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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인간계에 내려온 여신

Author: 노끼
성연에게는 몸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른한 기운이 흐르는 듯했다.

마치 햇빛 아래에서 햇볕을 쬐는 게으른 고양이처럼 온몸에서 풍기는 나른한 기운에서 희한하게도 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져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성연은 카메라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옷의 컨셉에 맞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알았다.

사진작가는 사실 좀 걱정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찾아온 이 모델이 소지한의 발목을 잡을까 봐 말이다. 소지한이 이 의상들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는데.

그런데 성연은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완전히 끌어당겼다.

섹시한 컨셉, 와일드한 컨셉, 친근한 옆집 소녀 컨셉, 우아한 숙녀 컨셉, 모든 스타일의 의상을 백 퍼센트 소화해 냈다. 그것도 넘칠 만큼.

그리고 컨셉마다 가면이 달라졌다. 때론 화려하게, 때론 여신 같이, 때로는 어두운 밤의 들고양이 같이 의상의 분위기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었다.

성연이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들어간 틈을 타 소지한의 곁으로 다가간 사진작가가 팔꿈치로 툭 치며 말했다.

“어디서 이런 보물을 찾은 거야? 완전 인간계로 내려온 여신이야, 정말 보기 드문.”

연예계에서 숱한 미녀들을 보고 촬영하는 사진작가에게 이런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성연을 향한 찬사 그만큼 귀하고 드문 것이었다.

듣고 있던 소지한이 턱을 치켜들며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듯한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도 봤잖아? 누가 뽑은 사람인지?”

“시간이 있으면 짬을 내서 좀 도와줘. 돈이 문제가 아니야.”

사진작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소지한에게 제안했다.

사진작가로서 줄곧 아름다운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만약 성연이 자신의 작품의 모델이 되어 주기만 한다면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게 될 게 분명했다.

사진작가는 가녀린 성연이 그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모델을 하는 줄 착각했다.

그런데 그의 제안을 들은 소지한이 고개를 저으며 안쪽의 칸막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됐어,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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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75화 널 바래다주고 싶어

    같은 시각, 같은 호텔 안에서 무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WS그룹 계열사 중의 하나인 이 호텔로 오늘 무진은 시찰하러 나왔다.호텔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위생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은 듯하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무진은 저 멀리 복도 쪽에 있는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무진의 눈빛이 꽤 오래 한 군데 머무는 것을 지켜본 지배인이 설명했다.“총괄대표님, 오늘 촬영한다고 호텔을 전세 낸 업체가 있는데, 아마 그쪽에서 부른 모델인 것 같습니다.”무진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다가가서 보니 난간에 기댄 여성은 짙은 화장에 상당히 섹시한 의상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무진은 한 번 슬쩍 본 뒤에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별 흥미가 가지 않는 듯 자세히 보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저 실루엣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거지.무진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그 여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그러나 무진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을 알아본 성연의 온몸이 잔뜩 긴장해서 하마터면 심장이 튀어나올 뻔했다는 걸.성연은 여기에서 무진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무진과의 거리가 멀어지기를 기다리던 성연은 얼른 룸 안으로 숨어들었다.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역시 사람은 양심에 걸리는 일을 하고 살아서는 안돼. 아니면 어떻게 이리 쉽게 마주친다는 말인가.’소지한은 한창 사진작가와 논의 중이었다. 서로 의견을 조정해야 할 부분 때문에.성연이 허둥지둥 들어오는 것을 본 그도 뒤따라 일어섰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성연은 당연히 무진을 봤다는 말을 소지한에게 알리지 않았다. 잠시 후에 입을 열고 말했다.“괜찮아, 돌아갈 시간이 거의 다 됐어. 내일 다시 와서 나머지 촬영하면 안될까?”원래는 오늘 하루 만에 이 일을 다 끝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지금 무진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생긴 만큼 얼른 이곳을 떠날 수 밖에.만약에 진짜 마주쳤다면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76화 첫 느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을 지우자 성연은 곧바로 가버렸다.소지한은 웃으며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 광고가 나오면 언론에 나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이때쯤, 무진은 호텔 전체를 거의 다 살펴보았다.무진 일행이 다시 돌아왔을 때, 뜻하지 않게도 무진과 소지한 두 사람이 마주쳤다.거의 한순간, 소지한의 웃음이 약간 수그러들었다. 무진 또한 아주 약간 눈을 좁혔다. 그러나 아주 빨리 서로 엇갈리며 지나갔다.남자들 사이의 적의는 마치 무의식적으로 분출되는 것 같다. 두 눈이 교차하는 순간, 사방으로 튀는 불꽃은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터.엘리베이터에 오른 무진의 검은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지금 그는 밖으로 드러난 것처럼 평온한 상태가 아니었다. 옆에 서있는 호텔 지배인을 바라보며 물었다.“소지한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무진은 지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그조차도 이 화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감정을 쏟아낼 곳을 찾지 못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무진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자, 호텔 지배인은 속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 같지도 않았지만, 강무진의 기분을 거슬린 부분이 있진 않는지.하지만 얼른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조금 전에 말씀드렸 듯이, 우리 호텔을 빌려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대스타 소지한 아닙니까? 소지한 자신이 런칭한 의류 브랜드 컨셉이 마침 우리 호텔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순간 무진은 조금 전의 신형이 떠올랐다.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더라니.’‘그럼 성연이었다는 거 아니야?’어쩐지 자신의 첫 느낌이 이상하더라니.‘그런데 성연은 지금 학교에 있어야 하지 않나? 일부러 수업을 빼먹고 나와서 소지한을 만난다고?’어떤 이유로든 성연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만은 화가 나 참을 수가 없었다.“오늘 시찰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급하게 호텔 시찰을 마무리 지은 무진이 서둘러 떠났다.그런 무진의 뒤를 손건호가 급히 따랐다.지배인의 머리가 온통 희뿌얘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77화 얌전히 그녀의 말 대로 따르다

    성연을 마중하기 위해 무진이 학교로 가니, 성연이 교문으로 나왔다.이미 화장을 지우고 원 모습으로 돌아온 성연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조금 전 호텔에서 본 그 여자의 그림자는 하나도 찾을 수 없게.무진이 무심히 물었다. “오늘 뭐 했어?”뛰어난 직관력을 지닌 무진이 볼 때, 아까 그 여성은 바로 성연이었다.마침 맞게, 성연이 얼마 전 소지한과 열애설에 휩싸였던 것도 이를 한 층 더 증명하는 듯했다.다만, 성연은 분명히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무진도 들추지 않았다. 성연이 알게 된 후, 지금 같은 둘 사이의 평온한 관계가 깨질까 겁이 나서.성연을 보는 순간, 무진의 머리 속 생각들이 일시에 잠잠해졌다.성연이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 이상, 자신도 억지로 묻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알아야 할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까.무진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성연이 평소대로 대답했다.“방금 연습을 마쳤어요.”무진 고개를 끄덕인 채 더 이상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차 옆으로 오자, 성연에게 차문을 열어주고 먼저 오르게 한 무진이 뒤이어 차에 탔다.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맨 후 무진이 물었다.“오늘 저녁에 밖에서 식사할 건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머릿속에서 열심히 궁리하던 성연이 잠시 생각하다가 눈을 번쩍 뜨고는 말했다.“나는 해산물 정식이 먹을래요.”말하는 도중 입술까지 핥는 모습이 꽤나 먹고 싶은 모양이다.무진이 바로 대답하고 기사에게 해산물 레스토랑에 가자고 지시했다.무진은 성연을 북성에 있는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북성에 문을 연 지 십여 년이 된 이 해산물 레스토랑은 맛있다고 꽤나 소문이 난 집이었다.상류층 인사들에게 입소문 난 레스토랑의 내부는 아주 고급스러웠으며, 국빈급 만찬요리를 내놓기로 유명했다.직원의 안내로 성연과 무진이 자리에 앉았다.성연은 레스토랑 내부를 훑어보았다.그러다 이 레스토랑 내부에 장식품들이 모두 오래된 골동품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식탁까지 상품의 박달나무다.이 장식품들만으로도 그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78화 커플 같지 않아

    무진도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성연과의 산책으로 마음이 아주 가벼워졌다.하루 종일 바쁘게 보낸 뒤, 성연과 오붓하게 보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무진이 곁에 있으면 성연은 아무것도 마음 쓸 필요가 없는 듯한 기분이다. 안심하고 모든 걸 무진에게 맡기면 되는 듯한 느낌.그래서인지 성연의 온몸이 나른해지며 걷는 걸음도 일정하지 않았다. 마치 뼈가 없는 듯이 무진의 손을 붙잡은 채 허리를 안고 앞으로 걸어가는 성연의 온몸이 무진의 몸을 누르는 듯하다.코끝으로 전해지는 옅은 향기가 무진의 심신을 편안하면서 즐겁게 했다.거리를 걷는 동안, 주위의 사람들 모두 무진과 성연에게 눈길을 주었다.우선, 두 사람의 외모가 정말 뛰어났다. 아무렇게 사진 한 장을 찍어도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생김새다.또 다들 궁금한 표정이다. 도대체 무진과 성연이 어떤 관계인지.그도 그럴 것이 한 사람은 교복을 입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양복을 입고 있는 아주 이상한 조합이었으니까.무진은 성숙해 보이는 외모이긴 하나 나이가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딱 봐도 기운이 아주 강해 보였다. 성연은 아주 예쁘게 생겼지만 아직 풋풋한 청소년의 기운이 느껴진다. 무진에 비해 다소 앳되어 보이는 모습.구석에 있던 두 여자애가 작은 소리로 토론하기 시작했다.“저 두 사람, 동작이 저렇게 친밀한 걸 보니 딱 봐도 커플이겠지? 아저씨가 어리고 귀여운 여자와 함께 한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린다. 바로 내 심장을 찔렀어.” 여자아이가 성연과 무진을 보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하지만 그 옆에 서 있던 또 다른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두 사람의 나이차를 봐. 그리고 옷차림도. 딱 봐도 남매구만. 잘생긴 남자는 아마 저 여자애 오빠일 거야. 남매 관계가 아주 친밀하고, 아주 정상이네.”결국 무진은 너무 성숙해 보이고, 좀 판에 찍은 듯해서 성연의 남자친구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저들이 보기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무슨 오빠야? 저 남자 눈빛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79화 진짜로 생각하면 어쩌려고

    말하면서 자신과 무진이 이런 모습으로 거리를 걷다니 좀 이상한 기분이었다.마침 옆에 옷가게가 보이자 성연은 속으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그리고 아예 무진에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려요.”성연은 바로 옷 가게 문을 밀고 들어갔다.옷걸이에 걸린 옷들 중에서 원피스 하나를 대충 골라 피팅 룸에 들어가 갈아입었다.갈아입은 성연이 밖으로 나오자 고개를 들던 무진의 눈에 감탄의 빛이 서렸다.성연의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성연이 입은 오프 숄더 형태의 붉은색 원피스는 상당히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아랫부분의 트임 디자인은 뽀얀 긴 다리를 드러내었고, 포니테일로 묶었던 머리를 풀자 완전 여리여리한 어린 숙녀였다.몸매도 상당히 좋아서 어느 일류 모델에게도 뒤지지 않았다.이때 옷 가게 주인이 다가와 성연이 입은 모습을 보고 칭찬했다.“선생님, 여자친구 분이 이 옷을 입으니 너무 예뻐요. 몸매가 정말 좋군요.”“감사합니다.”성연은 조금도 겸손하지 않게 말했다.성연의 외모와 몸매에는 마대를 씌워도 보기 좋을 것이다.무진의 정장 슈트에 맞춰 주기 위해 성연이 고른 것은 도발적인 스타일의 스커트였다.성연의 지금 옷차림을 보면 아무도 그녀를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여자친구란 말을 들은 무진의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결국 두 사람의 관계를 잘못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이렇게 성연은 의상으로 이미지 변신의 효과가 아주 뚜렷하다는 게 증명되었다.가게 주인이 계속 옆에서 칭찬했다.“두 분 분위기가 정말 좋으시네요. 두 분 외모가 이렇게 훌륭하시니, 나중에 태어나는 아기도 틀림없이 매우 사랑스럽겠어요.”성연은 가게 주인이 이 방면으로 화제를 끌고 갈 줄은 몰랐다.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사레를 쳤다.“아니 뭘 벌써? 아직 멀었어요.” 옆에 선 무진이 성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분부대로 하지요.”가게 주인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다들 그러는데, 얇은 입술의 남성은 차가운 성정이지만,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죽을 때까지 간대요. 아가씨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80화 첫 데이트

    사실 성연은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냥 지금 이 느낌이 꽤 괜찮게 느껴진다는 것 외에.그리고 왠지 무진에게 맞추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었다. 행동을 하기 전에 어떤 결과도 고려하지 않았고, 어떤 속셈 같은 것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익숙한 대로 자연스럽게 그때의 상황 순응했을 뿐.성연은 언제나 마음이 내키면 내키는 대로 해왔다. 다른 것은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이리저리 걸어가던 두 사람은 영화관 앞을 지나갔다.성연이 무진을 잡아 세우자, 무진도 성연을 따라 발걸음을 멈춰 세우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성연이 옆에 있는 영화관을 가리키며 물었다.“무진 씨, 이런 곳에 가 본 적이 있어요?”영화관을 한 번 쓱 쳐다본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하긴, 명문재벌 가문의 도련님이니.’성연이 속으로 혀를 찼다.어려서부터 후계자로 키워졌고, 둘째, 셋째 작은할아버지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 어디든 마음 편히 드나들진 못했을 것이다.영화를 본다든지 하는 일은 더욱 힘들었을 터.강무진의 하루하루는 수업과 서류로 가득 차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다.함께 지내며 살펴보니, 강무진이 얼마나 재미없는 생활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효율성만 고려한 완전 틀에 박힌 듯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오직 집과 회사만 왔다갔다하며 개인 여가생활이나 오락 활동과는 담 쌓은 생활이었다.사실 무진은 나이도 많지 않으면서 마치 늙은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성연이 적극적으로 제안했다.“가요, 내가 당신 데리고 영화 관람 체험을 하러 갈게요. 예전 시골에서 학교를 다닐 때, 친구들과 자주 영화를 보러 갔었어요.”이전의 시간을 언급하는 성연의 얼굴에 약간의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시골의 학생들은 진실하고 대범했었다. 도시의 아이들처럼 그렇게 옹졸하지 않았다.시골에서는 서로 쉽게 하나가 되어 어울릴 수 있었는데…….이전의 성연은 친구가 아주 많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북성에 오면서 오랫동안 친구들에게 연락하지 못했다.이런 생각들을 하니 영화를 보러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81화 그녀는 너무 사랑스러워

    무진과 성연이 영화표를 구매했다.어쩌면 별로 인기 없는 영화인지. 영화관 안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관람객은 영화관의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하지만 이 정도면 영화 보는 분위기는 충분했다.성연과 함께 영화를 보며 무진은 잘 참았다.미스터리 영화였지만 무진은 그다지 스릴감을 느끼지 못했다.영화 스토리는 시작만 보고도 결말이 어떨지 짐작이 갔다.확실히 영화는 재미없었다.그러나 성연과 함께 있으니 이것도 꽤 괜찮은 느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두 사람 사이에 마침내 데이트 느낌을 가지게 되었으니까.영화는 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성연이만 쳐다봐도 아주 눈과 마음이 즐거웠으니까.무진은 아예 턱을 괸 채 성연만 바라보았다. 팝콘을 집어먹으며 스크린을 쳐다보는 성연은 꽤나 진지해 보였다.입안 가득 먹이를 문 햄스터처럼 볼이 불룩한 것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무진이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볼을 폭 찔렀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왜 그러냐는 듯 눈빛으로 무진에게 물었다.무진이 그녀 앞에 있는 팝콘을 가리키자 성연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팝콘 부스러기가 뺨에 묻은 줄 알고 있는 성연에게 무진이 대신 팝콘을 건넸다.사실, 성연이 너무 사랑스러웠을 뿐이다. 다시 영화에 몰입하는 성연을 본 무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손을 거두었다.한 시간 반이 흐른 후, 드디어 영화가 끝났다.영화관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잇달아 일어나 나갔다.영화관을 나와서 마지막 남은 팝콘까지 다 먹어 치운 성연이 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영화, 스토리가 별로야. 예고편은 아주 재미있을 것 같더니, 본편은 좀 실망스럽네. 완전 사기야.”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꽤 기대했는데, 막상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다.아주 나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것과의 격차가 좀 심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영화를 본데다 비교적 깔끔한 영화다 보니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다. “다음에 보고 싶은 게 있으면 평론을 먼저 보고 오자.” 무진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382화 더 이상 무능력한 인간이 아니다

    이튿날 깨어나 원기를 완전히 회복한 성연은 늘 그랬듯이 학교로 등교했다.무진은 당연히 회사로 출근했다.자료들을 모두 수집하고 정리한 손건호가 대표실로 들어와 무진을 불렀다.“보스, 곧 회의가 시작됩니다.”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의자에서 일어나 손건호의 손에 들린 자료를 받아 들고 회의실로 갔다.WS그룹에서는 최근 남성 시계를 새로 출시했다.오늘 아침 회의는 바로 이번 신제품의 홍보모델을 선정하기 위해 열렸다.“총괄대표님…….”무진이 들어오자 자리에 앉아 있던 고위 임원들이 모두 일어나 무진에게 인사했다.예전과 달리 지금 무진은 이미 WS그룹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실권자였다.옆에 앉아서 방청만 할 뿐 아무런 의견조차 낼 수 없던 그 무능한 인물이 아니었다.무진의 능력과 엄청난 수완을 확인한 후, 모두 무진에게 납작 엎드렸다. 무진 밑에서는 어떤 업무도 감히 대충할 수 없었다. 다음 번 자리를 빼야 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닐까 두려워하며 말이다. “앉으시죠.”무진이 담담하게 말하고는 상석에 앉았다. “강 총괄대표님, 이번에 추려본 홍보모델 후보 명단입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 훑어보십시오.” 한 임원이 일어나 전전긍긍하며 손에 든 자료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홍보모델을 선정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은 평소라면 무진도 담당 부서에 맡긴다.이런 일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회사에 남아 있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손 가는 대로 모델후보들에 대한 자료를 넘기던 무진은 그냥 보기만 할 생각이었다.그런데 돌연 소지한의 이름이 명단에 있는 것을 보자 잠시 손을 멈추었다.그런 무진을 본 임원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 생각엔, 이번 신제품의 홍보모델로 소지한 T가 아주 적합한 것 같습니다. 소지한 씨의 이미지와도 아주 잘 어울리고 말입니다.” “고성재도 괜찮아요. 지금 여자애들은 이런 여리여리한 어린 남자애들을 더 좋아합니다. 소지한의 영향력도 물론 크지만 영화에 적합할 뿐이에요. 이런 홍보모델로는 고성재가 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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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9화 예전의 이름

    말을 마친 사무는 옆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뚱뚱한 남자를 재빠르게 발견했다.“아저씨, 바로 저 사람이 사진이를 이렇게 다치게 했어요!”사무는 우렁찬 목소리로 방금 엘리베이터를 나온 남자를 가리켰다.팍!쿵!서한기가 재빨리 깔끔하게 손을 쓰자, 남자의 커다란 몸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심지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남자는 온몸의 뼈마디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아이들은 네가 감히 건드릴 수도 감당할 수도 없어! 꺼져!”피에 굶주린 듯 핏발선 눈으로 쏘아보면서, 서한기가 나지막하게 외쳤다.쓰러져 있던 남자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온몸의 통증을 느끼면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막 일어나려던 남자는 등줄기의 시큰한 통증에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다시 몇 번이나 일어나려고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결국 주저앉은 채 고통스럽게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다른 쪽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무진은 자연스럽게 이쪽의 소동에 시선이 향했다.사람들 속에서 처참한 모습의 마케팅팀 팀장과, 그 앞에 서서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미간을 찌푸린 무진은 고개를 살짝 돌려서 뒤를 바라보았다.“아이들이 아직 안 갔어?”그리고 무진이 엘리베이터 문을 나설 때, 손건호는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던 서한기를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그들 두 사람은 예전 진성 조직의 공동 대장이었다. 여러 해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인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지난 일 때문에 서로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이 가슴이 찢어질 듯한 느낌도 그들 두 사람만 알 수 있을 뿐...왜인지는 모르지만 서한기의 망설임이 느껴지자,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약간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아직도 안 가보고 뭐 해?”‘저 두 아이는 뭔가 나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머릿속에서 어떤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8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아직도 물린 곳에 통증을 느끼고 있던 마케팅팀 팀장은, 갑자기 사무가 이런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자 무의식적으로 심적으로 위축되었다.‘어린 애가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방금 전에 행동은 치밀하게 생각하고 한 건가?’자신도 모르게 당황했던 마케팅팀 팀장은 곧 한숨을 돌렸다.‘내가 뭘 무서워하는 거야? 기껏해야 아이일 뿐인데 뭐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이렇게 생각하자 곧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변했다.“이 조그만 녀석이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이렇게 버릇없게 말이지!”사무는 코웃음을 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너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이 버릇없는 새끼가 감히 욕을 해! 보아하니 너는 혼나는 걸로도 부족하겠어!”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줄곧 말을 하지 않던 무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됐어, 너희 두 아이는 빨리 나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때문에 너희 엄마가 회사의 징계를 받게 돼.”사무는 무진의 얘기하는 모습을 힐끗 보았다. 전혀 감정이 없는 눈빛으로 볼 뿐.‘자기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맞는’ 걸 보면서도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 이런 아버지라니! 얼마나 마음이 독한 사람인지 충분히 알겠어.’‘오늘 아버지를 찾아온 건 결코 잘한 선택이 아닌 것 같아.’사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마케팅팀 팀장을 흘겨보기만 했다. ‘얼마나 더 웃을 수 있는지 보겠어. 조금 있다가 한기 아저씨가 시원하게 혼내 줄 테니까!’조심스럽게 여동생을 일으켜 세운 사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여동생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사진아, 가자!”사진도 지금은 여기에 더 있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악문 채 오빠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입구로 걸어가던 사진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상 앞에 앉은 남자를 쳐다보았다.무진도 마침 사진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무진은 왠지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무진이 움직이기 전에, 고개를 돌린 사진은 오빠와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마침내 소동이 마무리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7화 감히 내 여동생을 건드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두 아이는 쌍동이겠지. 한 네다섯 살 정도 된 것 같아.’‘아이들 나이와 지금 상황을 보면...’‘혹시 이 두 아이가 정말 보스와 사모님 사이의 아이인 거야?’‘사모님이 낙태한 뒤 출국한 게 아니라, 모두를 속이고 아이들을 낳은 건가?’너무나 엄청난 상상이라서, 손건호는 곧 뭔가 큰일이 닥칠 거라는 느낌마저 들었다.지금은 원래 마케팅팀 팀장이 보고하면서 무진의 눈에 들 기회를 찾던 중이었다.그러나 오늘 보고는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무려 30분 동안이나 저기압인 대표의 기세에 눌려 있던 상태였다.‘지금 대표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면 칭찬을 받겠지.’눈빛을 빛내던 남자는 손을 비비면서 재빨리 앞으로 나왔다.“너희들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빨리 나가지 않고 뭐 해!”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면서, 마케팅팀 팀장이 사진의 여린 팔을 꽉 쥐었다.“어린 애들이 함부로 아빠라고 거짓말이나 하다니, 도대체 부모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이게 얼마나 심한 장난인지 알기나 해?”마케팅팀 팀장은 거칠게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무방비 상태였던 사진은 그저 팔이 꽉 잡힌 채 끌려갈 뿐이다.사진은 본능정으로 몸부림쳤다.하지만 어린아이가 어떻게 어른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까?사진의 발버둥은 결국 전혀 무의미한 몸짓에 불과했다.“오빠, 오빠, 사진이 너무 아파!”“아아, 아파...”팔의 통증에 몸부림치던 사진은 기어이 기회를 틈타서 남자의 팔을 물었다.갑작스럽게 팔에 통증을 느끼자, 남자는 아이들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면서 나뒹굴었다“아! 이 계집애가 감히 나를 물었어!”잔뜩 살이 찐 남자가 불쾌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으름장을 놓았다.갑자기 바닥에 떨어졌지만, 사무는 별다른 이상 없이 일어섰다.하지만 팔을 물린 남자는 사진을 떨쳐내려고 거칠게 밀쳤다.결국 힘에 밀린 사진은 의자에 이마와 팔을 부딪혔다. 부딪친 곳은 바로 빨갛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6화 아무 데서나 아빠라니?

    사진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어제 오빠 컴퓨터에서 아빠의 사진을 봤을 때도 천하제일 미남인 아빠 모습에 감탄했지만!오똑한 콧날에 굳게 닫힌 두 입술, 단정한 헤어 스타일에 온몸에 남성미가 가득한 건장한 모습!지금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경외심이 들면서 엄숙한 분위기였다. 이 모든 아우라는 바로 책상 앞에 앉은 무진에게서 비롯된 것이다.‘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야!’‘우리한테 이런 멋진 아빠가 있다니!’ 지금 사진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아빠!”두 아이는 곧바로 책상 앞으로 달려갔고, 사진이 크게 외쳤다.가뜩이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에 ‘아빠’라는 소리가 들리자, 무진은 미간을 점점 찌푸리면서 그윽한 눈빛으로 두 아이를 훑어보았다.“어디서 온 애들이야? 언제부터 우리 회사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게 됐지?”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뒤로 젖혔다.“게다가 아무 데서나 아빠라니?”기쁨에 겨워 아빠에게 다가가려던 사진은 무진의 바로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의 눈에서는 순식간에 눈물이 솟아났다.애절하게 흐느끼면서 사진이 말했다.“아빠, 바로 우리 아빠잖아! 우리는 오늘 특별히 아빠를 찾으러 온 거야.”아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자, 무진은 마치 가슴속이 꽉 막힌 듯했다. 당황한 무진은 얼른 내선전화의 수화기를 들었다.두 아이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하는 무진의 목소리에는 왠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너희들 아빠가 아니야. 거짓말하면 안 돼. 얼른 너희 엄마한테 가야지.”잠시 후, 수화기에서 시원스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네, 보스.]무진은 다시 두 아이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들어와서 두 아이를 데려가.”[아이들요?] 손건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응.”무진은 단지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아빠는 우리가 그렇게 싫어요?”갑자기 사진의 옆에 서 있던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이지만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5화 웬 꼬마야?

    사무가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그래야 해?”다시 한 번 우유 막대사탕을 입에 넣은 채, 사진이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그럼, 오빠 그건 아직도 분명하지 않은데?”“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설마 네 오빠가 뛰어나지 않다는 거야?”사무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진지한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잔뜩 인상을 찌푸리던 사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다시 빌딩을 바라보았다.“우리 그래도 일을 해야지. 사람들이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올라가게 할까?”웃음을 거둔 사무는 입술을 꼭 닫은 채 앞을 보면서 진지 모드로 돌입했다.“당연히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할 거야.”“그럼 어떡해?”사진은 바로 풀이 죽었다.‘이미 집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빠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곤란한 일이 생기면 정말 피곤해.’다음 순간.사진은 익숙한 오빠 손에 이끌려서 따라갔다.사무가 앞에 서고 사진은 따라서 함께 빌딩의 옆쪽의 작은 문으로 걸어갔다.입구에 선 두 아이는 작은 키 때문에 아주 순조롭게 입구의 경비원 순찰을 피할 수 있었다. 한바탕 민첩하게 왔다 갔다 한 끝에 이미 계단 앞에 도착했다.고개를 든 두 아이는 계단 위를 바라보았다. 입을 삐죽 내민 사진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텔레비전에 나오는 회장 사무실은 모두 맨 꼭대기층에 있어. 오빠, 아빠도 꼭대기층에 있는 건 아니겠지.”사무도 이 많은 계단을 보자 약간 풀이 죽었다.그래도 앳되지만 무게 있는 목소리로 사무가 나지막히 말했다.“그 점은 드라마도 틀리지 않았어.”“아!” 오빠가 말을 하자 사진의 작은 다리는 벌써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만약에 이렇게 높은 층을 걸어서 올라간다면, 오늘 내 다리는 아마 망가지겠지?사진이 자신의 짧은 다리를 위해 ‘묵념’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사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가자, 위층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2층.지금은 출근 시간이라서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느라, 오히려 두 아이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4화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

    ‘무진 오빠의 이전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면, 내가 했던 짓도 모두 드러나지 않을까?’예민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처럼 느꼈다.‘약효가 줄어들면 그 뒤에는 반드시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거야.’ ‘안 돼. 방법을 생각해야 해. 그런 상황이 절대 일어나게 해서는 안 돼.’찢어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무진을 보자, 예민주의 머릿속에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그 약을 다시 한번 더 먹여도 될까?’‘하지만... 하지만 또 복용하면, 나도 잊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겨.’‘이거 어떻게 해야 해?’일시에 모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머릿속에 맴돌면서, 가뜩이나 초조한 예민주는 머리가 터질 듯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몸을 돌린 무진의 눈은 전혀 초점도 맞지 않은 채 암울해 보였다.걸음을 떼고도 마음의 피로로 인해서 이미 얼마나 붕 떠있는지도 몰랐다.무진이 예민주의 곁으로 다가가자, 예민주가 무의식중에 무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촉을 원하지 않는 듯이 아주 교묘하게 예민주의 손길을 피했다.차로 향하면서 예민주에게 단 한 마디만 남겼을 뿐이다.“좀 있다가 너 혼자 돌아가. 오늘 일은 잠시 미루자.”그리고 곧바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남겨진 예민주만 어수선한 심정이었다.이어진 며칠 동안 무진은 여전히 평소와 마찬가지로 바빴다. 낮에는 업무를 볼 뿐만 아니라 접대도 해야 했다.그날, 산기슭의 별장 2층.위층에서 성연의 차가 점차 사라지는 걸 본 두 아이는 신속하게 작은 숄더백을 꺼냈다.사진은 동그란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맞은편에 있는 사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오빠, 정말로 이렇게 할 거야?”고개를 끄덕이는 사무의 눈에는 확고한 결의가 가득했다.“응, 엄마가 그날 돌아온 뒤 요 며칠 상태가 어떤지 못 봤어? 엄마는 분명히 아버지를 만났을 거야.” “내가 이미 아버지 위치를 알아냈어. 우리는 곧 아버지를 찾아갈 거야!”지금 집에 두 아이들밖에 없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성연은 낯선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3화 약효가 약해진 거야?

    “그렇게 트집을 잡겠다고?”“나는 단지 이 옷을 매우 좋아할 뿐이에요. 나와 무진 오빠의 결혼식에서 입고 싶은데 당신들도 마음에 들었는지는 몰랐는데요?”억울한 듯한 예민주의 얼굴.임서희는 마음이 우울했다. ‘무슨 이런 여우 같은 년이 다 있어? 그야말로 겉만 번드르르한 년이네!’“2억2천만 원! 빨리 카드 결제해요!”말을 마친 성연이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예민주는 마치 성연이 가는 방향을 알고 있는 것처럼 바로 성연의 앞을 막았다.짝!성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얼굴의 통증을 느끼자 예민주는 무의식적으로 직접 만든 독약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성연은 이미 진작부터 예민주가 그럴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성연의 오른손에 갑자기 가는 은침 하나가 나타나더니, 예민주의 팔에 바로 박히면서 순식간에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좋은 개는 길을 막지 않는 법이야!”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지금 성연의 눈에서는 불꽃이 타오르면서 온몸의 피가 들끓는 듯했다.“서희야, 가자!”말이 끝나자 성연은 임서희를 데리고 웨딩 숍을 나섰다.오른쪽 얼굴의 화끈한 통증과 주위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느끼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화가 난 예민주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무진 오빠!”그러나 다음 순간, 곧바로 문밖으로 나간 무진은 차의 시동을 걸고 바로 성연을 따라갔다. 울부짖는 예민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방금 회사를 나섰던 성연은, 임서희를 먼저 회사로 돌려보낸 뒤에 자신은 혼자 차를 몰고 떠났다.차 안.백미러를 통해 자신의 뒤를 바짝 뒤쫓는 무진을 발견하자, 성연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뭘 하려는 거야?’마음이 초조하자, 액셀러레이터를 바로 끝까지 밟았다. 성연의 차는 넓은 도로 위를 나는 듯이 달려갔다.고가도로 위.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진의 차가 성연의 차에 부딪치면서 곧바로 멈추게 만들었다. 빠른 속도로 달렸기 때문에 관성에 의해서 부딪친 것이다.성연은 입가가 찢어지면서 끈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2화 활활 타오르는 눈빛

    이곳의 웨딩드레스는 모두 디자이너의 작품들로, 이 웨딩드레스도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 이걸 예민주가 가져가면, 자신은 당연히 다른 웨딩드레스를 찾을 수밖에 없다.‘게다가 이건 분명히 우리가 먼저 보고 결정했어.’임서희가 무의식적으로 막았다.“아가씨, 이 옷은 우리가 방금 이미 고른 거예요. 면사포도 모두 골랐는데, 아가씨의 이런 행동은 우아하지 않은데요?”임서희는 아주 완곡하게 표현했다.하지만... 예민주는 임서희의 태도에 개의치 않는 듯했다.“호호, 당신이 어떻게 먼저 골랐다고 말할 수 있나요? 이 웨딩드레스는 이미 오랫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거예요.”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이건 원래 일찍부터 내 소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예민주는 임서희의 반응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피식 비웃으면서 다시 직원에게 그 웨딩드레스를 가져오라고 했다.직원이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고 고민하자, 예민주는 짜증이 난 목소리로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어? 빨리 안 움직여?”직원은 양쪽의 손님들 사이에 낀 채 난처한 표정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야?’‘이 두 손님들은 척 봐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야. 지금 웨딩드레스 하나를 놓고 서로 싸우려는 기세인데, 우리는 이쪽을 도와도 안 되고, 저쪽을 위해도 안 돼.’“저는...”직원은 순간 말을 더듬으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원래 좋은 기분이던 성연은 예민주에게 방해를 받자, 아예 신용카드를 꺼내서 직원에게 건네주었다.“이 웨딩드레스는 우리가 사겠어요. 카드로 결제할게요.”성연의 목소리에는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성연의 이 말은 또 마침 직원도 정확한 답안을 제시할 수 있게 도왔다. ‘옷을 입어보는 목적은 옷이 어울리는지 보기 위한 것이고, 어울리면 사는 거야.’‘하지만 이들은 지금 입어보는 단계를 건너뛰고 구매하겠다고 하니 가장 명확한 답이겠지.’“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포장을 도와드리겠습니다.”말하면서 직원이 은행카드를 받으려고 했다.“잠깐만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1화 내가 입어보게

    지금 직원의 설명을 듣자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어때? 직원에게 한번 입어보게 가져오라고 해볼까?”임서희가 정말 마음에 들어한다는 걸 눈치챈 성연이 다가와서 건의했다.가게 앞.바로 같은 시간에 한 쌍의 남녀가 밖에서 들어왔다. 여자는 앙증맞은 표정으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매달려 있었다.“무진 오빠, 이 브랜드의 웨딩 숍은 운성에 이곳 한 곳밖에 없어요.” “이 가게 웨딩드레스가 정말 예쁘다고 해요. 심플한 스타일이 좋을까요, 아니면 좀 화려한 스타일이 좋을까요?”예민주의 목소리는 아주 달콤했다. 마치 꼬리를 활짝 편 공작새처럼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웨딩 숍 안으로 들어섰다.예민주가 팔을 꽉 잡고 있어서 무진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천천히 팔을 풀었지만 눈빛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좀 심플한 스타일로 해. 그렇게 화려한 걸 입을 필요는 없어.”예민주는 사실 결코 온화한 사람이 아니지만, 무진의 곁에 있으면서 오히려 많이 순해졌다.하지만 평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다.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예민주는 무의식 중에 그 말에 반박하려고 했다.“하지만...”‘지금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저건... 송성연이잖아?’머릿속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다시 자세히 보니 정말 성연이 맞았다.말을 하다가 만 예민주가 마치 뭔가에 시선이 고정된 듯이 바라보자, 무진은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예민주의 시선을 따라갔다.‘왜 또 저 여자야?’성연을 보는 순간, 무진은 다시 한번 참기 힘든 두통을 느꼈다.‘왜, 왜 매번 저 여자를 볼 때마다 냉정을 유지할 수 없는지 모르겠어. 또 익숙한 느낌도 있지만, 분명히 저 여자를 만난 적도 없잖아.’또각또각!무진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예민주는 성연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갔다. 이미 조금 전처럼 놀라지 않았고, 온통 거만한 표정을 지으면서.“공교롭게도 이런 데서 만나게 되다니.”임서희와 함께 면사포를 고르고 있던 성연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눈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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