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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허태준이 고개를 들자 심유진과 눈을 마주쳤다.

“이리 와요.”

허태준은 심유진을 향해 손을 내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손을 꽉 잡았다.

허태준의 손은 언제나 그랬듯 차가웠다. 빈소에 난방을 켜지 않아 그의 손은 평소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심유진은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곧게 펴고 허태준의 옆자리에 섰다. 그녀는 허태준과 함께 추모객을 맞이했다.

허태준의 인맥이 넓어 추모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장례식은 저녁이 되어서야 비로소 끝났다.

심유진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루 종일 허태준과 서서 추모객을 맞이했다. 물 한 모금도 마실 새가 없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아마 마음이 너무 아팠던 나머지 신경이 마비된 것 같다.

“오늘 밤 빈소를 지킬 거예요?”

심유진은 조심스레 허태준한테 물었다.

허아리의 시신은 내일 아침 묻을 거기 때문에 장례식은 이미 끝난 것과 마찬가지였다.

허태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돼요.”

허아리는 허태준의 친딸이 아니었다. 허태준한테 허아리는 낯선 사람보다는 익숙한 아이일 뿐이었다. 장례식도 허 아주버님과 허 아주머니의 강요하에 진행될 수 있었다.

“힘들어요?”

허태준은 걱정 가득한 눈빛을 하고 심유진한테 물었다.

“그냥 배가 좀 고프네요.”

심유진은 그제야 꼬르륵거리는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

“잠깐 나가서 밥 먹을까요?”

“그래요.”

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장례식 밖으로 나갔다.

심유진은 여전히 빈소에 남아있는 허 아주버님을 발견했다.

“아저씨는 안 가신대요?”

“아버지는 남아서 빈소를 지키겠대요.”

허태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허아리가 아버지의 친손녀는 아니지만 그래도 허씨 가문의 일원이죠. 둘째 삼촌네 가족이 모두 없으니 아버지라도 자리를 지킬 수밖에요.”

“태서 씨는요? 태서 씨가 아리의 친아빠인데 왜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죠?”

허 씨네 집안은 참으로 파라만장했다. 허태준의 둘째 삼촌은 어린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죄로 형을 선고받았고 허택양은 유럽에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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