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연 부모의 방문과 소씨 집안의 파산 소식에 안금여와 강운경이 모두 깜짝 놀랐다.두 집안은 예로부터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었다.그리고 무진 또한 그동안 소씨 집안의 두 어른과 잘 지내왔는데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관계가 변한 건지.안금여는 전화를 걸어 무진을 고택으로 불렀다. 어떻게 된 일인지 구체적인 상황을 물어볼 참이었다.무진이 강씨 집안 고택으로 갔을 때, 강운경과 안금여가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다가 거실에 들어서는 무진을 본 안금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했다.“무진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멀쩡하던 사이가 이렇게 된 거니?”무진은 할머니 안금여가 이 일 때문에 자신을 불렀음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기에 이미 대답할 말을 속으로 생각해 두었다. 무진은 두 사람에게 소지연이 성연에게 한 짓을 모두 말했다.무진이 살짝 숨을 내쉰 뒤에 말했다.“할머니, 그래도 제가 지나쳤다고 생각하십니까?”무진의 말을 들은 안금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다른 일은 일단 참고 넘어간다 하지만, 소지연이 성연을 죽이려 하다니. 이 일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다.원래는 소씨 집안과의 정을 생각해서 무진을 만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간의 사정을 똑똑히 듣고 난 안금여는 마음속의 생각을 지웠다.소씨 집안 사람들이 먼저 잘못했으니 그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 마땅한 일.“부드럽고 유해 보이던 소지연이 그런 짓을 벌일 줄은 몰랐구나. 소씨 집안에서 자신들의 딸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게야.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대로 당하고 있으면 안되지.” 지금의 안금여는 무진과 같은 태도를 취했다.강운경은 옆에서 두 사람의 말을 듣기만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씨 집안과의 계약해지는 사실 WS그룹에도 영향을 주었다.그러나 소지연이 그런 짓을 저질렀음에도 그냥 넘어간다면 그 역시 앞으로 회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터였다.그럴 바엔 차라리 협력관계를 깨는 게 나을 것이다.성연이 무진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신
조수경은 지금 무진의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궤도에 올라선 듯 보였다.무진과의 관계를 이용한 어떤 일도 하지 않은 채 매일 성실하게 출근하는 모습이 마치 진짜 뭐든지 열심히 배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조수경은 이렇게 해야만 강무진과 강운경의 의심을 완전히 불식시킬 수 있음을 알았다. 또한 그래야만 두 사람이 자신을 진짜 믿게 될 거라는 것도.자신이 진짜 강무진과 강운경을 이용하려는 마음이 전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조수경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다.그런데 회사에 막 도착하기 직전 조수경은 갑자기 나타난 인물에 의해 앞이 가로막혔다. 바로 조수경을 찾으러 북성에 온 손민철이었다.손민철을 본 조수경은 깜짝 놀라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당신, 왜 여기에 있어요?”손민철이 점점 앞으로 다가서자 조수경은 두려운 듯 뒤걸음을 쳤다.조수경이 하는 양을 보던 손민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조수경, 너 정말 날 비참할 정도로 모략했어. 게다가 하마터면 강무진이 나를 들이받게 할 뻔하고. 조수경,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손민철의 어조에는 힐난의 빛이 가득했다.조수경은 손민철이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남자를 어떻게 강무진 같은 사람과 비교할 수 있겠어?’조수경이 눈살을 찌푸렸다.“손민철 씨, 나한테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요!”자신이 여기에 온 까닭을 결코 손민철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조수경의 말에 손민철이 순간 화를 냈다.사실은 조수경이 말한 것과 달랐다. 손민철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민철이 조수경을 좋아하는 것은 모두 사실이었다.그런데 조수경이 자신에 대한 손민철의 사랑을 이용한 것이다.손민철이 천리길을 마다하고 북성에 온 까닭은 오로지 조수경이 여기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조수경은 자신의 계획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다가선 손민철이 조수경을 구석에 가두었다. 눈에 짙은 분노를 띄며 말했다.“내가 너에게 얼마나 많은 정성을 들였는데?
처음에는 조수경도 아주 격렬하게 저항했다.조수경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며 소리쳤다.“손민철, 당신 미쳤어? 빨리 나를 놓아줘.”조수경은 손민철의 몸 아래에 깔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현격한 힘 차이 때문에 그대로 제압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자신이 도망칠 수 없음을 자각한 조수경은 발버둥을 포기했다. 심지어 손민철의 키스에 화답하기 시작했다.바뀐 조수경의 반응을 느낀 손민철의 동작도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키스를 서서히 멈춘 손민철이 조수경의 뺨을 쓰다듬기 시작했다.“네가 진작 이렇게 내 말을 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너에게 그처럼 잘해 주었는데, 왜 항상 내 곁에서 도망가려고 해?”어차피 이미 지각에 주위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한 조수경은 청순한 척하던 연기를 아예 포기하고 손민철을 향해 꿀 떨어지는 음성으로 말했다.“생각해보면 손씨 집안도 내 야심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겠네요. 나 지금 WS그룹에서 일하고 있어요. 민철 씨와 같이 일을 진행해 볼 수도 있어요.”조수경의 음성에 손민철은 거의 녹아내릴 것 같았다.그러나 조수경의 말에 손민철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았다.바로 조수경을 너무 믿었기에 오늘의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닌가.손민철은 조수경의 뺨을 쓰다듬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수경은 먼저 손민철의 어깨에 기대었다.“나를 위해서라면 얼마가 됐든 헌신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지금 내가 한 말도 못 믿으면서 어떻게 나를 위해 헌신한다는 거예요?”품에 아름다운 조수경을 안고 있지만 손민철은 끊임없이 속으로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자신을 타일렀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를 터.손민철은 즉답을 피한 채 품에 안은 조수경의 머리카락을 희롱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느릿느릿 대답했다.“예전 내가 너한테 그렇게 많이 갖다 바쳤어도 네 눈에 안 들었어. 그런데 지금 나더러 어떻게 너를 믿으라는 거야?”손민철도 사실 속으로 무척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절대 바보가 아니었다.그 역시 조수경의 진
조수경은 짜증이 났지만 겉으로 웃었다. 더없이 유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처음엔 그다지 확신이 없었던 손민철도 이번에는 조수경에게 넘어가 화를 풀었다.손민철의 손이 조수경의 몸 위를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조수경이 손민철의 손을 붙잡았다.“조급하게 굴지 말아요. 나한테 처음 손을 대는 것도 아니잖아요?”자신의 비위를 맞추는 조수경을 본 손민철도 더 이상 거드름을 피우지 않았다. 바로 조수경을 자신의 품에 안은 채 떨떠름한 기색으로 말했다.“오늘 나 화 많이 났어! 말해 봐, 이제 어떻게 나한테 협력할 건지.”강무진의 명성이야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자신 또한 강무진보다 겨우 조금 못할 뿐이라 생각하는 손민철.자신이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때, 아버지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강무진의 이름이었다. 강무진을 자식들 교육의 교재로 삼은 것.강무진은 바로 전형적인 엄친아였다.‘이번에도 아버지는 강무진과 절대 부딪혀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지금 조수경의 말은 두 사람이 연합해서 강무진에게 맞서자는 거였다.정말 그렇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손민철은 판단하기 어려웠다.만약 실패한다면 손씨 가문 전체가 연루될 것이다.조수경이 바로 옆에서 제안했다.“내가 강무진의 회사에 들어갔어요. 시간은 좀 늦어지겠지만 내가 당신을 위해 일을 진행하면 손씨 가문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어요.”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손민철의 가슴도 두근거렸다.‘이렇게 하는 것은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말하자면 강무진에게 맞서는 것도 아니야. 기껏해야 WS그룹과 관계된 거래처일 뿐.’‘손씨 가문은 이미 오랫동안 정체되어서 더 이상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어. 만약 WS그룹과 협력할 수만 있다면, 손씨 가문은 틀림없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야.’손민철은 순식간에 흥미가 생겼다.“네 마음속에 대략적인 계획이 있어? 나한테 말해 봐, 내가 가능한지 한 번 볼게.”조수경은 손민철이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설사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손
성연은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많은 학점을 앞당겨 이수했다. 대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학교 교과과정과 관련된 기초 지식들에 대해서라면 모두 알고 있었다.지금 성연은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이 시간을 이용해서 유용한 일을 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긴 휴가를 얻었지만 성연은 한동안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국내로 돌아가 무진과 함께 하는 것이다.자신의 학업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무진과 줄곧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상태였다.‘지금 이 시간에 무진 씨 곁에 편안하게 있는 것도 정말 좋을 거야.’기숙사 안.앨리스는 성연을 바라보면서 아쉬워했다. “과연 천재는 달라. 너 겨우 몇 달 만에 몇 년 동안의 학점을 다 이수했어. 너무 부러워. 앞으로 학교에서 너를 볼 수 없다니.” 앨리스는 성연을 안은 채 손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성연은 다른 사람이 몸에 닿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앨리스가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냥 참다 보니 성연의 결점이 뜻밖에도 서서히 고쳐진 것.물론 절대적으로 가까운 사람만 그렇다는 의미이다.성연은 앨리스의 팔을 토닥이며 위로했다.“겨우 일부 과정만 이수했는 걸. 곧다시 돌아올 거야.”“성연아, 휴가가 그렇게 긴데 뭐 할 거야?” 앨리스가 궁금해서 물었다.성연이 그래도 유럽에 있다면 자신이 자주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다음 순간 성연이 한 말은 앨리스를 실망하게 만들었다.“나는 A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야.”앨리스가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아! 너는 A국으로 돌아가는구나. 그럼 언제쯤이면 너를 볼 수 있을까?”성연이 앨리스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걱정 마, 금방이야. 아니면 내가 A국으로 돌아가 있는 동안, 네가 여름 방학을 맞아 날 보러 A국으로 오면 되지. 내가 널 데리고 같이 여기저기 안내해 줄게.”앨리스도 내내 A국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차에 지금 성연의 말은 그녀를 더없이 설레게 만들
성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여행은 됐어요. 지금은 그렇게 멀리 가고 싶지 않아요.”‘무진 씨 원래부터 내가 사형이랑 자주 함께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만약 사형과 여행을 간다는 걸 알게 되면 얼마나 화를 낼 지, 어휴.’목현수도 성연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강무진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목현수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성연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성연이 고개를 드니 마침 샤넬 양이 목현수의 옆에 앉는 모습이 보였다.샤넬 양을 본 성연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좁혔다.매번 샤넬 양과 만날 때마다 즐거운 기억이 없었기 때문.또 샤넬 양이 사형의 몸에 레이더라도 장착했는지, 어떻게 매번 사형이 어디에 있는지 잘도 알고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다.‘지난번 그 일로 샤넬 양과 사형 사이가 틀어진 줄 알았는데, 지금 샤넬 양이 여기 나타난 걸 보면 두 사람이 화해했나?’성연은 샤넬 양을 보고도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현수 씨, 왜 나를 부르지 않고 몰래 나왔어?” 샤넬 양은 목현수를 타박하면서 말했다.“갑자기 일이 생겨서 잠시 여기에 왔을 뿐이야. 너를 부르면 메이크업도 해야 하고 치장도 해야 하는데 너무 귀찮잖아.” 목현수는 오히려 샤넬 양에게 냉담하게 대하지 않았다.말투도 아주 가볍고 부드러웠다.‘샤넬 양과 목현수의 관계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진 것 같은데.’‘보아하니 두 사람은 정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든 연인 사이 같아.’‘그럼 내 존재도 이제 두 사람 사이에 별 상관없겠지?’성연은 옆에서 놀리듯이 말했다.“아이고, 엊그저께도 싸우는 것 같더니 이렇게 빨리 화해했네요? 서로 감정이 이렇게 좋은데, 언제 결혼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꼭 국수 먹으러 갈 거예요.”성연이 입을 열자 샤넬 양은 겨우 고개를 들고 성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표정을 하고서 말했다.“미안해요. 성연 씨에게 지난번에 내가 무례하게 굴어서 정말 미안해
성연은 마음속으로 좀 부러웠다. ‘사형은 정말 너무 대단해. 그렇지 않았다면 샤넬 양의 아버지도 그렇게 큰 회사를 사형에게 맡기지 않았을 테지.’성연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그건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사형, 빨리 샤넬 양과 결혼하세요. 그래야 나도 빨리 잔치 국수를 먹죠.”그 말을 들은 목현수는 평소처럼 성연에게 농담을 하지 않고 차갑게 한마디 했다.“너는 내가 빨리 결혼하기를 그렇게 바라는 거야?”성연은 다소 놀랐다. ‘내 기억 속에서 사형은 줄곧 부드러운 사람이었는데, 여태까지 내게 심한 말을 한 적도 없었고. 그런데 지금은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아.’‘하지만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고개를 든 성연은 마침 목현수와 눈이 마주쳤다.성연은 자신을 대하는 사형의 눈빛이 어쩐지 좀 다르다고 느꼈다.자신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성연은 샤넬 양이 또 많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렇게 화제가 끝나게 할 수 없었다.성연이 입을 열었다.“당연히 사형이 빨리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지요. 사형 나이가 몇인데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노총각으로 늙어갈 거예요?”성연의 말을 들은 목현수는 계속 굳은 표정을 짓지 않고 씩 웃었다.“내 일을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는 너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성연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내 일 역시 사형이 말할 필요는 없지요.”옆에서 두 사람이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샤넬 양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두 분은 사이가 정말 좋네요.” 자신은 가끔 목현수와 이야기할 때도 이렇게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현수 씨는 송성연을 대하는 게 좀 특별한 것 같아.’성연이 황급히 해명했다.“저는 사형과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는데 늘 그랬어요. 앞으로는 당신이 사형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나보다 더 길겠지요. 조급할 필요 없이 천천히 하면 돼요.”고개를 돌린 샤넬 양이 목현수를 보며 말했다. “송성연 씨가 말하는 거 들었어요? 나한테도 기회를 줄지 모르겠네요.”그녀의 말이
성연은 목현수와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다.이때 소지한이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대스타가 오늘 어떻게 나한테 전화할 시간이 다 있었을까?” 성연과 소지한은 여전히 아주 친한 사이이기에 매번 연락할 때마다 농담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소지한이 웃으며 말했다.“너는 유럽에서 학교 다니지? 유럽 쪽은 어때, 재미있어?”성연은 유럽의 풍경을 보면서, 이곳에 온 지 겨우 몇 달 만에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어디를 가든 그래도 우리 나라가 제일 좋아.’“나 곧 귀국할 거야.” 성연은 길을 걸으면서 소지한과 이야기했다.소지한이 물었다.“왜 갑자기 돌아오려는 거야? 그쪽은 안 좋아?”성연은 자신이 학점을 미리 많이 이수한 사실을 소지한에게 말했다.“여기는 그런대로 괜찮아. 다만 집이 좀 그리워.”소지한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정말 딱 맞춰서 전화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말투에서 즐거워하는 기색이 뚜렷하게 드러났다.“정말 잘됐네. 마침 내가 너에게 해줄 말이 있어.”성연이 물었다.“무슨 일?”소지한은 성연에게 자신이 전화한 이유를 설명했다.“너를 내 콘서트에 초대하고 싶어. 아마도 내 마지막 콘서트가 될 거야.”성연은 다소 놀랐다. 그러나 소지한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캐묻지 않고 농담하듯이 말했다.“돈은 충분히 벌었어?”소지한도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물론 충분할 만큼. 앞으로 나는 사업에 전념할 생각이야. 나에게 강무진 대표를 좀 소개해 줄 수 있어? 아니면 강무진 대표 비서로 날 좀 추천해 주든지.”얼마 전에 일어난 일은 소지한도 알고 있다. ‘사업에 있어서는 강무진의 수완이 정말 대단해.’자신이 성연에게 한 말도 농담이 아니었다.‘강무진의 업무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대단해. 강무진의 옆에 있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야.성연도 흔쾌히 대답했다.“당연히 되지.”무진이 소지한을 자신의 곁에 두게 할지 아닐지는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