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송아연이 피아노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때, 이윤하는 교장의 지시로 송아연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간 적이 있었다.저기는 송아연 집이 확실했다.사진은 조작이 가능하다 쳐도, CCTV 영상은 편집하기 힘들다. 학교에서 찍힌 뒷모습과 송아연의 집에서 나오는 아연의 옷차림이 똑같았다.교장 또한 착한 아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려 왔다.지금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아연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교장이 교무주임에게 눈짓을 보냈다.즉시 교장의 의중을 알아차린 교무주임이 아연을 교장실 옆의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교장실과 이웃한 벽 한 면은 유리로 되어 교장실 내부가 다 보였다.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아연은 교무주임을 따라 옆의 방으로 들어갔다.교장은 직접 송아연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송씨 집안에서 이 시간 한가한 사람은 딱 한 명, 지금 전화를 받는 임수정이다.교장이 온화한 어조로 인사하며 물었다.“송아연 어머님, 뭐 좀 궁금한 게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혹시 송아연 학생이 월례고사 전날 밤에 어디에 있었는지요? 별 다른 뜻은 없습니다. 형식적인 것으로 학부모님들께 연락 드려 학생들 동정을 학인하는 취지입니다.”교장의 공손한 태도에, 임수정은 경각심을 늦추며 기억을 떠올렸다.시험 전날 밤이라면 지금도 똑똑히 기억난다.아연은 교장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말아 쥐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제발 자신이 집에 있었다고 엄마가 말해 주길 빌었다.하지만 애석하게도, 딸의 울부짖음을 끝내 듣지 못한 엄마 임수정이 곧장 대답했다.“그날 아연이가 동급생 생일 파티가 있다고 했어요. 9시가 되어서 나갔다가 11시가 넘어서 돌아왔을 걸요. 그래서 제가, 곧 시험인데 집에서 복습이나 할 것이지 어디 또 나가냐고 했더니, 친구 생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아연이는 어른들 걱정 안 시키는 아이라 그냥 보내줬어요. 교장선생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아, 아닙니다. 감사합니
이 폭탄 같은 뉴스가 터진 후, 사람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게시판의 상황이 전해졌을 때, 모두들 반신반의했다.하지만 학교에서 인정하니 거짓일 리도 없었다.심지어 이 일이 송아연과 관련 있다니,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다.지난번 임정용 사건까지 돌아보며, 그 역시 송아연의 소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지금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평소에 학교에서 청순 가련형의 외모로 인기 있던 아이였다. 그렇게 순수하고 연약해 보였던 애가 이처럼 모질고 악랄할 줄이야!평소 학교에서 송성연, 송아연 두 사람은 별 왕래도 없는 사이였다.그런데 이런 짓을 하다니 정말 상상이 안되었다.송아연의 악행이 적발됨과 동시에, 성연의 성적이 진짜라는 사실도 증명되었다.눈곱만큼의 거짓도 없이!많은 아이들이 성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제 약간의 동경과 팬심이 들어갔다.점수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니, 이건 그냥 ‘열공생’의 수준이 아니라 ‘공부의 신’수준이다.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시선에도 성연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그냥 평소처럼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다만 아이들이 소신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 말에 쉽게 휘둘리지 말고.송아연 문제는 해결되었다.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모르겠다.그날 밤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온 성연은 밤새도록 기분이 좋았다.학교에서 성연에게 일어난 일을 매일 보고하는 사람이 있었다.비서 손건호도 무진에게 대신 해결해줄 것인지 물었었다. 그런데 글쎄 사모님 혼자 알아서 잘 처리한 것이다.무진도 굳이 그녀의 흥을 깰 생각은 없었다. ‘이 집에서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무척 편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뭐.’저녁식사를 마친 성연은, 게임기를 꺼내 소파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게임을 했다.게임 종류가 참 다양하기도 하다. 하다가 싫증나면 다른 걸로 바꾸고, 물리면 또 다른 걸 한다. 제 하고 싶은 대로.게임들은 모두 성연이 직접 개발, 제작한 것들이다. 따라서 시중에는 없는 게임들은 자신의 성격에 딱 맞게 아주 스
어느덧 일년에 한 번 열리는 WS 그룹의 주주총회가 다가왔다.주주총회를 위해 안금여는 오늘 특별히 옷차림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우아하면서도 위엄이 느껴지는 모습이다.안금여와 강무진, 강운경, 그리고 강씨 집안 일가들 및 WS그룹 계열사 임원진들에 주주들까지 속속 대강당에 도착했다.회장인 안금여가 제일 먼저 자리에 앉았다.주주들과 강씨 집안 일가들의 호심탐탐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야욕에 찬 승냥이 떼 같은 눈빛들이 야심에 찬 눈빛들이 회의장을 둘러보던 안금여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 오늘 이 자리에서 격전이 벌어지리라는 것이 자연히 예상되었다.하지만, 여전히 평온한 안금여 얼굴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강무진과 강운경이 각각 안금여 양편에 앉았다.“모두 다 오셨습니까? 요즘 회사 실적이 양호합니다. 그럼 회의 시작하죠.” 안금여는 낮지만 힘있는 음성으로 총회를 열었다.“회장님, 연세도 많으신 데 집에서 편히 쉬시며 노후를 보내실 때가 되지 않으셨습니까? 괜히 회사 일 때문에 노심초사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이제 회사에 젊은 인재들도 넘쳐 나는데,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셔야지요.” 주주 한 명이 느닷없이 일어서서 자신의 주장을 말했다.진작부터 나이 많은 전 회장의 부인이 눈에 거슬렸다.회사에 기여도 적은 사람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니 늘 불만이었다.지금까지 군소리 없이 강씨 집안의 WS그룹에서 힘들게 일해 왔건만, 이 모든 게 누굴 위한 거란 말인가?“지금 그 말, 무슨 뜻입니까?” 안금여가 차가운 표정으로 조금 전의 발언자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긴요. 회장님. 강씨 고택은 노후를 보내시기에 더없이 좋은 곳 아닙니까? 회장님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셨지만…… 지금WS그룹은 답보상태입니다. 새로운 대형 사업이라 할 게 없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나실 때가 되었습니다.”그의 의사는 매우 명확했다.‘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면 꺼져라.’ 라는 말이다.WS 그룹은 비록 강씨 집안의
“강씨 집안은 남아 도는 게 돈이니, 강무진이 아무리 막 나가도 망하지 않을겁니다. 다들 더 이상 걱정 마세요.”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조카를 괴롭히는 게 눈에 거슬렸던 강운경이 나서서 무진을 비호했다.“운경아, 네 말 참 듣기 거북하구나. 이 자리에 있는 작은 아버지와 삼촌들 모두 네 아버지, 내 형님을 따라 생사를 함께 했던 형제들이 아니냐? 우리 또한 이 강씨 집안의 일원이란 말이다! 그런데 지금 네 말에 삼촌들이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이겠니?” 강씨 집안 셋째 어른인 강상규가 일어섰다. 그리고 강운경의 시선과 마주했다.입술을 깨문 강운경이 울분에 찬 눈빛으로 깊은 숨을 내쉬었다.애초에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는 충성을 다하는 척했던 두 사람이었다.이제 아버지가 안 계시니 본색을 드러낸다.“둘째 서방님, 말씀을 참 잘 하셨습니다. WS그룹은 모두의 것입니다. WS그룹에 오늘이 있게 된 것은 모두의 공로이지요. 그러나 우리 선대 회장님이 살아 계실 때, 여러분께 결코 박하지 않게 해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오늘 이자리에서 강씨 본가를 곤란하게 하는 건 좀 지나치신 것 같군요” 차가운 음성으로 일갈한 안금여가 매서운 시선으로 둘째 시동생을 쳐다보았다.“형수님, 지나치긴요? 능력 있는 이가 자리에 오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 또한 형님이 가르쳐 주셨던 교훈이지요.” 둘째 강상철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냉기를 내뿜었다.회의장에 있는 대부분의 주주들은 모두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강요받은 상태였다. 두 사람의 세력이 회사에서 점차 강대해지며, 주주들은 자연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일부 주주들은 알아서 두 사람에게 줄을 섰다.그들 말이 틀리진 않다.지금 강씨 본가에는 강무진뿐이다. 그리고 별 도움 안되는 안금여도.줄을 잘못 섰다가, 앞날에 무슨 화가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눈치 빠른 이들은 둘째 강상철과, 셋째 강상규 쪽이 더 가능성 있다고 과감하게 그쪽 라인으로 갈아탔다.그러니 회의장 내
강상철과 강상규는 안금여의 당황한 기색을 보며 내심 통쾌했다.그들은 본가만이 집안의 기업을 장악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했다.‘모두들 회사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왜 본가만 권력을 잡고 휘두르려고 하는 건데?’‘일개 아녀자에게 참 오랜 세월 동안 억눌려 지냈었다…….’이건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그들도 모두 강씨 집안 사람들이다.게다가 지금의 본가에는 WS 그룹을 이끌만한 인물이 더 이상 없는 것이다. 안금여 다음의 후계자 자리를 물려줄 마땅한 후계자 역시.본가의 유일한 남자인 무진은 모두에게 병신 취급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느 누구도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출가외인 강운경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 없는 법.다시 말해 회사를 강상철과 강상규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그리고 그들만이 WS그룹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회장이 된 뒤로 내내 규정을 들먹이는 안금여는 봉건적 사고방식에 고루하기 그지없었다,지금 앞으로 쭉쭉 뻗어가려는 WS그룹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그런 그들의 눈에 안금여는 자신들의 회장 자리를 빼앗아 차지하고 있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다.안금여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얼굴에 혈색을 잃은 상태였지만 등을 곧게 펴고 음성에 힘을 실었다.“네, 몸이 안 좋은 거 인정합니다. 허나 아직 몇 년 더 버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내가 살이있는 한, 회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급하신 것은 잘 알겠는데, 아무리 급하더라도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겁니다. 내가 죽고 우리 집 영감 옆에 누으면, 그 때 다시 회장에서 내려오니 마니 논의하시죠?”그녀의 말에는 한껏 조롱기가 다분했다.‘이것들이! 사람이 버젓이 살아 있는데 자리에서 내려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니……. 꿈도 야무져! 누가 자리를 내놓는데?’“형수님,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세요? 제가 좋은 병원을 알아봐 드릴 테니 안심하고 치료 먼저 받으세
위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이름이 적혀있었다.안금여가 보니 그들이 보유한 주식은 이미 본가에 육박할만한 수치였다.모두 강상철과 강상규가 몰래 인수한 것들이었다.주주들로부터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주식을 이만큼 사 모으는 데까지 시간이 꽤나 오래 걸렸을 거다.이번 주총을 위해 회장직을 차지할 계획을 가지고 오래전부터 철저히 준비해 왔을 터.조금씩 핏기를 잃어가던 안금여의 얼굴이 완전히 새하얗게 질렸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집안 사람들 아닌가? 이 정도까지 도가 지나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만약 우리 영감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이 두 놈이 여기서 이처럼 날뛸 수 있었을까?’주식 위임동의서는 안금여에게 치명타를 가했다.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강운경이 얼른 안금여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붙잡았다.“엄마, 괜찮으세요?”무진도 미간을 한군데로 잔뜩 모았다.“할머니…….”“나, 괜찮다.” 강운경의 품에 안긴 안금여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쥐었다. 새파랗게 질린 안색으로.“최근 몇 년간 본가에서 눈 감고 참아준 게 한 두 번입니까? 뭘 더 원하세요?” 안금여는 숨을 고르며 강상철과 강상규를 향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우리가 뭘 원하는지 잘 아시잖습니까? 회장직을 내놓으시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 강상철의 표정도 싸늘해졌다.주식 위임동의서를 내놓았다는 것은 본가와 등을 돌리겠다는 것과 진배없었다.‘WS그룹이 옛날의 그 WS그룹인 줄 아시나?’큰형님이 돌아가신 후, 본가도 이미 그 힘을 잃었다.큰형이 살이 있을 때는 비위를 맞춰야 했지만, 지금은…… 본가가 자기들에게 빌붙어 살게 할 것이다. 오랫동안 참았던 이 수모도 풀어내면서…….“둘째 숙부님, 우리 아버지 살아 계실 때, 숙부님들을 얼마나 아끼셨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계시잖아요? 그런데 기어이 우리 본가의 숨통을 끊으놓으시려는 겁니까?” 강운경의 눈시울이 옅은 빛으로 붉어졌다.‘참아야 한다.
병원에 호송된 안금여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강무진과 강운경도 함께 응급실 입구까지 따라 갔다.성연은 나중에야 안금여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강무진이 전화로 알려준 것이다.선생님께 말씀드린 후, 수업을 빠지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강운경과 강무진이 응급실 입구에서 지키고 있었다.운경은 매우 초조해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 붉어진 눈시울, 한숨도 못 잔 듯한 초췌한 얼굴.안금여가 들어간 응급실을 바라보며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무진은 그녀보다 좀 침착해 보였다. 하지만 흔들리는 두 눈동자에서 무진의 마음도 겉으로 보는 것처럼 그렇게 평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왠지 모르게 성연의 마음도 울컥했다.무진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고자 가까이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아저씨, 할머니는 괜찮으실 거예요.”예전에 외할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그녀도 정말 절망적인 심정이었다. 그 당시 누구 한 사람이라도 곁에서 자신을 다독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랬었다.그러나 그녀는 늘 혼자였다.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이런 두려움과 고통을 잘 알았다.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본 무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응급실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그때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남자의 몸에는 오랜 세월의 경험과 진중함이 베어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는 약간의 피곤함도 함께 묻어나왔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운경이 슬픔을 참으며 손수건으로 의사의 땀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는 좀 어떠세요?”그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이 남자가 운경의 남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흰 가운의 가슴 부근에 새겨진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원장, 조승호.’조승호의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썩 좋지 않아.”최근 몇 년간 안금여의 주치의가 되어 최고의 약과 최신 의료장비 등 모든 것들을 사용해가며 치료를 전담해왔었다.하지만 지금 안금여의 몸은 지금 당장 넘어가도 이상하지
비관적인 진단 결과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운경이 몸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휘청거렸다.동작 빠른 성연이 얼른 다가가 자신의 몸으로 운경의 몸을 지탱했다.“고모님, 조심하세요.”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운경이 성연의 목소리를 듣고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성연의 손을 빌려 몸을 바로 세웠다.“고마워, 성연아.”“아니에요.” 무진의 안색도 안 좋았다.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할머니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지금의 안금여는 꺼져가는 불빛 마냥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는 셈이다.무진의 뒤로 다가간 성연은 생각이 깊어졌다.그녀는 안금여가 좋았다. 아주 많이.마치 자신의 외할머니처럼 아주 친근하게 느껴졌다.성연의 삶에서 따스한 온기를 선사한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안금여였다.외할머니 같으신 분이 자신의 눈앞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차마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강상철과 강상규, 모두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저들이 계속 날뛰는 것 또한 보고 싶지 않았다.‘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무진과 운경이 잠시 자리를 비우게끔 해야 한다.’‘그리고 당장 할머니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봐야겠다.’어느정도는 자신의 의술에 자신이 있었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성연이 무진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아저씨, 회사에 그 사람들 그냥 그렇게 끝내지 않을 것 같은데, 누가 가서 지켜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할머니가 안 계시니, 그들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는 못할 거야.” 성연이 강상철과 강상규가 강압적 수단을 써서 본가를 공격해 올까 봐 걱정하는 줄 알고 무진이 대답했다.그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강상철과 강상규가 인성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른 주주들까지 그렇지는 않았다.안금여가 입원까지 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본가를 몰아붙인다면, 여론이 악화되어 뒤집어지는 것까진 바라지 않을 터였다.따라서 속으로는 간절히 원한다 해도 계속 억지로 강행하지는 못할 것이다.무진은 교활한 두 늙은이가 처리하는 방식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