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어떤 예감이 든 성연이 입을 열어 뭔가 물어보기도 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등이 우르르 달려들어 성연을 끌어다 의자에 앉혔다.얼른 일어나려 하는데 큼직한 손이 성연의 작은 어깨를 덮었다.“왜 일어나?”이어 무진의 음성이 들리자 성연이 입을 삐죽였다.“이거 뭐예요?”“오늘 네 열 여덟 성인식이 있을 거야. 스타일링 끝나면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자.”담담하게 들리는 음성에서 희미한 웃음기가 뭍은 듯하다고 느껴졌다.성연의 예쁜 얼굴이 온통 짜증났음을 감추지 않았다.“필요 없다고 했잖아요?”“할머니 의견이야. 나랑은 상관없다고.” 물론 무진은 막지 않았지만,지금 완전히 오리발 내미는 격이었다.무진의 말에 성연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두 거절했을 테지만, 할머니 안금여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으니까.할머니가 좋은 마음으로 하시는 거니까.“이 스타일리스트들이 알아서 해 줄 거야. 일이 있으면 전화해. 밖에 나가 있을게.” 무진이 밖으로 나갔다.성연은 의자에 앉아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얼굴을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작은 사모님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 베이스는 가볍게 해도 되겠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성연의 깨끗한 피부를 보고 부러워했다.메이크업을 업으로 하는 프로들이니 얼마나 다양한 피부를 봐 왔겠는가.대부분 화장을 지우고 나면 피부가 엉망이었다. 그런데 성연은 모두가 꿈꾸는 그런 피부를 가진 것이다.한 번 터치했을 뿐인데 감촉이 하도 좋아 손에서 떼고 싶지가 않았다.메이크업 팀은 오기 전에 이미 성연의 신분에 대해 들었다.성연에게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당부를 모두 들었고.저택에서 열리고 있는 연회의 성대함을 그들도 눈으로 본 바였다.그러니 성연이 얼마나 아낌을 받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터. 성연의 얼굴에서 손을 놀리는 하나하나가 무척 조심스러웠다.하지만 성연의 나이가 이렇게 어리다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작은 사모님, 평소에 어떻
무료하게 의자에 기대 앉은 성연은 요구에 따라 눈을 감았다, 떴다가 또 입술을 오므렸다.아직 좀 더 자야 정신이 맑아질 터인데, 지금 자신의 주변에서 왔다갔다하는 많은 사람들 때문에 잘 수도 없었다.생일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는 성연이었다. 정말 이런 거창함은 원하지 않았다.‘성인이면 성인이지, 그냥 생일 지내듯 하면 안되나?’그러나 안금여가 자신을 위해 이렇듯 성대한 성인식을 마음대로 준비해 주니, 자신이 이 집에서 소중한 존재구나, 라는 느낌도 들었다.안금여는 정말로 송성연 자신을 마음에 담았다.이미 성연을 위해 여러 벌의 예복을 준비한 스타일리스트는 성연의 화장이 끝나자 예복들을 옷장에서 모두 꺼내 보였다.“작은 사모님,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세요.”다양한 색상의 예복들이 대충 열 벌 정도 되어 보였다.가까이 걸어간 성연이 예복을 만져 보았다.옷의 촉감이 무척 좋은 것이 모두 수제품일 터.바느질 처리와 디자인 모두 최상급으로 강씨 집안 가족들이 무척 신경 썼음이 분명했다.안금여의 각별한 마음을 헛되게 할 수 없어서 성연은 예복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마지막으로 은백색의 예복을 골라 피팅 룸 안에 들어가 갈아입었다.그러자 스타일리스트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벌어졌다. 저도 모르게 칭찬이 나왔다.“작은 사모님, 안목이 정말 뛰어나시네요.”성연이 고른 이 예복은 의심할 여지없이 성연에게 가장 잘 어울렸다.“감사합니다.” 감사인사를 빼놓지 않은 성연이 다시 의자에 앉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다가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헤어스타일링을 하는 동안은 얼굴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휴대폰을 가지고 놀았다.강씨 집안이 부른 스타일링 팀이니 함부로 보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성연의 새카만 머리카락은 실크처럼 매끄럽고 광택이 흐르며 부드러웠다.와, 이런 머리카락을 스타일링 할 수 있다니, 라며 스타일리스트가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나중에 다시 헤어스타일 현장으로 돌아가게 되면 장차 일
전화를 끊은 후 밖으로 나간 성연이 의자에 앉아 호기심에 다이버에 들어갔다.헤드라인을 장식한 건 한 동영상이었다. 호기심에 동영상을 켰다.세계적으로 이름난 영화배우 소지한이 카메라 앞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말하고 있었다.“오늘, 중요한 사람의 생일입니다. 여기 마이크를 빌어 그녀에게 생일 축하를 전하고 싶습니다.”소지헌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인물이었다.데뷔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각종 유명 브랜드의 광고를 휩쓸었다.영상이든 광고든 그가 찍은 것들은 하나같이 뛰어났고, 출연한 영화들은 모두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그가 출연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빈자리 없이 꽉 찼으며 때로 표를 사지 못할 때도 있었다.소지한은 또 고아하기로도 유명했다. 대표적인 타락의 온상지, 연예계에서도 그 어떤 스캔들 하나 없었다.그래서 팬들로부터 ‘금욕의 남신’으로 불리기도 했다.화면에 보이는 잘 생긴 남자를 보며 성연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때 옆에서 마지막 스타일링 작업을 마무리하던 스타일리스트가 휴대폰 화면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궁금해하며 물었다.“작은 사모님, 혹시 소지한 씨 좋아하세요?”성연이 멀뚱멀뚱한 얼굴로 쳐다보았다.“뭐 그런 대로요. 그냥 클릭하니까 보이네요.”“아, 그런가요?” 스타일리스트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의 스타일링을 모두 마치자 왔을 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바로 분장실을 나갔다.방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성연은 휴대폰 화면에 뜬 인터뷰 영상을 계속 보았다.평소 소지한은 친근해 보이는 이미지이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그의 마음에 들어가지 못했다.그 또한 누구에게도 호감을 드러내지 않았고.그런데 지금 이런 폭탄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그의 입에서 나오는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누가 그렇게 운이 좋은 거야?’‘소지한에게 중요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관계가 나쁘지 않을 텐데.’큰 뉴스거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기자가 마이크를 들고 얼른 물었다.“소지한 씨가 언급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유럽 굴지의 총재 그래함은 이름 없는 별 하나를 사서 어떤 신비에 싸인 사람의 이름으로 명명하고는 또 공중에 드론을 띄워 ‘생일축하’라는 글자를 그렸다.세계적인 거물 심우재는 누군가를 위해 거액을 들여 산 주식으로 하룻밤만에 1억을 벌었고 그 돈을 전부 그 누군가의 계좌에 넣었다.남아프리카의 유명한 다이아몬드상인은 얼마전 좋아하는 사람에게 생일선물을 하기 위해 아주 진귀한 핑크 다이아몬드를 채굴했다.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루카는 좋아하는 여성에게 주기 위해 십 억 상당의 바이올린을 손에 넣었다.미국 내 유명한 연구팀 또한 그 사람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를 바로 오늘 날짜로 시작했다. 예쁜 소녀에게 주는 생일 축하 선물이라며…….이외에도 헤드라인을 차지한 많은 사례들이 아래에 계속 이어졌다.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그러나 성연은 인내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열어 보았다.이게 그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걸 아니까.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쟁쟁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거물들이었다.돈과 힘이라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사람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평소에는 다들 냉담하기 그지없는 이들이라 이런 퍼포먼스를 하며 자신들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물론 그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용기 있는 사람도 없지만.예전에 영국 여왕이 그 중 한 사람을 청한 적도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했었다.평소 언론에서 포착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모두 이렇듯 큰 액션을 취하고 있으니, 이로 야기된 센세이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이런 소식이 전해진 날, 전 세계 인터넷이 모두 마비되었다.PC 뒤에 앉은 이들은 모두 앞다투어 기사를 만들어 올리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이 소란 속의 인물들은 당연히 돈만 가진 것이 아니라 비주얼도 끝내 주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많은 팬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아래에 있는 팬들의 댓글은 거의 대동소이 했다.다들 이 거물급 인사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물어 댔다.이 인사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낼 정도라면
인터넷상에 오른 기사들은 서로 다른 채널에서, 또 서로 다른 분야에서 매일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어떤 기사는 외국 언론에 실린 것이다.하지만 성연의 관심 목록에 모두 들어가 있었다.클릭하면 모두 붉은 폭죽이 몇 차례나 터지는 것이 무척이나 눈에 띈다.기사 몇 개를 찾아보던 성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이 사람들, 정말 돈 많은 걸 이렇게 자랑해?’똑똑똑.바로 그때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성연은 이 기사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자신이 직접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머릿속에 모두 담았으니까.화면을 위로 터치해서 열려 있던 화면을 지웠다.그리고 대답했다. “들어오세요.”그때 문밖에서 여자 고용인이 기웃거리며 모습을 보였다.실내를 한 차례 빙 둘러본 후에 마지막으로 시선을 성연에게 고정했다.침만 꼴깍 삼키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성연이 지금 강씨 집안 회장님의 애정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부자들은 함께 지내기 어렵다고 하던데.’‘만일 내 말이 이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면 어떡하지?’고용인이 입을 오므린 채 입을 열지 않았다.멍하니 입을 열지 않는 고용인을 본 성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무슨 일이에요?”마치 자신을 무서운 호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고용인의 표정아 보였다.자신의 얼굴을 더듬어 보던 성연은 좀 의아했다.‘나 그렇게 무섭지 않은데?’성연이 먼저 입을 여는 것을 본 고용인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작은 사모님, 회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배고프지 않으신 지 물어보라고요. 뭐 드시고 싶은 거라도 있으세요?”‘지금 여기서?’성연은 자신의 귀에 문제가 있나, 하고 의심했다.‘겨우 이런 작은 질문인데, 방금 저 고용인은 왜 말을 못한 거야?’그래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이곳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은 모두 소심할 정도로 신중했다.여태껏 다른 사람을 난처하게 해본 적이 없는 성연이다.고용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시간이 쫓기다시피 무진
찰칵-성연의 음성이 흘러나오자마자 누군가 문을 열었다.성연이 고개를 돌려 무진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무진은 늘 그렇듯 블랙 슈트 차림이었다. 다만 오늘 착용한 슈트에는 어두운 색상의 장미 문양이 들어가 은근히 화려하고 고귀해 보였다.휴대폰을 거둔 성연이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에요?”“뭘 그렇게 보고 있어? 활짝 웃고 있던데?” 무진이 성연의 휴대폰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성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들어올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친구가 생일 선물을 보내서 감사인사를 하고 있었어요.”생각지도 않게 거의 매년 이들은 자신에게 생일 선물을 보내고 있다.성인식이 있어서인지 올해는 다들 유난히 큰 선물들을 보냈다.다행히도 자신을 생각해서 신분을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한 명 한 명 불러서 일일이 수습해야 했을 터였다.“네…… 친구?” 무진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그가 기억하기로 성연은 학교든 집이든 대부분 혼자 왔다갔다했다.누구와 가깝게 지내는 걸 여태 본 적이 없었다.‘혹시 시골마을에 있는 친구인가?’‘뭐 그럴 수도 있지.’무진의 말투가 무척이나 귀에 거슬린 성연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건 무슨 말투예요? 나는 친구도 못 가져요?”“그런 뜻이 아니었어. 얼른 준비를 해. 시간이 늦었어. 벌써 음식을 먹었어?” 무진이 구석에 놓인 그릇과 쟁반을 보았다.“먹었어요. 준비할 거 없어요. 스타일링도 다 끝났는 걸요.” 성연이 일어서서 무진 앞에서 한 바퀴 돌아보았다.이제서야 성연의 전체 모습을 보게 된 무진이었다.허리가 잘록 들어간 디자인의 은백색 드레스는 마치 한 손에 잡힐 듯한 성연의 가녀린 허리를 한껏 강조하고 있었다.은색 드레스에 성연의 피부는 투명한 광택이 흐르는 듯 더 희고 깨끗해 보였다.무진은 성연의 몸매가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평소 성연은 주로 루즈한 스타일의 옷차림이라 완벽한 S라인을 잘 드러나지 않았다.하지만 이 순간, 성연이 이제 더 이상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라
성연과 무진의 외모는 북성 시 전체, 아니 S국 전체에서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났다.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그래서 두 사람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탄성이 들렸다.침착하면서도 조금도 눌리지 않는 듯한 깔끔한 성연의 행동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말하지 않으면 성연이 시골 출신이라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아래로 내려가자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다니며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응대했다.거의 대부분이 강씨 집안과 우호협력 관계의 파트너들과 일부 강씨 집안 방계 혈족들이었다.“성연아, 이 분은 진 어르신이셔. 진씨 집안과 우리 강씨 집안은 대대로 교분을 나누는 관계지.” 무진이 한복을 차려 입은 한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지팡이를 짚고 있는 진 어르신은 꽤나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하지만 성연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아주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이 아이가 바로 내 할머니가 그리도 칭찬하는 아이인 게야? 확실히 괜찮아 보이는구나.”안금여의 안목이 매우 높다는 것을 오랜 지기들은 잘 알고 있었다.안금여의 눈에 아무나 쉽게 들지 못했다.가끔 사업 상 만날 때마다 안금여가 한 두 마디 언급하였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칭찬 일색이었다.그래서 진작부터 만나보고 싶었던 진 어르신이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좋아 보였다.칭찬에 얼굴이 붉어진 성연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으며 적당한 태도를 보이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어르신. 모두 과찬이십니다.”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드는 듯 진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무진의 성격은 좀 너무 무거워. 이 아이, 꽤나 영리해 보이는 게 무진과 서로 잘 맞출 수 있을 듯하구나. 네 할머니가 인연을 잘 찾아 맺어주었어. 두 사람 아주 잘 어울린다.”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진과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장차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하지만 할머니가 이미 모든 걸 다 말씀하신 듯했다.진 어르신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구조를 요청하는 눈빛으로 무
무진과 성연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홀에 모인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무진이 쓴 은색의 가면에는 고전적인 문양이 들어가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하지만 위로 쭉 뻗은 몸에서 느껴지는 풍격은 물론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를 감출 수는 없었다.가까운 사람들과 강씨 그룹의 고위직 임원들을 제외하고 북성시에서는 강무진의 본 모습을 본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그런데 이때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나타나니 사람들의 호기심에 불을 지폈다.가십을 즐기는 여성들이 구석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채 무진과 성연의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강무진은 ‘다리 저는 미치광이’라면서요? 그런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맞아요. 강씨 집안 같은 세력가에서 자란 기질은 확실히 뭔가 달라. 가면 아래 얼굴을 보고 싶네요.]말을 하면서 무진의 가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이렇게 해서 가면을 뚫고 강무진의 본 얼굴을 보기라도 할 것처럼.[어쩌면 못 생겼을지도 몰라요. 소문이 꼭 허황된 것만은 아닐 거예요. 사실일 가능성도 높아요.][아니야, 저 몸에 저 카리스마 좀 봐. 어떻게 얼굴이 못 생겼을 수 있겠어?][그래요. 저 몸이면 불 끄고 있으면 상관없어요!][도대체 이게 무슨 호랑말코 같은 소리야? 평소의 그 얌전한 모습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다들 옆에서 소곤소곤 속삭여댔다.모두 무진의 몸에 대한 화제가 뜨거웠다.얼굴은 안 되고 몸매는 맞춰도 그들은 다 괜찮다.“여기서 이런들 다 무슨 소용이야? 저 사람에겐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 그때 한 사람이 불쑥 한마디 내던졌다.마치 얼음물 한 바가지를 퍼 부은 것 같았다. 방금까지 뜨겁게 주고받던 사람들의 열기가 한순간에 식어버렸다.그때서야 여인들의 시선이 성연에게로 향했다.성연의 계란형 얼굴은 완벽했다. 몸매도 그 자리에 있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많은 이들의 시선이 성연의 몸에 달라붙었다.심지어 앞줄에 서 있던 몇몇 남자들은 눈빛이 이미 멍해 있었다.성연은 정말이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원피스로 갈아입은 예민주는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영롱한 몸매를 좌우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볼수록 입가의 미소가 커졌다.‘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어떤 남자든 나를 한번 보기만 하면 다시 보고 싶어서 참지 못했지.’예민주가 사춘기에 접어들자, 유럽의 재벌 2세들과 명문가의 젊은이들, 어떤 조직의 거물급 인사들도 예민주를 만나기만 하면 고백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었다.예민주의 짙은 남색 눈동자는 유럽인들로 하여금 유럽 혈통일 거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다.그리고 예민주도 이를 이용할 줄 알게 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를 이용했다.마치 지금 예민주가 문을 열자, 자신의 미모에 놀란 서한기가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처럼.지금 예민주의 몸에는 아주 좋은 향이 감돌았다. 이 향은 남성을 매혹시키는 작용을 한다.예민주는 성연과 차를 마시려는 게 아니라 무진의 식사 자리에 참석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사모님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차를 마시자고 하셔!”눈빛을 거두면서 서한기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책망했다. 예민주를 본 후부터 욕망 통제의 힘을 전혀 쓸 수 없는 것 같았다.‘이건 이전의 엄격하고 맹렬했던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아.’“그래요, 한기 오빠! 몇 년 동안 언니 곁에 있었어요?” 예민주가 갑자기 물었다.“10년 이상 됐지!” 서한기는 조금도 꺼리지 않고 대답했다.“그럼 한기 오빠가 정말 고생이 많네요! 언니에게 충성하느라.”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몹시 화가 났다.‘내 부하들은 모두 예전에 아버지가 병환에서 구해준 사람들이야. 이 사람들이 성연의 명령을 듣는 건 아버지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야.’‘은혜를 갚아야 할 대상은 분명히 나야. 어쨌든 송성연은 아니라고!’“가요!” 예민주가 갑자기 서한기의 눈앞으로 손을 내밀었다.서한기는 어리둥절한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건 나보고 부축하라는 뜻인가?’“한기 오빠, 이건 유럽식 예절이예요! 계단을 내려갈 때는 여자를 부축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니면 내가
저녁에 손건호는 벤틀리에 탄 채 무진이 타기를 기다렸다.연회 장소는 무진이 정했다. 7명의 임원들은 이미 고급 한식집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물론 무진이 이 식사 자리를 만든 것은 임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이들이 도대체 어떤 신비한 조직에 속아서 유럽으로 갔는지 더 많이 알고 싶었다.‘이 7명이 얼마나 많은 풍파를 겪은 사람들인데, 어떻게 모두가 동시에 당했을까?’2층, 침실 입구에서 성연은 남편의 의상 코디를 도와주고 있을 때 무진이 물었다.“정말 같이 가지 않겠어?”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요! 분명히 또 당신들끼리 사업 얘기를 하고 술을 마실 텐데요. 여자 혼자 가면 심시하기만 해요, 또 당신도 신경을 써야 하니 귀찮을 테고 얼마나 안 좋아요!”“안 귀찮아. 그 식당 음식이 정말 맛있는데 같이 먹지?” 무진이 씩 웃으면서 손을 뻗어 성연의 얼굴을 건드렸다.손끝에 마치 끝없는 부드러움을 감고 있는 듯했다. 성연의 피부에 닿을 때마다 모두 이렇게 완벽하고 예쁘다고 느꼈다!남편의 손가락이 마치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성연의 뺨이 붉어졌지만, 마음은 더욱 달콤하기만 했다.“정말 됐어요! 다음에 당신이 나하고 같이 가요. 나는 집에서 푹 쉬면서, 사매와 함께 있을 게요.” “오늘 이렇게 많은 얘기를 하면서 잊고 있던 기억들을 생각나게 했는데, 사매의 감정이 무너질까 봐 걱정이 돼요!”성연은 결혼식 이후 예전처럼 감성적이지 않았다. 이미 어린 소녀가 아니라 예비 엄마이다. 그래서 자연히 더욱 사리에 밝아졌다.“그래, 그럼 기다리고 있어. 술은 많이 안 마시겠다고 약속할게!” 다짐하던 무진이 갑자기 머리를 들이대더니 아내의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했다.성연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한 번 쳐다보더니 바로 흘겨보면서 말했다.“봐 봐요. 립스틱이 다 찍혔잖아요! 이렇게 하고서 위엄도 하나도 없이 어떻게 그 임원들을 만나겠어요? 고개 숙여봐요. 내가 닦아줄게!”무진이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이자, 성연
예민주가 한 말은 조금도 거짓말 같지 않았다.다만 자세한 내용들을 많이 숨겼을 뿐이다. 더군다나 예민주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예씨 가문이 그때 몰락하면서 형식상으로는 붕괴되었다 해도 여전히 거대한 부를 남겼다.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생활은 전혀 궁핍하지 않았다.반대로 오랫동안 호사스러운 생활을 오랫동안 누리고 있었다.이밖에 예중천은 또 일부 사람들을 남겨주었는데 모두 아주 무게감이 있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WS그룹의 이 7명의 고위 임원들처럼.이 7명은 원래 예씨 가문에 속했던 사람들로 예중천과 무진의 아버지는 과거에 복잡한 원한이 얽혀 있었다. 결국 예씨 가문이 몰락한 뒤 예중천은 이들 7명을 강씨 가문에 집어넣은 것이다.그래서 예민주는 수시로 그들에게 지시할 수 있었다. 예씨 가문에서 필요하면 무조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마지막 상속자인 예민주는 사실상 가문을 되살리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예민주가 원하는 건 시종일관 무진 한 사람이다.모든 것을 다 이야기한 뒤 한참을 침묵하던 무진, 성연과 목현수 세 사람은 온화한 표정으로 예민주를 위로했다.“저는 괜찮아요, 사형, 언니, 무진 오빠, 고마워요!”완벽하게 잘 대처했기에 이제 예민주는 당당하게 무진의 곁에 남을 수 있게 되었다.‘성연아, 송성연! 네가 정말 좋은 언니라면 남편을 내게 보내! 그래야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게 되겠지!’“이제 어떻게 할 거야?” 목현수는 예민주에게 물었다.“만약 네가 원한다면 유럽으로 돌아갈 수 있어. 나와 샤넬이 반드시 사매를 도와줄게.”“사형, 호의에 감사드려요! 저는 당분간은 국내에 머물고 싶어요. 엄마가 그 세 명의 원수가 우리 가족을 망치게 했다고 말씀하셨거든요.”“엄마의 후반생을 그렇게 처참하게 만들었으니 제가 반드시 복수를 해야 해요! 그래서 국내에 남아서 천천히 조사하려고요!”예민주는 성연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언니, 제가 당분간 언니 집에 머물러도 괜찮을
무진의 표정은 굳어졌고, 마음은 마치 무거운 망치에 맞은 것 같았다.성연은 멍한 표정이었다.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파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곧 순식간에 슬픔에 휩싸이면서 눈가에 눈물이 반짝였고, 곧 눈물이 비오듯이 쏟아졌다.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목현수의 눈도 순식간에 뿌옇게 변했다.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쥔 채 이를 악물자, 이마에는 핏줄이 불거졌다.설사 모두 마음속으로는 이미 이런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끝내 작은 기대라도 품은 채 기적이 나타나기만 기다리는 듯했다.그러나 눈앞에서 스승님의 딸인 예민주가 직접 발표했으니, 모든 기회가 다 무너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불세출의 천재였던 예중천 스승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예민주는 비통하게 울었고, 성연은 자신의 목소리를 억누른 채 억지로 참았지만 끝내 흐느낌을 멈출 수가 없었다.성연의 곁으로 다가간 무진이 성연을 품에 안고 다독였다.“성연아, 너무 슬퍼하지 마! 스승님은 분명히 네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야!”무진이 조용히 말했다.실제로 예중천이 이미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도 마찬가지로 슬펐다. 한때 자신이 정말 닮고 싶었던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최고봉의 성과를 이룬 사람이었기에.비록 지금은 무진의 사업에서의 성과가 이미 예중천을 넘어섰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숭배했던 사람이다.목현수가 예민주를 위로하면서 어깨를 토닥거렸다.“막내 사매, 너무 슬퍼하지 마... 이제 네가 돌아왔으니 나하고 성연이가 너를 잘 돌볼게. 스승님은 반드시 네가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라실 거야!”비록 예민주가 목현수에게 처음에 준 느낌은 좋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 순간의 슬픔은 진실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목현수는 마음속으로 예민주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잠시 후 사람들의 감정이 비로소 좀 진정되었다.두 눈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눈물을 닦은 예민주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난 뒤 아버지의 과거를 다시 이야기했다.“
“성연아, 성연아, 일어나, 네 사형이 왔어!”무진이 가볍게 부르자,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성연이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무진의 목을 덥석 안았다.처음 깨어났을 때의 그 얼떨떨한 성연의 표정을 보고 있던 무진이 갑자기 성연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다.“뽀뽀하지 마요. 아직 양치질도 안 했는데!”성연이 큰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오랜만에 무진에게 애교를 부리자, 무진은 또 다시 살인미소를 지었다.일어나서 세수를 마친 성연은 아래층의 거실로 내려갔다.목현수는 이미 도착했고 손건호도 돌아와 있었다.목현수의 곁에 수줍은 듯이 조용히 앉아 있던 예민주는 성연을 보자 곧바로 인사를 했다.“언니, 일어났네요! 그래도 정말 여유롭네요.”“성연아, 너 다음에는 이렇게 무모하게 굴면 안 돼? 무진 씨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도 사람들을 데리고 유럽에서 너를 찾을 준비까지 다 마쳤어. 너는 그때 무진 씨의 말투를 모를 거야!”목현수가 곧바로 무진의 내막을 폭로하자, 무진은 헛기침을 하면서 난감한 상황을 완화시키려고 했다.그러나 그 말을 듣자, 성연은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정말 기뻤다.“사형, 알겠어요! 다음에는 안 그럴게요. 그런데 샤넬은요? 왜 함께 오지 않았어요?”성연이 물었다.“어떻게 와?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져서 배가 수박만 해! 나는 이제 아빠가 된다고!” 목현수가 눈썹을 실룩거리면서 무진에게 한껏 자랑했다.무진이 썩소를 날리면서 성연을 힐끗 쳐다보자 성연도 따라서 썩소를 날렸다.부창부수인 이 젊은 부부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린 목현수가 물었다.“설마... 너희들도 생긴 거야?”성연이 갑자기 고개를 끄덕이자, 무진은 고개를 높이 쳐들었다.“그래! 어차피 내 아이가 너희 아이보다 일찍 태어날 거야. 너희 애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맏이가 되겠지!”목현수는 자신을 위로했다.지금 예민주는 확실히 모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꼈다.예민주의 마음은 몹시 불편했다.게다가 목현수 사형이 자신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런 느낌은
깊은 밤, 저택의 서재.7명의 임원들과 전화 통화를 한 무진은 예민주의 말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7 명의 임원들은 확실히 곧 돌아올 것이다.마음이 안정되자 무진은 잠시 생각한 뒤 즉시 홍보부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 12시에 모든 인터넷 매체에 통보하도록 해. WS그룹 7명의 고위 임원들은 출국해서 비밀리에 현지 조사를 마친 뒤 돌아왔다.” “모든 소문은 일부 인사들의 악의적인 조작일 뿐이라고 말이야!”구체적인 통보 기준은 홍보 부장이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반드시 잘 처리할 테니 마음 놓으세요. 그럼 악의적인 비방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습니까?]“정도에 따라서 해. 너희 홍보팀에서 시행하도록 해. 만약 일부 네티즌들이 말을 와전했을 정도라면 그냥 놔 둬. 만약 누군가 엉큼한 심보를 품고 그랬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해!”[알겠습니다. 당장 처리하겠습니다! 대표님은 일찍 쉬시지요!]전화를 끊은 후, 무진이 깊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밤은 마침내 푹 잘 수 있겠어.’‘할머니와 고모는 이미 본가로 돌아가셨으니까, 너무 걱정하시지 않게 내일 한 번 가서 소식을 전해드려야겠어.’마침 수프 그릇을 손에 든 성연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무진 씨, 눈 밑에 이 다크서클 좀 봐요. 항상 밤을 새울 수는 없어요. 자, 이걸 마셔봐요. 정신을 안정시키고 두뇌를 보양하는 작용이 있어요!”성연의 수프는 그냥 끓이는 게 아니다. 매번 자신의 처방을 첨가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인이 끓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무진이 씩 웃으며 말했다.“수프는 됐으니까 이리 와 봐. 우리 아기하고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맞다, 할머니와 고모에게는 말씀드렸어?”자신의 배를 가볍게 어루만지는 무진의 손을 보자, 성연의 두 눈에는 달콤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아직요! 할머니와 고모님을 놀라게 하려고 했는데 임원들이 실종된 사건 때문에 걱정하셔서 나도 아직 말하지 않았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경사니까 언제 아시더라도 기뻐하
서한기는 정중하게 예민주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예민주 씨,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하세요. 제가 사람을 시켜서 적절하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예민주는 서한기도 준수하게 생긴 데다가 아주 강렬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 걸 보고는, 마음속으로 좀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일부러 침대로 달려간 뒤 옆으로 누워서 요염한 자세를 취한 채 서한기를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본 서한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얼른 시선을 돌리고는 감히 예민주와 시선도 부딪치지 못했다.“저는 예민주라고 해요. 당신은요?” 예민주는 마치 어린 아가씨가 자신을 드러내듯이 조심하지 않으면서도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저는 서한기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여태까지 없었던 상황이 펼쳐지자 서한기는 적잖이 당황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나를 이렇게 당황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어.’ ‘좀 이해가 안 되는데.’“안녕하세요, 한기 오빠! 이렇게 불러도 되겠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상대방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자, 예민주는 자신의 매력에 대해 그래도 만족스러웠다.‘그러나 이런 매력도 강무진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었어.’‘송성연은 도대체 어떻게 강무진을 꼬신 거야?’심장이 격렬하게 뛰자,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서한기가 급히 방에서 나오려고 했다.“한기 오빠, 잠깐만요. 성연 언니를 보면 제가 할 얘기가 있다고 오라고 전해주세요.”“그래요, 알았어요! 그럼 나는 갈 테니까 먼저 푹 쉬도록 해요.”말이 끝나자 서한기는 재빨리 방에서 나왔다. 크게 호흡을 하고 자신의 뺨을 때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내가 왜 이러지? 저 예민주에게 무슨 마력라도 있는 걸까?’30분 후, 성연이 방문을 두드리자 예민주가 대답했다.“들어오세요!”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성연이 다정한 모습으로 물었다.“사매, 어때, 이 방은 맘에 들어?”“괜찮아요. 아주 맘에 들어요! 언니, 정말 부러워요. 무진 오빠하고 결혼도 한 데다가 아
“무진 씨, 그 7명의 임원들은 곧 귀국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그 임원들은 유럽의 한 클럽에서 초청을 받았는데 곧바로 전용기로 데려간 거예요.”“그런데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모든 핸드폰을 수거하는 바람에 감쪽같이 실종된 걸로 변한 거예요.”차안에서 성연은 임원들의 일에 대해서 대충 설명했다.예민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성연이 완전히 자신이 주입한 지시에 따라서 말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클럽 얘기는 더욱 사실무근이었다.다 듣고 나서도 무진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예민주에게 물었다.“민주 씨는 발견한 다음에 왜 바로 내게 알리지 않고 성연이에게 알린 거야?”예민주의 눈빛에 교활함이 스쳐 지나가면서 일찌감치 마련해 둔 대답을 말했다.“무진 오빠, 오빠는 분명히 주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았을 거예요. 오빠가 국내에 있을 때 주변에는 필연적으로 상대방에서 감시하는 첩자들이 있었어요.” “오빠가 하는 모든 행동은 상대방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언니에게 아무도 모르게 유럽에 오라고 해서 저와 함께 이 사건을 조사했어요.”“그런데 그 클럽은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었던 거야?”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성연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그 클럽은 원래 MS 가문과 관계가 있었던 걸로 추측이 돼요. 보복으로 그 7명의 임원들을 통해서 WS그룹을 파괴하려던 거지요.”“아니면 진교철일 수도 있어요. 내가 사매와 함께 7명의 임원들을 찾았을 때, 모두 머리가 어지럽다고 하면서 중간에 생겼던 일들의 이유도 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그래서 지금은 추측할 수밖에 없어요!”미간을 짚은 채 생각하던 무진은 아내가 말한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하다고 인정했다.‘연계진은 결국 진교철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했어. 하지만 진교철이 도대체 뭘 계획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그러나 7 명의 임원들이 곧 돌아온다는 걸 알게 되자, 무진의 마음도 다소 홀가분해졌다.“무진 오빠, 또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 7 명의 임원들
마음속으로는 크게 충격을 받았지만 무진의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다.누가 뭐라고 해도 예전의 예중천은 명성이 자자했던 대단한 천재였다.뛰어난 지혜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사업의 재질과 의학에서의 조예, 무학 수준도 아주 높았다. 심지어 국제 비즈니스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그야말로 수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우러러보던 존재이기도 했다.예중천이 감쪽같이 실종되자 놀란 주요 기관들이 전국과 전 세계를 샅샅이 뒤지면서 찾았다.그러나 지난 십여 년 동안 아무런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이미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그 예중천의 딸이 바로 무진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이다.예민주는 아주 잘 위장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남자가 본다면, 마치 이웃집 아가씨처럼 상큼 발랄하고 순박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예민주의 시선을 마주한 무진은 섬뜩했다. 그 짙은 남색의 눈동자는 마치 드넓은 심해처럼 사람을 삼키는 느낌이 들었다.‘신비로우면서도 뭔가 꺼림직해!’“안녕하세요, 당신이 바로 언니의 남편이신 강무진 씨인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예민주가 환한 표정으로 무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예중천 선생님의 따님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무진도 예의 바르게 손을 뻗어 가볍게 악수했다.그러나 이렇게 악수만 했는데도 예민주는 마치 심장이 떨리는 듯했다.‘이 남자는 내가 꿈꾸던 훌륭한 남자가 분명해. 내게 어울리는 남자야!’무진과 성연의 대단했던 결혼식 동영상이 인터넷에 너무나 많이 퍼져 있었기에, 예민주도 본 적이 있었다.그때 예민주는 컴퓨터 화면을 부수고 싶을 정도로 분노했다. 마음속으로는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할 뿐이었다. ‘강무진 같은 이런 남자가 어떻게 송성연에게 어울릴 수 있단 말이야?’‘오직 나만이 강무진의 곁에 있으면서 강무진의 모든 업적을 지켜볼 자격이 있어!’예민주는 심지어 이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보다도 더 빛날 것이라고 믿었다.“무진 오빠, 제 이름은 예민주고, 제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