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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협상 결렬

길다란 롤스로이스 리무진 안.

창밖에서 흘러 들어온 불빛이 남자의 수려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

커다란 키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가볍게 걸친 채 앉아있었다.

두 시간 전 성연에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말한 강무진이다.

전방의 상황을 전하는 수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

원래 대로라면 자신들이 러브콜을 보낸 이상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반드시 얻으리라 확신했었다.

그런데 아수라문 쪽에서 통상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무진이 픽, 실소를 흘렀다.

‘수하들을 이렇게나 꽉 잡다니. 아수라문 문주, 정말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네.’

똑똑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강무진이다.

그래서인지 아수라문의 문주에게 흥미가 생겼다.

[가서, 아수라문 쪽에다 말해. 내가 직접 문주를 만나서 이번 거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

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물러간 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다가가 무진의 지시를 전달했다.

“우리 보스가 당신들 문주와의 만남을 청하십니다.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보스들에게 맡깁시다.”

이터너티 쪽 남자가 서한기에게 제안했다.

무의식 중에 눈살을 찌푸린 서한기는 의심이 들었다. 저쪽에서 일부러 우리 보스 불러내려고 작전 쓰는 게 아닐까 하고.

잠시 뒤, 원래의 표정을 바로 되찾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당신들이 보고 싶다고, 우리 보스가 만나줘야 하나?”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이 보스 대신해서 결정하려는 거야?”

이터너티의 남자도 표정이 굳어졌다.

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으니, 저들을 치켜세워 준 셈이다.

이럴 때조차 허세부리는 걸 보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

서한기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수하에게 귓속말을 했다.

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돌아서서 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을 번거롭게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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