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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어느 땐가부터 하늘에서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던 터라 하나둘 서둘러 산에서 내려갔다.

허 아주버님도 서둘러 허 아주머님을 데리고 떠났다.

오직 허태준만 여전히 묘 앞에 곧게 서있었다.

“태준아?”

허 아주버님은 혼자 멀뚱히 서있는 허태준을 발견했다.

“너는 안 내려갈래?”

묘비에 새겨진 허아리의 이름을 보며 허태준은 대답했다.

“조금만 더 있을게요.”

허 아주버님은 허태준의 마음을 알아채고 더 말하지 않았다.

“너무 오래 있지는 마.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좀 있으면 비가 세게 내릴 거야.”

모든 사람이 다 떠난 후에야 허태준은 묘비를 만지작거리며 미안해했다.

“미안해. 아리야.”

“날 용서하길 바라지도 않으니까,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지내야 해.”

“만약 다음 생이 존재한다면 꼭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부모님 사람 듬뿍 받아.”

“안녕.”

허태준은 어쩌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허태준이 차에 탔을 때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허 아주버님은 그런 아들이 몹시 걱정되었다.

“근처 호텔에서 샤워라도 할래?”

“괜찮아요.”

허태준은 허 아주버님의 호의를 거절했다.

“바로 집으로 가요. 유진 씨랑 별이가 보고 싶어요.”

“그래...”

허 아주버님은 허태준의 몸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이미 번마다 허태준이 결정하는 데 익숙해졌다.

“집에 데려다줄게.”

묘원을 떠나자 허 아주머님의 마음도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면서 허태준한테 물었다.

“유진이는 아예 돌아온 거니?”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젠 안 가요.”

“그럼 너희 둘 결혼은...”

허 아주머니는 조급해 났다.

“네가 그동안 계속 신경을 썼던 허태서, 허태서도 이미...”

허 아주머니는 버벅거리다가 말을 바꿨다.

“언제 유진이랑 별이를 너와 한 호적에 넣을 거야?”

“거의 다 됐어요.”

허태준은 말했다.

사실 심유진과 결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에게 축복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쉬운 일이다.

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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