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7화 참을 수 없다

Author: 노끼
분명 브라이언 교수의 이름을 들은 적이 있는 무진이었기에 보고를 듣고 난 그의 얼굴이 참담해졌다.

깊게 가라앉은 눈을 한 무진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즉시 N국에 사람을 보내 브라이언 교수를 찾아. 그 손에서 반드시 해독제를 받아와.”

손건호도 굳은 표정을 지었다.

“최대한 빨리 가서 처리하겠습니다.”

이어 무진을 보며 물었다.

“보스, 고택으로 갈까요, 아니면 회사로 갈까요?”

무진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담담하게 말했다.

“고택으로 가지.”

안금여가 집에 있어도 그다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비록 성연이 곁에 있지만, 할머니는 평소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챙겼다. 그러니 자신 또한 효심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성연은 서한기와 함께 연구소에 도착했다.

아주 조심스럽게 안금여를 부축해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여러 명의 연구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그녀를 보고 공손하게 말했다.

“보스.”

성연이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그들의 눈에 약간의 호기심이 비쳤다.

하지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성연의 결정에 항상 복종해왔으며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성연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들어가서 흰 가운을 입었다.

그리고 안금여에게 일련의 검사들을 진행했다.

성연의 표정은 자못 엄숙했다. 각종 기구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평소의 무심한 듯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아무도 17세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최고의 연구자였다.

연구소의 사람들은 이런 모습에 일찍부터 습관이 되어 있었다.

서한기가 옆에서 침착하게 성연을 서포트했다.

한 시간 뒤.

검사 결과, 안금여의 각종 신체 지표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결국 약의 영향으로 뇌신경이 이렇게 된 것이다.

성연이 한 여자 연구원에게 안금여와 함께 산책을 가라고 시켰다.

다행히 오늘 안금여는 말을 꽤 잘 들었다.

소동도 피우지 않고.

그렇게 얌전히 다른 사람을 따라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 성연이았다.

부드러운 음성으로 안금여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화 안개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회의를 끝내고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늦어진 것을 본 성연이 얼른 흰 가운을 벗고 안금여를 원래의 카페로 데려갔다.뒷문으로 들어섰을 때, 줄곧 제위치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경호원이 보였다.이어 다시 실내로 들어와 한 바퀴 둘러보더니 성연을 발견했다. 얼른 다가와 물었다.“사모님, 어디 가셨습니까? 보스께서 오셨습니다.”무진이 벌써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성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강무진 오늘 그렇게 일찍 돌아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속으로 응대할 말이 있었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원래 무진이 고택으로 돌아왔는데 할머니와 성연이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집사의 입에서 성연이 할머니를 데리고 외출했다는 말을 들었다. 무슨 사고라도 날까 싶어 걱정된 마음에 찾아온 것이다.성연이 할머니에게 나쁜 일을 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성연이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진짜 걱정되는 것은 둘째, 셋째 쪽에서 이 기회를 틈타 성연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얼른 찾아왔더니 카페에 성연이 없었다.마음이 조급해진 무진이 경호원들에게 빨리 찾으라고 지시했다.경호원들의 기세를 보니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보였다.얼른 성연이 해명했다.“막 할머니를 화장실에 모시고 갔었어요. 그래서 못 본 것이고요.”무진이 의심할까 봐 좀 걱정이 되었다.무진이 어떤 면에서 유난히 예민하다는 걸 알았다.다른 사람은 속일 수 있다 쳐도 무진까지 속일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이들이 의심한다 해도 성연은 작은 꼬투리도 잡지 못하게 했다.그래서 성연은 침착하게 대응했다.“아까 여기 계시다가 회장님과 다른 곳에 가시지 않았습니까?” 경호원이 의심했다.조금 전 사람을 찾을 수 없어 종업원에게 부탁해 여자화장실까지 찾아보았다.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었다.“아뇨, 말했잖아요, 화장실에 갔다고.” 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얼굴에는 전혀 겁먹거나 어색한 기운이 없다.이러니 오히려 더 믿기 어려웠다.경호원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9화 치명타를 날리다

    무진의 뜻을 알아차린 손건호는 지시를 따르기 위해 즉시 움직였다.하지만 손건호는 제대로 조사할 수가 없었다. 성연이 미리 서한기를 시켜 CCTV를 지워버렸으니까.이 일을 진행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절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그녀의 오랜 습관이다.필수 기술이기도 하고.그녀가 준비한 상황에서 손건호가 뭔가 알아낸다면 요 몇 년 헛수고한 셈이다.성연과 무진이 고택으로 돌아갔다.운경도 집으로 돌아왔다.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운경이 성연과 안금여를 보고 즉시 달려왔다.성연이 엄마를 데리고 나갔다는 말을 듣고는 음성에 책망의 빛이 묻어났다.“이런 시기에 마음대로 엄마를 데리고 나가다니. 만약 또 무슨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할려고?”지금 상황에서 안금여의 몸은 더 이상의 충격은 견디지 못한다.또한 둘째, 셋째 숙부 쪽도 걱정이 되었다.그런 악랄한 수작까지 부리는 저들이 아닌가.또한 저들이 움직이는 작은 손발들까지.지금은 집안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안금여에게 있어서는 매 상황이 모두 치명적이니까.특히나 성연은 전혀 반항할 수 없는 어린 여자아이였다.송성연이 변명했다.“다른 뜻은 없었어요. 할머니께서 나가서 좀 걸으시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하루 종일 새장 속에 갇힌 듯 지내는 건 치매 환자의 병세에도 좋지 않았다.‘사실인 걸.’‘바깥세상을 많이 해야 해.’‘아마 외부에 대한 할머니의 반응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고.’더욱이 자신이 이렇게 한 것 모두 할머니의 병세를 위해서가 아닌가.하지만 그녀는 말할 수가 없다.이렇게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할머니가 자신에게 보여준 그 온정과 호의를 위해서일 뿐.’어느 누구의 감사도 필요 없었다. 자기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되는 것이다.성연의 표정이 담담했다.걱정이 많아지며 혼란스러워진 운경의 어조가 순간 좀 거칠어졌다.성연을 다그칠 뜻은 없었다.성연이 이렇게 말하니 또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그래도 재차 당부하는 걸 잊지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80화 더 적극적으로 도전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한 듯 무진은 별로 따져 묻지도 않았다. 손끝으로 탁자 위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더니 느릿한 음성으로 말했다.“알았어. 더 이상 조사할 필요 없어.”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속으로는 우리 보스 사모님을 너무 감싸는 거 아냐, 라고 생가하면서.송성연 쪽에 문제가 있다는 건 확실했다.그러나 성연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몽롱한 상태로 있다 겨우 잠들었다.그래도 한참을 자고 일어나니 정신이 많이 돌아온 듯하다.일어났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보려고 부엌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집사도 있고.“작은 사모님.” 집사는 정중한 음성으로 불렀다.“오늘 저녁은 뭐예요?” 주방 내부에서 음식 하는 걸 봐도 뭔지 모르겠다.성연은 음식 할 줄을 몰랐다.이 음식들은 차려 놓은 것도 같고, 상에 올리려는 것도 같다.집사가 몇 가지 음식을 알려 주었다.집사의 입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썩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것들이었다. 여기 고택에서는 전부 자신의 입맛에 맞게 할 수 없을 터였다.성연 자신도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니 먹을 수 있기만 하면 된다.“작은 사모님, 뭐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준비하도록 주방에 말해 놓겠습니다.” 눈치를 챈 집사가 곧바로 말했다.주방에는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모두 오늘 아침에 구입한 신선한 식재료들이다.뭘 먹고 싶든 문제될 게 없었다.하지만 성연은 너무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손을 저으며 사양했다.“아뇨, 다 괜찮아요. 주방장님께 맡길게요.”‘고택에 오자마자 특권을 누린다? 윽, 그건 모두의 미움을 사는 지름길이지.’그러다 또 다른 솥에 다른 것이 준비되고 있음을 발견한 성연.호기심에 물었다. “이건 뭐에요?”“아, 이건 회장님 드실 겁니다. 회장님 드시기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적합해서 주방에 따로 준비하라고 했습니다.”옆에 있던 집사가 대신 대답했다.성연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81화 할머니의 회복에 도움이 될 터

    안금여를 안무하면서 성연은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잊지 않고 생각해 두었다. 저녁을 먹은 뒤라 늦은 시간이었다.이 시간엔 더 이상 할 일이 남지 않아 주방 정리를 끝낸 고용인들은 각자의 방으로 쉬러 돌아갔다.방은 뒤편 별채에 있었는데, 바로 앞에 가서 소리를 질러야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이제, 거실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무진과 운경도 보이지 않았다.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고택의 관리집사만 남아 있었다.성연은 집사의 눈을 피해 휠체어에 앉은 안금여를 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다행히 집사는 아무것도 못 본 듯했다.너무 긴장한 탓인지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위층에 도착한 성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슬며시 문을 닫았다.하지만 꽉 닫지는 않고 약간의 틈을 남겨 두었다.그래야 누가 오면 알아차리기 쉬울 테니까.문을 잠그면 오히려 더 의심을 사기 쉬울 것이다.아무튼, 아무도 성연의 행동을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무진과 운경이 언제쯤 일을 끝내고 올 지 알 수 없고, 또 누가 언제 올 지 모르니 속도를 내는 것이 좋다. 할머니 안금여를 돌아본 성연이 눈살을 살며시 찌푸렸다.‘침을 맞으면 아프실 텐데.’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가 잘못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은침으로 다른 곳을 찌르거나 부러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 큰일이다.의료용 은침은 그다지 단단하지 않은데다 매우 가늘었다.하지만, 성연이 사용하는 은침은 특수 처리를 거쳐 일반 은침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편이다. 어찌되었든 한순간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니까!어떤 실수도 있어서는 안되었다!결국, 성연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먼저 할머니를 재우는 게 좋겠다!’‘어떻게 하면 할머니가 주무실까?’미간을 접은 채 생각에 잠긴 성연.그러다 또 아이디어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엄마들은 아기를 재울 때 보통 자장가를 부르지 않는가.‘할머니는 아기가 아니지만 상황이 별단 다르지도 않지!’ 성연은 자신이 알고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82화 일말의 실수도 없도록

    안금여가 잠이 든 덕분에 성연은 어렵지 않게 침을 놓을 수 있었다.순조롭게 침을 놓은 후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 수도 없었다. 혹시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큰 일이니까. 그래서 최대 시간을 십분 정도만 잡기로 했다. 그러면, 효과를 보는 데도 그닥 방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는 시간도 줄어들 테니 말이다.혹시 누군가 이 쪽으로 올까 봐 걱정된 성연이 아예 문 옆으로 의자를 옮겨다 앉았다.휴대전화를 꺼내 연구소 상황을 살펴보았다.이쪽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성연이었기에 독자적인 연구소를 세우고 보스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뿐만 아니라 연구소 직원 전용 앱을 개발하기도 했다. 앱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있었다. 물론 성연의 연구소 연구원들에 한해서. 이 앱을 활용해서 성연은 수시로 연구 진행 상황을 체크하며 연구 상의 문제점에 신속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다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적어 안전성을 자랑한다.설계 방면에서 성연은 전문가라 할 만했다. 도대체 못하는 일이 있기나 한지!성연의 손가락이 휴대폰 화면에서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그저 핸드폰에 빠져 있는 듯 보이지만, 성연의 눈에 담기는 것들은 모두 유용한 정보들이다.모두 할머니의 병세와 관련된 정보들.이렇게 열심을 다하는 까닭은 일말의 실수도 없게 하기 위해서이다.어느덧 십분이 흘렀다.휴대폰을 내려놓은 성연이 침을 뽑기 시작했다.다행히 그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운경과 무진도 잠시간은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침을 절반쯤 뽑은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순간.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성연의 몸이 순식간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동시에 재빨리 손을 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찰칵-문이 열리고 강무진이 들어왔다.성연이 얼른 작은 은침 가방을 외투 주머니에다 몰래 숨겼다.다행히 성연의 손이 무척 빨랐던 덕분에 들키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83화 질리지 않아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온 성연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완전히 기운이 빠진 듯하다. 거실로 나온 성연을 무진이 그제야 물었다.“어디 안 좋은 것 아니야? 기운이 없어 보여.”무진이 자신에게 관심을 줄 줄은 몰랐던 성연은 잠시 어리둥절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잠을 잘 못 자서 그래요.”매번 침을 놓을 때면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침술이다 보니 머리 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바짝 곤두선 느낌이다. 그러다 일단 긴장이 풀리기라도 하면 간신히 살아남은 느낌이랄까.그러니 그 피곤의 정도를 가히 짐작할 수 있을 터. 성연의 말에 무진의 날렵한 눈썹이 높이 솟아올랐다.별다른 생각없이 성연이 정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보다고 여기는 무진이다.평소 그녀는 학교 가는 길에서도 집에서도 틈만 나면 잠을 잤다. 여태껏 이 부분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너무 많이 자는 건 아닌가 생각할 뿐. 하긴 요 며칠 집안 일로 쫓아다니며 많이 힘들기도 했을 터.성연을 생각한 무진이 말을 꺼냈다.“어차피 이렇게 피곤한데 오늘 밤 침은 그냥 넘어가지. 가서 쉬어. 기력부터 회복해야지.”그도 그리 인정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성연이 손을 가로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누워요.”지금 성연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얼른 이 일을 끝내고 빨리 침대에 누워 자고 싶다는 생각뿐.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리에 누운 무진은 성연이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성연이 천천히 침을 놓기 시작했다.침을 놓으면서 또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지금 침을 중단해선 안돼요. 그럼 이제껏 했던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가게 돼요.”정말 피곤해 죽을 지경인 성연은 사실 꼼짝도 하기 싫었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의학 영역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의술인으로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다.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때도 이를 악물고 견뎠다.침을 놓으며 일부러 무진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너무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84화 존재할 이유가 없어

    다음 날.몸에 붙은 습관에 의해 오늘도 일정한 시간에 잠이 깬 성연.평소 습관에 따라 먼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아니, 그러려고 했다.그런데 어째 오늘은 팔을 움직이려 해도 어딘가에 꽉 묵인 듯 움직여지지가 않았다.짜증스러운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그러자 단단한 턱이 눈에 들어왔다. 또 온몸이 따뜻하게 덥혀져 있었다. “깼어?” 얕은 잠이 들었던 무진은 성연이 깬 것을 금세 알아챘다. 매력적인 저음이 성연의 귀를 간지럽혔다.그제서야 자신이 무진의 품속에서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아직은 무진이 좀 불편했다.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연이다.그런데 어쩌자고 그의 품에 들어갔는지.속으로 여전히 불편했으나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네, 일어났어요!” 얼른 무진 품에서 빠져나온 성연이 침대에서 내려섰다.무진은 그런 성연을 응시했다.성연의 눈에서 수줍은 빛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자 속으로 실망감이 드는 것도 사실.성연이 어떻게 나올지 좀 기대도 했었는데 이렇듯 무덤덤하니 아무런 반응도 없다니.‘얼굴조차 하나 안 빨개지다니.’그래도 희망이 좀 있다고나 할까. 결국 성연의 나이를 생각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천히 가자, 사춘기도 안 끝난 애한테 무슨…….’‘이 아이는 우리가 그냥 말 그대로 단순히 잠만 자는 건 줄 아나 봐.’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다른 날과 같은 아침 메뉴. 매일 먹는 죽에 질렸던 차에 모처럼 국수가 식탁에 올라와 있었다.양념장을 붓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무진은 그런 성연을 보며 대체 맛은 느끼고 먹는지 궁금했다. 물론 아주 잠깐의 생각이었을 뿐, 성연을 힐끗 본 뒤 바로 시선을 돌렸다.살짝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먹는 단순한 동작조차 우아하기 그지없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입안의 죽 맛이 그저 그런듯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너 저번에 밴드에 가입했다고 하지 않았어? 어때? 재미는 있어?” 무진이 그릇에 담긴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85화 스캔들

    학교에서 성연은 해독제를 개발하느라 바빴다.잠시간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 모두 수업이 끝나자마자 성연이 보건실로 뛰어가는 일이 부쩍 잦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이 새로 온 보건 교사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잘생긴 서한기는 학교에서 인기가 높았다.서한기를 보기 위해 많은 여학생들이 갖가지 꾀병으로 보건실로 찾아가고 또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송성연은 이미 학교에서 유명인사였다.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알게 되었다.성연은 잠을 많이 잔다는 점 외에 별로 나쁜 게 없는 친구였다.수업시간에 그리 자는데도 성적이 좋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 중 용기 있는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를 들고 와서 성연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면 성연은 매번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심지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까지 해주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그러자 성연에 대한 편견이 점차 사라졌다.게다가 얼굴까지 예쁘니 호감을 갖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여학생들은 송아연보다 송성연을 더 좋아했다. 여자아이들은 성연의 가식 없고 털털한 모습을 좋아했다.어떤 아이들은 매점에 갈 때 성연을 부르기도 했다. 대부분 성연이 거절하기는 했지만.어쩌면 성연이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성연은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바빠 도무지 시간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학교에서만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일분 일초의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또 수업 중에 자고 있는 성연.그때, 누군가 그녀를 가볍게 흔들며 깨웠다.짜증이 난 얼굴로 성연이 눈을 떴다. 미처 다 지우지 못한 날카로운 눈빛으로.그 모습에 성연을 깨웠던 아이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말간 얼굴을 대면한 성연 또한 좀 얼떨떨했다. 얼른 표정을 갈무리하며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무슨 일이야?”성연의 눈 앞에 여학생 둘이 서 있었다.성연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그제서야 안도하는 모습이다. 조금 전 성연의 눈빛은 정말 무서웠던 탓이다. 정말 놀

Latest chapter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9화 예전의 이름

    말을 마친 사무는 옆의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뚱뚱한 남자를 재빠르게 발견했다.“아저씨, 바로 저 사람이 사진이를 이렇게 다치게 했어요!”사무는 우렁찬 목소리로 방금 엘리베이터를 나온 남자를 가리켰다.팍!쿵!서한기가 재빨리 깔끔하게 손을 쓰자, 남자의 커다란 몸은 바로 바닥에 쓰러졌다.심지어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남자는 온몸의 뼈마디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아이들은 네가 감히 건드릴 수도 감당할 수도 없어! 꺼져!”피에 굶주린 듯 핏발선 눈으로 쏘아보면서, 서한기가 나지막하게 외쳤다.쓰러져 있던 남자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온몸의 통증을 느끼면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다.그러나 막 일어나려던 남자는 등줄기의 시큰한 통증에 다시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다시 몇 번이나 일어나려고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결국 주저앉은 채 고통스럽게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이때 다른 쪽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렸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무진은 자연스럽게 이쪽의 소동에 시선이 향했다.사람들 속에서 처참한 모습의 마케팅팀 팀장과, 그 앞에 서서 온몸에서 싸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미간을 찌푸린 무진은 고개를 살짝 돌려서 뒤를 바라보았다.“아이들이 아직 안 갔어?”그리고 무진이 엘리베이터 문을 나설 때, 손건호는 여러 해 동안 보지 못했던 서한기를 알아차렸다.두 사람은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그들 두 사람은 예전 진성 조직의 공동 대장이었다. 여러 해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전우인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지난 일 때문에 서로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이 가슴이 찢어질 듯한 느낌도 그들 두 사람만 알 수 있을 뿐...왜인지는 모르지만 서한기의 망설임이 느껴지자,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약간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아직도 안 가보고 뭐 해?”‘저 두 아이는 뭔가 나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머릿속에서 어떤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8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

    아직도 물린 곳에 통증을 느끼고 있던 마케팅팀 팀장은, 갑자기 사무가 이런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오자 무의식적으로 심적으로 위축되었다.‘어린 애가 어떻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방금 전에 행동은 치밀하게 생각하고 한 건가?’자신도 모르게 당황했던 마케팅팀 팀장은 곧 한숨을 돌렸다.‘내가 뭘 무서워하는 거야? 기껏해야 아이일 뿐인데 뭐 별다른 일이야 있겠어?’이렇게 생각하자 곧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변했다.“이 조그만 녀석이 어른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이렇게 버릇없게 말이지!”사무는 코웃음을 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너는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이 버릇없는 새끼가 감히 욕을 해! 보아하니 너는 혼나는 걸로도 부족하겠어!”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을 때, 줄곧 말을 하지 않던 무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됐어, 너희 두 아이는 빨리 나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때문에 너희 엄마가 회사의 징계를 받게 돼.”사무는 무진의 얘기하는 모습을 힐끗 보았다. 전혀 감정이 없는 눈빛으로 볼 뿐.‘자기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맞는’ 걸 보면서도 이렇게 냉정할 수 있는 이런 아버지라니! 얼마나 마음이 독한 사람인지 충분히 알겠어.’‘오늘 아버지를 찾아온 건 결코 잘한 선택이 아닌 것 같아.’사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마케팅팀 팀장을 흘겨보기만 했다. ‘얼마나 더 웃을 수 있는지 보겠어. 조금 있다가 한기 아저씨가 시원하게 혼내 줄 테니까!’조심스럽게 여동생을 일으켜 세운 사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여동생을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사진아, 가자!”사진도 지금은 여기에 더 있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악문 채 오빠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입구로 걸어가던 사진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상 앞에 앉은 남자를 쳐다보았다.무진도 마침 사진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무진은 왠지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무진이 움직이기 전에, 고개를 돌린 사진은 오빠와 함께 바깥으로 나갔다.마침내 소동이 마무리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7화 감히 내 여동생을 건드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 두 아이는 쌍동이겠지. 한 네다섯 살 정도 된 것 같아.’‘아이들 나이와 지금 상황을 보면...’‘혹시 이 두 아이가 정말 보스와 사모님 사이의 아이인 거야?’‘사모님이 낙태한 뒤 출국한 게 아니라, 모두를 속이고 아이들을 낳은 건가?’너무나 엄청난 상상이라서, 손건호는 곧 뭔가 큰일이 닥칠 거라는 느낌마저 들었다.지금은 원래 마케팅팀 팀장이 보고하면서 무진의 눈에 들 기회를 찾던 중이었다.그러나 오늘 보고는 그리 순조롭지 않았다. 무려 30분 동안이나 저기압인 대표의 기세에 눌려 있던 상태였다.‘지금 대표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면 칭찬을 받겠지.’눈빛을 빛내던 남자는 손을 비비면서 재빨리 앞으로 나왔다.“너희들 여기가 어딘지는 알아? 빨리 나가지 않고 뭐 해!”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면서, 마케팅팀 팀장이 사진의 여린 팔을 꽉 쥐었다.“어린 애들이 함부로 아빠라고 거짓말이나 하다니, 도대체 부모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이게 얼마나 심한 장난인지 알기나 해?”마케팅팀 팀장은 거칠게 아이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무방비 상태였던 사진은 그저 팔이 꽉 잡힌 채 끌려갈 뿐이다.사진은 본능정으로 몸부림쳤다.하지만 어린아이가 어떻게 어른의 힘을 당해낼 수 있을까?사진의 발버둥은 결국 전혀 무의미한 몸짓에 불과했다.“오빠, 오빠, 사진이 너무 아파!”“아아, 아파...”팔의 통증에 몸부림치던 사진은 기어이 기회를 틈타서 남자의 팔을 물었다.갑작스럽게 팔에 통증을 느끼자, 남자는 아이들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면서 나뒹굴었다“아! 이 계집애가 감히 나를 물었어!”잔뜩 살이 찐 남자가 불쾌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으름장을 놓았다.갑자기 바닥에 떨어졌지만, 사무는 별다른 이상 없이 일어섰다.하지만 팔을 물린 남자는 사진을 떨쳐내려고 거칠게 밀쳤다.결국 힘에 밀린 사진은 의자에 이마와 팔을 부딪혔다. 부딪친 곳은 바로 빨갛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6화 아무 데서나 아빠라니?

    사진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어제 오빠 컴퓨터에서 아빠의 사진을 봤을 때도 천하제일 미남인 아빠 모습에 감탄했지만!오똑한 콧날에 굳게 닫힌 두 입술, 단정한 헤어 스타일에 온몸에 남성미가 가득한 건장한 모습!지금 그곳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경외심이 들면서 엄숙한 분위기였다. 이 모든 아우라는 바로 책상 앞에 앉은 무진에게서 비롯된 것이다.‘그야말로 완벽한 남자야!’‘우리한테 이런 멋진 아빠가 있다니!’ 지금 사진은 완전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아빠!”두 아이는 곧바로 책상 앞으로 달려갔고, 사진이 크게 외쳤다.가뜩이나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중에 ‘아빠’라는 소리가 들리자, 무진은 미간을 점점 찌푸리면서 그윽한 눈빛으로 두 아이를 훑어보았다.“어디서 온 애들이야? 언제부터 우리 회사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수 있게 됐지?”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뒤로 젖혔다.“게다가 아무 데서나 아빠라니?”기쁨에 겨워 아빠에게 다가가려던 사진은 무진의 바로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이의 눈에서는 순식간에 눈물이 솟아났다.애절하게 흐느끼면서 사진이 말했다.“아빠, 바로 우리 아빠잖아! 우리는 오늘 특별히 아빠를 찾으러 온 거야.”아이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자, 무진은 마치 가슴속이 꽉 막힌 듯했다. 당황한 무진은 얼른 내선전화의 수화기를 들었다.두 아이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하는 무진의 목소리에는 왠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나는 너희들 아빠가 아니야. 거짓말하면 안 돼. 얼른 너희 엄마한테 가야지.”잠시 후, 수화기에서 시원스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네, 보스.]무진은 다시 두 아이를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들어와서 두 아이를 데려가.”[아이들요?] 손건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응.”무진은 단지 한 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아빠는 우리가 그렇게 싫어요?”갑자기 사진의 옆에 서 있던 남자아이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앳된 얼굴이지만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5화 웬 꼬마야?

    사무가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그래야 해?”다시 한 번 우유 막대사탕을 입에 넣은 채, 사진이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그럼, 오빠 그건 아직도 분명하지 않은데?”“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야, 설마 네 오빠가 뛰어나지 않다는 거야?”사무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진지한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잔뜩 인상을 찌푸리던 사진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사래를 치면서 다시 빌딩을 바라보았다.“우리 그래도 일을 해야지. 사람들이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올라가게 할까?”웃음을 거둔 사무는 입술을 꼭 닫은 채 앞을 보면서 진지 모드로 돌입했다.“당연히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할 거야.”“그럼 어떡해?”사진은 바로 풀이 죽었다.‘이미 집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빠 회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곤란한 일이 생기면 정말 피곤해.’다음 순간.사진은 익숙한 오빠 손에 이끌려서 따라갔다.사무가 앞에 서고 사진은 따라서 함께 빌딩의 옆쪽의 작은 문으로 걸어갔다.입구에 선 두 아이는 작은 키 때문에 아주 순조롭게 입구의 경비원 순찰을 피할 수 있었다. 한바탕 민첩하게 왔다 갔다 한 끝에 이미 계단 앞에 도착했다.고개를 든 두 아이는 계단 위를 바라보았다. 입을 삐죽 내민 사진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텔레비전에 나오는 회장 사무실은 모두 맨 꼭대기층에 있어. 오빠, 아빠도 꼭대기층에 있는 건 아니겠지.”사무도 이 많은 계단을 보자 약간 풀이 죽었다.그래도 앳되지만 무게 있는 목소리로 사무가 나지막히 말했다.“그 점은 드라마도 틀리지 않았어.”“아!” 오빠가 말을 하자 사진의 작은 다리는 벌써 맥이 풀리는 것 같았다.‘만약에 이렇게 높은 층을 걸어서 올라간다면, 오늘 내 다리는 아마 망가지겠지?사진이 자신의 짧은 다리를 위해 ‘묵념’을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사무가 다시 입을 열었다.“가자, 위층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2층.지금은 출근 시간이라서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느라, 오히려 두 아이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4화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어?

    ‘무진 오빠의 이전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면, 내가 했던 짓도 모두 드러나지 않을까?’예민주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처럼 느꼈다.‘약효가 줄어들면 그 뒤에는 반드시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거야.’ ‘안 돼. 방법을 생각해야 해. 그런 상황이 절대 일어나게 해서는 안 돼.’찢어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무진을 보자, 예민주의 머릿속에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그 약을 다시 한번 더 먹여도 될까?’‘하지만... 하지만 또 복용하면, 나도 잊어버리는 부작용이 생겨.’‘이거 어떻게 해야 해?’일시에 모든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모두 머릿속에 맴돌면서, 가뜩이나 초조한 예민주는 머리가 터질 듯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몸을 돌린 무진의 눈은 전혀 초점도 맞지 않은 채 암울해 보였다.걸음을 떼고도 마음의 피로로 인해서 이미 얼마나 붕 떠있는지도 몰랐다.무진이 예민주의 곁으로 다가가자, 예민주가 무의식중에 무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촉을 원하지 않는 듯이 아주 교묘하게 예민주의 손길을 피했다.차로 향하면서 예민주에게 단 한 마디만 남겼을 뿐이다.“좀 있다가 너 혼자 돌아가. 오늘 일은 잠시 미루자.”그리고 곧바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남겨진 예민주만 어수선한 심정이었다.이어진 며칠 동안 무진은 여전히 평소와 마찬가지로 바빴다. 낮에는 업무를 볼 뿐만 아니라 접대도 해야 했다.그날, 산기슭의 별장 2층.위층에서 성연의 차가 점차 사라지는 걸 본 두 아이는 신속하게 작은 숄더백을 꺼냈다.사진은 동그란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맞은편에 있는 사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오빠, 정말로 이렇게 할 거야?”고개를 끄덕이는 사무의 눈에는 확고한 결의가 가득했다.“응, 엄마가 그날 돌아온 뒤 요 며칠 상태가 어떤지 못 봤어? 엄마는 분명히 아버지를 만났을 거야.” “내가 이미 아버지 위치를 알아냈어. 우리는 곧 아버지를 찾아갈 거야!”지금 집에 두 아이들밖에 없다. 외국에서 생활하는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성연은 낯선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3화 약효가 약해진 거야?

    “그렇게 트집을 잡겠다고?”“나는 단지 이 옷을 매우 좋아할 뿐이에요. 나와 무진 오빠의 결혼식에서 입고 싶은데 당신들도 마음에 들었는지는 몰랐는데요?”억울한 듯한 예민주의 얼굴.임서희는 마음이 우울했다. ‘무슨 이런 여우 같은 년이 다 있어? 그야말로 겉만 번드르르한 년이네!’“2억2천만 원! 빨리 카드 결제해요!”말을 마친 성연이 몸을 돌려 가려고 했다. 예민주는 마치 성연이 가는 방향을 알고 있는 것처럼 바로 성연의 앞을 막았다.짝!성연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바로 예민주의 따귀를 때렸다.얼굴의 통증을 느끼자 예민주는 무의식적으로 직접 만든 독약을 꺼내려고 했다. 그러나 성연은 이미 진작부터 예민주가 그럴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성연의 오른손에 갑자기 가는 은침 하나가 나타나더니, 예민주의 팔에 바로 박히면서 순식간에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좋은 개는 길을 막지 않는 법이야!”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지금 성연의 눈에서는 불꽃이 타오르면서 온몸의 피가 들끓는 듯했다.“서희야, 가자!”말이 끝나자 성연은 임서희를 데리고 웨딩 숍을 나섰다.오른쪽 얼굴의 화끈한 통증과 주위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느끼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화가 난 예민주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무진 오빠!”그러나 다음 순간, 곧바로 문밖으로 나간 무진은 차의 시동을 걸고 바로 성연을 따라갔다. 울부짖는 예민주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방금 회사를 나섰던 성연은, 임서희를 먼저 회사로 돌려보낸 뒤에 자신은 혼자 차를 몰고 떠났다.차 안.백미러를 통해 자신의 뒤를 바짝 뒤쫓는 무진을 발견하자, 성연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다.‘뭘 하려는 거야?’마음이 초조하자, 액셀러레이터를 바로 끝까지 밟았다. 성연의 차는 넓은 도로 위를 나는 듯이 달려갔다.고가도로 위.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진의 차가 성연의 차에 부딪치면서 곧바로 멈추게 만들었다. 빠른 속도로 달렸기 때문에 관성에 의해서 부딪친 것이다.성연은 입가가 찢어지면서 끈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2화 활활 타오르는 눈빛

    이곳의 웨딩드레스는 모두 디자이너의 작품들로, 이 웨딩드레스도 당연히 하나밖에 없다. 이걸 예민주가 가져가면, 자신은 당연히 다른 웨딩드레스를 찾을 수밖에 없다.‘게다가 이건 분명히 우리가 먼저 보고 결정했어.’임서희가 무의식적으로 막았다.“아가씨, 이 옷은 우리가 방금 이미 고른 거예요. 면사포도 모두 골랐는데, 아가씨의 이런 행동은 우아하지 않은데요?”임서희는 아주 완곡하게 표현했다.하지만... 예민주는 임서희의 태도에 개의치 않는 듯했다.“호호, 당신이 어떻게 먼저 골랐다고 말할 수 있나요? 이 웨딩드레스는 이미 오랫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거예요.” “당신의 논리대로라면, 이건 원래 일찍부터 내 소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예민주는 임서희의 반응에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피식 비웃으면서 다시 직원에게 그 웨딩드레스를 가져오라고 했다.직원이 아무 액션도 취하지 않고 고민하자, 예민주는 짜증이 난 목소리로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너 거기서 뭐하고 있어? 빨리 안 움직여?”직원은 양쪽의 손님들 사이에 낀 채 난처한 표정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야?’‘이 두 손님들은 척 봐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야. 지금 웨딩드레스 하나를 놓고 서로 싸우려는 기세인데, 우리는 이쪽을 도와도 안 되고, 저쪽을 위해도 안 돼.’“저는...”직원은 순간 말을 더듬으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원래 좋은 기분이던 성연은 예민주에게 방해를 받자, 아예 신용카드를 꺼내서 직원에게 건네주었다.“이 웨딩드레스는 우리가 사겠어요. 카드로 결제할게요.”성연의 목소리에는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 힘이 실려 있었다.성연의 이 말은 또 마침 직원도 정확한 답안을 제시할 수 있게 도왔다. ‘옷을 입어보는 목적은 옷이 어울리는지 보기 위한 것이고, 어울리면 사는 거야.’‘하지만 이들은 지금 입어보는 단계를 건너뛰고 구매하겠다고 하니 가장 명확한 답이겠지.’“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포장을 도와드리겠습니다.”말하면서 직원이 은행카드를 받으려고 했다.“잠깐만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81화 내가 입어보게

    지금 직원의 설명을 듣자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어때? 직원에게 한번 입어보게 가져오라고 해볼까?”임서희가 정말 마음에 들어한다는 걸 눈치챈 성연이 다가와서 건의했다.가게 앞.바로 같은 시간에 한 쌍의 남녀가 밖에서 들어왔다. 여자는 앙증맞은 표정으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매달려 있었다.“무진 오빠, 이 브랜드의 웨딩 숍은 운성에 이곳 한 곳밖에 없어요.” “이 가게 웨딩드레스가 정말 예쁘다고 해요. 심플한 스타일이 좋을까요, 아니면 좀 화려한 스타일이 좋을까요?”예민주의 목소리는 아주 달콤했다. 마치 꼬리를 활짝 편 공작새처럼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웨딩 숍 안으로 들어섰다.예민주가 팔을 꽉 잡고 있어서 무진은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천천히 팔을 풀었지만 눈빛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좀 심플한 스타일로 해. 그렇게 화려한 걸 입을 필요는 없어.”예민주는 사실 결코 온화한 사람이 아니지만, 무진의 곁에 있으면서 오히려 많이 순해졌다.하지만 평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다.무진의 말이 떨어지자, 예민주는 무의식 중에 그 말에 반박하려고 했다.“하지만...”‘지금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저건... 송성연이잖아?’머릿속에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다시 자세히 보니 정말 성연이 맞았다.말을 하다가 만 예민주가 마치 뭔가에 시선이 고정된 듯이 바라보자, 무진은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예민주의 시선을 따라갔다.‘왜 또 저 여자야?’성연을 보는 순간, 무진은 다시 한번 참기 힘든 두통을 느꼈다.‘왜, 왜 매번 저 여자를 볼 때마다 냉정을 유지할 수 없는지 모르겠어. 또 익숙한 느낌도 있지만, 분명히 저 여자를 만난 적도 없잖아.’또각또각!무진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예민주는 성연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갔다. 이미 조금 전처럼 놀라지 않았고, 온통 거만한 표정을 지으면서.“공교롭게도 이런 데서 만나게 되다니.”임서희와 함께 면사포를 고르고 있던 성연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눈살을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