으시네요. 두 분 외모가 이렇게 훌륭하시니, 나중에 태어나는 아기도 틀림없이 매우 사랑스럽겠어요.”성연은 가게 주인이 이 방면으로 화제를 끌고 갈 줄은 몰랐다.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사레를 쳤다.“아니 뭘 벌써? 아직 멀었어요.” 옆에 선 무진이 성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분부대로 하지요.”가게 주인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다들 그러는데, 얇은 입술의 남성은 차가운 성정이지만,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죽을 때까지 간대요. 아가씨
사실 성연은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냥 지금 이 느낌이 꽤 괜찮게 느껴진다는 것 외에.그리고 왠지 무진에게 맞추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었다. 행동을 하기 전에 어떤 결과도 고려하지 않았고, 어떤 속셈 같은 것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익숙한 대로 자연스럽게 그때의 상황 순응했을 뿐.성연은 언제나 마음이 내키면 내키는 대로 해왔다. 다른 것은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이리저리 걸어가던 두 사람은 영화관 앞을 지나갔다.성연이 무진을 잡아 세우자, 무진도 성연을 따라 발걸음을 멈춰 세우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연이 옆에 있는 영화관을 가리키며 물었다.“무진 씨, 이런 곳에 가 본 적이 있어요?”영화관을 한 번 쓱 쳐다본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하긴, 명문재벌 가문의 도련님이니.’성연이 속으로 혀를 찼다.어려서부터 후계자로 키워졌고, 둘째, 셋째 작은할아버지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 어디든 마음 편히 드나들진 못했을 것이다.영화를 본다든지 하는 일은 더욱 힘들었을 터.강무진의 하루하루는 수업과 서류로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함께 지내며 살펴보니, 강무진이 얼마나 재미없는 생활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효율성만 고려한 완전 틀에 박힌 듯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직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하며 개인 여가생활이나 오락 활동과는 담 쌓은 생활이었다.사실 무진은 나이도 많지 않으면서 마치 늙은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성연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가요, 내가 당신 데리고 영화 관람 체험을 하러 갈게요. 예전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과 자주 영화를 보러 갔었어요.”이전의 시간을 언급하는 성연의 얼굴에 약간의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시골의 학생들은 진실하고 대범했었다. 도시의 아이들처럼 그렇게 옹졸하지 않았다.시골에서는 서로 쉽게 하나가 되어 어울릴 수 있었는데…….이전의 성연은 친구가 아주 많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북성에 오면서 오랫동안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못했다.이런 생각들을 하니 영화를 보러
무진과 성연이 영화표를 구매했다.어쩌면 별로 인기 없는 영화인지. 영화관 안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관람객은 영화관의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하지만 이 정도면 영화 보는 분위기는 충분했다.성연과 함께 영화를 보며 무진은 잘 참았다.미스터리 영화였지만 무진은 그다지 스릴감을 느끼지 못했다.영화 스토리는 시작만 보고도 결말이 어떨지 짐작이 갔다.확실히 영화는 재미없었다.그러나 성연과 함께 있으니 이것도 꽤 괜찮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 마침내 데이트 느낌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영화는 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성연이만 쳐다봐도 아주 눈과 마음이 즐거웠으니까.무진은 아예 턱을 괸 채 성연만 바라보았다. 팝콘을 집어먹으며 스크린을 쳐다보는 성연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입안 가득 먹이를 문 햄스터처럼 볼이 불룩한 것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무진이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볼을 폭 찔렀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왜 그러냐는 듯 눈빛으로 무진에게 물었다.무진이 그녀 앞에 있는 팝콘을 가리키자 성연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팝콘 부스러기가 뺨에 묻은 줄 알고 있는 성연에게 무진이 대신 팝콘을 건넸다.사실, 성연이 너무 사랑스러웠을 뿐이다. 다시 영화에 몰입하는 성연을 본 무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손을 거두었다.한 시간 반이 흐른 후, 드디어 영화가 끝났다.영화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잇달아 일어나 나갔다.영화관을 나와서 마지막 남은 팝콘까지 다 먹어 치운 성연이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영화, 스토리가 별로야. 예고편은 아주 재미있을 것 같더니, 본편은 좀 실망스럽네. 완전 사기야.”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꽤 기대했는데, 막상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아주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것과의 격차가 좀 심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영화를 본데다 비교적 깔끔한 영화다 보니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음에 보고 싶은 게 있으면 평론을 먼저 보고 오자.” 무진
이튿날 깨어나 원기를 완전히 회복한 성연은 늘 그랬듯이 학교로 등교했다.무진은 당연히 회사로 출근했다.자료들을 모두 수집하고 정리한 손건호가 대표실로 들어와 무진을 불렀다.“보스, 곧 회의가 시작됩니다.”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의자에서 일어나 손건호의 손에 들린 자료를 받아 들고 회의실로 갔다.WS그룹에서는 최근 남성 시계를 새로 출시했다.오늘 아침 회의는 바로 이번 신제품의 홍보모델을 선정하기 위해 열렸다.“총괄대표님…….”무진이 들어오자 자리에 앉아 있던 고위 임원들이 모두 일어나 무진에게 인사했다.예전과 달리 지금 무진은 이미 WS그룹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실권자였다.옆에 앉아서 방청만 할 뿐 아무런 의견조차 낼 수 없던 그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다.무진의 능력과 엄청난 수완을 확인한 후, 모두 무진에게 납작 엎드렸다. 무진 밑에서는 어떤 업무도 감히 대충할 수 없었다. 다음 번 자리를 빼야 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닐까 두려워하며 말이다. “앉으시죠.”무진이 담담하게 말하고는 상석에 앉았다. “강 총괄대표님, 이번에 추려본 홍보모델 후보 명단입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훑어보십시오.” 한 임원이 일어나 전전긍긍하며 손에 든 자료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홍보모델을 선정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은 평소라면 무진도 담당 부서에 맡긴다.이런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회사에 남아 있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손 가는 대로 모델후보들에 대한 자료를 넘기던 무진은 그냥 보기만 할 생각이었다.그런데 돌연 소지한의 이름이 명단에 있는 것을 보자 잠시 손을 멈추었다.그런 무진을 본 임원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생각엔, 이번 신제품의 홍보모델로 소지한 T가 아주 적합한 것 같습니다. 소지한 씨의 이미지와도 아주 잘 어울리고 말입니다.” “고성재도 괜찮아요. 지금 여자애들은 이런 여리여리한 어린 남자애들을 더 좋아합니다. 소지한의 영향력도 물론 크지만 영화에 적합할 뿐이에요. 이런 홍보모델로는 고성재가 더 낫습니다.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
샤넬 가문의 보살핌은 꽤 괜찮았다.샤넬의 오빠는 심지어 저명한 의사들을 초청해서 무진과 성연에게 전신 검사까지 받게 했다.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가주의 자격으로 며칠 더 묵으라고 열정적으로 초청했다.그러나 무진은 실혼전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성연을 데리고 서둘러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본거지인 북성에서만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목현수는 샤넬과 함께 공항으로 가서 무진과 성연을 배웅했다.성연의 눈은 예리했다. 샤넬의 아랫배가 이미 좀 커진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데리고 간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빠르네요. 얼마나 됐어요?”“얼마 안 됐어요. 한 달 남짓 밖에 안 됐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연 씨도 얼른 아기를 가지세요.”샤넬은 볼그스름하게 혈색이 좋아 보여서, 지금은 약간 탈바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일단 생명을 잉태하면 순식간에 성숙해지는 모양이야.’“나도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결국 할머니 쪽에서도 재촉하시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샤넬을 포옹했다.“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요. 내가 의사라는 걸 잊지 말아요. 만약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물어보면 돼요.”샤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무진도 목현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절친한 친구처럼 담소를 나누었다.앞으로 강씨 가문은 유럽에서 견고한 관계의 동맹 가문을 갖게 되었다. 무진은 귀국 후 유럽 시장을 다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샤넬 가문의 협조가 있으니 더 빛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전용기에서 성연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진은 국내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갑자기 뉴스 하나가 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연운그룹 남부 지역 시장 진출 시작, 투자 총액 8조 원을 초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이름에 무진은 경계심이 들었다.‘북방의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하지 않았어? 20
“그때 스승님께서 갑자기 저를 쫓아내려고 하셨기에, 나는 감정이 바로 무너졌어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그러지 말라고 빌었지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스승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단지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셨어요. 또한 앞으로는 평생 스승님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요.”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현수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아마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목현수의 설명을 끊지 않기 위해서 무진과 성연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국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요.”“하지만 스승님이 조치해 주신 사람이 줄곧 나를 보살펴 주었기에, 천천히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서 배운 의술을 사용해서 가난하고 낙후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기 시작했어요.”“몇 년 후에 나는 스승님이 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거예요!”목현수의 눈빛은 서서히 고무된 기색을 담고 있었다.그 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목현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목현수의 이름을 알게 된 유럽의 부유한 사업가들도 그를 유럽으로 초청해서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이를 통해서 목현수는 많은 돈을 벌었고 유럽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사문에서 쫓겨난 지 7년이 지난 뒤 마침 19세가 된 목현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일년 내내 스승님의 처방전을 보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필체임을 알 수 있었다.사부님은 편지에서 마침내 예전의 원수를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스승님의 여생의 신념은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문에서 축출한 것은 목현수를 잘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언급했다.그 편지를 본 목현수는 비통하게 울었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오직 의술로 병을 치료해서 사람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