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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차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8-04 16:35:45
“당신 그거 무슨 뜻이야?”

심유진은 더 이상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모습에 음료수를 가져온 직원이 화들짝 놀랐다.

“주, 주문하신 레몬티입니다.”

직원이 레몬티를 테이블 위에 올놓더니 조심스럽게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 그는 돌아서면서도 몇 번이나 두 사람을 힐끔거리다가 그제야 자리를 떠났다.

그의 어설픈 방해에 심유진은 그제야 자신이 현재 공공장소에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그녀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계약금 내가 냈어. 매 달마다 대출금을 갚고있는 것도 나였고. 그런 집이 나랑 상관이 없으면 대체 누구랑 상관있다는 거야?”

그녀는 겨우 화를 참으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조건웅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가방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확인해 봐.”

서류 첫 페이지의 맨 꼭대기에 검은색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주택 증여 계약서》심유진의 시선이 그 단어에서 2초가량 머무르다가 빠른 속도로 아래 내용을 확인했다.

증여인: 심유진 (이하 “갑”이라 칭함)

수증인: 조건웅 (이하 “을”이라 칭함)

증여하는 주택은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살았던 바로 그 집이었다.

“이걸 나한테 왜 보여주는데? 나더러 지금 여기에 사인하라고?”

심유진이 계약서를 던지며 싸늘하게 웃었다.

“똑똑히 들어 조건웅. 꿈도 꾸지 마!”

조건웅의 얼굴에서 좌절이나 분노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승리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가 계약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펼쳐 심유진에게 건넸다. 그리고 검지로 맨 마지막에 있는 서명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똑똑히 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야.”

증여인이라는 세 글자 뒤에 있는 서명란에는 멋들어지게 쓴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심유진 세 글자가.

그녀가 가장 익숙한 필체였다. 전혀 위조된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사인 위에는 붉은색 지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마침 그녀의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딱 들어맞았다.

계약서에 적힌 날짜는 무려 3개월 전이었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우정아가 임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성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알고 보니 그들은 진작 그녀를 음해할 꿍꿍이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 혼자만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이었다!

심유진은 온몸이 떨려났다. 그러다 겨우 한마디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난 이런 계약서에 사인한 기억이 없어.”

그녀는 조건웅이 무슨 수로 자신의 사인을 받아냈는지 전혀 짐작 가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그녀는 이와 같은 《주택 증여 계약서》를 본 기억이 없었다.

“네가 기억하든 말든 여기 적혀있는 이름은 네가 직접 사인한 거야. 지장 역시 너 스스로 찍은 거고. 이미 공증도 마친 계약서지.”

조건웅은 아무런 해명도 없이 그저 결과만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 집은 네가 나한테 증여했으니까 이제 나 혼자만의 집이야. 법률상 난 그 집을 너와 나눌 의무가 전혀 없어.”

“참 그리고……”

조건웅은 자신의 휴대폰을 한참 뒤적거리더니 사진 한 장을 심유진한테 보여줬다.

“명의 이전 수속이라면 이미 마쳤어. 이건 새로 나온 집문서야.”

집문서에는 오직 조건웅이라는 이름만 달랑 적혀있었다.

심유진은 멍하니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조건웅이 테이블을 툭툭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

“빨리 여기 ‘이혼 협의서’에 사인해. 나도 다시 병원에 들어가서 정아를 보살펴야 돼. 여기서 너랑 계속 낭비할 시간 없어.”

“사인 안 해.”

심유진이 말했다.

가녀린 그녀의 목소리에서 확고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처한 이 기가 막힌 상황을 똑똑히 이해하기 전까진 절대 조건웅의 뜻대로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조건웅이 짜증 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사인하지 않아도 이 집은 이미 내 명의야. 너한테 다시 돌려주지 않아.”

“사인 안 한다고.”

심유진이 다시 한번 말했다.

“까짓것 이대로 살지 뭐. 누가 더 오래 버티나 보자고.”

“너!”

화가 난 조건웅이 이를 악물었다.

심유진은 그런 그를 무시했다. 그리고 삼천 원을 꺼내 테이블 위에 두고 자신의 가방을 챙겨서 일어났다.

그녀가 채 두 걸음도 옮기지 못했는데 조건웅이 쫓아 나와 그녀를 붙잡았다.

“잘 생각해.”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의 얼굴이 흉악하게 이그러져있었다.

“너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어떤 분들이신지 알잖아. 그분들이 네가 일하는 호텔로 찾아가서 깽판 칠게 두렵지 않아?”

심유진도 당연히 두려웠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절대 그녀의 두려움을 그에게 들켜 꼬투리를 잡혀서는 안됐다.

“돌아가서 네 아버지 어머니한테 물어봐.”

그녀가 씩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

“본인들 목숨 값으로 4억 원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말이야.”

조건웅의 얼굴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살인은 범죄야!”

그가 낮은 목소리로 지적했다. 그의 눈빛에 황당함이 스쳤다.

“그러면 그분들더러 가서 한번 시험해 보라고 해보든가.”

심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 한마디를 남긴 채 조건웅이 얼이 빠진 틈을 타 빠르게 카페를 벗어났다.

**

심유진은 정말로 조건웅과 끝까지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른 걸 떠나서 그녀는 이제 일분일초도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택 증여 계약서》에 적힌 서명이 신경 쓰였다.

그녀는 자신이 그런 계약서에 사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비록 필체와 지장은 영락없는 그녀의 것이었지만.

그리고 이미 명의가 바뀌어 버린 집문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가 현장에 있지도 않았는데 조건웅은 어떻게 집문서 명의를 바꿀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이 불합리하기 짝이 없었다.

심유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차를 몰고 호텔로 향했다.

로비에 들어선 그녀는 바로 프런트로 달려갔다.

“소미 씨 허 대표님과 함께 투숙한 여형민 씨 있잖아요. 몇 호에 머무르는지 찾아봐 줄 수 있어요?”

호텔에 머무는 손님들의 모든 개인 정보는 외부인한테 절대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칠성급 고급 호텔인 로열 호텔도 이 방면을 특히 더 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외부인’이 아니었다. 거기다 그녀는 ‘객실 매니저’라는 특수 신분까지 있지 않는가.

소미는 그녀가 일 때문에 그러는 줄 알고 곧바로 컴퓨터로 여형민의 방 번호를 찾아내 알려줬다.

심유진이 여형민이 머무는 층에 도착했다. 그녀가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귀를 찌르는 욕설이 들려왔다.

“이미 방값도 다 지불했는데 무슨 권리로 나보고 나가라는 거야? 너희들 내가 누군지 몰라? 내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봐. 내가 너희들이랑 이 호텔 아주 곤란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누가 봐도 호텔 투숙객과 직원 간에 모순이 생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그녀는 현재 휴가 중이었지만 이런 상황을 맞닥뜨렸으니 당연히 가만히 지켜볼 수만 없었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모퉁이를 돌자 곧바로 보안 요원들과 청소부가 방문 앞에서 누군가와 대치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방안에 있는 사람은 인기 스타 서우연이었다.

심유진은 서우연과 제작진들이 모두 한 층에 투숙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심 매니저!”

청소부들이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마치 구세주라도 본 듯이 두 눈을 반짝였다.

서우연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는 과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심유진이 미처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당신이 매니저야? 그럼 설명해 봐. 왜 갑자기 나더러 퇴실하라는 거야? 이 호텔 더 이상 경영하고 싶지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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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서 깬 심유진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당황한 상태에서도 그곳이 어딘지는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지난번 그녀가 “운 좋게” 하룻밤 묵었던 8888호 방이었다.충격과 공포에 쏟아지던 잠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심유진이 이불을 슬쩍 들어보았다.이불 아래 있는 자신의 몸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만큼 처참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다.어제 그녀가 입고 있었던 옷은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호텔 VIP 고객을 위해 준비된 실크 가운이 걸쳐져 있었다.목 위로 두텁게 몇 번이나 덧발랐던 화장도 사라지고 그 대신 얼룩덜룩한 검붉은 색 키스마크가 남아있었다.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감히 기억을 찾을 용기도 없었다.2미터 침대에 현재 그녀 혼자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곁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베개도 정갈하게 침대 머리에 놓여 있었다. 방금 그녀가 어지럽힌 이불을 제외하고 주름 하나 없을 정도였다.심유진은 허태준이 잠을 자고 깨나서 나간 건지, 아니면 이곳에서 자질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의 희망 대로 후자가 맞았으면 좋겠지만. 욕실 문은 열려있었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빨래 바구니에는 옷이 한가득 담겨있었다.위에는 허태준의 옷이 있었고 아래에는 그녀의 옷이 깔려있었다.두 사람의 옷이 한데 엉켜 어쩐지 야릇한 느낌을 주었다.심유진은 곧바로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입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그녀는 간단히 씻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허태준의 옷을 입을 생각이었다.그녀가 막 옷장을 열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방 문이 열렸다.깜짝 놀란 심유진이 옷장 문을 쾅 하고 닫아버렸다.커다란 소리와 함께 옷장 문이 몇 번이나 열렸다 닫았다 하더니 겨우 닫혔다.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허태준이었다.그는 이번에는 간단한 캐주얼 차림이었고 머리도 자연스럽게 흐트러져있었다.심유진이 침대 옆에 서있는 모습을 본 그는 약간 놀랐지만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걸로 표현했다.“깼으면 옷 갈아입어.”그가 손에 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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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5화

    그의 말은 성공적으로 조건웅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조건웅은 한참이 지나서야 파래진 얼굴로 겨우 한 마디 했다.“뻔뻔한 놈.”허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34년을 살면서 그보다 더한 말을 훨씬 많이 들어왔다. “뻔뻔한 놈” 같은 건 전혀 그에게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순진하면 사는 데 도움이 되나?”그가 반대로 조건웅에게 물었다.“뻔뻔해야 더 잘 산다는 도리는 나보다 거기 두 분이 더 잘 알 것 같은데.”그의 말에서 선명한 비꼼이 느껴졌다. 조건웅이 그걸 놓질 리가 없었다.“너!”조건웅이 발끈하더니 우정아를 놓고 그에게 달려들었다.그가 주먹을 꽉 쥔 채 허태준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불과 몇 센티를 앞에 두고 오히려 허태준한테 저지당했다.“주제넘네.”허태준이 코웃음을 치더니 조건웅의 손목을 꺾어 그의 몸을 반대로 휙 돌렸다.그가 조건웅의 뒷무릎을 발로 찼다.“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건웅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우정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처량한 비명을 내질렀다.“여기 사람 때려요. 살려주세요!”그녀의 날카롭고도 높은 비명 소리가 고요한 밤거리에 울려 퍼지며 유달리 귀를 찔렀다.허태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닥쳐! 아니면 너도 같이 맞을 줄 알아!”우정아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감히 당신이!”그녀가 애써 독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지만 눈에 담긴 공포마저 가릴 수는 없었다.“내가 감히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이따 보면 알게 되겠지.”허태준이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짓더니 조건웅의 머리채를 잡고 그의 종아리에 발을 디뎠다.그가 발끝에 힘을 실자 조건웅이 돼지 멱따는 비명소리를 내질렀다.“정아야 경찰 불러!”그가 있는 힘껏 소리 질렀다.우정아가 번뜩 정신을 차리더니 손을 덜덜 떨며 가방을 한참이나 뒤적거려 겨우 휴대폰을 꺼냈다.그러나 그녀가 잠금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심유진이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바닥에 던져버렸다.“내 휴대폰!”우정아가 절망하며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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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9화

    하은설은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시간 없어, 빨리 가자! 너 기다리다 네 남편 목 빠지겠네!”심유진은 빨리 걷기 위해 두 손으로 얼른 웨딩드레스를 들어 올렸다.“응, 그래.”화창한 날씨에 황금빛 햇살이 꽃잎 사이로 레드카펫을 비추고 있었다.심유진은 아름다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가로질러 온실 문 앞까지 걸어왔다.온실 대문 앞에는 육윤엽이 한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별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별이는 심유진의 등장에 잡고 있던 육윤엽의 손을 떼고 그녀에게로 달려왔다.“엄마, 오늘 천사 같아요!”심유진도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웃었다.“고마워, 우리 별이!”오늘 결혼식의 화동인 별이는 정장 차림에 작은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앙증맞은 손에는 형형색색의 꽃잎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었다.온실 안에서 곧이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졌고 육윤엽은 심유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가자.”심유진은 애써 웃고 있지만 눈물이 맺힌 육윤엽을 보고 갑자기 꼬끝이 찡해졌다.하은설은 그녀가 울려고 하자, 옆에서 한마디 했다.“참아, 울면 안 돼! 카메라가 돌고 있는데 화장 번지면 안 예쁘잖아.”심유진은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으면서 패딩 점퍼를 벗어 옆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건넸고 육윤엽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별이도 앞에 서서 두 사람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서 바구니 속의 꽃잎들을 한 웅큼씩 집어서 하늘로 흩뿌렸다.신부의 등장에 하객들은 잇달아 박수를 쳤고 심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허태준은 예식장 단상 앞에서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걸어오는 심유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결혼식장이 크지 않은 탓에, 육윤엽과 심유진은 2분도 안 되어 예식장 단상 앞까지 걸어왔다.행복함에 싱글벙글하던 허태준은 육윤엽이 굳은 얼굴로 헛기침을 몇 번 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를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님.”육윤엽은 심유진을 한 번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8화

    육운영과 김욱은 블루 항공이 설 연휴에도 쉬지 않은 탓에 경주에서 이틀을 보내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다만 심유진은 보름 정도 되는 설 연휴 중 절반 시간을 허씨 가문의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로 인해 많은 공공장소가 문을 닫은 상황이라 밖을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육운영과 김욱은 짧은 휴가가 끝난 뒤, 업무에 복귀했다.별이도 설 연휴가 끝난 뒤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이의 유치원 픽업을 위해 일부러 허태준과 심유진이 사는 동네에 집까지 샀다.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 블루 항공 경주 지사의 재건축도 이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김욱은 몇 명의 핵심 직원들을 경주 지사 쪽으로 파견시켜 심유진과 함께 회사 초반 운영을 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영은 정상 궤도에 올랐고 일부 본사의 업무도 경주 지사 쪽으로 넘어왔다.회사가 눈코 뜰 새 바빠지자, 심유진은 5월 예정이었던 결혼식을 취소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허태준이 결혼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기에 바쁜 일정 속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면서 결혼식 준비를 했다....5월이 되자, 모두의 예상대로 코로나는 국내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다.블루 항공은 다행히 코로나가 N시티에서 유행하기 전, 대부분의 부서를 이동한 상황이라 큰 타격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진성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의 여러 의료기기 공장을 설립하고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로 운송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반면 모어 항공은 블루 항공과의 소송에서 패한 뒤, 입소문이 나쁘게 퍼져서 고객들을 블루 항공에 뺏긴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마리아는 집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 심유진과 허태준의 결혼식 날도 다가왔다.심유진은 결혼식 날이면 해방감이 들 줄 알았지만, 날이 다가올수록 기대감과 긴장감으로 잠을 설쳤다....YT 그룹이 부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7화

    허아주머니는 특별히 심유진을 위해 아침밥을 남겨두었다.심유진은 허아주머니의 정성에 감동했고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허태준과 별이는 그녀가 아침을 다 먹자,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때마침 허아주머니는 주방에서 만두가 가득 담긴 도시락통을 허태준에게 건넸다.“자, 이거 잊지 마.”“고맙습니다.”허태준은 심유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떠나도 될까요?”심유진은 어젯밤의 일로 토라져서 답도 하기 싫었지만, 허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짧게 답했다.“네, 가죠.”그녀는 답을 하고 나서 별이의 손을 잡고는 허아주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대문을 나섰다.허태준도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며 두 사람을 뒤따랐다....허태준이 별이에게 미리 증조할아버지를 뵈러 간다고 말했고, 별이는 가는 내내 차 안에서 폭풍 질문을 던졌다.“증조할아버지는 왜 증조할아버지라고 부른 거예요?”“증조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아빠인 건가요?”“증조할아버지는 무서워요?”“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셨는데 어떻게 만두를 먹을 수 있어요?”...허태준은 별이의 모든 질문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대답했다.그동안 심유진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허태준은 냉랭한 심유진의 태도에 어젯밤 자기의 행동이 과한 것 같아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가 거부할수록 점점 더 야만적으로 변하는 자기를 도저히 통제할 수 없었다.허태준은 어젯밤 생각에 몸이 반응해 오면서 또 피가 끓기 시작했다....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묘지 입구에서 산 꽃다발을 무덤 앞에 놓았고, 몸을 굽혀 물티슈로 쌓인 먼지를 꼼꼼히 닦아냈다.“할아버지, 저 왔습니다.”심유진도 허태준의 할아버지를 보자,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그녀는 별이와 함께 무덤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심유진은 사진 속의 자상한 노인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다.“할아버지, 저 기억하세요? 태준 씨 아내 심유진이에요.”그러고는 별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6화

    심유진이 혼자 방에서 나오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엄청난 질문 세례를 했다.“태준이는? 왜 같이 내려오지 않았어?”“아빠는 어디 있어요? 불꽃놀이 시켜준다고 저랑 약속했단 말이에요.”심유진은 방에서 나오면서 침착하게 둘러댔다.“샤워하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었어요.”어른들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고 김욱만이 그녀를 몇 초 동안 주시했다.별이는 실망한 듯 입을 삐쭉거렸다.“아빠 미워! 오늘 같은 날 왜 이렇게 빨리 주무시는 거죠?”심유진은 그런 별이가 사랑스러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해서 일찍 잠들었어. 내일 아빠가 우리 별이랑 같이 불꽃놀이 해주실 거야, 그때까지 참을 수 있지?”그녀의 말이 끝나고 허태준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세뱃돈을 심유진과 별이에게 건넸다.허아주머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유진아,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심유진은 허아주머니에게 다가가더니 뜨겁게 포옹했다.“어머님, 고마워요.”허아주머니는 심유진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우리 유진이는 너무 착해.”이어 육운엽과 김욱도 세뱃돈을 건넸고, 별이는 많은 세뱃돈을 받은 것에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늦은 시간 탓에 몇몇 어른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때마침 허아주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늦었는데 다들 이만 들어가서 쉬지.”심유진도 별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허태민, 너도 이제 자야지.”별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 손에는 두툼한 돈봉투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심유진은 별이를 재운 뒤에도 허태준의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아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으로 향했다.다들 잠들었는지 온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심유진이 조심스레 방문을 열자, 그녀가 켜놓았던 무드등조차 꺼져 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방안으로 끌어당겼고, 놀라서 비명을 지르려고 할 때 손으로 그녀의 입을 막더니 발끝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5화

    “새해 복 많이 받아요.”왜인지 심유진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왜 그래요?”허태준은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불꽃놀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심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완전 좋았어요!”“근데 왜 우는 거예요?”허태준은 그녀가 우는 게 싫었다.심유진이 울면 허태준도 덩달아 마음이 아팠다.“너무 감동적이어서요.”심유진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훌쩍거렸다.“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새해를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사랑하는 사람...”허태준의 입꼬리가 점점 귀에 걸리더니 심유진의 허리를 더 꼭 껴안았다.“저도 사랑해요, 유진 씨.”그는 머리를 숙이고 심유진의 이마에 키스했다.심유진은 허태준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하지만 워낙 세게 껴안아 밀어 지지 않았다.“모두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심유진은 이성을 잃은 허태준을 일깨워 줬다.김욱은 그녀가 잠에서 깬 것을 알고 있다. 게다가 불꽃 쇼도 끝난 상황에 허태준과 위에 오래 무르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게 뻔했다.심유진은 그 의심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낯이 두껍지 못했다. 허태준은 그녀를 화나게 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것을 알기에 그녀를 놓아줬다.“잠시 후에 꼭 보충해야 해요.”허태준은 위협적으로 말했다.“어떻게 때울까요?”심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서둘러 내려가지 않았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허태준의 턱으로부터 그의 얼굴 곳곳에 키스했다.“이러면 돼요?”심유진은 허태준의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웃음치며 그를 유혹했다.“아니면 이렇게?”그녀는 허태준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를 달아오르게 했다.허태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빛났고 몸에 뜨거운 피가 흘렀다.하지만 그는 꾹꾹 참으며 인내심 있게 심유진의 다음 유혹을 기다렸다.“우리... 스릴 넘치게 놀아 볼래요?”심유진은 허태준의 턱을 잡으며 그의 애간장을 태웠다.그녀는 마치 섹시한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4화

    설날에 모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니 저녁이 되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들 모두 약주를 하자 허 아주머니는 육윤엽과 김욱을 모두 집에 못 가게 막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쉴 새 없이 바빴던 심유진은 저녁이 되자 졸음이 쏟아졌다.허 아주머니는 피곤해하는 심유진을 발견하고 먼저 올라가서 쉬라고 했다.하지만 심유진은 주먹을 꽉 쥐며 졸음을 떨쳐내려 애썼다.“조금만 더 버텨볼게요.”심유진은 격식을 따지는 사람은 아니었기에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하기도 전에 잠에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먼저 자고 싶지 않았다.올해 그녀는 더 이상 떠돌이 처지가 아닌 가족과 함께였기에 더욱 이 소중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었다.허태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를 극구 말렸다.“먼저 올라가서 눈 붙이고 있어요.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기 전에 깨워줄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이 무슨 마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졌다.허태준이 말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별이 마저도 심유진의 손을 힘껏 잡아당기며 잠을 권했다.결국 심유진은 그들의 의견을 꺾지 못하고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그러고는 하품하며 침실로 향했다....“유진아! 심유진! 빨리 일어나! 12시야!”누군가 심유진의 뺨을 툭툭 치면서 깨웠다.심유진이 눈을 뜨자 눈앞에는 장난꾸러기처럼 웃는 김욱이 있었다.심유진은 김욱의 손을 치우고 그를 세게 때렸다.복수를 마친 심유진은 그제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왜 오빠가 날 깨우러 온 거야? 태준 씨는?”“아래층에 있어. 별이가 태준 씨를 놔주지 않아서 내가 올라왔지.”김욱은 방금 맞은 곳을 문지르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깨우지 않는 건데.”“오빠가 먼저 날 때렸잖아! 내 탓 하지 마!”심유진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물었다.“지금 몇분이야?” 김욱은 휴대폰 화면을 켜고 말했다.“11시 59분이야. 이미 카운트 다운 시작됐어.”“이렇게 빨리?”조금만 잔줄 알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3화

    심유진은 생각을 되짚어보고는 문득 허태준이 유럽으로 갔었던 일이 떠올랐다.하지만 허태준은 허택양의 일을 처리하러 유럽으로 가는 거라 핑계를 댔었다.“허태준은 너보다도 경우가 있는 사람이었어.”육윤엽은 코웃음 치고는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너는 참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생각밖에 안 하네.”“아이참...”심유진은 헛웃음 지으며 이를 꼭 깨물었다.그녀는 이미 들킨 바에 모든 사실을 다 털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실, 저와 태준 씨 이혼한 적 없어요. 저 이미 6년 전에 태준 씨와 결혼 했었어요.”허태준은 이 사실을 육윤엽한테 말한 적 없었다.심유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육윤엽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너희 둘...”육윤엽은 가슴을 쥐어 잡고 괴로워했다.심유진과 김욱은 급히 다가가 물었다.“왜 그래요? 심장이 아파요?”육윤엽은 심유진의 뒤통수를 공격한 후에야 표정이 온화해졌다.그의 손이 너무 매웠는지 심유진은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앞으로 또 이런 중요한 일을 숨겼다간 더 아프게 때릴 줄 알아.”육윤엽은 험상궂은 얼굴로 겁을 주었다.심유진은 뒤통수를 쥐어 잡으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숨길게요!”허태준의 부모님은 육윤엽과 김욱을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이 별장에 들어서서부터 허 아주머니는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내오며 쉬지도 않고 대접했다.육윤엽은 젠틀하게 허태준의 부모님을 대했다. 아무래도 오는 길에 심유진을 실컷 욕한 덕분일 수 있다.게다가 육윤엽은 두 사람의 선물도 준비해 왔다.그는 허 아주버님한테 비싼 브랜드 시계를, 허 아주머니한테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비싼 보석 세트를 선물로 줬다.두 사람은 한참 거절하다가 끝내 심유진의 설득에 못 이겨 선물을 받았다.양쪽 부모님은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이번에 여기에 온 것은 아이들과 같이 설을 보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만 두 분과 결혼식에 대해 상의하려고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그들이 중요한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허태준과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2화

    심유진은 다음 날 아침 일찍 육윤엽과 김욱을 데리러 가야 했다. 그녀는 저녁밥을 먹은 후 방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하지만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그때 허태준은 별이를 재우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방에 불이 아직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요?”심유진은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켰다.“저 지금 너무 걱정돼요.”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뭐가 걱정돼요?”허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저의 아버지가 여기에 오시잖아요... 만약 어머니와 아버님과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죠?”심유진은 내일 육윤엽과 허태준의 부모님이 싸우기라도 할까 봐 생각만 해도 머리가 뻐근했다.“아버님은 현명하신 분이니 걱정하지 말아요.”허태준은 심유진을 다독였다.“아버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람을 눈치 보게 하는 분은 아니잖아요.”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준 씨가 아버지 눈치를 많이 보던데요?”허태준은 마른기침하며 핑계를 둘러댔다.“그것도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허태준은 이미 겁에 잔뜩 질려 육윤엽이 없어도 감히 그의 나쁜 말을 하지 못했다. 심유진은 이를 이미 알아차렸다.“아무래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신신당부해야겠어요.”그녀가 충전 케이블을 뽑자 휴재폰 충전이 중단되었다.허태준은 다급하게 그녀를 뜯어말렸다.“두 분 이미 잠에 드셨을 거예요. 할 말은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 때 해도 늦지 않았어요.”심유진은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긴. 그렇긴 하네요.”허태준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어주었다.“됐어요. 얼른 자요.”허태준은 방안의 불을 끄고 무드등 하나만 켜뒀다.“내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쪽잠을 잘 시간도 없을 거예요.”심유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태준을 쳐다봤다.그녀는 갑자기 장난꾸러기같이 웃었다.“저 잠 좀 재워주지 않을래요? 아무 이야기를 해

  •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제1001화

    “네. 그럼 우리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들고 온 가방을 챙기고 허태준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내일 아침 제가 데리러 올게요. 설날이어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거예요.”육윤엽은 거절 대신 한가지 요구를 말했다.“그럼 너 혼자와.”심유진은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육윤엽은 변하지 않았다.“알겠어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저는 아버지가 다 받아들인 줄 알았어요.”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심유진은 투덜거렸다.“아직도 태준 씨를 싫어하시는 거였어요.”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꼭 잡으며 미소를 띠었다.“우리 천천히 해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허태준은 육윤엽이 하루아침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심유진의 입술은 삐죽 튀어나왔다.“뭐 아버지가 저를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태준 씨가 괜찮다면 저도 괜찮아요.”허태준은 그런 심유진이 마냥 귀여웠다.“그럼 제가 마음이 급했다면 어쩔 생각이에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눈길로 심유진을 놀렸다.“저는...”심유진은 육윤엽의 태도를 바꿀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천천히 하죠. 천천히 해!”육윤엽과의 부녀 관계를 끊을 수도 없으니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며 외쳤다....심유진과 허태준 별장으로 돌아오자 허 아주머니는 적잖게 놀란 동시에 조금 심술이 났다.“너희 둘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야? 왜 사돈이랑 더 같이 있어 주지 않고!”허 아주머니는 물어보면서 허태준을 탓했다.“사돈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잘 모셔야 할 것 아니야!”심유진은 허태준의 편을 들어줬다.“태준 씨가 모시고 싶지 않아서 온 건 아니에요. 저의 아버지와 오빠가 오랜 비행으로 잠을 못 자서 많이 피곤해하셨어요. 대꾸할 맥도 없어서 저희를 내쫓으셨어요.”“아... 그랬구나.”육윤엽의 거친 성격을 잘 몰랐던 허 아주머니는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어쩔 수 없지.”심유진과 허태준이 밖에 나갔다가 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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